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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검사, 마피아 되다-308화 (308/325)
  • 308화. 흑막 (1)

    배신자가 있다?

    제2의 황규혁이 나오는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김석환 박사의 억측에 불과한 것인가.

    솔직히 타이밍이 절묘하지 않은가.

    골든 연합 내부에서 나에 대한 지도력을 의심하고 있다는 시기가 아주 절묘하다. 마치 이걸 기다렸다는 듯이 의구심이 쏟아져 나오다니.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선동을 하고 있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그러나 아직은 의심 단계이다.

    흑막이 밝혀지기 전까지 겉으로 드러내면 안 된다. 그럼, 상대도 알아차리고 숨어버릴 수도 있다.

    “김아름 씨. 저는 김아름 씨를 매우 존경합니다. 그동안의 성과를 보면 김아름 씨의 업적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어요. 그리고 제가 가장 믿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해 드리고 싶군요.”

    갑작스러운 내 화상 전화에도 김아름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당연한 말을 한다는 듯 안경을 추켜올렸다.

    “저한테 시킬 일이 있으십니까?”

    눈치는 아마 연합에서 제일 좋은 사람일 거다.

    “예,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제가 믿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할 수 없는… 그런 일이죠.”

    “맡겨만 주십시오.”

    맡겨만 달라는 그녀의 말이 꽤나 믿음직스러웠다.

    “우리 연합 내부에 배신자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배신자라는 말을 꺼내면서 김아름의 표정을 살폈다. 그런데 그녀는 미동조차 하지 않으며 대꾸했다.

    “그렇지 않아도 저도 요즘 연합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님에 대한 심심찮은 말들이 나오고 있고요.”

    역시, 나만 이상하다고 느낀 게 아니었다.

    “김아름 씨도 이 사태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예. 하지만 심증일 뿐, 물증이 없죠. 그리고 이번 바이러스 사태도 있으니 충분히 가능한…….”

    “그 바이러스 말입니다.”

    나는 그녀의 말을 끊으며 숨을 골랐다.

    “김석환 박사가 말하기를, 이번 바이러스는 누군가에 의도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킬러 바이러스가 아니라,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바이러스를 조작해 뿌렸다는 겁니다.”

    김아름은 내 말을 단번에 알아듣는 듯 보였다.

    “그 말씀은 대통령님을 몰아내기 위해 어떤 사람이 바이러스를 조작했다는 겁니까?”

    “예. 타이밍이 절묘하잖아요. 갑자기 바이러스 사태가 터지면서 연합 내부가 붕괴 조짐을 보였어요. 이게 전부 우연일까요?”

    우연이 계속되면 그건 더 이상 우연이 아니라 의도가 된다.

    난 우연을 믿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번 일 모두 우연이 아니다. 단순히 운이 나빴다, 좋았다로 나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행동이 결과로 이어지는 것일 뿐. 그리고 지금의 상황은 누군가의 배신으로 인해 벌어졌다.

    “전 누가 이 짓을 했는지 알아야겠습니다. 이 정도의 일을 저지를 정도라면… 골든 연합의 주요 멤버들 중 하나겠죠. 아니면 다수일 수도 있고. 그래서 저는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이 필요했고, 김아름 씨밖에 떠오르지 않더군요.”

    김아름은 권용일이 내 옆에 붙여준 사람이고, 지금까지 내 곁에 있는 유능한 인재다.

    나의 공로도 있지만, 그녀가 없었다면 지금의 골든 연합도 없었을 것이다.

    “대통령님의 말씀, 잘 알겠습니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누가 우리를 배신했는지 알아내겠습니다.”

    김아름의 말에 나는 믿음이 갔다. 그녀의 능력이라면 뭐라도 건져올 테니까.

    “고맙습니다, 김아름 씨.”

    “예, 대통령님. 그럼…….”

    나는 김아름과의 통화를 끝낸 다음, 말없이 시가를 한 대 피웠다.

    누구인지 모르는 배신자와 벌이는 게임.

    그래, 네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반드시 찾아내 그 사지를 전부 찢어주마.

    난 다 피운 시가를 비빈 다음, 로이를 비롯한 다른 멤버들에게 차례로 전화를 돌렸다.

