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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여)용사가 집착함-13화 (13/109)

〈 13화 〉 달리지 못하는 소년(8).

* * *

애쉬가 살벌한 눈으로 나를 째려본다.

그 시선이 내 얼굴을 훑고 지나가 내 자지에 닿았을 때, 내 죄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품을 뒤적였다.

겨우 정조대를 꺼내는데 성공했다.

애쉬는 내 손에 쥔 정조대를 향해 턱을 까딱거렸다.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불쾌감에, 애쉬의 나신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뒤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게이들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왜 벗었어?”

어떻게든 이 상황을 무마하고 탈출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버렸다.

“씻으려고….”

“정조대 찬 상태로도 씻을 수 있는데. 어떻게 자물쇠 해제했어? 강아진, 네 ‘해제’ 수준으론 아직 불가능할 텐데.”

말하기 전까지 봐줄 생각이 없다는 듯 팔짱을 끼고 뒤쪽을 흘겨봤다.

애쉬의 시선은 나에게서 떨어져 뒤쪽에 있는 게이들에게로 향했다.

서로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는 시선들이 맞부딪쳤다.

근사한 몸매의 남녀들이 한 자리에 서있는데, 아무런 욕정도 느껴지지 않는다.

게이들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네가 그 남자 보호자라도 되나? 아니라면 당장 이쪽으로 돌려보내지 그래. 그에게 볼 일이 있거든.”

“아가리 닥쳐, 시발새끼들아. 더러운 동성애자 새끼들이…. 누구한테 찝쩍거리고 있는 건지 알아?”

“엉덩이가 아주 근사한 남자에게 들이대고 있지? 우리랑 비슷한 취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으니까.”

“…좆같은 소리 하지 마. 강아진은 게이가 아니야. 절대. 시발, 아가리 찢어버리기 전에 얌전히 꺼져.”

애쉬와 게이들이 살벌하게 대화를 나눈다.

보이지 않는 기운을 주고받는 것이 느껴졌다.

이 사이에 끼어있고 싶지 않았다.

내 생각보다 게이들은 강했고, 내 생각보다 애쉬는 더 강했다.

사실대로 말해야 할까.

이 망설임조차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진실을 말하게 되면 더 이상 정조대를 벗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내 자지의 자유.

용사 애쉬의 비호.

‘…….’

방금 전에 느꼈던 아찔한 공포를 떠올렸다.

용사 애쉬가 없었다면, 내 똥구멍에 좆 대가리가 박혔을 것이다.

그 좆 대가리가 칼침으로 치환해서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다.

용사 애쉬라는 배경은 이 세계에 자리 잡지 못한 나에게 너무도 중요한 것이었다.

성욕보다 생존본능이 더 강하게 작용했다.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정조대쯤이야.

나는 정조대 열쇠를 힘겹게 꺼냈다.

자수하는 게 이토록 힘들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애쉬는 열쇠의 존재를 확인하자마자 얼굴을 구겼다.

“강아진, 네가 들고 있었네?”

“…….”

“그걸, 뭐하려고 가지고 있었어? 응? 도망이라도 치려고? 도망쳐서 정조대 풀고, 혼자 어디로 가려고?”

“아!”

애쉬가 내 손바닥 위에 놓인 열쇠를 잽싸게 수거해갔다.

매가 먹이를 낚아채듯 아주 순식간에 가져갔다.

내 수준으로는 반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려고 챙긴 거 아니야.”

“그럼? 왜 나한테 안 주고 자기가 들고 있던 걸까? 내 눈에는 도망치려던 걸로만 보이는데.”

“…진짜, 진짜 아니야.”

마땅한 거짓말, 변명거리가 떠오르지 않는다.

먼 훗날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강해졌을 때, 그 때의 야반도주를 위해 챙겨두었다고 내 입으로 말할 수는 없어 말하지 않고 숨겼다.

썩 좋은 처세는 아닌 듯했다.

애쉬는 내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내 말에서 진심을 파악하려는 것인지 내 표정, 몸짓, 사소한 단서들을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입 꼬리를 살벌하게 끌어올렸다.

“그래. 아니겠지.”

“…….”

“네가 감히 그런 생각을 했을까? 노예상인에게 잡혀 노예가 될 뻔한 너를 구해주고, 먹여주고, 재워줬는데 말이야.”

“…하하….”

그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노예상인에게 잡혀갔다면 지금처럼 호화스런 생활을 누리지 못했을 테니까.

내 스스로 반성을 끝마쳤음에도, 애쉬의 경고는 끝나지 않았다.

애쉬는 내게 다가와 턱을 부드럽게 감싸 쥐고 말했다.

애쉬의 숨결이 내 몸에 닿으면서 산산이 흩어졌다.

