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검사, 마피아 되다-305화 (305/325)
  • 305화. 킬러 바이러스 (1)

    [극도로 치솟는 한일 간의 외교 갈등!]

    [일본, 군사적 움직임 취할 각오 되어 있다는 발언까지 해.]

    [우리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는다. 김태산 대통령의 강한 대응.]

    일본에 바이러스를 퍼뜨리기 전, 나는 먼저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냉랭하게 만들어 버렸다. 일본이 군사적 움직임을 취하겠다는 협박을 할 정도의 수준을 만들었고, 우리나라도 그에 따라 언제든지 일본을 타격할 준비를 하겠다는 대응을 보였다.

    일본에 있는 우리 기업들과 관광객들을 한국으로 빼낼 수 있는 명분을 만든 것이었다.

    나는 어느 정도 때가 찼다고 생각해, 곧바로 일본 관광 금지령을 내렸다. 또한 일본과 관련된 모든 사업을 금지시켰으며 수출부터 수입까지 전면 금지시켰다.

    오래전부터 내 경고를 들었던 대기업들은 미리 본부를 철수시켜 위기를 면하긴 했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들과 중소기업들은 고스란히 그 피해를 받아야만 했다. 그로 인해 지지율이 좀 떨어지긴 했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나의 행동에 찬사를 보내고 있었다.

    [일본은 우리를 식민지화시킨 놈들이다. 제대로 사과도 하지 않는 놈들과 잘 지내서 뭘 하겠는가?]

    [대통령님. 언제든 불러주십시오. 일본과의 싸움이라면 자발적으로 입대하겠습니다.]

    예전부터 일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던 우리나라라 그런지, 국민들은 자발적 입대를 하겠다고 입을 모았고, 나는 그에 힘을 입어 더욱 강경한 발언을 할 수 있었다.

    고이즈미 총리 때만 하더라도 한일 관계가 부드러워졌지만, 아베 신조가 정권을 잡으면서 급속도로 차가워진 것이다.

    물론, 이건 철저히 내가 의도한 대로이며 나는 다음 단계로 일을 추진했다.

    “일본에 있는 골든 연합도 대부분 철수를 했습니다. 최정식 사장도 오늘 밤에 한국으로 돌아온다고 합니다.”

    일본에 있던 골든 연합도 대거 철수를 감행했다. 바이러스가 한번 퍼지면 어떤 식으로 퍼질지 몰라 미리 대피를 시켜놓은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관광객들도 대부분이 돌아온 상태이며 일본에 체류 중인 사람들도 하나둘 돌아오는 추세이긴 합니다만……. 문제는 그곳에 직장이 있는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관광 금지령 때문에 일본에 나가 있던 관광객들이 대거 돌아오긴 했으나, 일본에 가정을 꾸리고 있는 사람들은 한국으로 돌아오기가 애매했다.

    그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나, 어쩔 수 없다.

    그들은 일본에 남기로 선택을 했으니,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알겠어. 김석환 박사한테 전화 넣어. 살포를 시작하라고.”

    “괜찮으시겠습니까? 아직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데……. 대충 어림잡아도 10만 명이 넘습니다.”

    류정한 비서실장의 말에 난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앞으로 내가 죽일 인구가 수십 억인데, 고작 10만 명에 내 야망을 멈출 순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류 비서.”

    “예, 대통령님.”

    “난 류 비서가 참 좋은데, 가끔 그렇게 토를 다는 걸 보면 내 기분이 언짢아.”

    “…죄, 죄송합니다.”

    “아니야. 모시는 상사에게 조언을 해주는 건 부하의 미덕이긴 하지. 그런데 내 스타일 알잖아. 내가 어떤 놈인지도 잘 알 테고. 내가 그런 알량한 죄책감에 시달려 대업을 이루지도 못하는 병신으로 보이나?”

    “아닙니다, 대통령님.”

    “그래, 알았으면 실행해.”

    류정한 비서실장은 내게 인사를 올린 다음 도망치듯 밖으로 나갔다.

