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 달리지 못하는 소년(2).
* * *
애쉬는 내 허벅지를 밀어내며 가랑이 사이 앞에 꿇어앉았다.
자연스럽게 애쉬의 손이 불알을 감싸 쥐었다.
내 표정을 살피려는 건지, 슬쩍 고갤 들어 나를 쳐다본다.
“자아, 자아….”
애쉬가 입술을 혀로 훑으며 중얼거렸다.
“어젯밤에 참았으면 벌도 안 받고 얼마나 좋아. 괜히 못 참고 부탁해가지고. 일주일이나 더 참아야 하잖아.”
내 잘못에 대해 투덜거리던 애쉬는 소유권이라도 주장하듯 내 불알을 잡고 주물렀다.
꾸욱, 꾸욱.
손바닥으로 굴려가며 조금씩 강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내게 가장 소중한 부위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다.
“애쉬님….”
“애쉬, 라고 부르라니까.”
불안하다.
자칫 잘못해서 애쉬가 못된 마음이라도 먹게 된다면,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고 말 것이다.
괜히 잘못한 게 있을까 싶어 존댓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다.
애쉬는 그게 마음에 안 든다며 호칭을 다시금 수정해주었다.
“왜 불러?”
“그, 이제 그만….”
“벌써? 싫어. 꾸준하게 마사지 해줘야지. 그래야 건강한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단 말이야.”
“도대체 누가…? 읏!”
애쉬가 내 만류를 단호히 무시하며 한 손으로 내 불알을 꽉 쥐었다.
남은 한 손은 내 허벅지에 올리고 느릿하게 어루만졌다.
그 순간, 뒷덜미를 붙잡힌 새끼고양이 마냥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갔다.
“언제든 흐흫, 나한테 기대도 됑.”
애쉬의 목소리가 왜인지 경망스럽게 들려온 것은 기분 탓일까.
허락 아닌 허락에, 나는 나도 모르게 애쉬의 어깨를 팔로 짚었다.
자지를 거의 맡기다시피 해버렸다.
“힠…!”
“흐읍…. 애쉬, 애쉬님…!”
“…싸는 건 안 돼.”
애쉬는 내 애원을 완전히 외면했다.
사정만큼은 안 된다며, 자지를 만져주지 않았다.
불알을 데굴데굴 굴리고 짓이기려 할 뿐이었다.
약점을 붙잡혔다는 불안감이 애쉬의 너그러운 손길과 어우러져 오싹한 쾌감으로 다가왔다.
어느 때보다 단단하게 발기한 자지가 애쉬의 얼굴 앞에서 껄떡거리고 있었다.
애쉬는 자지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다그치듯 말하는 목소리에 경고가 담겨 있었다.
“싸면 안 된다고 했어.”
“제발….”
싸면 죽는다.
지금까지 나를 대하는 태도로 미루어 볼 때, 죽이지는 않을 것 같지만.
단단히 혼날 것 같기는 하다.
어떻게 얼마나 혼나게 될까.
‘존나 싸고 싶다.’
무방비하게 불알을 만져주고 있는 애쉬를 앞에 두고서, 싸지 말고 참으라는 건 말도 안 되는 폭거.
그냥 한 발 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지금 참는다고 나중에 해소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애쉬는 분명 내게 일주일 동안 사정을 통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상태로 일주일을 참으라니.
매일 바지를 벗고 불알을 내어줘야 한다니.
‘절대 불가능.’
은근히 애쉬가 가까워진 게 느껴졌다.
애쉬의 얼굴과 자지의 위치가 아까보다 확실하게 가까워졌다.
킁킁.
애쉬의 콧구멍이 노골적으로 들썩였다.
현재 애쉬는 불알을 조물조물 만지면서, 내 자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자기비약에 가까울 수 있지만, 먹음직한 음식을 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요도 끝에 쿠퍼액이 질척하게 맺혔다.
반짝거리는 쿠퍼액은 마치 내 눈물을 보는 듯했다.
겨우 사정을 참고 있는 나의 처량한 모습을 대변하는 것 같다.
‘에라, 모르겠다.’
나는 애쉬에게 걸치고 있던 팔을 내리고 냅다 자지를 쥐었다.
그리고 흔들었다.
“강아지? 지금 뭐해? 읏…!”
“하앜…!”
딸딸이를 시작하자마자 무언의 압박이 들어왔다.
애쉬가 본능적으로 내 불알을 세게 쥐고 만 것이다.
하지만, 내 사정은 이미 시작됐다.
2초도 걸리지 않았다.
이번 사정은 불알에서 직접 짜내는 것만 같았다.
