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2화. 말이 통하지 않으면 (1)
오늘은 나의 메시지가 전 세계로 퍼지는 아름다운 날이다.
세계 정상들이 내 메시지를 들었고, 그들은 그에 대한 대답을 준비하고 있다. 왜냐하면 내가 결코 작은 나라의 수장이 아니라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민들은 긴가민가하면서도 크게 불안에 떨고 있었다. 이번 바이러스 사태는 테러 조직에 의한 범행이라고 내가 주장하지 않았던가?
“킬러 바이러스가 테러 조직에 의한 범죄라고 김태산 대통령이 밝히면서 국민들이 큰 불안에 빠져 있습니다. 정부는 베리칩에 의해 완벽하게 통제가 되어 있다고 밝혔으나, 불안감은 여전합니다.”
테러 조직을 입에 담는 순간부터 국민의 혼란은 예견됐다. 하지만 베리칩이 통제를 하고 있는 한 절대 방역 문제가 생길 수 없다고 밝혀두었다. 그리고 일본 같은 경우에는 바이러스가 발견되기 전이라 데이터가 없어 대처가 늦었다는 식으로 밝히고 지금은 절대 구멍이 날 수 없다며 못을 박았다.
“러시아도 정리를 했으니, 저번에 대통령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중국에도 바이러스 살포를 시작하겠습니다.”
“아니, 중국 말고 유럽을 먼저 노립시다.”
“유럽이요?”
“예, 베리칩을 맞지 않은 사람들이지 않습니까? 유럽은 수많은 테러를 당했는데도 아직도 베리칩 상용화를 진행하고 있지 않아요. 그건 우리 골든 연합의 입지가 좁다는 겁니다.”
유럽 국가에 골든 연합 세력이 많이 들어가 있지 않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저번에 로스차일드를 무너뜨리면서 우린 점차 세력을 넓혀갔다. 아시아처럼 마음대로 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은 아니지만, 돈지랄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우리나라만 봐도 베리칩으로 바이러스를 완전히 차단하고 있습니다. 물론, 일본과 러시아는 베리칩 상용화를 했는데도 바이러스에 뚫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대처를 빠르게 하면 얼마든지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다는 걸 한국이 보여주고 있죠. 그에 반해 유럽은 국민을 통제할 방법이 없어요. 바이러스가 퍼지면 속수무책으로 퍼질 겁니다.”
우리나라와 미국, 그리고 중국 같은 경우, 바이러스에 감염된 베리칩 이식자가 나타나면 바로 경보가 울린다. 즉,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하다는 것인데 유럽에는 그런 것이 없다.
“유럽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까? 그리고 그동안 그들은 오만방자한 자부심으로 살아왔어요. 그 자존심을 전부 꺾어줄 때가 된 겁니다.”
로스차일드가 무너지면서 잠깐 숨통을 튼 유럽이다. 하지만 난 그들의 고삐를 절대 느슨하게 붙잡아줄 생각이 없다. 베리칩 상용화를 거부한 만큼,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대가는 흑사병이 돌던 당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하리라.
“바로 내일.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겁니다. 유럽이 멸망하고 모든 국가가 죽음의 땅으로 변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린 영원할 겁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는 유일한 사람들이 될 거고요.”
비록 화상 회의에 불과하지만, 우린 서로 잔을 들어 부딪쳤다.
오늘의 축배가 바로 내일의 축배가 될 것이다.
* * *
“우리는 알라의 가르침을 항상 너희들에게 알려주려 했다. 하지만 너희들은 알라의 가르침을 거부하며 오만하게 굴었다. 그래서 우린 알라의 이름으로 너희를 벌하고자 한다. 알라는 위대하시다.”
극악의 테러리스트 IS가 새로운 영상을 업로드 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바이러스를 살포한 것이 맞으며, 다음 목표는 유럽이라고 밝혔다. 영상을 업로드하는 지금 이 순간, 이미 바이러스 살포가 끝났다는 말까지 남겼다.
