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검사, 마피아 되다-317화 (317/325)

317화. 추악한 본성

인간이라는 동물은 완전한 자유 속에 살 수가 없는 동물이다.

반드시 그룹을 만들고 다녀야 하고 그 그룹이 부족을 만들어 하나의 나라를 탄생시킨다. 그리고 그 나라의 규칙에 따르면서 인간은 통제라는 개념에 묶여 산다.

“사람들은 자유를 외치지만, 막상 그들에게 자유가 주어지면 그들은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선조 때부터 수동적인 삶을 산 사람들이 어떻게 능동적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겁니까?”

“맞습니다, 대통령님. 인간이란 그런 족속이죠.”

“그러므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현재 남은 인류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완전한 통제라는 것을. 우리가 지정해 주는 일만 하고 사는 것이 저들에게는 가장 나은 길일 겁니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내가 모든 사람들의 자유를 뺏어가고 있다고.

하지만 난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내가 건네주는 완전한 통제로 인해 사람들은 모든 불안감에서 벗어나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더 이상 배고픔과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이것이야말로 완전한 자유가 아닌가?

우리의 어깨를 무겁게 만드는 불안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으니까. 아니면 난 이렇게 되물을 것이다. 당신은 당장 어떻게 먹고살 건지를 걱정하며 지독한 업무 속에 파묻혀 살고 싶은가?

내가 만들고자 하는 세상은 지금의 세상과는 완전히 다를 것이다.

야근으로 시달릴 필요도 없고, 승진에 대한 불안감과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 국가에서 내어주는 할당량을 마치면 얼마든지 놀러갈 수도 있고 자유롭게 휴식을 취해도 된다.

능률이 떨어지는 사람은 그에 합당한 일자리를 찾아줄 것이며 모두가 취업 스트레스로 고통받을 필요가 없어진다.

이것이야말로 완전한 자유가 아닐까?

“지금 당장 모든 일자리를 철폐시키는 건 불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차차 진행을 해야 합니다. 어차피 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의 정부가 망가진 상태이니, 안정화를 시킨 다음 국민들에게 할 일을 내어주면 됩니다.”

한국은 바이러스로 인해 고통받지 않아 다른 나라들처럼 정부가 붕괴하지 않았다. 중국과 미국 같은 경우에는 살아남은 생존자들에게 일거리를 주어 지금이라도 당장 일을 시킬 수가 있다. 하지만 한국은 설득이 필요하다. 그리고 시스템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해서도 인식을 시켜줘야 한다.

“한국에서 반발이 크겠군요.”

“글쎄요. 이번 바이러스 사태 때문에 외국과 교류하던 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았습니다. 그로 인해 취업률이 위험 수위까지 올라갔죠. 그걸 감안한다면 아마 모두 반기는 분위기를 보일 겁니다.”

시스템을 잡기 전까지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모든 업무를 국가 할당제로 바꾼다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인들의 반발도 분명히 있을 터. 하지만 그들의 입을 막게 하는 것은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아무튼, 얘기가 좀 길어졌지만 오늘 주요 안건은 바로 유럽 문제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독일 베를린에 반군이 창설되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시민들이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죠. 무너진 정부를 믿느니, 차라리 반군에 들어가겠다는 겁니다. 우린 이걸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반군이란 존재는 언제든지 커질 수가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 확실한 대처를 하지 못하면 또 다른 반군이 생길 수 있는 여지를 주게 될 터. 이번 기회에 세계 정부가 가진 힘을 아낌없이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미국, 러시아, 중국, 그리고 한국에 있는 모든 힘을 다 투입할 생각입니다. 미국의 항공모함을 끌고 가서 베를린을 불지옥으로 만들어 버리세요. 어차피 자국을 방어할 힘도 없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랬다가는 반군이 아닌 일반 시민들도 휩쓸릴 텐데요?”