    게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 * *

    “희소식입니다. 일본 킬러 바이러스가 가라앉는 기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사망자 수는 2,500만 명이 넘으며, 이미 일본은 예전의 영광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황폐화되었습니다.”

    희소식이라면 희소식일 것이다.

    킬러 바이러스가 잠잠해지고 있는 것이다. 자세한 사안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킬러 바이러스가 자연적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김석환 박사가 변종 킬러 바이러스의 정체를 알아내면서 치료제를 개발하게 이른 것이다. 물론, 빠른 시일 내에 만든 거라 어떠한 검증도 하지 않고 그냥 무작위로 살포해 버렸다. 그리고 결과는 훌륭했다.

    약에 부작용이 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킬러 바이러스에 걸려 다 죽어 가던 사람들이 살아나는 등, 치료제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치료제는 완벽합니다. 다만, 지금 있는 자원으로는 그 많은 백신을 만들어낼 수가 없습니다.”

    “그 말씀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군요.”

    “예, 한국에 있는 연구소를 통해 대량으로 백신을 만들어내면 됩니다. 그것들만 있으면 일본에 있는 바이러스를 완전히 퇴치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군요.”

    나의 떨떠름한 반응에 김석환 박사는 낌새를 눈치채고는 내게 되물었다.

    “아직… 바이러스를 퇴치할 생각이 없으시군요.”

    이래서 내가 말귀를 잘 알아먹는 사람을 좋아한다.

    “맞습니다.”

    “그럼…….”

    “박사님. 이 바이러스의 개발 목적이 뭔지 잊으셨습니까?”

    변종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가 개발되었으니, 다시 본연의 일을 할 때가 됐다.

    나는 굳어 있는 김석환 박사에게 말했다.

    “일본의 총인구가 몇인지 아십니까? 1억 2,000만입니다. 그중 절반이 알아서 사라져 준다면? 그들의 시체는 자연으로 돌아가 일본이란 나라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겠죠. 딱 절반입니다, 박사님. 나머지는 다른 실험을 위해 남겨두도록 하죠.”

    김석환 박사는 두려움 가득한 눈동자로 날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겠습니다.”

    “예. 잘 아셨다니 다행입니다. 이제 백신도 완성이 되었겠다, 더 이상 바이러스에 대한 위협이 없으니 인원을 더 파견시킬 수 있겠군요. 어떻게 하면 단기간에 절반이 넘는 일본 인구를 줄일 수 있는지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필요한 것이 있다면 뭐든 말씀하시고요. 아시겠습니까?”

    “예, 대통령님.”

    김석환 박사와 통화가 끊겨지기 전, 나는 그에게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박사님.”

    “예, 대통령님.”

    “고생하셨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잊은 게 하나 있군요.”

    나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알아보라고 한 일은 어떻게 됐습니까?”

    내 말뜻을 알아차린 김석환 박사도 목소리를 낮췄다.

    “의심 가는 사람이 3명 정도 있습니다. 대통령님께서 지원해 주신 인력으로 조사하는 중입니다. 결과가 나오면 그쪽에서 대통령님께 보고를 드릴 겁니다.”

    배신자를 색출해 내기 위한 꼬리잡기.

    지금쯤 그쪽에서도 나의 행동을 눈치채고 입막음 작업에 들어갔을 터.

    죽은 자는 말이 없지 않던가.

    꼬리가 잘리기 전에 먼저 꼬리를 찾아 붙잡아야 한다.

    “알겠습니다. 박사님은 박사님의 일을 집중하세요. 쥐새끼를 잡는 건 제가 알아서 하도록 하죠.”

    “예, 대통령님.”

    이제야 비장한 표정이 김석환 박사로부터 나온다. 어차피 저 양반도 자신이 만든 바이러스로 인해 수많은 인류가 말살된다는 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렇기에 내가 저 사람을 쓰는 것이다. 오히려 저런 광기 어린 박사가 새로운 인류의 시작을 위한 발명을 하게 마련이니까.

    큰 고비는 넘겼다.

    연합 내부에 있는 배신자를 잡아야 한다는 임무가 있지만, 그거와 동시에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

    “여러분. 모두 뉴스는 보셨겠지요. 그토록 우려하던 킬러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가 드디어 만들어졌습니다.”

