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검사, 마피아 되다-274화 (274/325)
  • 274화. 전쟁 (2)

    “알라를 위하여 우리의 목숨을 바치자!!”

    “오오오-!!”

    오사마 빈 라덴은 항상 그랬듯이, 여러 조직을 돌며 무뎌져 있는 저들의 마음에 불을 던져 주었다.

    “당신은 우리의 영웅입니다!”

    “알라께서 당신과 함께하기를!”

    “영웅이시여!”

    “당신은 모하메트의 환생이 분명해요!”

    9.11 테러 이후, 그는 아프가니스탄 주민들과 테러 조직의 속해 있는 멤버들이게 영웅시되고 있었다. 이슬람 극단주의에게 새로운 희망을 던져 주었고, 제2의 9.11을 꿈꾸는 테러 조직들은 그 희망을 기름 삼아 열정을 불태웠다. 하지만 막상 그들에게 테러리즘을 설파하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은 극심한 회의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알카에다 조직은 그 예전의 알카에다 조직이 아니다.

    그는 미군이 레바논을 공습해 무고한 시민들을 죽이는 걸 보고 테러를 꿈꿨다. 언젠가 나도 저걸 똑같이 갚아주겠다며 테러를 계획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마침내 그 꿈을 실현시켰다.

    쌍둥이 빌딩을 비롯해 미국의 펜타곤까지 공격하면서 이슬람의 위상을 높였다. 하지만 그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골든 연합이 아프가니스탄에 발을 들이면서부터.

    몸집부터가 전혀 상대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골든 연합은 미군을 움직여 아프가니스탄을 다스리고 있던 탈레반 정권을 몰아냈다. 단순히 몰아내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들은 다시는 탈레반 정권이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철저히 박살 냈다. 그와 관련되어 있는 자들을 전부 색출해 나가면서 말이다.

    그뿐인가?

    이들이 애초에 아프가니스탄을 침범한 이유는 9.11 테러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건 이들의 야망을 이뤄줄 수 있는 자극제로 활용되었다.

    골든 연합은 순식간에 알카에다 조직까지 침범한 다음, 중동 국가에 퍼져 있는 테러 조직들을 후원하기 시작했다. 물론, 얼굴 마담인 오사마 빈 라덴을 앞에 내세워서 말이다. 그래서 대부분이 골든 연합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모두 오사마 빈 라덴의 업적이라고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빨리빨리 들어와!”

    “저건 저기다 놓고!”

    “시간이 없다. 얼른 움직여!”

    오사마 빈 라덴은 아침 댓바람부터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깨고 말았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밖으로 나가보았다. 그런데 알카에다 본진이 어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 되어 있었다.

    수많은 군용 차량들이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으며, 골든 연합의 소속임을 알리는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어떤 박스들을 차에서 꺼내고 있었다.

    “아주 세상모르고 쳐 자고 있던데. 이런 날에 잠이 오나?”

    그때 오사마 빈 라덴이 세상에서 두 번째로 무서워하는 인간이 헬멧을 벗으며 걸어왔다.

    김태산의 오른팔이나 다름없으며, 현재 골든 연합이 운영하는 군대를 총괄하고 있는 강철중. 무려 2만 명이 넘는 군대다. 그것도 일반 군대가 아닌, 모두 최정예 훈련을 받은 이들로 전부 살인 무기라는 것이다. 그중 강철중은 가장 살인에 특화된 인물이 아닐 수 없다.

    “갑자기 이게 다 무슨 일입니까?”

    “무슨 일이긴. 이제 너도 밥값을 할 때가 되었다는 거지.”

    강철중은 담배 하나를 물고 불을 붙이면서 말을 이었다.

    “저거 다 미국에서 넘어온 무기들이야. 확신하는데, 미군도 저것보다 좋은 건 안 쓰고 있어. 그 말은 알카에다 조직만큼 좋은 무기를 들고 있는 곳이 없다는 거야.”

