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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검사, 마피아 되다-278화 (278/325)

278화. 추적하다

“당신은 앞으로 영원히 골든 연합의 연합원이 될 것을 맹세합니까?”

“…맹세합니다.”

토니 블레어는 눈을 질끈 감으며 우리 조직원들의 말에 전적으로 따랐다.

그는 로스차일드 가문에 대한 모든 미련을 버리고 우리의 편으로 돌아선 것이었다. 하는 짓은 저래도 영국의 수상이지 않던가.

그는 골든 연합이 이미 영국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리고 그 힘이 매우 막강하다는 것도 알고 있으며 로스차일드 가문은 이대로 침몰한다는 계산밖에 나오지 않을 터. 그렇기에 미리 자리를 선점해 놓는 것이다.

“총리님, 아주 현명한 판단을 내리셨습니다.”

난 화상통화를 통해 보이는 토니 블레어를 향해 술잔을 들었다.

그는 찝찝한 얼굴로 팔을 걷으며 내게 물었다.

“이게 그 베리칩입니까?”

“예, 제가 원하면 언제든지 펑 하고 터지는 바로 그 베리칩입니다. 한때 총리님께서 이 베리칩 프로젝트를 막기 위해 열심히 일하셨다는 보고는 잘 들었습니다.”

토니 블레어는 작아진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뭐든지 하겠습니다. 부디…….”

“터뜨리지 말아 달라고요? 물론입니다. 그리고 전 절대 먼저 배신하지 않습니다. 한번 골든 연합원이 되면 영원히 우리의 연합원입니다. 제가 왜 가족을 배신한단 말입니까? 하지만 만약 총리님이 우릴 배신하게 되면 그 결과가 뭔지 직접 체험하게 되실 겁니다.”

토니 블레어는 고개를 끄덕이며 우려를 드러냈다.

“로스차일드 가문에서 제 위치를 추적하고 있을 겁니다. 항상 제게 미행을 붙여놓는 놈들이거든요.”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미 제 조직원들이 움직이고 있으니까요. 오래전부터 총리님 곁을 감시해 왔었고, 누가 총리님을 미행하고 있는지도 전부 알아냈습니다. 지금쯤 모두 정리가 되었을 겁니다. 그러니 안심하고 우리끼리 진득한 대화를 나눠볼까요?”

총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카메라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말씀하십시오.”

“총리님, 로스차일드 가문이 왜 그 지경이 났는지는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로스차일드 가문이 먼저 나를 건드렸다는 건 총리도 알고 있을 터.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답을 대신했다.

“전 이게 신이 내린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기회에 영국의 썩은 뿌리를 도려내고 구식적인 방법을 모두 청산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구식적인 방법이요?”

“예, 솔직히 전 세계가 민주주의를 지향해 나가고 있는데, 영국은 아직도 왕조를 이어가고 있지 않습니까?”

순간 토니 블레어의 표정이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와, 왕조를 철폐할 작정입니까?”

“눈치가 빨라서 좋군요. 맞습니다. 예전의 허물을 모두 벗어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겁니다. 언제까지 왕조를 고집할 생각이었지요? 이 나라도 국민에 의한 정치를 할 때가 되었어요.”

“하, 하지만…….”

“이제 당신도 골든 연합의 일원이니, 솔직하게 말씀드리죠. 나는 세계를 하나로 묶을 겁니다. 그리고 모든 정부를 없애고 하나의 정부로 세계를 통치할 거라는 얘기입니다.”

그의 표정을 보니, 실현 불가능한 얘기를 한다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내 계획은 완벽하다. 그리고 차근차근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다.

“세계 정부를 일으켜 모든 정부를 일원화하고 이슬람 같은 극단적인 종교는 완전히 이 땅에서 사라지게 만들 겁니다. 또한 인구도 최소한으로 줄여 완벽한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게 될 거예요.”

토니 블레어는 경악으로 가득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인구를 줄인다고요?”

“이 얘기는 나중에 또 하도록 하죠. 아무튼, 중요한 건 우리가 발을 잘 맞춰야 이 사태가 세계 전쟁으로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로스차일드 가문을 없애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의 손발이 되어주는 놈들을 제거해야 한다. 그럼, 아무런 장애물 없이 수월하게 이들을 심판할 수 있게 된다.

