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검사, 마피아 되다-277화 (277/325)

277화. 세계의 왕

“우린 로스차일드의 죽음을 원한다!”

미국의 공식 발표가 나가기 무섭게 영국 전역이 로스차일드 가문 OUT을 외치고 있었다. 하필이면 미국의 기습적인 발표가 영국 대표 공영 방송을 통해 생방송으로 중계된 것이라 영국은 자국 내에 있는 언론을 통제할 수가 없었다.

영국 정부는 급한 대로 확실하지 않은 정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영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이 모든 테러가 로스차일드 가문의 짓이라며 언론을 뜨겁게 달구었다. 그로 인해 영국 국민들도 지금까지 쌓이고 쌓인 분노가 모두 로스차일드 가문에게로 향했다.

이미 예전부터 음모론에 휩싸여 있던 집단이 아니던가? 예전 음모론이 사실은 모두 진실이었다는 여론으로 기울여지고 있었다.

“영국 정부는 아직 미국의 발표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습니다. 조금 더 면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영국 정부가 사실은 로스차일드 가문의 수하인이라는 말이 많은데, 그게 사실입니까?”

“영국 정부는 이 일을 은폐하려는 겁니까?”

“MI6가 로스차일드 가문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이 미국 CIA 조사에 의해 밝혀졌습니다. 이래도 끝까지 그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겁니까?”

영국 정부는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기자들은 성이 난 하이에나처럼 대변인을 물어뜯으며 진실을 밝히도록 강요했다. 이미 언론까지 완전히 정부로부터 등을 돌린 것이었다. 미국은 여기서 한술 더 뜨며 더욱더 여론을 뜨겁게 만들었다.

“영국은 로스차일드 가문에 대한 모든 걸 밝히지 않으면 우리 미국의 다음 목표는 이라크에서 영국으로 옮겨갈 겁니다. 우린 전쟁이 두렵지 않습니다. 우리 국민을 다치게 한 원흉이 있다면 그게 어디라도 쫓아가 응징할 겁니다.”

북한의 핵실험 도발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지 않은가.

9.11 때 미국은 쌍둥이 빌딩을 테러로 인해 잃었고 그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그 피의 대가를 치르기 위해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군사적 움직임에 망설임이 없었다. 왜냐하면 미국 국민들이 모두 복수를 원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더불어 여러 강대국들이 영국을 심하게 압박하기 시작했다.

러시아와 중국도 힘을 합쳐 영국이 즉각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경우, 핵전쟁을 불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들에게 자극을 받은 EU에서도 영국에게 강한 경고를 보냈는데, 로스차일드 가문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지 않으면 EU도 영국을 적으로 선포하겠다고 밝혔다.

즉, 영국을 편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난 각국에서 터지고 있는 자극적인 뉴스에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와인 잔을 들었다.

이제 로스차일드 가문은 궁지에 몰렸다.

* * *

“MI6를 오늘부로 해체하세요. 새로 재편을 할 때까지 모든 정보국의 행동을 막으라는 겁니다.”

“여, 여왕님. 정보국을 막는 것은 안보와 직결된 아주 심각한…….”

“지금 상황이 안 보이십니까? 모두가 우리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에요. 차라리 잘됐어요. 그렇지 않아도 로스차일드 가문의 눈치를 보는 게 답답했는데, 이 기회에 모두 잘라 버리는 게 좋겠어요.”

영국의 총리, 토니 블레어는 엘리자베스 2세의 명령에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총리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로스차일드 가문 덕택이지 않던가. 그리고 그는 로스차일드 가문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져 이 나라를 다스리고 있었다.

“총리님도 이제 결정을 내리세요. 무너져 가문을 끝까지 지키다 다 같이 수장돼서 죽을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마음을 다잡고 이 영국의 진정한 총리가 될지.”

“여왕님…….”

여왕은 17세기부터 이어져 온 로스차일드 가문의 권력에 짓눌려 있었다. 여러 번 그들을 몰아내기 위한 시도가 전대 황제들로부터 있었지만, 그때마다 로스차일드는 막대한 자금력으로 무마시켜 버렸다.