푸슛! 뷰륵, 뷰륵.
“아윽, 뭐얏…!”
충동적으로 애쉬의 얼굴에 정액을 싸질렀다.
코스 요리 메인 디시에 데코레이션을 하듯이 희멀건 아기씨를 뿌렸다.
자지를 마구 훑었다.
요도에 남은 정액 찌꺼기까지 탈탈탈 털었다.
나 혼자서 하는 것보다는 여자와 함께 하는 것이 훨씬 더 기분 좋구나.
자위도 이 정도인데, 섹스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기대가 된다.
“…….”
갑작스런 사정에 당황한 것인지, 애쉬가 내 불알을 놓아주었다.
입을 꾹 다물고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내 사정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사정이 끝났다.
한 발 빼고 나니까 정신이 돌아왔다.
나는 애쉬의 고운 얼굴에 정액으로 칠을 해버렸다.
잔뜩.
손발이 바들바들 떨렸다.
현자타임으로 인한 세상만사 삼라만상에 대한 고찰보다, 이제는 만나지 못할 어머니아버지에 대한 작별인사가 먼저다.
흥분해서 뇌가 아닌 좆으로 생각한 벌, 달게 받아야겠지.
나는 얌전히 형량선고를 기다렸다.
애쉬는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명령했다.
“손수건.”
잽싸게 손수건을 꺼내 갖다 주었다.
애쉬는 얼굴에 묻은 정액을 닦아냈다.
그리고 밤꽃 냄새로 가득한 손수건을 흘겼다.
시선이 곧 내게 닿았다.
“강아진.”
“예, 옙.”
애쉬가 내 이름을 불렀다.
강아지, 강아지, 부드럽게 불러주던 그 목소리가 벌써 그리워졌다.
“참으라고 하지 않았어?”
“…그랬습니다.”
“그런데 왜 말을 안 듣지? 내가 봐주고 그러니까, 만만해?”
“아니요. 이번엔 제가 잘못했어요. 죄송합니다.”
방금 전까지 정액으로 범벅이었던 얼굴로, 싸늘하게 나를 바라본다.
눈빛 자체는 살벌한데, 어째서일까.
‘예상보다는 약하네?’
내가 걱정한 것보다는 세게 느껴지지 않았다.
무서운 데, 안 무서워.
아리송한 감정 상태로 반성모드를 켰다.
적당히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피한다.
정액을 토해내고 축 늘어진 자지가 보였지만, 애써 모른 체 했다.
나 지금, 헐벗은 상태로 혼나고 있구나.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애쉬가 내 앞에 꿇어앉아 있던 몸을 일으켰다.
“돌아오는 바람에 너도 어려졌으니까, 자칫 잘못하면 겁이라도 먹을까봐 곱게 대해주려고 했는데, 말로 해서는 안 되겠어.”
“…아, 안 그럴게요. 이제부터 애쉬님이 시키시는 건 무조건 지킬게요.”
“애쉬.”
“애쉬….”
앞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애쉬는 축축하게 젖은 손수건을 주섬주섬 챙기고 있었다.
화가 풀어진 건가, 라고 생각하기에는 표정이 꽤 날카롭다.
“후우….”
애쉬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유 모를 감정들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는 한숨이었다.
그리고 적막이 찾아왔다.
죄 지은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형벌.
차라리 화를 내든가 때려주었으면 했다.
‘불알도 좋아.’
또 사정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그것도 나쁘지 않다.
“…이제부터 내가 시키는 걸 무조건 지키겠다고?”
내가 잡념에서 허우적거리는 동안, 애쉬는 생각정리를 마쳤다.
나를 용서해주기로 한 듯했다.
“넵! 무조건…. 무조건 지킬게요.”
“…….”
애쉬의 손이 내 턱을 받치고, 내 고개를 들도록 만들었다.
나와 시선을 마주한 애쉬는 입 꼬리를 싱긋 말아 올려 웃어보였다.
두 뺨은 여전히 빨갛게 달아올랐지만, 지극히 차가운 미소가 떠올랐다.
냉소적인 웃음에는 나를 시험해보려는 소악마적 취미가 깃들어 있었다.
“못 지키면? 네가 네 입으로 한 약속을 못 지키면 어떻게 할래, 강아진?”
“…….”
“대가. 지불해야지.”
좆같은 용사 애쉬답게 잔혹한 처벌을 떠올린 것일까.
애쉬는 생각만 해도 좋다는 듯 히죽 웃으며, 내가 꼭 약속을 지켜야 할 만한 이유, 대가를 정했다.
“이렇게 하는 거야.”