“우리 조직원들이 당신에게 로스차일드 가문의 명단을 보여줄 겁니다. 그중에 틀린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말해주세요. 또 빠진 것이 없나 잘 살펴보도록 하고 말이죠. 당신의 협력에 따라 이 끔찍한 상황이 빠르게 정리될 겁니다.”

이미 우리 쪽으로 돌아선 토니 블레어다. 그에게 또 무슨 미련이 남아 있겠는가.

그는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와의 화상통화를 끊었다. 이제 무력으로 로스차일드 가문의 손발을 자를 차례다.

* * *

영국 여왕과 총리가 우리 편으로 돌아서면서 본격적인 로스차일드 가문 죽이기가 시작되었다. 물론, 안정적인 스타트를 위해 나는 영국에 미리 파견해 놓은 히트맨들을 움직였다. 그리고 토니 블레어가 우리에게 건네준 새로운 명단에 따라 암살 작전이 거행되었다.

“국방부 장관이 자택에서 시체로 발견되어 정부에서의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정황상 권총을 이용해 스스로의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으며…….”

“MI6 국장이 어제 오후 투신자살을 해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MI6는 로스차일드 가문의 하수인 노릇을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던 중에 이런 비보가 전해졌습니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그동안 MI6가 로스차일드의 권력에 어쩔 수 없이 따랐다는 말이 적혀 있어 그동안의 의문이 모두 사실이라는 걸 증명해 주었습니다.”

영국의 국방부 장관부터 MI6의 국장. 그리고 로스차일드 가문과 관련 있는 군 관계자들을 빠르게 제거해 나갔다.

영국 여론은 그들의 죽음을 슬퍼하기보다는 로스차일드 가문의 수하인들이 죽었다며 오히려 좋아했고,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그들을 살해한 게 분명하다고 주장했지만 누구 하나 귀담아 들어주지 않았다.

그만큼 현재 로스차일드 가문에 대한 증오심이 굉장히 커져 있었다.

“저는 총리직을 걸고 로스차일드 가문에 대한 모든 걸 밝히겠습니다. 적극적인 수사를 통해 비밀스럽게 가문을 유지해 오며 이 나라를 어지럽힌 그들을 모두 잡아내 반드시 정의를 실현시키겠습니다.”

토니 블레어는 날마다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를 벌이고 있는 국민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직접 카메라 앞에 나섰다. 그는 로스차일드 가문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고 그들을 모두 붙잡아 내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아직 로스차일드 가문의 끄나풀들이 많이 남아 있었지만, 그들도 결정의 시간을 줘야 하지 않겠는가.

총리의 뜻에 따라 로스차일드 가문을 잡아낸다면 그들은 목숨을 건질 것이고, 끝까지 저항한다면 그들은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 중 대다수가 대세를 따르기로 결심한 듯 보였다.

“오늘 낮 검찰은 로스차일드 가문의 핵심 기업으로 알려진 듀어쉘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들어갔습니다. 또한 듀어쉘 대표와 이사진들을 대거 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초강수를 두고 있습니다.”

“영국 정부가 작심하고 로스차일드 가문 죽이기에 나섰습니다. 관련자들을 모두 색출해 내어 반드시 진실을 밝히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로스차일드 가문에 충성을 다하던 영국 관료들이 하나둘 등을 돌리면서 수사가 급속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아예 전용기를 띄워 영국을 뜨려 하는 로스차일드 가문의 일원들을 붙잡는가 하면 회사를 덮쳐 모든 정보를 빼오는 등, 누구 하나 가문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어때? 이 정도 했으면 로스차일드 가문이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겠지?”

내 물음에 스티브 리는 절망으로 가득한 얼굴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2주 동안 이 방 안에 갇혀 군만두만 먹고 살아서 그런지, 매우 핼쑥해 보였다. 하지만 세계 각국에서 전해져 오는 뉴스를 빠짐없이 챙겨 보았다고 하니, 로스차일드 가문이 어떤 꼴을 당했는지는 말해주지 않아도 잘 알고 있을 터.