영국이 통째로 돈놀이를 하는 장사꾼들에게 넘어간 것이었다. 그것이 항상 통탄스러웠는데, 세계가 지금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이 나라를 로스차일드 가문으로부터 독립시킬 수 있는 기회를.

“총리님의 현명한 대답을 기다리도록 하죠. 만약 끝까지 그 가문을 위해 나서겠다면 나도 최후의 방법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영국은 영연방의 행정부를 강제 해산시키고 총리직까지 없앨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이 있다. 본래 영국 왕실은 정치에 잘 개입하지 않지만, 지금처럼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는 가장 강한 권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여왕이 지금 토니 블레어에게 최후의 통첩을 날렸다.

총리직을 유지하고 싶다면 로스차일드 가문을 배신하라는 것이 여왕의 뜻이었다. 만약 이를 따르지 않으면 여왕은 곧바로 총리를 해임시키고 스스로가 이 사태를 해결하려 들 것이다.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기억하셔야 할 것은, 로스차일드 가문은 영국 모든 분야에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겁니다. 행정이면 행정. 군사면 군사. 금융이면 금융. 이 모든 걸 관장하고 있는 자들을 어떻게 이긴단 말입니까?”

“뭘 모르시는군요. 지금처럼 국가가 위기에 처해 있는데, 과연 로스차일드 가문의 편을 들려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온 국민이, 설사 로스차일드 가문의 일원이라고 할지라도 내 편을 들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 영국이 불바다에 휩싸이는 걸 보기 싫다면 말이죠.”

토니 블레어는 복잡한 얼굴로 여왕에게서 물러났다. 줄곧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던 여왕도 그제야 표정을 풀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개인 사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오늘 밤으로 총리는 마음을 정할 겁니다.”

그녀의 사무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람은 리턴 쉐어즈 대표 김아름이었다. 그녀는 안경을 추켜올리며 잘 정리된 서류를 여왕 앞에 내놓았다.

“현재 저희가 갖고 있는 로스차일드 가문에 대한 정보입니다.”

여왕은 얼른 서류를 펼쳐 보며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동안 이 정보를 얼마나 얻고 싶었는지 당신은 모를 거예요. 영국 전역을 돈으로 다스리고 있는 놈들이잖아요. 이들에 대해 조사하고 싶어도 믿고 맡길 만한 사람이 없었죠. 모두 그들의 수하였으니까요.”

여왕은 그동안의 억울함을 김아름에게 전부 풀어놓았다.

“한 번은 로스차일드 가문에서 보낸 사람이 제 앞에서 협박을 다 하더군요. 가문의 뜻에 따르지 않으면 강제로 여왕 자리를 내려오게 해주겠다고. 그땐 얼마나 무서웠는지.”

김아름은 귀찮은 티를 내지 않으며 그녀의 말을 유심히 경청해 주었다. 그것이 자신의 상사인 김태산의 명령이었으니까.

그녀가 이곳에 은밀하게 온 이유는 모두 김태산의 명령을 따라서였다. 지금처럼 영국이 혼란스러울 때, 여왕은 반드시 골든 연합의 손을 잡을 것이라고 그는 확신했다. 그래서 김아름을 여기까지 보낸 것이었다.

“이런,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그들의 세력이 너무 크네요.”

MI6는 물론이고 영국의 안보를 지키는 군대까지 전부 로스차일드가 장악하고 있었다. 이대로면 여왕이 지휘봉을 잡고 흔든다고 해도 누구 하나 따라 줄 사람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김아름이 여기까지 온 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 아니던가.

“로스차일드 가문의 비리를 모두 밝히기 위해 미국은 오래전부터 그들을 조사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부당함에 영국이 고통받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이런 일을 대비하기 위해 미리 영국에 사람들을 풀어놓았지요. 혹시, 믿을 만한 사람이 있으신가요?”

여왕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없어요. 총리가 마음을 돌리면 모를까.”

“그렇다면 전적으로 저희가 여왕님을 도와드리겠습니다.”