“뭐, 뭐든…. 제가 저지른 일을 용서 받을 수만 있다면….”
“네가 약속을 어기잖아? 그러면….”
애쉬가 침을 꼴깍 삼키곤 말을 이었다.
“그 때부터 내가 네 아기를 가질 때까지 관계를 맺어야 해.”
“…에…?”
“못 알아들어? 그럼 다시 한 번 말해줄게.”
“아뇨, 알아들었어요.”
알아들었다.
다만, 이해하지 못했다.
‘대가가 아니라 포상 아닌가?’
아기 만들기 임신 섹스라니.
매일매일 최선을 다할 자신이 있다.
츄릅.
약속을 어길 생각에 벌써부터 군침이 싹 돈다.
그러나, 꺼림칙하다.
애쉬의 생각을 알 수가 없다.
무작정 들이대는 예쁜 여자를 무조건 조심하라고 배웠다.
신천지, 교회, 설문조사, 사기꾼, 소매치기, 아무튼 시발.
그래서 물었다.
직접 물어보면, 대답을 해줄까 싶어서.
조금이라도 정보를 듣기 위해.
“…대체 왜, 애쉬는 저랑 이런 관계를 가지려고 하는 건가요?”
애쉬와의 첫 만남에서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원작의 정보와 나의 경험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애쉬는 가벼운 여자가 아니다.
연인관계에 있어 누구보다 고지식한 편이다.
몸 안에 흐르고 있는 고고한 천사의 피 때문에.
열등종과 피가 섞이지 않도록 무의식에 각인이 되어 있어, 그 성질이 본능적으로 성관계를 거부하게 만든다.
나라는 존재가 그토록 매력이 있구나, 완독 어드밴티지가 대단하네, 라는 둥의 무지성 추론으로는 애매한 부분이 존재한다.
한계가 있다.
스스로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애쉬는 나를 빤히 쳐다봤다.
내 눈을 들여다보며, 질문의 의중을 파악하는 듯했다.
기다림 끝에 들은 대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안 알려줄 거야.”
“예?”
“궁금하면 직접 알아봐. 알아볼 수 있으면.”
애쉬가 등을 돌려 방 밖으로 나갔다.
그 발걸음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 * *
“끄으으윽…. 흐윽…. 마왕…. 시바아아아알, 개새끼가아아…!”
한 용사가 마왕 봉인에 실패했다.
유유자적 떠돌아다니던 용사는 부족했고, 갑자기 마주한 마왕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피로 물든 몸을 절뚝거리며 움직였다.
머릿속에는 패배의 순간이 계속해서 재생되고 있었다.
─ 호오, 비둘기의 딸인가? 거만하기만 한 쓰레기 천사들이 인간과 피를 섞다니, 놀라운 일이군.
─ 용케도 살아서 용사 노릇을 하고 있는 건가? 천사들에게 죽지 않고? 아하하, 정말 운 좋은 년이로다.
압도적인 재능으로 살아남았다.
모든 이를 멸시하며 증명해냈다.
─ 반쪽짜리 천사, 하늘의 수치, 내가 아니라도 너를 죽이고 싶어 하는 쓰레기들이 많을 텐데. 굳이 내 손을 더럽힐 필요가 있을까.
─ 쓰레기는 쓰레기로 치워야겠지. 네 천운에 나도 한몫 보태주마.
하지만, 진짜 강자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악….”
용사는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쓰러졌다.
마비라도 온 듯 다리가 꿈쩍도 하질 않았다.
“시발, 좆같은 새끼…. 살려줄 거면 멀쩡하게 보내주던가….”
흙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마왕을 향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입 안에 흙이 들어와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욕과 흙을 함께 뱉어댔다.
폐부에 차오르는 핏물을 억지로 마력을 써서 밀어냈다.
뭉개진 장기는 더 이상 수복이 불가능해보였다.
생명의 불꽃이 꺼져가고 있었다.
그 때, 한 남자가 나타났다.
“무요, 이건.”
도둑으로서 활동하다가 오른쪽 손목이 날아간 강아진이었다.
“멧돼지인 줄 알고 왔건만, 성검…?”
“시발, 손대지 마. 죽기 싫으면.”
“…초면에 욕 박는 용사…. 애쉬 그레이필드?”
강아진은 용사를 뒤집었다.
잿빛의 머리, 하늘색 눈동자.
“용사, 겟또다제.”
“이거 놔, 이 좆같은 새끼야! 커흡…!”
“지랄 났네, 지랄 났어.”
활동을 접고 산속 오두막에서 홀로 살아가던 그는 용사 애쉬 그레이필드를 질질 끌고 자신의 오두막으로 돌아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