“…만약에, 정말 만에 하나, 나한테서 도망치려 했다면…. 무슨 계획을 세웠든 간에 접는 게 좋을 거야.”

“…….”

“도망치는 순간부터…. 무슨 수를 써서라도 쫓아가, 무조건 죽여 버릴 거니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다.

“읏….”

애쉬의 맨살이 눈앞에 아른거리고 있어 자지에 피가 쏠렸다.

아까까지는 정신이 없어서 몰랐는데, 바지 앞섶이 불룩 터질 듯이 솟아 있었다.

그 반응을 확인한 애쉬는 만족스러운 듯 내 가랑이를 훑고 쓰다듬었다.

“…이쯤에서 그만하고 돌아가도록 할까, 강아지?”

애쉬의 물음에, 나는 잽싸게 고개를 끄덕였다.

쏟아지는 게이들의 시선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차라리 애쉬에게 괴롭힘 당하는 게 훨씬 나았다.

“어, 어! 돌아가자. 제발….”

“그래. 돌아가자. 강아지가 원하는 대로 들어줘야지.”

“…고마….”

“벌은 둘만 있는 곳에서 조용히 받아야 하잖아. 그치?”

정조대를 허락 없이 해제하고 다닌 벌.

정조대 열쇠를 가지고 있음에도 숨긴 벌.

애쉬의 입장에서, 나에게 내릴 죄명이 너무도 많았다.

나는 그것들을 거부할 수 없었다.

“따라와.”

애쉬는 여성 탈의실로 나를 데리고 갔다.

게이들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다.

무시당한 게이들도 어찌할지 몰라 했다.

그들이라 해도 여성 탈의실까지 따라 들어올 용기는 없었다.

훤히 뚫려 있어서 왕래가 자유롭다.

물론, 주위 시선들이 날카롭게 쏘아졌다.

“꺄아아아아악!”

“여기가 어디라고 남자가 들어와!”

“남자 탈의실이랑 왜 연결돼있어? 누가 부순 거야!?”

애쉬는 나를 뒤에 세워두고 옷을 입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수군거림은 가뿐히 무시하고 있었다.

“…….”

애쉬의 둥글고 뽀얀 엉덩이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불편한 자지의 자세를 고쳐 잡고 얌전히 기다렸다.

그 때, 다른 여자 한 사람이 다가왔다.

대강 수건으로 몸뚱어리를 가리고서 나를 향해 따져 물었다.

“저기요. 왜 여자 탈의실로 들어왔어요?”

“…아, 그게….”

“당장 나가세요.”

여자는 내 말을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내 입장에서 할 말이 있다는 게 우습지만.

나는 애쉬를 슬쩍 흘겨봤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애쉬의 의중을 확인했다.

애쉬는 성검을 꺼내 들고 여자에게 겨누었다.

“…성검…?”

여자는 검을 눈앞에 두고도 겁먹지 않았다.

칼밥 좀 먹고 다닌 모양이었다.

“꺼져, 강아지한테 말 걸지 말고. 병신 같은 년아.”

“하. 용사라고 자기 남자를 이런 식으로 데리고 다니는 건가?”

“알면, 입 좀 닥쳐.”

“좆같은 년.”

욕지거릴 거하게 내지른 여자가 애쉬에게서 물러났다.

애쉬의 싸가지 없는 태도에 열 받아도, 그녀로서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애쉬는 용사라서 모든 것이 허락되는 존재니까.

그 정도가 심해지면 안 되겠지만, 지금 시점에 이 정도는 깽판 허용범위 안이었다.

아직은 애쉬의 평판이 소문나지 않은 상태였다.

철컥­.

애쉬가 내 목에 개목걸이를 채웠다.

주위에서 쏟아지던 시선들이 이상하게 변했다.

우리 둘의 관계를 심상치 않게 바라봤다.

애쉬는 나를 끌고 의자에 앉혔다.

한 사람 겨우 앉을 목제 의자에 앉히고, 내 바지를 내렸다.

엉덩이에 걸쳐진 바지는 반쯤 벗겨진 상태로 걸리적거렸다.

“엉덩이 들고. 자지 꺼내.”

“여기서…?”

“응. 이거, 자지에 차고 가야지.”

정조대를 채운 후에 돌아가겠단다.

나는 애쉬의 말을 들었다.

엉덩이를 들어서 바지 벗기는 것을 도와주었다.

잔뜩 성난 자지를 눈앞에 두고 애쉬가 말했다.

“가라앉혀.”

“…….”

애쉬는 내 자지를 눈으로 유린했다.

자지를 거친 숨결로 뜨뜻하게 데웠다.

“가라앉을 때까지 이러고 있는 거야.”

주변 시선이 노골적으로 느껴졌다.

나를 불편하게 흘기던 여자들도 우리가 벌이고 있는 이상행각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있는 힘껏 성욕을 죽였다.

