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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프롤로그.
* * *
나는 병신이다.
안 그래도 좆같은 시골 인심인데, 그것보다 못할 판타지 이세카이 촌구석을 믿다니.
병신도 이런 병신이 없다.
덜컹!
“…애미 시발, 승차감 좆 되네….”
[잠재력 확인 중…….]
“…이건 또 언제 다 되는 거여? 이 시바알….”
그래도 나름 변명을 해보자면, 보다 먼저 도망치려고 했다.
적응할 시간이 필요해서 잠깐 머물렀을 뿐.
평생 이 마을에서 살 생각?
조금도 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곱상한 촌장 딸내미에 혹하기는 했으나, 나는 작은 마을에 묶여 있을 만큼 허접한 존재가 아니다.
왜냐?
나는 이 세계가 소설 원작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
소설 속으로 떨어진 독자라는 소리다.
그러므로 당연히, 촌에서 독립하는 게 이익이다.
날아오를 수 있는 이무기가 뱀 새끼 마냥 똬리 틀고 땅에 눌러앉을 순 없잖은가.
최대한 빨리 적응해서 런 때릴 계획이었다.
내 목표는 마왕의 봉인, 그것도 마계서열1위 바알을 잡을 것이다.
‘내가 주인공 파티에 영입되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그래도 다른 용사 파티에는 영입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엑스트라 용사여도, 내가 가진 정보들만 있으면 그를 일류 용사로 만들어줄 자신이 있다.
그 공로를 바탕으로 호가호위하며 떵떵거리고 살 생각이었는데.
허나, 판타지 촌구석은 나보다 빨랐다.
어리숙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세계관이라 그런가, 뒤통수 갈기는 타이밍이 아주 남달랐다.
촌장이 나를 팔아넘기는 과정은 하나의 예술을 보는 듯했다.
덕분에 반항도 못해보고 끝났다.
내 이야기를 잠자코 들은 할아범이 껄껄껄 웃었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아무런 연고도 없이 대륙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말이야.”
“…저는 다릅니다, 할아버지.”
“그래, 다르겠지. 하지만 같은 결과를 맞이했군. 시작은 달라도 끝은 같으니, 결국 별 차이 없는 게 아닌가. 자네와 내가 노예로서 생을 마감한다면, 우리는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란 거지.”
“…….”
그는 나와 같은 처지다.
과거에 한 일 때문에 현상금이 붙었는데, 숨어 지내다가 잡혀버렸다고.
일부러 비웃는 것 같지는 않은데 비웃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 자격지심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기분은 퍽 상해버렸다.
“그만 포기하게. 노예상인에게 한 번 잡히면 탈출은 불가능하니까 말이야.”
할아범은 손목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가공처리 된 수갑이 절그럭.
마법이 인챈트 되어 있어, 푸른빛의 마력이 일렁거렸다.
참고로 내 팔에도 채워져 있다.
족쇄까지 덤으로 원 플러스 원.
내가 산 건 아닌데, 노예상인들도 인심이 아주 흐뭇했다.
“…그냥 노예나 되라는 말입니까?”
“그러는 편이 조금이나마 더 오래 살 수 있을 테니. 늙은이가 없는 지혜를 짜내 조언해주는 걸세.”
“애미….”
“탈출하다 죽으나 노예로 구르다 죽으나 매한가지지만. 노예로 잡혀가서 혹시 아는가? 생각보다 좋은 주인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잖나.”
할아범에게 의지란 없다.
늙은 몸으로 탈출은 불가능, 모든 것을 내려두고 현실을 받아들인 것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말이죠. 탈출시도 해도 죽고 가만히 있어도 죽는데, 그냥 해보고 뒈지는 게 낫지 않을까요?”
“…나도 자네처럼 혈기왕성한 때가 있었다네.”
“예, 뭐. 그렇겠죠.”
“마을에서 가출해 용병대 짐꾼부터 시작했지. 그 때가 얼마나 빡셌는지 몰라. 지금 청년들은 패기가 없어, 패기가.”
“씹…. 존나 자연스럽게 넘어가네….”
꼰대 할아범이 과거 얘기를 자랑스레 떠벌리기 시작했다.
벌써 다섯 번째 듣는 거라서 흥미도 다 떨어졌다.
서로 말문을 튼 이후, 계속 이 모양 이 꼴이다.
할아범은 치매라도 걸린 것 마냥 반복해서 제 자랑을 해댔다.
“자네, 천사를 만나본 적 있는가? 없겠지. 있을 리가 없어.”
“예, 대단하시네요.”
“그녀는 내 살아생전에 본 여자 중 가장 아름다웠어. 겉모습만큼이나 그 속도 따뜻하고 촉촉했지.”
