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검사, 마피아 되다-318화 (318/325)

318화. 피날레 (1)

“대통령님. 살려주십시오. 이건 너무한 처사인 것 같습니다.”

전동련 회장들이 떼거지로 달려와 내게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직업 평준화를 실시하면서 공정하게 업무를 배분하고 임금을 공정하게 나눠 주는 것이 이번 법안의 핵심이다. 당연히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자기가 가진 것이 많긴 하지만, 조금이라도 떼어먹히는 건 죽는 것보다 더 싫은 양반들이니까.

“그래서, 살기 싫다는 겁니까?”

“…예?”

“원한다면 말씀만 하세요. 회장님이 조용히 눈을 감으실 수 있게 한 다음, 회장님의 회사를 전부 정부 소유로 만들어 버릴 테니까.”

“…….”

과거에는 기업인들이 경제력을 무기 삼아 정권을 협박했지만, 지금은 그런 게 먹힐 리 있겠는가? 만약 날 협박한다면 나는 들고 있는 군권이라는 무기로 이들을 사정없이 때리면 된다.

이들은 더 이상 만민 위에서 군림하는 장사치들이 아니다.

내 말을 따라야 하는 노예일 뿐이다.

“여기 모이신 여러분의 지지가 있어야만 이 개혁을 이뤄낼 수 있습니다. 이 사회는 너무 부의 분배가 잘 이뤄지고 있지 않아요. 누군가는 할 일을 해야 하는데, 하지 않는 게 문제가 되는 거겠죠.”

“하지만 원하지 않는 일을 강제로 시키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이번에 국민들도 반발이 만만치 않습니다. 갑자기 통지서가 날아와 강제로 공장에서 일하게 되었다고요.”

직업 평준화는 온 국민을 상대로 벌이는 작업이다.

공산주의의 그것처럼 어떤 이는 공장 일을, 또 어떤 이는 청소하는 일을 맡아 해야 한다. 만약 이를 충실히 하지 못할 경우 사회 분란 조장 행위로 법의 심판을 받게 된다.

“예. 그 대신 안정적인 임금을 지급해 주고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해고를 시키지도 않습니다. 더 이상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하려고 발버둥을 치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정부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충분히 잘 먹고살 수 있는 시대가 온 거죠.”

“대통령님. 자본주의는 부의 분배가 공정하지 않아도 서로간의 경쟁을 부추깁니다. 그로 인해 사람들은 더 많은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고요. 서로가 경쟁하는 건 결국 인류를 위한 일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공산주의의 실패는 인간의 욕망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욕망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걸 역사가 가르쳐 주었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을 통제한다면?

베리칩과 정부의 막강한 힘으로 국민의 욕망을 잠재우고 오로지 정부가 시키는 대로 하게 만드는 로봇이 된다면?

나는 오히려 그것이 더 인류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쓸데없는 기술력에 집중하기보다는, 차라리 더 나은 인류를 위해 기술력을 발전시키는 것이 좋지 않을까?

“정말 인류를 위한 일이라면 엘리트들이 만든 정부의 통제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기술을 발전시켰습니다.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요. 하지만 궁극적으로 그것이 인류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건 소비자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기업의 상술일 뿐. 결코 인류를 위한 일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인류를 죽이는 일이었죠.”

환경 파괴는 우리 인간이 저지르고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은 우리의 후손이 지어야 한다. 나는 그것을 막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수십억에 달하는 사람들을 가차 없이 죽여 버렸다. 인간은 적으면 적을수록 지구에게 이롭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무궁한 가능성에 놓여 있습니다. 인간의 노동력을 언제든지 집중 투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가 우주를 정복하기 위해 노동력을 집중시킨다면 언젠가 우린 지구를 대처할 새로운 행성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자원들을 가져올 수도 있고요. 앞으로 할 일이 많습니다. 고작 이런 걸로 징징거리기에는 시간이 아깝군요.”

“…….”

더는 징징거리는 걸 듣고 있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저는 매우 바쁜 사람입니다. 아시다시피 이제 한국의 대통령이 아니라 전 세계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되어서 말이죠. 그런데도 여러분에게 아까운 시간을 내준 것은 옛 정을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잊지 마십시오. 저 김태산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뜻하는 바를 반드시 이뤄냅니다. 그리고 장애물이 있다면 부숴 버리고요. 아시겠습니까?”

전동련을 대표해 내게 달려왔던 10명의 회장들은 고개를 푹 숙였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들이 나가면서 공식적으로는 전동련을 대표해 오지 않았던 이강찬이 나를 대면했다.

“여전히 고삐를 세게 잡으시네요.”

“천성 그룹에게는 미안할 따름입니다. 타격이 꽤 크다고 들었는데.”

“직업 평준화……. 말이 평준화지 솔직히 저 같은 회장들은 딱히 할 일이 없습니다. 그룹에 타격이 크다는 건 가슴이 쓰라리긴 하지만, 원망은 안 합니다. 회장님이 여기까지 키워주시지 않았습니까? 앞으로 더 많이 키워주시겠죠.”

역시, 이강찬은 눈앞에 것을 보지 않고 더 먼 것을 바라보고 있다. 이 사람은 내가 기업인들을 다 죽게 내버려 둘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아는 것이다.

“회장님이라도 제 마음을 알아주셔서 다행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제가 말했던 우주 사업 말입니다. 나사와 천성 그룹을 이어줄 생각인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하. 더할 나위 감사하겠죠.”

“앞으로 할 일이 많습니다, 회장님. 폐허가 된 중동 국가에 여러 기업들을 진출시켜 그곳에 있는 유전을 빼오고 있어요. 그 외에도 인체 실험에 필요한 인력들을 버려진 여러 국가에서 데려오고 있고요. 회장님이 전동련 회장들을 잘 설득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회장들이 지금이야 우는 소리를 하지만, 지금 세상은 온통 황금 덩어리로 가득하다.

