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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검사, 마피아 되다-280화 (280/325)

280화. 혼란 (1)

“이건 의도된 공격입니다. 골든 연합의 핵심이 되는 본부가 전부 공격을 당했어요. 이게 우연이라고 보십니까?”

다니엘 로페즈는 열변을 토하며 현 상황의 심각함을 알렸다.

그의 말대로 한국, 중국, 일본, 북한, 그리고 미국에 있는 5개의 본부가 당했다. 그중에서 제일 걱정이 되는 곳은 당연히 한국일 것이다.

“아직도 워커와 연락이 안 닿아?”

“예, 화진 그룹 본사가 폭탄 테러를 당해 지금 그쪽 언론도 난리입니다. 알카에다 조직이 드디어 한국까지 손을 뻗었다고 말입니다.”

알카에다 조직은 김태산의 개인 사병이나 다름없다. 그런 그들이 주인을 공격할 리 없지 않은가.

“여러분이 많이 혼란스럽다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린 매우 진중하게 이 상황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중국에 있는 라우팽 씨의 본가가 테러를 당해 그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습니다. 그와 같은 시각 회장님이 계시던 사무실도 공격을 당했고요. 현장의 말을 빌리자면 헬기가 회장님 사무실을 정면으로 공격했다고 합니다.”

“그 뜻은 워커가 살아날 가망이 없다?”

“그렇게 보셔야 할 거 같습니다.”

“시발! 도대체 어떤 새끼 짓이야!”

로이는 상을 뒤엎으면서 화를 표출했다. 하지만 설명을 이어가던 김아름은 끝까지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핵심 멤버들이 혼란에 빠지면 그 밑에 있는 골든 연합원 전체가 흔들릴 수 있으니까.

김태산도 줄곧 이런 사태를 우려하지 않았던가.

만일 골든 연합의 절대자가 사라지게 되면 이 연합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로스차일드 가문처럼 서로가 서로를 배신하며 분열에 빠지지 않을까?

그 우려가 지금 현실로 되려 하는 것을 김아름이 막아내려는 것이었다.

“김아름 대표의 말이 맞아요. 우린 무엇보다 지금 냉정해야 합니다. 로이의 기분도 이해하지만, 여기서 미스터 김의 죽음을 분노하지 않을 사람은 없습니다.”

다니엘 로페즈도 김태산의 죽음을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화진 그룹 본사가 폭탄 테러를 당하고 거기다가 헬기까지 나서서 마무리를 했다면 가망이 없을 테니까.

“일단 피해 상황을 대충 정리한 바에 의하면, 두 분의 거처는 공격을 받아 불에 타버린 상태입니다. 일본도 최정식 사장님의 거처가 공격당했지만,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으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중국의 피해가 제일 심합니다. 라우팽 씨와 더불어 우리 연합원들이 다수 사망했으니까요.”

“미국은 어떻습니까?”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쪽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주요 정치계 의원들을 타깃으로 암살 시도가 있었습니다. 이미 몇몇 상원 의원들이 목숨을 잃었고, 국방부 장관도 차량이 폭파해 그대로 사망했습니다.”

전례 없는 대량 암살 사건이다.

도대체 누가 이렇게 광범위적인 암살을 벌일 수 있단 말인가.

“누구의 짓인지는 알아냈고?”

“뻔하잖아. 어떤 새끼 짓이겠어.”

다니엘 로페즈의 물음에 로이 루스테가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며 말했다.

“로스차일드 가문. 그 새끼들 짓이지!”

“하지만 그들에게 이런 힘이 남아 있단 말입니까?”

“마이어 로스차일드. 그 자식이 아직 안 잡혔잖아. 대가리가 안 잡혔으니까, 밑의 있는 놈들도 최후의 발악을 하는 거겠지.”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마이어 로스차일드만의 힘이라고는 볼 수가 없다. 분명 누군가가 로스차일드 가문과 손을 잡아 연합을 무너뜨리려 하는 것이다.

“일단 펜타곤에 연락을 취해서 최대한 우리에게 협조하도록 하자고. CIA 국장이랑은 다니엘이 통화 좀 해줘. 도대체 어떤 놈들이 감히 이런 짓을 벌였는지 말이야.”

“알겠습니다. 로이는 어떻게 할 작정입니까?”