영상이 나가자마자 유럽은 혼돈 그 자체였다.
아예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 공장이 멈추고 각 기업들과 식당들까지 모두 멈췄다. 바이러스가 어디서 퍼질지 모른다는 공포감 때문에 모두 집안으로 숨어든 것이다.
정부는 이번 IS의 발표가 결코 사실이 아니라며 강력하게 부정했지만, 이제까지 IS는 헛소리를 하지 않았다. 그들은 언제나 진실만을 말했다. 그들이 하겠다고 하면 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나의 뜻이니까.
“국내 첫 킬러 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했습니다. 정부는 신속하게 감염자를 격리시켜 놓고, 역학조사를 실시하는 중입니다.”
영국 런던에서 첫 바이러스 감염자가 나왔다. 하지만 고작 한 명만 바이러스에 걸렸겠는가? 다들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바이러스는 런던 시내 한복판에서 퍼져 나갔다.
무색무취의 가스로 만들어진 것이라 누구도 자신이 바이러스를 흡입하고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그렇게 수만 명의 사람들이 바이러스 숙주가 되어 런던 시내를 활보한 것이다.
즉, 지금 역학조사를 해봤자 이미 늦었다는 것.
내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듯, 이틀 만에 뉴스 기사가 바뀌었다.
“벌써 런던에만 감염자 수가 150만 명에 달합니다. 런던을 제외한 지역에서도 바이러스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으며…….”
“첫 바이러스 감염자가 사망하자, 영국 정부는 신속하게 백신 개발을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거리는 혼돈으로 가득 찼고, 주요 간부들은 모든 걸 포기하고 지하 벙커에 숨어들었다는 소식입니다.”
영국 정부의 반응은 빨랐다. 다른 의미로 말이다.
영국 여왕부터 수상, 그리고 주요 간부들까지 전부 세이프 하우스에 숨어버렸다.
러시아와 일본을 그 지경으로 만들어 버린 바이러스다. 지금 영국이 나선다고 해서 백신이 하루아침에 개발되겠는가? 그들은 그냥 숨어버리기로 결정한 것이다. 국민들의 목숨은 신경도 쓰지 않고.
뭐, 차라리 바라던 바다.
저놈들이 다 죽어버리면 나중에 안정화를 시킬 때 복잡해지니까.
“프랑스를 비롯한 각 유럽 국가에서 항공 길을 전부 막았습니다. 하지만 프랑스 파리에서 바이러스 감염자가 확인되면서 지금 프랑스도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영국이 난리가 나니, 프랑스도 덩달아 걸려들었다.
바이러스를 살포한 건 아직 영국뿐인데, 프랑스에서 벌써 감염자가 나온 것이다.
열차 하나 타고 여행이 가능한 곳이라, 한 명만 왔다 갔다 해도 유럽 전역에 바이러스가 퍼진다. 그리고 역시 문제는 우리나라 관광객들이다.
“영국에 거주하는 우리나라 국민들, 그리고 관광객들 모두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외교부 장관의 말에 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될 소리입니다. 안타깝지만, 우리는 모든 출입국을 막아 사람들이 외국에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못하게 할 겁니다. 그것이 우리나라 국민들을 위한 일이니까요.”
항상 느끼는 거지만, 어디에 그리 돈이 많은지 한국 사람들은 관광을 참 많이도 다닌다.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외국에 체류 중인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부 입국 거부가 된 상태. 그들은 지금 비행기에도 올라타지 못한다. 그러다 결국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은 사람들도 상당했지만, 그로 인해 내 지지율이 폭삭 내려가는 일은 없었다.
다들 내 의견에 찬동하는 것이다.
같이 죽을 순 없지 않은가?
“중국은 대통령님께서 말씀하신 세계 정부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새로 러시아 대통령으로 추대된 드미트리 대통령도 다 같이 힘을 합쳐 킬러 바이러스를 물리치자며 의견을 내놓았고요.”
“일본은 어떻습니까?”