정부가 선택한 인구 10억 명 안에 들어가지 않은 나머지 생존자들. 그러니까 전염병으로부터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인류 발전을 위한 인체 실험 용도로 쓰이게 된다.

마치 생쥐로 실험을 하듯, 우리는 인구에 포함되지 않은 잉여 인력을 실험에 쓰겠다는 것이다. 그들로 하여금 의료 발전을 이룩하고 복제 기술을 발달시켜 영원히 죽지 않을 수 있는 기술력을 얻을 예정이다.

“유럽 공습으로 사망자 수가 1,500만 명입니다. 나머지 생존자 5,200만 명은 대통령님의 명령대로 영국에 모아놓고 있습니다.”

유럽에 대한 징벌이 어느 정도 끝났다.

반군은 완전히 와해되었고, 인구 통제를 위해 5,200만 명은 살려두어 영국에 몰아넣고 있었다. 조만간 기업들이 그곳에 진출해 많은 공장들을 세우게 된다. 그때 5,200만 명이라는 인력이 동원되어 어마어마한 생산력을 이뤄내게 될 것이다.

“북쪽으로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성과도 아주 좋습니다. 젊은이들도 자기가 살 수 있는 집이 마련되었다는 것에 매우 만족하고 있고요. 또한 중국도 점점 생산력을 늘려 보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회의에서 수많은 보고가 이어졌다.

무너진 인류가 다시 일어나 새로운 발전을 이뤄내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애초에 지정해 놓았던 10억 명의 인구들 중 12억 명 정도가 채워졌다.

2억 명이 오버가 났다는 건데, 우리는 이 2억 명을 완전 인력 체제로 만들기로 결의했다.즉, 이 2억 명은 나머지 10억 명과는 다르게 제대로 된 인권을 존중받지 못하게 될 것이며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일만 해야 하는 그야말로 노예였다. 하지만 2억 명이 희생을 해준다면 나머지 10억 명은 편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님을 향한 세뇌 작업도 시작했습니다. 특히 이스라엘 정부가 이번에 세계 정부로 편입되면서 그들이 기다린 메시아가 바로 대통령님이라는 걸 정식으로 공표했습니다. 이로써 모든 유대인들은 대통령님을 완전한 메시아로 인정하게 된 겁니다.”

나를 신격화시키는 작업도 착실하게 이어졌다.

북한의 김씨 일가가 신격화 작업으로 국민을 세뇌했던 것처럼 우리도 세계 정부에 들어온 10억 명의 인구를 전부 세뇌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복구된 교황청도 대통령님을 재림한 메시아로 인정하기로 결의했다고 하니, 조만간 공표가 될 겁니다.”

유대인 정부도, 교황청도 모두 내게 굴복했다.

그들이 믿어 의심치 않았던 교리를 모두 불태우고 날 따르기로 결심한 것이다.

자신들의 교리를 믿고 있다가 바이러스로 인류가 멸망해 버리자 그들은 차라리 눈에 보이는 신을 믿기로 돌아선 것이다.

나는 그들의 믿음에 화답을 해주었다.

“이스라엘 정부와 교황청에 감사의 말을 전달해 주십시오.”

“예, 대통령님. 그리고 이번에 브라질에서 세계 정부에 들어오고 싶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현재 그곳은…….”

벌써 30개의 국가가 세계 정부에 가입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대부분 정부가 망가진 곳이라서 체제라는 것이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다. 그들은 그저 바이러스의 공포로부터 벗어나 오늘과 내일의 배고픔을 잊고 싶은 것이다.

“신청을 하는 곳에 백신과 음식을 보급해 주세요. 공장은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으니, 백신이 부족할 리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음식이 절대 부족하지 않게 가축과 농장을 더욱 확산 운영하도록 하세요.”

인류는 근본적으로 기근과 굶주림에 시달린다. 그러나 집중 투자로 나는 차차 과학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우리 손으로 가축을 만들고, 우리 손으로 농작물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세상. 그렇게만 된다면 더는 인류는 배고픔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 * *

“이스라엘 정부와 교황청이 김태산 대통령을 메시아로 인정하면서 종교계에 큰 파문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종교계에 일어난 크나큰 파장.

유대인과 교황청이 동시에 김태산을 메시아로 인정했다. 즉, 유대교와 천주교는 이제부터 그를 신으로 섬기겠다는 것이다.

“기독교를 대표하는 목회자들도 김태산 대통령을 하나님의 아들로 인정하며 지금이 바로 요한계시록이 말한 천년의 왕국의 시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로 인해 각 교단에서 반발이 일어나는 반면 대부분의 교단들은 교리를 재정립하는 작업이 들어갔습니다.”

거대한 종교 단체들이 김태산을 신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 얼마나 웃긴 일이란 말인가.

한낱 인간에 불과한 사람이 신이라니? 하지만 그동안의 업적을 보면 과연 신으로 인정을 받아도 부족함이 없긴 했다. 왜냐하면 그는 마치 노아의 홍수처럼 인류를 쓸어버리고 나머지 남은 인간들에게는 베리칩을 박아 통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신보다 더 신 같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세상이 완전 미쳐 돌아가고 있습니다.”

TV를 끈 김민재가 한국 총리 장연욱에게 말했다.

“그래서요?”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김태산 그 작자는 완전히 미쳤어요. 이미 그는 수십억의 인구를 죽였고 언젠가 살아남은 우리들까지 죽이려 들 겁니다.”

“…계속해 보세요.”

장연욱은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김민재의 말을 경청하기 시작했다.

매 시대마다 신을 죽이는 인류의 본능이 여기서 다시 시작되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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