“상관없습니다. 독일이라는 나라 자체가 사라져도 괜찮으니, 모든 화력을 쏟아부으세요. 이건 세계 대통령의 권한으로 명령을 내리는 겁니다.”

“예, 대통령님.”

내 말에 미국, 중국, 러시아 총리가 동시에 대답했다.

저들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최대한의 화력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바이러스 사태로 절반이 넘는 인구를 잃어버리고 군대가 와해되지 않았던가.

비상 인력이 있긴 해도 당장 해군과 공군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만큼의 힘은 없을 터. 하지만 독일 베를린을 하나 날리는 데에 그리 많은 인력이 필요하진 않을 것이다.

그래도 세계 정부가 얼마나 막강한지를 세상에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 * *

“어제 밤 새벽 2시 경. 세계 정부 골든 유니온이 베를린을 공습했습니다. 미국, 러시아, 중국, 그리고 한국에 있는 공군이 힘을 합쳐 이뤄낸 결과인데, 이로 인해 독일 베를린에 있던 반군 수십만 명이 사살되었다고 정부가 발표했습니다.”

세계 정부가 창설된 이래로 처음 있는 군사 행동이다. 그리고 한때 세계의 힘 균형을 유지해 오던 강대국들이 뭉친 공군의 힘은 가히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1시간 동안 진행된 폭격은 베를린에 있는 반군들을 전부 다 쓸어버릴 만큼 대단했으며, 뉴스에 밝혀지진 않았지만 그곳에 있던 시민들 수백만 명이 대부분 사망해 버렸다.

반군의 기지만 요격한 것이 아니라 베를린 전체를 불바다로 만들어 버린다는 작전하에 진행된 일이라 사망자 수는 계속해서 치솟고 있다.

“세계 정부가 이번 공습을 결정한 이유는, 베를린에서 규합된 반군이 한국과 중국 등을 테러 목표로 삼고 백신을 노린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라고 정부는 밝혔습니다. 세계 정부가 테러와 전쟁이 없는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 만들어진 만큼, 그 대처도 매우 신속했습니다.”

언론에서는 베를린에서 죽은 사망자에 대한 내용은 최대한 언급하지 않고, 왜 이런 사태가 벌어질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집중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정부는 강력한 대응으로 테러를 사전에 차단할 것임을 밝혔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대부분 정부를 지지한다는 입장이었다. 테러라면 치를 떠는 사람들이 아닌가? 테러만 아니었다면 세계 정부가 나올 일도 없었을 것이며 베리칩을 통한 완전 감시 체제도 없었을 것이다.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일어난 극심한 취업난이 해결될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세계 정부는 실업률 0%를 목표로 삼고 버려진 땅에 대한 복구 작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재산 조사를 통해 주인이 없어진 땅에는 주거 시설을 만들어 국민들에게 나눠주겠다고 합니다.”

회의에서 밝혔던 대로 인류 완전 통제를 위한 플랜이 시작되었다.

바이러스로 인해 버려진 땅을 복구한다는 미끼로 사람들을 모아 일을 시키고 그들에게 집을 무료로 나눠주는 것이다. 어차피 인구 절반 이상이 죽으면서 버려진 집과 땅이 사방에 널려 있다. 더는 집 마련으로 고민할 필요가 없고 앞으로 뭘 먹고살지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행복한 시대가 또 있을까?

아무런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시대.

취업과 집 마련, 결혼 문제 등으로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세대.

나는 이들을 축복받은 세대라고 부르고 싶다.

“이제 이 세상에는 북한이란 것이 없습니다. 이제 이 모든 곳이 바로 세계 정부의 보호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은 우리 대한민국의 관할 구역입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이곳에서 일을 하게 될 것이며, 여러분 손으로 지은 집을 직접 살게 될 겁니다. 여러분이 디디는 땅이 바로 여러분의 터전이 된다는 겁니다.”

취업률에 시달리던 젊은이들과 중년 남성들은 북한을 개척한다는 공고문을 보고 모여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을 한곳에 모아 직접 연설까지 해주었다.