    골든 연합 주요 멤버들이 모여 있는 화상 회의.

    일본에 퍼졌던 킬러 바이러스가 사실은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는 건 구태여 꺼내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하던 말을 이어갔다.

    “연구진들의 철저한 검증으로 인해 앞으로 변종 바이러스가 더 발생되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김석환 박사가 처음 바이러스를 퍼뜨리기 전에도 그걸 확신하지 않았던가요? 하지만 결과를 보세요. 신종 바이러스가 창궐했고 일본은 저 지경이 되었습니다.”

    다니엘 로페즈는 삐딱한 시선으로 이번 사태를 바라보았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그의 말대로 우리가 실수를 하긴 했으니까.

    “예, 그러나 김석환 박사는 결국 치료제를 개발했고, 그에 따른 변수들도 전부 해결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김석환 박사에게 프로젝트를 시작하라고 말해두었습니다.”

    “프로젝트요?”

    “예. 1억 2,000만 명이나 되는 일본의 인구를 딱 절반까지 내려놓으라고 말입니다.”

    내 말에 이번에는 로이가 반박을 하고 나섰다.

    “워, 워커. 전염병으로 인구를 감축한다는 건 없던 일로 하자고 하지 않았어?”

    “아니요. 무기한 연장이라고 했죠. 그리고 치료제가 마련된 마당에 망설일 이유라도 있습니까? 저는 일본을 시작으로 이 프로젝트를 러시아에서 시작할 예정입니다.”

    “러시아?”

    “예. 푸틴은 우리 연합에 굴복하기를 거절했으니,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겠죠. 푸틴의 주변으로 킬러 바이러스를 퍼뜨릴 예정입니다. 그럼, 우리의 짓이라고 생각이 들기도 전에 알아서 사라져 줄 것이고, 그 측근들도 먼지가 되어 사라지지 않겠습니까?”

    내 말을 찬찬히 듣고 있던 힐러리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대통령님, 러시아는 위험한 것들이 참 많은 곳입니다. 러시아가 일본처럼 무정부가 된다면 핵무기부터 시작해 그 위험한 것들이 어떤 방식으로 다른 나라에 피해가 될지 모릅니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나는 러시아가 무정부로 돌아가게 놔둘 생각이 없다.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나면 살고자 발버둥을 치는 이들이 있을 겁니다. 그것도 군부 쪽에서 말이죠. 푸틴이 죽고 나면 그 밑에 있는 놈들끼리 치고받고 싸우며 바이러스에 알아서 죽을 테니, 더 밑을 파야 합니다. 그들에게 백신을 주는 대신, 우리는 러시아에 있는 베리칩 통제권을 가지면 됩니다. 그럼, 모든 게 해결되죠.”

    해볼 만한 일이라는 건 다들 알고 있다. 하지만 만약이라는 것이 항상 발목을 붙잡는다.

    “만약 이번에도 일본 때처럼 일이 틀어지면 어떡합니까?”

    “그럴 일은 없겠지만, 이번에도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다시 모든 걸 중단하고 김석환 박사를 비롯한 모든 이들을 투입시켜 백신을 찾아내겠습니다. 어차피 우리가 만든 바이러스이니, 충분히 백신도 만들어낼 수 있을 겁니다. 바로 지금의 일본처럼 말이죠.”

    다들 못 미더운 것 같았지만, 러시아가 자기들 마음대로 행동하는 걸 계속 지켜볼 수는 없을 터. 그리고 이중에 섞여 있을 배신자도 러시아의 단독 행동을 용납하진 못할 것이다.

    “찬성하시겠습니까?”

    내 물음에 모두 침묵을 지키고 있다 다니엘 로페즈가 먼저 입을 열었다.

    “찬성합니다.”

    그러자 하나둘 그의 뒤를 따라 찬성표를 던졌다.

    “모두 용기 있는 결정에 감사드립니다. 이것으로 결정되었군요. 정확히 일주일 후에 작전을 시작하겠습니다.”

    배신자는 이 기회로 푸틴을 제거할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이 기회로 푸틴과 배신자를 동시에 잡아낼 것이다. 그 두 놈을 한꺼번에 끝장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오늘 밤 잠이 잘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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