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화. 세계 정부 수립 (1)
“우리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세계 정부 수립을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갈 것입니다. 또한 굳건한 한미 동맹에 따라 백신을 공급해 준 한국 정부에 감사함을 표합니다.”
오랜만에 언론에 얼굴을 내민 힐러리였다.
미국도 인구 절반 이상이 사망하고 세계 최강이라 불리던 군대도 거의 와해 수준이 되면서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꼴을 갖출 리 없었다. 그나마 힐러리를 비롯한 골든 연합 소속 간부들은 철통같은 보안 속에 살아남았다. 그들이 있기에 미국 정부가 살아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영광은 더 이상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주 최소한의 인력만 남아 있는 상태이며, 백신을 보급한다고 해도 인원을 끌어모으기가 여간 쉽지가 않을 터. 그 문제는 골든 연합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골든 연합 멤버들은 미리 백신을 맞아놓았기 때문에, 우리 쪽에서 운영 중인 군대가 미국 군대를 대처하게 될 것이다.
“우리 중국 정부도 한국 정부의 발표를 보았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한국 정부와 손을 잡고 세계 정부를 수립하고자 합니다. 부디 우리에게도 백신을 나눠 주십시오.”
미국 정부 시작으로 중국 정부도 손발을 맞췄다.
힐러리가 발표한 대로, 한국과 협력해서 백신을 받고 세계 정부 수립을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군대가 괴멸 수준에 이르면서 자국을 지킬 수 있는 능력조차 없다. 즉, 현존하는 군대 중 최강이라 불릴 수 있는 건 한국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일하게 바이러스 재난에서 피해를 보지 않은 민족이니까.
“그런데 일본은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일본 정부도 백신을 희망한다는 공식 발표가 있었는데…….”
일본은 정치권도 괴멸해 버렸다.
일왕과 그의 후손들이 전부 바이러스로 죽어버리고 총리부터 그 밑에 있는 간부들까지 소수만 남기고 전부 사망했기 때문이다.
일본 인구가 모두 사라지기 전에 내가 조치를 취하긴 했지만, 일본은 재기를 꾀할 수 없을 만큼 완전히 파괴되어 버렸다.
“일본의 요구는 무시하세요. 지금은 국내 사정부터 챙겨야 합니다. 발표가 나간 이후 반응들이 어떻습니까?”
이번 회의는 골든 연합 멤버들끼리 하는 것이 아닌, 장관급 회의였다.
“반응은 좋습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백신을 투여받은 상태이고, 북한과도 통일이 된다고 하니 걱정도 들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이거군요.”
“보수 단체는 통일을 조금 반기지 않는 분위기지만, 북한 정부와 군대가 거의 괴멸되어서 차라리 잘됐다는 반응이긴 합니다.”
모든 보수 단체가 그러지는 않지만, 항상 북한과의 긴장 상태를 바라는 이상한 보수 집단이 있다. 그들의 유별나고 과잉된 안보 정신은 때론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평소에는 그저 시끄러운 잡음이 될 뿐이다.
“여러분께서 잘 대처를 해주셔야 할 게 있습니다.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즉, 북한과 같은 공산주의 같은 체제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러므로 지금부터 북한을 찬양하거나, 공산주의를 주장하는 세력이 있다면 무조건 체포하도록 하세요. 지금은 비상사태입니다. 복잡한 법을 따지지 말고 잡아들이라는 겁니다.”
통일하기에 앞서 우리는 체제를 굳건하게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 공산주의 세력이 없겠는가?
공산주의를 신봉하고 북한 정권을 찬양하는 사람들은 존재한다. 그리고 이들은 우리 사회에 해악일 뿐. 이들을 제거하고 체제를 완전화시켜야 한다. 그런 불순물들이 끼어 있으면 언젠가는 걸림돌이 될 테니까.
“전 분명히 말했습니다. 무조건 잡아들이세요. 반항할 시에는 사살해도 좋습니다. 경찰이 아니라 군대를 파견해서 전부 다 쓸어버리십시오. 더 이상 이 세계에 공산주의라는 건 없습니다. 그런 비슷한 정권도 없을 테고요.”