“어떻게 하긴. 메데인 카르텔 전체를 움직일 거야. 세계 곳곳에 있는 내 조직원들을 전부 동원해서라도 마이어 로스차일드부터 잡아야지.”

그동안 마약 생상만 하며 다소 조용히 지내던 메데인 카르텔이 드디어 거대한 몸통을 움직이려는 것인가. 세계 전역에 있는 수백만 명의 메데인 카르텔 조직원들이 움직인다면 가히 세계가 들썩이게 될 것이다. 이들의 방식은 매우 거치니까.

* * *

“테러의 안전국이라고 여겼던 대한민국도 테러 위험 지역이 되었습니다. 화진 그룹 본사에서 여러 폭발물이 터졌고 헬기까지 동원되어 무차별적인 사격이 이어졌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누가 헬기를 운전했고, 또 누가 폭발물을 설치했는지 알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한민국이 테러 공격을 당했다는 뉴스는 시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당장 9.11 테러가 났을 때만 하더라도 완전히 남의 나라 일로 생각하지 않았던가.

테러라는 건 먼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인 줄 알았는데, 대한민국도 테러에서 안전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화진 그룹 본사에서 일하던 수백 명의 직원들이 사망했고 화진 그룹 회장 김태산은 실종 상태였다.

말이 실종 상태이지, 폭발과 함께 그의 시체도 타서 사라졌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주장이었다. 이 뉴스가 나가면서 정계와 재계를 가리지 않고 모두 유감을 표했다. 또한 국민들은 김태산의 죽음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애도를 표하며 곳곳에 분향소를 설치하기까지 이른다.

그만큼 김태산에 대한 국민들의 평판은 굉장히 높았다. 청렴함과 정직함을 바탕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회장이라고 알려져 있지 않았던가.

골든 연합의 꾸준한 언론 조작으로 김태산은 대부분의 국민들이 지지하고 있는 기업인이었다. 그런 그가 실종 처리되어 있으니, 크게 슬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확실히 죽은 거 맞아?”

대통령 이창석은 재차 비서실장에게 확인했다.

“예, 분명합니다. 폭탄이 터지고 무려 헬기까지 동원됐습니다. 거기서 죽지 않고 살아난다는 게 말이 안 됩니다. 설사, 헬기의 공격에서 벗어났다고 해도 폭탄 폭발로 인해 가루가 되었을 겁니다.”

아무래도 김태산의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 걸렸다.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시체가 없다는 게 아무래도 걸려.”

“다른 시체들도 폭발과 함께 사라지면서 실종 처리된 사람들이 많습니다. 김태산도 그중 하나고요.”

“끄응. 그렇다면 다행이지. 혹시라도 죽지 않고 나타나면 큰일이잖나.”

“걱정하지 마십시오, 대통령님. 김태산은 확실하게 처리됐습니다.”

여당 대표까지 나서서 안심시키자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는 이창석이었다.

“잘한 짓이겠지? 로스차일드인지 뭔지한테 또 휘둘리는 거 아닌가 몰라.”

“그쪽도 필사적인 겁니다. 김태산이 로스차일드를 개박살 내고 있지 않았습니까? 그래서우리한테 손을 빌린 거겠죠. 그것도 막대한 자금을 약속하고 말입니다. 그동안 김태산에게 불만이 많던 북한과 중국도 로스차일드 편을 들지 않았습니까? 어찌 보면 잘된 일입니다.”

이창석을 비롯해 몇몇 여야 의원들은 그동안 김태산의 군림을 못 마땅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대항했다가는 어떤 해코지를 당할지 몰라 잠자코 있을 때, 로스차일드가 그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손을 잡는 대가로 막대한 자금을 약속했으며 더욱이 김태산이 사라지기만 하면 로스차일드는 알아서 한국 땅을 벗어난다고 하니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다.

물론, 로스차일드만 보고 손을 잡은 건 아니었다.

북한과 중국까지 로스차일드 가문과 교류하고 있었고 그쪽 지도자들이 이창석에게 은밀히 전문을 보내 로스차일드와 협력할 것을 요청한 덕분에 그들과 손을 잡은 것이었다.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김태산의 뒤를 따르던 의원들은 갈팡질팡하고 있어요. 이 기회에 그들을 모두 우리 편으로 끌어들어야 합니다. 또한 각 기업들에게도 적당한 미끼를 던진다면 알아서 넘어오지 않겠습니까?”