들끓는 욕망을 억누르는 것, 의외로 어렵지 않았다.

눈을 감고 애국가를 불렀다.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여자를 떠올리는 게 꽤 도움이 됐다.

확실하게 자지가 죽어버렸다.

“…싱겁게.”

가뿐히 해내는 내 모습에, 애쉬는 흥미를 잃어버렸다.

냉큼 자지에 정조대를 채우고 바지를 입혀주었다.

“돌아가자.”

애쉬는 다른 여자들의 관심에 개의치 않고 목줄을 손에 쥐었다.

나는 애쉬의 뒤를 따랐다.

“흐, 이제 당기기도 전에 따라오는구나? 그래, 잘 따르니까 얼마나 보기 좋아.”

목욕탕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고, 우리는 당당하게 ‘도둑의 쉼터’로 돌아갔다.

사후처리는 오롯이 목욕탕 주인의 몫이었다.

‘리오스 남작….’

괜한 손해를 끼치고도 태연하게 거리를 활보하는 용사를 대신해서, 내가 대신 사죄드리겠다.

마음속으로만.

여관으로 돌아왔다.

이 세계에 떨어진 이후 제대로 씻지 못해 찝찝했는데, 상쾌하니 기분이 좋았다.

게이들 때문에 피로를 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묵은 때를 털어낸 기분이다.

“…….”

이제 내게 남은 난관은 하나.

주어지는 벌을 이겨내면 오늘 하루도 끝이 난다.

겉옷을 벗어 옷걸이에 걸치며, 애쉬가 명령했다.

“일단 바지 벗어.”

나는 바지를 벗고 차렷 자세로 섰다.

가벼운 속옷차림으로 애쉬 앞에서 눈요깃감이 되었다.

느껴지는 수치심 때문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애쉬는 입맛을 다시며 나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구석구석 스치는 눈빛에서 찐득한 욕망이 느껴졌다.

“윽.”

자지가 발기하려고 했다.

하지만 발기하지 않았다.

정조대에 닿으면 아프다는 것을 몸이 습득한 것인지 정신적인 고양감만 느껴질 뿐, 육체적인 변화는 따로 없었다.

애쉬가 만족스러운 듯 미소 지었다.

“좋아, 좋아. 슬슬 적응하고 있네. 정조대 찬 상태로도 마사지 할 수 있겠어.”

침대 위를 팡팡 두드리는 애쉬를 보며, 섬뜩한 감각을 느꼈다.

정조대도 벗지 않은 상태로 내 불알을 만지겠다니.

고문도 이런 고문이 없다.

혹시나 해서 물어봤다.

“오늘은….”

“싸면 안 돼.”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이 돌아왔다.

애쉬의 눈빛은 진심만을 말하고 있었다.

“어제는 그냥 넘어갔는데, 오늘은 봐줄 생각 없어.”

“…….”

“그리고 오늘부터 진심으로 사정관리 해줄 생각이니까, 말 잘 들어. 함부로 정액 낭비하고 그러면 절대 그냥은 안 넘어갈 거야.”

애쉬가 나를 침대에 걸터앉혔다.

내 허벅지를 옆으로 밀어 다리를 벌리도록 만들었다.

자연스럽게 가랑이 사이로 들어와 내 불알을 손바닥 위에 얹었다.

조물조물, 조물조물.

애쉬는 내 불알을 주물럭거렸다.

마사지보다는 애무에 가까운 손놀림을 느끼며, 발기 할랑 말랑 애매한 상태를 유지했다.

조용한 방 안에선 끙끙 앓는 내 소리만 들려왔다.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 때, 애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평소에는 들어볼 수 없는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괴롭힐 생각은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처음은 진한 정액을 받고 싶어서 이러는 거니까. 그 때까지만 고통스러울 뿐이야. 일주일만 참자. 알았지?”

“그게 무슨 말입니까…?”

“존댓말.”

“마, 말이야…?”

애쉬가 손에 힘을 주었다.

불알을 꽉 쥐고 흔들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내뱉은 존댓말을 다시 낮추었다.

“일주일 참으면 상으로 알려줄게.”

애쉬는 내 물음에 키득거리며 웃고는 대답해주지 않았다.

내 불알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더욱 노골적으로 약 올릴 뿐이었다.

애쉬가 만족할 때까지 자지를 내어준 후, 마사지를 종료했다.

하루 일과를 끝마쳤다.

“이리와, 강아지.”

애쉬는 침대에 누워 팔을 벌렸다.

나는 활짝 열린 애쉬의 품으로 파고들어갔다.

그대로 애쉬를 꽉 껴안은 채로 잠에 들었다.

다음날.

“돈을 원하시는 겁니까, 용사님?”

“응.”

우리는 리오스 남작의 저택으로 찾아가 삥을 뜯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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