“예, 대통령님.”
일단 이건 이대로 마무리를 시켰다. 이제 중요한 건그 다음 안건이다.
“모든 외국과의 거래가 끊기는 바람에 국내 경제가 굉장히 흔들렸습니다. 하지만 이번 백신 발명으로 다시 무역 수출이 시작될 수 있다는 희망에 주가가 조금씩 올라가는 중입니다.”
무역 수출로 이득을 보고 있던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말 그대로 폭삭 망해 버렸다.
IMF는 그냥 장난 수준일 만큼,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천성 그룹도 부도 사태가 일어나 이강찬이 내게 달려오기까지 했다.
이강찬을 비롯해 수많은 기업인들이 내게 달려와 살려달라고 빌었지만, 나는 그들에게 조금만 기다리라는 말을 남겼다.
백신으로 세계가 정상화되면 한국 기업이 앞장서서 세계 경제를 되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대기업 회장들에게 단단히 일러두었다. 허튼짓하지 말고 집에서 조용히 기다리라고. 곧 때가 온다고 말이다.
이제 그 말을 지킬 때가 온 것 같다.
미국과 중국을 시작으로 차츰 백신이 보급되고 있는 추세다.
아시아가 제일 먼저 안정이 될 것이고, 그다음은 유럽이 될 터.
그쪽 경제를 전부 장악하는 건 우리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여러분. 이제 우리는 북한을 흡수하고 통일된 대한민국이 될 겁니다. 그리고 세계 전역으로 뻗어나가 온 세계의 경제를 장악하게 되겠지요. 하지만 언제 어디서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리고 지금은 선거 따위에 신경을 쓸 겨를도 없어요. 저기 저 밖에는 테러리스트들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린 현재 체제를 어떻게 바꿀 것이지 고민할 필요가 있어요.”
“현재 체제라고 하시면…….”
“우리나라는 지금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대통령인 저에게 헌법상 많은 권한이 부여된 상태이지요. 모든 것이 안정될 때까지 이 체제를 쭉 유지할 예정인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통령 헌법 개정을 통해 연임제가 통과되어서 투표만 하면 나는 얼마든지 대통령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너무 시간이 허비된다. 차라리 국가 비상사태 체제를 유지하면서 모든 권한을 최상위로 올려놓은 다음, 일을 하는 것이 빠를 터.
“혹시라도 현 비상체제 유지를 반대하는 세력이 있다면 무력을 써서라도 제압하세요.”
“예, 대통령님.”
계엄령과 같은 비상체제는 국민의 지지율을 내려가게 만들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모두 수긍할 것이다. 무려 북한을 흡수하는 대망의 작업을 눈앞에 두고 있지 않은가. 어떤 세력과 부딪힐지 모르기 때문에 현재 국가 긴장 상태를 최고조로 올릴 필요가 있다.
북한을 흡수하는 대로 대한민국이 차근차근 세계 전역을 먹어 치우게 될 것이다.
* * *
“지금 보시는 화면은 우리나라 군대가 북한 지역으로 넘어가고 있는 장면입니다.”
북한에 파견된 우리나라 군대가 위풍당당하게 평양까지 입성했다.
전염병으로 죽어버린 사람들 숫자가 너무 많아서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을 했지만, 시체를 대량으로 태워 버려 한동안 지역 곳곳이 연기로 가득했다. 그리고 땅굴에 숨어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던 시민들과 군인들을 발견해 소소한 교전이 있었다.
물론, 이미 배고프고 지친 사람들이라 제대로 저항도 하지 못하고 붙잡히거나 사살되는 등, 북한은 빠르게 우리나라로 흡수되고 있었다. 또한 살아남은 북한 간부들도 함께 움직여 흡수 작업을 원활하게 해주는 중이었다.
“아마 사람들은 상상도 해보지 못했을 거야. 설마, 북한이 이런 식으로 우리나라에게 흡수된다는 것을.”