김아름의 말에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여왕은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그런데 미국에서 김아름 대표를 여기까지 보냈다고요?”

“예, 저희 회사는 미국 정부와 매우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지금 로스차일드 가문이 일으킨 테러에 굉장히 분노하고 있고요. 하지만 영국과 전면전을 하는 건 피해가 커지니, 차라리 여왕님께 협조를 구해 내부적으로 조용히 로스차일드 가문의 힘을 무력화시키고 싶은 겁니다.”

듣고 보니 그럴싸한 말이었다.

정말 미국이 성명서를 발표한 대로 군대를 파견하게 되면 상황이 심각해진다. 그땐 핵전쟁을 각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 미국은 다른 방법을 썼다는 것인데…….

“전 영국의 완전한 자유를 원합니다. 더는 로스차일드 가문에 의해 이 나라가 휘둘릴 수 없습니다. 또한 로스차일드 가문이 사라지고 나서 또 다른 로스차일드 가문이 나오는 건 사양입니다.”

김아름은 세상 제일 선한 미소를 지으며 여왕을 안심시켰다.

“물론입니다, 여왕님. 저희는 그저 정의를 구현하고 싶을 뿐입니다. 로스차일드 가문에 의해 희생당한 사람들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들은 이 세상을 지배하려는 놈들이에요. 로스차일드 가문을 지금이라도 처리하지 않으면 훗날 어떤 일이 초래될지 모릅니다.”

“아주 공감하는 말이에요. 그들이 저지른 흉악한 범죄들을 나열하자면 이 사무실을 가득 채울 수 있을 거예요.”

로스차일드 가문을 향한 여왕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그리고 사실 당신들을 완전히 믿진 못해요. 이익이 없으면 절대 움직일 사람들이 아니니까. 하지만 난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그들을 반드시 없애고 싶습니다. 최대한 날 도와줬으면 좋겠군요.”

김아름은 그런 그녀를 다독이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여왕님, 저는 어디까지나 순수한 의도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리고 예전부터 여왕님을 매우 존경했고요. 이 영국의 찬란한 미래를 위해서라도 이 나라를 또 한 번 강제로 통치하려드는 세력이 없도록 철저히 감시하겠습니다.”

그냥 뻔한 소리를 하는데도 김아름의 목소리 때문인지, 신기하게도 상대는 신뢰감을 느낀다. 여왕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아예 김아름의 두 손을 꼭 붙잡으며 말했다.

“이렇게 아름다우신 분이 그렇게 말을 해주니 너무 고맙네요. 부디 이 나라가 평화로워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물론입니다, 여왕님.”

김아름은 여왕이 하는 말을 모두 들어주며 그녀가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까지 모두 귀담아 들어주었다. 덕분에 신이 난 여왕은 김아름과 함께 밤이 새도록 이야기꽃을 피웠다.

* * *

“일은 잘됐습니까?”

기다리던 전화가 드디어 왔다.

김아름은 조금 피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여왕은 완전히 저희 편으로 돌아섰습니다.”

“잘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연락이 늦었네요?”

“그 말 많은 노친네가 놔주질 않아서…….”

“예?”

“아닙니다. 여왕이 사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여왕이 김아름을 꽤 오랫동안 붙잡은 모양이다.

“고생했습니다. 얼른 들어가 쉬세요. 아참. 토니 블레어는 어떻게 됐습니까?”

“로스차일드 가문에서 떠나기로 결심한 것 같습니다.”

여왕보다는 실질적으로 행정을 운영하는 총리가 우리 편으로 나선다면 훨씬 수월할 것이다.

“잘됐네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여왕이 많이 기뻐하는 것처럼 보였습니까?”

“예, 영국이 드디어 독립을 할 수 있게 됐다면서 말이죠.”

그녀로서는 참 유감스러운 일이다.

로스차일드 가문이 정리되는 순간, 나는 영국의 여왕부터 없애 버릴 것이다. 그리고 영국의 왕조를 철폐시켜 새로운 영국으로 탈바꿈시킬 예정이다.

이 세계의 왕이 될 자격을 가진 사람은 바로 나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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