    내 결정에 의문을 갖지 말라고 따끔히 말해두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앞으로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류 비서는 군말하지 않고 따르게 될 것이다.

    이제 내가 해야 할 행동은 하나다.

    맛있는 술을 따라놓고 바이러스 하나에 일본 정부가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다.

    * * *

    “현재 상황은?”

    “도쿄 중심지에 바이러스를 살포했고 현재 감염자가 5,000명에 이릅니다. 이 속도라면 이틀 뒤에는 50만 명까지 늘어날 겁니다.”

    드디어 일본에 킬러 바이러스가 살포되었다.

    살포 작전은 간단했다.

    무료 예방 감기 접종이라고 속여 바이러스를 퍼뜨린 것이다.

    접종을 받은 사람은 겨우 50명에 불과했지만, 무시무시한 감염 속도로 하루 만에 5,000명이 감염되었다. 이런 데이터를 검출할 수 있었던 건 모두 일본이 베리칩 상용화를 했기 때문이다.

    베리칩에 들어 있는 생체 센서가 바이러스를 감지하고 신호를 주는데, 이걸로 우린 누가 바이러스에 걸렸는지 알 수가 있었다.

    “벌써 사망자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틀 만에 사망자가 나왔다. 이제 떼죽음이 시작될 것이다.

    나는 얼른 언론을 통해 일본 전염병에 대한 기사를 올리게 했다.

    [일본에 퍼지고 있는 신종 전염병!]

    [벌써 수만 명이 감염된 전염병. 원인도 모르고 백신도 없어.]

    [치사율 99% 달하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일본에 퍼지는 중.]

    항상 그랬던 것처럼 언론은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를 극대화시켰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들의 과장 광고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일본에 뿌려진 바이러스는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감기처럼 호흡으로 전염이 되고 몸의 신경을 전부 망가뜨려 버리는 이 바이러스는 이틀 안에 감염자를 사망하게 만든다.

    실험에 의하면 대부분이 피를 토하고 죽게 되는데, 이 피에도 바이러스가 잔뜩 묻어 나와 또 다른 감염자를 만들어낸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으면 다 죽은 목숨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퍼지는 일은 없겠지?”

    “예, 입국과 출국을 모두 막아 지금으로써는 우리나라에 바이러스가 퍼질 가능성이 제로입니다.”

    바이러스를 퍼뜨리면서 나는 일본에서 온 사람들의 입국을 전부 차단시켰다. 그리고 동시에 일본 출국도 막아버려 바이러스가 우리 쪽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철통 방어했다.

    나는 계획대로 자리에 앉아 맛있는 술을 마시면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신종 전염병을 바라보았다. 인류를 감축하겠다는 나의 꿈이 점점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사망자 벌써 50만 명!]

    [백신조차 만들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바이러스!]

    [걸리면 이틀 안에 무조건 사망.]

    [우리나라 정부 일본 여행 전면 금지. 입국 거부.]

    [모든 국가에서 일본 여행 금지령 내려.]

    5일도 안 돼서 사망자가 50만 명으로 늘어났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각국에서는 일본에서 온 사람들의 입국을 전면 거부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다른 나라에 바이러스가 퍼졌다는 소식은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철저히 일본만 바이러스의 공포에 떨며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일본 정부도 난리입니다. 어떻게든 바이러스를 막으려 하고 있어요.”

    “아베 신조가 제발 살려달라고 전화까지 하더군요. 하지만 이번 일은 우리 골든 연합과 관계가 없다고 확실하게 못을 박았습니다.”

    화상 회의에 참석한 멤버들은 저마다 미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일본에 있는 정치인들이 골든 연합에 연락을 넣어 자기만이라도 살려달라고 노래를 부르지만, 이번 바이러스는 우리의 짓이 아니라는 대답만 주었다.

    아베 총리는 아마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것이다.

    동아줄이라고 여겼던 것이 사실은 자신을 함정에 빠뜨리는 것이었다는 걸 깨닫고.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특별히 회의에 참석할 권한을 얻은 김석환 박사는 굳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원래 킬러 바이러스는 신경계를 빠른 속도로 파괴시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틀 만에 다들 사망하는 거고요.”