절대 평화적으로는 통일을 할 수 없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 무력을 쓴다면 통일이 가능하겠지만, 그 피해는 매우 막심할 터. 그래서 다들 통일은 공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누가 생각이라도 해보았을까?
전염병을 통해 북한 정권을 괴멸되고 우리나라 군대가 아무런 제재 없이 평양까지 들어간다는 것을.
지금 그 광경을 보고 있는 나조차도 믿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오랜 숙원이었던 남북한이 이렇게 통일될 거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으리라.
하지만 이건 단순히 시작에 불과하다.
북한 다음으로는 중국이기 때문이다.
“대통령님. 중국에도 백신 보급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잔존해 있는 군대를 이용해 시체를 소각하는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바이러스에 의해 절반도 안 되는 인구만 남은 중국도 행동에 들어갔다.
백신을 보급하고 시체들을 치우는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중국 정부에 전해. 보급할 수 있는 백신양은 한정적이니까, 최대한 인구를 줄여보라고. 절반 이상이 사라지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중국은 인구가 너무 많아. 더 줄일 필요가 있어.”
“예, 대통령님.”
류정한 비서는 내 말을 중국 정부에 전달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그동안 나는 화상 회의를 시작했다.
“이슬람 국가는 이제 끝났다고 봐야 합니다. 생존자가 100만 명도 안 된다고 하더군요.”
이슬람 국가에 퍼진 바이러스의 위력은 지금까지 살포한 바이러스와는 많이 달랐다.
김석환 박사가 업그레이드를 시켜 더욱 살상력 높은 바이러스를 만들어낸 것이다.
“일단 우리 쪽에서 사람을 파견할 겁니다. 아시다시피 석유는 지금 문명에게 가장 중요한 자원이니까요.”
모든 수입 수출이 막히면서 당연히 석유도 들어오지 못했다. 그로 인해 정부는 모든 차량 운행을 중단시키고 대중교통만 움직일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이제 이슬람 국가가 정리된 마당에 더는 석유 때문에 고통스러워할 필요가 없어졌다.
중동 국가에 있는 석유는 우리 정부가 전부 장악할 것이고, 앞으로 석유를 받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정부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
중동에는 시체만 가득할 뿐. 우리 군대의 진격을 막을 세력은 없다.
“여기서 또 중요한 건 잔존한 이슬람 세력입니다. 현재 이슬람을 믿고 있는 사람들이 세계 곳곳에 퍼져 있어요. 그들을 확실하게 가려내고 처단하지 않으면 이슬람을 완전히 지워 버릴 수 없게 됩니다. 모두 조치해 주시기 바랍니다.”
“예, 대통령님.”
우리나라에도 이슬람을 믿는 사람들이 있다.
이미 나는 그들을 모두 잡아 죽이라는 명령을 내려놓았다.
한번 이슬람이란 종교를 없애기로 한 이상, 나는 철저하게 할 것이다.
“이제 남은 건 공동 성명서인가요?”
“예. 러시아, 중국, 미국, 그리고 대한민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여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는 겁니다. 대통령님께서 세계 정부 초대 대통령으로 추대되었다는 발표와 함께 세계 정부가 공식 수립되었음을 알릴 예정입니다.”
다니엘 로페즈는 이미 세계 정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안을 만들어놓았다.
그가 데리고 있는 모든 엘리트들을 동원해 짜놓은 게획안이니, 허점은 거의 없을 것이다.
“새로운 법안, 새로운 체제. 그리고 새로운 군대 편성까지. 전 세계를 관장해야 하는 정부군을 만들어야 해서 아마 돈이 꽤 들어갈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디를 세계 정부의 수도로 삼아야 하는지도 논의를 해야 하고요.”
언어와 문화의 차이점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하나의 법안과 하나의 체제로 통일시킨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어딜 세계 정부의 수도로 삼아야 하느냐도 결정해야 할 중요한 문제다.
“앞으로 3일 뒤에 모두 서울로 모이십시오. 그때 논의를 해봅시다.”
“예, 대통령님.”
3일 뒤에 세계 정부가 드디어 수립된다. 그리고 나는 초대 세계 대통령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