“우욱…. 망상, 멈춰.”
나는 시큰둥하게 대강 대답하며 한 귀로 듣고 흘렸다.
반응해봐야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애초에, 천사와 아기 만들기 섹스를 한 남자는 이미 죽었다.
수많은 용사 애비들 중 하나인데 세상이 가만히 내버려둘 리가 없다.
‘탈출…. 시발, 탈출해야 한다.’
오래 살고 싶다면 할아범의 말이 맞다.
무조건 바닥에 기는 것이 정답이다.
그렇게 하면 지금 당장은 무사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소설을 완독했다.
다들 상하차를 남발할 때도 묵묵히 따라갔다.
카카시에 빙의한 작가가 뇌절을 연속해서 때려 박고, 작가의 일곱 번째 어머니가 독자들의 손에 죽어나갈 때도 포기하지 않았다.
내 두개골은 더 이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할 정도로 깨졌지만, 그래도 나름 재밌게 읽었다.
나는 이 전생이 그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무조건 이용해야 하지 않을까?
이 기회를 그냥 흙바닥에 내버리기엔 아깝다.
로또 번호를 알고 있는데, 화성 갈 코인을 알고 있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어.
이 위기를 극복하면 탄탄대로가 펼쳐질 것이다.
그런 내가 노예 될 운명에 순응하라는 말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절대 안 되지.’
어떻게든 탈출한다.
그렇게 마음먹었을 때, 바깥에서 소란이 터졌다.
콰앙.
─ 습격이다! 도적이 습격했다! 우리가 누군지 알고 덤비는 거냐?
─ 이, 일반적인 도적이 아니야! 용사다! 성검이잖아!
─ 어떻게 알고…? 모두 준비해! 레벨1에 불과하다! 충분히 이길 수 있다!
무기가 맞부딪치고 있다.
살벌한 전투의 소음 속에서, 나는 희미하게나마 한 단어를 듣고 말았다.
“용사! 용사가 왔답니다!”
용사가 왔다.
무수히 많은 용사 중 어떤 용사가 왔는지는 모르지만, 그들 대부분은 선한 경우가 많다.
용사육성학원 아카데미에서 대륙 평화를 사명으로 여기라는 가스라이팅을 오지게 당하는 바람에 어쩔 수가 없다.
작중에서 주인공을 방해하기 위한 악 성향의 용사가 아닌 이상에야….
“할아범, 저는 탈출하겠습니다. 애미 시발, 지금이 도지 코인을 살 기회니까요.”
“도지 코인…?”
“인생역전하려면 지금 당장 움직이십쇼. 그 늙은 몸으로 노역하다가 만리장성에 깔리기 싫다면요.”
“만리장성…?”
멍청한 얼굴로 되묻는 노인을 무시하고.
아무튼 상황 반전의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 중요했다.
[잠재력 확인 완료.]
“타이밍 좋아. 역시 이 세상은 나를 위한 세계구나.”
“쯧쯧, 머리를 다쳐도 단단히 다쳤나보군. 자네가 주인공인 세상은 없어. 굳이 주인공을 뽑자면, 푸른 피가 흐른다는 귀족 나리들이겠지. 그리고 나도.”
“응, 아니야.”
내 눈에 무엇이 보이고 있는지, 저 할아범은 모른다.
저 꼰대틀딱이 알 리가 없다.
이 세계에서 주인공 용사에게만 주어지는 어드밴티지, 레벨 업 시스템이 내게 주어지려 하고 있다는 것을….
“와라, 특전아!”
파밧!
목재감옥을 부수고 탈출할 수 있을 만한 힘이면 된다.
그 정도만 주어져도, 당장은 만족하겠다.
츠즈즈즛.
사각. 사각.
텅 빈 시스템 창에 글자가 새겨진다.
내 정보가 휘황찬란한 내용으로 채워진다!
“어?”
이름 『강아진』
클래스 『도둑F』
레벨 『1』
스킬 『감정F』 『소매치기F』 『해제F』
“도둑?”
각각의 클래스는 태어나는 순간 정해진다.
나 같은 경우는 이세계 전생을 당한 처지라서, 뒤늦게 클래스가 결정된 것이다.
클래스는 정해진 그 순간부터 바뀌지 않는다.
재능과 비슷한 맥락이다.
“애미.”
내 장래에 대해 고민할 여력이 없다.
지금 얻은 힘으로 어떻게든 탈출해야 한다.
마차 내부는 목재 창살로 나뉘어 있다.
각각 노예 후보들의 공간을 분리해두어서, 서로 대화만 가능한 구조였다.