김태산의 하수인이나 다름없는 전동련도 이번 사건을 보고 생각하는 바가 많을 것이다. 더 이상 그들을 구속하는 지배자가 없으니, 이제 그들이 누구에게 손을 뻗겠는가?

“좋은 생각이야. 그놈들도 이제 누가 이 나라를 다스리고 있는지 잘 알겠지.”

“그런데 언론은 어떻게 합니까? 국민들은 진상규명을 통해 김태산의 죽음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난리던데요?”

“멍청한 국민들이 뭐라고 지껄이든 상관하지 말고 우리 일이나 해. 항상 그랬듯이 우리가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하면 알아서들 잊을 거야. 그냥 이번 일은 모두 알카에다 조직의 소행이라고 해버려.”

“그렇지 않아도 안전 불감증 때문에 온 세계가 난리입니다. 이 일로 여당과 대통령님의 지지율이 내려갈까, 그게 두렵습니다.”

“어쩌겠어. 김태산 죽었으면 된 거 아닌가? 야당 새끼들한테도 똑바로 전해. 이번 일을 꼬투리 잡아서 지지율 올리려고 발악하면 나도 가만 안 있을 거라고.”

김태산의 영향력이 사라지면서 더 이상 청와대는 허수아비가 아니었다. 그 어느 때보다 막강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힘이 생긴 것이다. 그에 반해 야당은 김태산에게 철저히 짓밟히느라 힘을 복구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반항할 힘도 없을 터.

그야말로 이창석의 시대가 열린 것이었다.

“일단 천성 그룹 회장부터 만나봐. 그 양반이 김태산과 제일 가까웠잖아. 만약 그쪽에서 우리랑 손을 잡으려고 하면 모든 게 일사천리야.”

아무리 허수아비처럼 살았다고 해도 세상 보는 눈이 죽은 건 아니었다.

이창석은 이강찬을 공략하면 저절로 길이 열리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천성 그룹이 김태산의 주요 하수인이지 않았습니까. 대통령님 말씀대로 이강찬이 넘어오면 다른 기업들도 알아서 청와대를 따를 겁니다.”

기업인들도 지금 눈치만 보고 있는 중이다.

현 상황을 보면 김태산이 확실히 죽은 건 맞는데, 누구 하나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천성 그룹 이강찬의 영향이 컸다. 그러나 여기서 정부가 보조를 맞춰주고 이강찬까지 그에 따라 행동에 나선다면?

전동련은 혼란을 벗어나 정부와 손을 잡고 화진 그룹을 고립시킬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고 화진 그룹을 끌어내리는 건 안 됩니다. 차라리 화진 그룹도 이번 기회에 이사진들을 굴복시켜 정부의 편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내가 연임으로 청와대에 앉아 있을 수 있다는 것이구먼.”

“그렇습니다. 야당은 김태산 때문에 줄초상이 나지 않았습니까. 그쪽을 이끌 만한 인재가 현재 없는 상태죠. 거기다가 최근에 연임제를 통과시켰으니, 기업인들만 잘 다독인다면 이 정권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기회가 찾아올 줄이야.

연임제를 통과시킬 때만 하더라도 이창석은 가슴이 철렁였다.

김태산이 직접 대통령이 되어 나라를 휘어잡으려 한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또한 그가 변덕을 부리게 된다면 현재 대통령인 자신을 강제로 끌어내릴 수도 있지 않은가.

그것 때문에 걱정이 많았는데, 이렇게 한꺼번에 해결이 될 줄이야.

이창석은 큰 선물을 받은 것 같아 벌써부터 마음이 기쁨으로 가득 찼다.

합법적으로 이 나라에 독재 정권을 만드는 것도 가히 꿈은 아닐 것이다.

“자네들이 기업인들 만나서 잘 다독여 봐. 그 사람들도 그동안 쌓인 게 많을 거 아니야. 그거 다 풀어준다고 해.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하라고 하고. 지금처럼 정부가 강한 힘을 가지게 된 게 드물지 않나.”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여당 의원들도 이 대한민국이 다시 태어났음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사람만 바뀐 것이지 여전히 이 나라를 독재하고 싶은 야망가들은 차고 넘쳐난다. 이제 그 바통을 자신들이 넘겨받았으니, 이들은 영원한 독재를 꿈꿨다.

그전에 김태산의 끄나풀들을 전부 정리하는 것이 먼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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