“이제 나와 진지하게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모르겠네. 만약 끝까지 로스차일드 가문의 명예로운 일원으로 남고 싶다면 말리진 않을게. 하지만 가족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어?”

가족이라는 말에 스티브 리의 눈이 번쩍 뜨였다.

난 그의 불안감을 잠재워 주기 위해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가족들은 다 안전하니까. 하지만 당신이 끝까지 말을 하지 않겠다면 나도 더는 이들의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없어.”

“…뭘 원합니까?”

드디어 항복 선언을 한 스티브 리였다.

난 의자를 가지고 와 그의 앞에 앉았다.

“한국에 있는 로스차일드 가문에 대해 모든 걸 알려줘. 그리고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 있는 로스차일드 가문까지. 그 모든 걸 알려주면 너와 네 가족은 살 수 있어. 지금 뉴스 봤지? 영국에 있는 로스차일드 가문의 일원들도 전부 제 살길을 찾아 헤매고 있잖아. 결코 너 혼자 못된 짓을 하는 게 아니야.”

배신자가 혼자면 큰 죄책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하지만 모두가 배신자로 변절하고 있을 땐 발톱 때만큼의 죄책감도 들지 않는다. 스티브 리도 그런 마음이라고 난 믿고 있었다.

“모든 걸 알려 드리겠습니다.”

과연 그는 그동안 자신의 프라이드를 지켜준 로스차일드 가문에 대한 모든 걸 헌신짝처럼 버렸다. 그 가문을 지키기보다는 자신의 가족을 지키는 것이 가장의 임무이니까.

* * *

스티브 리가 내게 건네준 정보에 따라 나는 조직원들을 대거 풀어놓았다.

이놈들, 이번 한국에서 일어난 신용카드 대란을 이용해 대부업을 크게 벌려놓고 있었다. 고리대금으로 돈 꽤나 벌어보겠다는 심산인 거 같은데, 이미 대부업에 손을 벌린 나로서는 이들의 행보를 그냥 지켜만 봐줄 순 없다.

“모두 엎어버려!”

“예!”

조직원들이 대낮부터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로스차일드 가문에서 파생된 대부업체를 급습했다. 영문도 모르고 조직원들에게 당한 각 업체들은 경찰에 신고를 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화진 그룹 자체적으로 문자를 돌렸다.

[방금 명동에서 일어난 대대적인 폭행 사건은 아무 일도 아니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이 문자 한 통이면 경찰들도 알아서 눈을 감고 출동조차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렇게 한번 눈을 감고 나면 돈뭉치가 들은 음료수 박스가 마법처럼 나타나기 때문이다.

공권력이 제일 무서울 때가 돈맛을 알았을 때라고 하지 않던가.

이들은 더 이상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다.

모두 내 돈맛에 중독된 사람들일 뿐.

“일본, 미국, 그리고 중국에도 로스차일드 가문의 행동이 활발합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들을 반드시 색출해 내세요. 로스차일드 가문을 잡는 일이라고 하면 각국의 정부에서 도움이 있을 겁니다.”

나는 한국에서 안주하지 않고 아시아 전역에 있는 로스차일드 가문을 소탕할 것을 연합원들에게 명령했다.

스티브 리에게 있는 명단으로만 제거 작업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터.

붙잡는 로스차일드 가문의 일원마다 고문, 혹은 협박을 통해 정보를 알아내어 소탕하는 식으로 작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로스차일드 가문의 수장인 마이어 로스차일드 체포를 최우선 순위 과제로 삼아야 합니다. 현재 그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없어요. 끝까지 추적해서 꼭 붙잡아주십시오.”

나는 연합원들과의 화상통화를 마쳤다.

이제 저들은 하이에나처럼 도시 숲을 누비며 로스차일드 가문의 수장인, 마이어 로스차일드를 추적할 것이다. 그리고 그가 붙잡히는 날이 곧 나와의 만남이 성사되는 날이 될 터.

과연 유럽 전역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추락한 왕의 모습이 어떨지 기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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