너무 안일한 감금이 아닌가 싶지만, 수갑과 족쇄까지 생각해보면 그리 헐렁하지도 않았다.
‘보인다, 보여.’
내 스킬 ‘감정’을 통해 정보들을 열람할 수 있다.
감정 스크롤을 아낄 수 있다는 점, 사소한 것까지 감정할 수 있다는 점, 장점이라 볼 수 있다.
물론, F랭크에 불과해서 성장시키기 전까지는 하등 필요 없는 수준이었다.
[목재 감옥]
겨우 노예를 운반하는 것에 철제를 쓰기에는 비효율적이라서 사용하는 목재 감옥.
지금 레벨로는 부술 수 없을 듯하다.
[구속용 수갑]
‘약화’ 마법이 인챈트 되어 있는 수갑.
[구속용 족쇄]
‘약화’ 마법이 인챈트 되어 있는 족쇄.
당연한 것들이 ‘감정’된다.
굳이 설명해주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
“오.”
보인다.
느껴진다.
‘감정’ 스킬을 통해 수갑과 족쇄에 대해 알아내고, ‘해제’ 스킬이 곧이어 해정술의 기본원리를 설명한다.
잠금장치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눈에 보이는 기류가 나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핀, 아니면 작은 바늘이라도.’
넣고 쑤실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 좋다.
수갑과 족쇄의 구속력은 생각보다 약하다.
게다가 이 세계는 판타지, 수갑과 족쇄의 역할은 구속보다 ‘약화’ 마법에 맞추어져 있어.
잠금장치가 훨씬 더 빈약해, 스킬을 활용하면 충분히 탈출이 가능해보였다.
“할아버지.”
“왜 부르나? 특전인가 뭐신가, 그걸로 안 되나 보?”
“…핀 같은 거 없소? 열쇠 구멍에 쑤실 만한 거.”
“흐흐, 구닥다리 방식으로 탈출할 계획인가보군?”
할아범이 구석에 널브러진 채 꺼이꺼이 웃었다.
할아범은 수갑과 족쇄의 무게 때문에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했다.
“기술은 있고?”
“한 번 해보는 거죠.”
“바늘이 있기는 하다만, 가져갈 수 있겠는가?”
“…이쪽으로 최대한 가까이 와주실 수 있습니까?”
내 요구에, 할아범이 꿈틀거리며 기어왔다.
거동이 썩 불편하진 않은 듯했다.
“갑자기 존댓말을 쓰는구나. 내 말도 무시하고 그러더니.”
“무지몽매한 제가 할아버지의 위대함을 몰라 뵌 거죠.”
“고깝네.”
할아범은 창살에 등을 붙이고 손바닥을 뻗었다.
정말 최대한 가깝게, 낑낑거리며 바늘을 이쪽으로 내밀었다.
“오른쪽 손에 있다. 가져갈 수 있다면 가져가봐라.”
“예.”
나는 소매치기에 대해 모른다.
하지만 ‘소매치기’ 스킬을 믿는다.
창살에 몸을 붙이고 할아범을 향해 스킬을 발동.
[‘소매치기’에 실패하였습니다.]
“호오, 잔재주를 가지고 있구나.”
“왜 실패하는 거지?”
[‘소매치기’에 실패하였습니다.]
“되도 않은 기술 쓰지 말고, 옛다.”
할아범이 손목을 탁, 튕겨 바늘을 내게 던졌다.
손바닥 위에 있던 바늘이 내게 날아왔다.
바늘은 안전하고 부드럽게 내 손바닥 위에 안착했다.
날카로운 솜씨였다.
“먼저 갑니다, 할아버지.”
풀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은 하지 않았다.
잠금을 해제하지 못하면 꼼짝없이 노예가 되는 길 뿐이니까.
어떻게든 수갑과 족쇄를 풀어야 한다.
[‘해제’에 성공하였습니다.]
“요시.”
“그래도 기본은 있나보구나. 그런데 왜 이제까지는 얌전히 있었던 거냐.”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 거죠. 이렇게 해제 해봐야…. 지금 같은 소란이 아니면 바깥에 나가자마자 다시 붙잡힐 테니까요.”
수갑과 족쇄를 풀어냈다.
그런데 큰 차이는 안 느껴졌다.
‘레벨1이어서 그런가?’
‘약화’ 마법에 크게 영향이 없었다.
[‘해제’에 성공하였습니다.]
“굳.”
목재 창살도 곧바로 열어젖혔다.
스킬로 구현된 ‘해제’는 거리의 잡배들이나 쓸 법한 기술과 수준이 달랐다.
“…저도, 저도 풀어주세요!”
“함께 도망쳐요. 다 같이 도망치면, 무사할 확률이 높을 거예요!”