당신이 여기서 만드는 집이 곧 당신의 것이 된다는 말을 해주니, 이들은 기쁜 마음에 환호성까지 질렀다.

“앞으로 정부는 여러분에게 의식주에 관한 불안을 없애 드릴 겁니다. 모든 사람들이 공평하게 일을 하고 공평하게 지원을 받게 될 겁니다. 또한 무료로 의료서비스를 실시하고 모든 생필품들은 싼 가격에 가지실 수 있을 겁니다. 필요하다면 정부에서 모든 걸 지원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후손들에 자신 있게 말씀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정녕 이곳은 천국이라고 말입니다.”

죽어서 천국에 가는 게 아니라 이 땅에서부터 천국 같은 삶을 사는 것이다.

모두가 같은 업무 할당량을 받고 같은 돈을 받으며 같은 혜택을 누린다. 물론, 부의 분배가 기울어질 수도 있긴 하겠지만, 취업난이나 생활고로 인한 극단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세계를 평준화시킨다고 해도 누군가는 더 많은 것을 가질 것이고 누군가는 적게 가지게 된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크게 불만을 가질 순 없을 터. 가진 자는 더 많은 의무를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족함 없는 삶에 자살률 1위를 기록하던 대한민국은 많은 게 변할 것이다.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현재 북한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새로운 개척지를 만들기 위해 대기업들이 투입되었고, 국가는 무료 의료서비스를 비롯한 직업 평준화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의사 같은 직종을 가진 사람들은 당연히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전면 무료 의료라는 정부의 방침에 의료 협회는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문제는 정말 싱겁게 해결됐다.

“의료 협회 회장을 비롯해 의사 수백 명이 정부군에 의해 구속되었으며 의사 협회는 다시 입장을 바꿔 정부의 뜻에 순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주의 정부라면 의사들의 데모를 가만히 지켜만 봤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사람들은 민주주의라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민주주의는 예전에 끝났다. 나는 정부에 뜻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더 이상 내 국민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철저히 응징해 버려 아예 반항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 예정이다.

“직업 평준화 작업에 판검사를 비롯해 국회의원들까지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특히 개인 변호사들이 전부 사라지고 앞으로는 국가 로펌에 소속되어 국가에서 주는 일거리만 해결해야 한다는 불만과 함께 일부 변호사들도 시위에 나섰습니다.”

할 줄 아는 거라고는 목청 높이는 것밖에 없는 국회의원이란 자리도 수술에 들어갔다.

국가 봉사제로 들어가 국회의원은 최소한의 임금만 받으며 국가를 위해 성실히 일해야 하는 직업이 될 것이다. 지금처럼 왕 행세를 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판검사, 변호사까지 모두 새로운 법안을 적용시켰다.

변호사들은 전부 국가에 소속되고 변호를 맡으려면 국가가 내어주는 일감에만 변호를 할 수가 있게 된다. 그 외에도 경찰, 소방직을 비롯해 세세한 부분까지 검토에 들어갔다.

덴마크처럼 모든 직업에 귀천이 없고 평준화시키겠다는 내 일념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반발이 굉장하지만 군부 시대보다 훨씬 더 강압적인 내 정부는 하찮은 반발조차 용납하지 않는다.

완전히 뭉개 버려서 내 말에 따르게 만드는 것이 바로 나의 정부가 내세운 신념이다.

이로 인해 여론이 악화되긴 했지만, 세상에는 고위직에 있는 사람보다 밑바닥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더 많다. 즉,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내 계획을 반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론 조사를 해 봐도 85%가 넘는 사람들이 내 정책을 반기고 있다. 왜냐하면 사람의 본성은 단순하기 때문이다.

높이 있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처럼 되야겠다는 마음보다, 저 사람을 내가 있는 밑바닥까지 끌어내려야겠다는 생각이 더 먼저 든다.

그게 바로 사람이다. 그리고 난 그런 그들의 추악한 본성을 더 자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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