“그쪽이야 일왕도 죽은 마당에 무슨 정신이 있겠습니까만은……. 그쪽도 조만간 총리가 입장을 밝힐 것 같습니다.”
가장 크게 타격을 받은 일본.
일왕을 비롯해 그의 후계자까지 전부 바이러스에 목숨을 잃으면서 일본 정부는 다른 의미로 해방을 맞이했다. 더 이상 일왕이 없는 일본 정부.
차츰 바이러스가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그들도 다음 총리를 추대하는 중이다. 물론, 다음 총리가 누가 될지는 내가 정할 것이다.
“지금 일본은 군사력이 절반 수준도 되지 않습니다. 육군, 해군, 공군 할 것 없이 전부 괴멸 상태로 몰리는 바람에 그렇죠. 앞으로 일본은 향후 50년간 회복하기 힘들 거라는 전망이 있어요. 우리가 그에 따라 어떤 대처를 해야 하는지 잘들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예, 대통령님.”
일본의 군사력은 상당히 약해진 상태다. 지금처럼 일본이 먹음직스럽게 보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 정부를 주장한 이상, 군사적인 행동을 나설 순 없지 않은가. 그리고 일본은 앞으로도 많은 테스트를 거치게 될 것이다. 그곳에 사는 국민들은 모두 살아 있는 실험 쥐라고 봐도 무방하다.
나는 내부 회의를 끝마친 다음, 다니엘 로페즈에게서 온 전화부터 받았다.
“마무리가 좀 됐습니까?”
“예, 참 많이도 해먹었더군요. 하지만 절대 티를 내지 않아서 우리가 그동안 몰랐던 겁니다. 그래도 회수가 될 거 같긴 합니다. 그리고 김아름과 작당한 놈들을 전부 잡아들이고 있습니다. FBI와 CIA를 동원하고 있으니, 조만간 다 잡힐 겁니다.”
김아름에 대해 파면 팔수록 혀만 내둘러지게 된다. 어떻게 이 많은 일을 우리 모르게 진행할 수 있었는지 미스테리할 정도다. 우리가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은 것도 아닌데, 김아름은 잘도 우리의 눈을 피해 뒤에서 많은 걸 챙겨놓았다.
“김아름은 정말 골든 연합의 수장이 되어 세계 전역을 자기 발아래 두려 했던 것 같아요.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더군요.”
이래서 내부의 적이 무섭다. 그것도 가장 능력 있는 부하가 적으로 돌아서면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결국 나는 승리했다. 그리고 이 사실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이다.
“아직 죽이진 않으셨죠?”
“예, 얻어낼 게 많은 여자입니다. 그리고 아는 것도 많고 생각하는 것도 많죠. 그만큼 위험한 사람이긴 하지만, 조언을 구할 수 있다면 살려두는 것도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그 말에 난 고개를 슬쩍 끄덕였다.
“도움을 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구하세요. 하지만 너무 믿지는 마시고요. 아시다시피 워낙 머리가 좋은 여자라서 어떻게 우릴 꾀하려 할지 모릅니다.”
“하하, 알겠습니다. 그런데 유렵이 요즘 말이 아니라도 하던데……. 이러다가 세계 정부가 어그러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방법이 있습니다. 먼저 아시아 전역을 세계 정부 관할 아래 두는 겁니다. 미국도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김정은이 통치하고 있는 북한도 해방을 하는 거죠. 그런 강한 충격으로 메시지를 줄 생각입니다.”
인류가 언제 하나가 되는 줄 아는가?
영화를 보면 그 해답이 나온다.
외계의 침략, 혹은 무시무시한 자연재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나서야 인류는 하나로 뭉쳐 싸운다. 그리고 난 영화의 한 장면을 현실로 연출하려는 것이다.
아직 내가 목표한 인구수에 반도 깎지 않았다. 더 많은 인류가 죽어야 하며 더 많은 나라가 파괴되어야 한다. 그러는 동안 나는 세계 정부의 기초를 만들어놓고 그들이 우리 밑으로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이 세상을 지배할 세계 정부.
그날이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