    “예, 그런데 최근 들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 중, 이상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세한 건 화면을 통해 보시죠.”

    김석환 박사가 띄워주는 화면에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보이는 특이한 행동들이었다. 어떤 사람은 갑자기 괴성을 지르며 어디론가 뛰어가더니 차에 치였고, 또 어떤 사람은 기이한 몸짓을 보여주다 달려오는 기차에 몸을 던졌다.

    그 외에도 괴성을 지르며 뛰어다니는 어린아이부터 기괴하게 몸부림을 치는 사람들까지.

    전부 이상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원래 이런 겁니까?”

    내 물음에 김석환 박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바이러스에 걸리면 신경계가 전부 파괴되기 때문에 저렇게 움직일 수도 없습니다. 이제까지 어떤 실험체들도 저런 움직임을 보이진 않았어요.”

    “그렇다는 건 설마…….”

    “조금 더 조사를 해야겠지만, 제 소견으로는 변종 바이러스가 나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현재 일본에 파견되어 있는 연구진들의 의견에 따르면 바이러스가 뇌신경에 침입해 마치 기생충처럼 숙주를 조종시키는 것 같다고 합니다. 바이러스 마음대로 행동을 조작하는 것이죠.”

    얘기가 뭔가 심각한 것 같다.

    “고칠 수는 있는 겁니까?”

    “백신을 미리 맞은 사람이라면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미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은 다른 치료제를 맞아야 회복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번 변종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은 치료제를 맞아도 효과가 없었다고 합니다. 또한 이미 백신에 맞은 사람도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사망했고요.”

    나는 상을 강하게 내려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박사님! 지금 그 말씀이 무슨 뜻인지 알고 하시는 겁니까? 내가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건 완벽하게 통제가 가능하다고 믿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이제 와서 그 바이러스가 통제가 안 된다는 거예요?”

    회의에 참석한 다른 멤버들도 떨리는 눈동자를 보였다.

    만약 변종 킬러 바이러스가 우리의 통제를 벗어난다면 그건 엄청난 대혼란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김석환 박사는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대통령님. 저희도 변종 바이러스를 예고하고 여러 차례 실험을 거듭했지만, 우리가 모르는 경로를 통해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난 것 같습니다.”

    바이러스라는 것이 항상 그렇다.

    바이러스는 새로운 바이러스를 낳는다고 하지 않던가?

    당장 조류 인플루엔자도 매년 신종 바이러스로 탄생한다. 그것이 어떤 경로를 통해 변종이 되는지는 밝혀진 바가 없고.

    이것도 그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대로 손 놓고 지켜만 봐야 한다는 겁니까?”

    일본 국민을 다 죽일 생각으로 바이러스를 뿌린 것이 아니다.

    아직 그 나라에 실험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러기도 전에 아까운 실험체들이 몰살당하게 생겼다.

    “시간을 주십시오. 저희가 연구를 통해 최대한 이 바이러스를 연구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백신과 치료제를 만들어내겠습니다.”

    나는 어느 정도 침착을 되찾았지만, 다른 멤버들은 아직 못 미더운 모양이다.

    “이 바이러스 살포에 대한 건 좀 더 심사숙고를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다니엘 말이 맞아, 워커. 변종 바이러스가 계속 만들어지면 우리 백신으로도 효과가 없다는 거잖아. 자칫 잘못하면 우리도 바이러스에 걸릴 수 있어.”

    저들의 말이 맞다.

    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것 같다.

    바이러스에도 변종이 생길 수 있다는 변수를 충분히 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앞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그렇다고 바이러스를 포기할 순 없다.

    그 어떤 것보다 빠르고 확실하게 인류를 감축시킬 수 있는 수단이지 않은가?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꼭 만들어 오세요.”

    “예, 대통령님. 반드시 만들어내겠습니다.”

    김석환 박사는 두 번 세 번 다짐하며 나와 약속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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