“엄마보고 싶어요….”
마차에는 나만 잡혀온 것이 아니었다.
희귀한 수인이나 미형인 친구들이 있었다.
이들을 동시에 풀어주면, 내가 잡힐 확률이 확연하게 줄어들 것이다.
“오케이.”
[‘해제’에 성공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죄다 풀어주었다.
다들 굽실거리며 내게 감사인사를 표했다.
내가 뭐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이게 용사들이 매번 맞고 다니는 뽕인가?
지리긴 하네.
마지막으로 할아버지를 바라봤다.
내게 바늘을 넘긴 이후, 창살 안에 힘없이 널브러져 있었다.
“할아버지는요? 진짜 노예 되실 거예요?”
“…어차피 밖에 나간다고 해도 얼마 살지 못할 거다.”
“그래도 노예로 죽는 것보다는 낫지 않아요?”
“…….”
이 할아범에게도 몸값이 있다.
할아범에게 붙은 현상금이 크면 클수록 노예상인들이 나를 노릴 확률이 줄어든다.
‘약속한 장소에서 만나자’, 작전을 개시할 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가. 죽더라도 푸른 하늘을 보며 죽고 싶구나. 나도 풀어줄 수 있겠는가?”
“모찌론.”
[‘해제’에 성공하였습니다.]
‘크크킄, 계획대로.’
기분이 좋다.
마차 밖에선 여전히 전투가 이어지고 있다.
사람 죽어나가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왔다.
─ 끄아아아아악! 이런 시발, 개 같은 년이…!
─ 어째서 용사가 우리를 노리는 거냐! 우리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고!
“존나 양심 없네. 노예 상인 새끼들이.”
─ 제대로 싸워! 합을 맞추란 말이다!
─ 끄르르르르륽!
─ 히익, 사, 살려줘어어어어어!
“…용사가 다 죽여 버린 거 같은데요?”
점점 소리가 줄어들었다.
노예상인 측이 확실하게 패배한 듯했다.
미끼전술을 실행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용사가 노예상인들을 다 죽여 버렸다면, 다시 잡힐 걱정이 없어 느긋하게 탈출해도 괜찮으니까.
“다 같이 용사님께 감사인사나 드리자. 오케이?”
““네!””
진정한 용사를 마주하는, 정말로 간장 되는 순간.
오 나의 용사님.
마차의 천막이 걷히고 태양빛이 환하게 쏟아진다.
눈살을 찌푸리며 밖으로 향하는데….
“?”
원작에 등장하는 용사들은 각양각색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특히 주인공과 많이 엮이는 캐릭터일수록 독특한 설정을 지닌 경우가 많다.
그 중 유일하다시피 한 대가리 컬러.
‘회색?’
주인공은 그녀의 머릿결을 보고 잿빛이라 표현했다.
까칠하고 거만하며 자기 밖에 모르는 이기주의.
이타적인 용사를 부각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히로인….
이었지만 히로인에서 탈락된 캐릭터.
숨겨진 비밀도 있다.
천사와 인간의 혼혈.
잿빛의 머리칼은 각성의 순간, 은빛으로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한다.
그녀가 주인공에게 감화되어 타인을 위해 희생할 줄 알게 되는 그 순간에 말이다.
“찾았다.”
좆같은 년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여자 용사, 애쉬가 활짝 웃고 있었다.
우리를 구한 용사가 애쉬였던 것이다.
“가, 감사합니다! 용사님!”
일단 감사인사부터 하자.
덕분에 노예에서 탈출할 수 있게 되었으니.
철컥.
“엑…?”
내 손에 쥐어지는 합격 목걸이.
아니, 개목걸이가 내 목에 채워졌다.
[‘해제’에 실패하였습니다.]
[‘해제’에 실패하였습니다.]
[‘해제’에 실패하였습니다.]
[‘해제’에 실패하였습니다.]
“그만.”
“켁…!”
애쉬가 개목걸이와 연결된 줄을 잡아당겼다.
내 몸이 나도 모르게 앞으로 쏠렸다.
“!”
츄릅, 쮸읍.
“하웅, 우읏…. 맛있어….”
애쉬는 내 머리를 붙잡고 입술을 부딪쳤다.
아랫도리가 발딱 서버렸다.
“프흣…. 강아지, 키스 존나 못하잖아?”
애쉬가 입술을 뗐다.
찐득한 침이 주륵, 흘러내렸다.
애쉬는 만족스러운 듯 입가를 닦았다.
반짝이는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처, 처, 첫 키스인데…. 애미 시발!”
“…애미 시발? 우리 강아지, 말버릇부터 고쳐야겠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