    “그, 그 말씀은…….”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대부분 퇴각하고 UN 평화군과 같은 소수만 남았잖아. 정권 이양 때문에.”

    “예, 그렇습니다만.”

    미군이 이라크 침공을 천명하면서 소수의 군대만 남고 전부 이라크로 넘어간 상태다. 즉, 현재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군대는 소수의 미군과 소수의 UN 평화군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아프가니스탄을 민주주의로 만들기 위해 정권 수립을 도모하고 있다.

    “이제 우리가 이만큼 돈을 투자한 값을 보여줘야지. 모레 우리가 알려주는 위치로 알카에다 애들 전부 보내. 카불을 공격하고 거기 있는 평화군 본진을 급습할 거야.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카불은 아프가니스탄의 수도다. 그리고 그곳에 새로운 정부를 세우기 위해 평화군이 본진을 차려놓았다. 그런 곳을 공격한단 말인가? 그랬다가는 다시 한번 전 세계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할 텐데?

    오사마 빈 라덴은 미군의 힘을 뼈저리게 느껴보았다. 그들이 가진 화력은 가히 세계 최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대단했다. 그 끔찍한 공격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던가. 그런 지옥을 다시 한번 경험해야 하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평화군이 우리 손에 죽은 걸 알면 UN에서 가만있지 않을 텐데요?”

    “괜찮아. 지금 UN 상황 몰라?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이라크까지 파병을 보내느라 다들 국민 눈치만 보고 있어. 처음에는 테러와의 전쟁이라고 선포해서 광고를 했지만, 지금은 그 약발이 많이 떨어졌다는 거야. 내가 장담하는데, 다들 쉬쉬하고 그냥 넘어가려 할 걸?”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파병을 보냈던 여러 나라의 정권들은 큰 고심에 빠져 있다. 이렇게 계속 장기화가 된다면 국민들이 반발을 할 테니까. 실제로 파병군을 철수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으니, 이들로서는 그 이상의 파병을 원하지 않고 있다.

    “평화군 본진만 없애면 되는 겁니까?”

    “아니지. 거기서부터 시작이지. 지금도 몸에 폭탄 잔뜩 껴안고 쾅 터뜨리고 싶어 하는 미친 테러리스트들이 많잖아? 그놈들에게 할 일을 줘야지.”

    또 테러를 계획한다는 건가?

    이미 9.11 테러를 깊이 후회하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이다. 그것만 아니었으면 골든 연합에게 붙잡힐 일도 없었을 테니까. 그런데 또 테러라니.

    “영국 여왕이 무서워서 질질 짜는 걸 봐야 하지 않겠어? 테러리스트라면 그런 큰 꿈은 하나씩 가져야지. 흐흐.”

    강철중의 말에 빈 라덴은 다음 타깃이 어딘지 알아챌 수 있었다.

    귀족의 나라, 영국. 그곳을 공격하는 것인가?

    “아주 대단할 거야. 우리가 들여온 폭탄으로 런던 시내를 불바다로 만들면.”

    예전에는 오사마 빈 라덴이 전 세계에 으뜸가는 악마라고 비판을 받았지만, 그는 그게 틀린 말이라는 걸 오늘에야 실감했다.

    진짜 악마는 여기에 있다.

    강철중. 그리고 그를 뒤에서 조종하는 골든 연합의 절대자, 김태산.

    이 둘은 악마의 왕이라는 루시퍼도 울고 갈 진정한 악마들이다.

    “알라이시여…….”

    빈 라덴은 끝없이 들어오는 군수 차량들을 바라보며 신음 섞인 감탄을 터뜨렸다.

    저 수많은 무기들이 곧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을 쑥대밭으로 만든 다음 영국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 * *

    “회장님, 지금 보시는 것이 현재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모습입니다.”

    나는 외국에서 송출되는 영상을 불구경하듯 바라보았다.

    오사마 빈 라덴의 군대인 알카에다 조직이 수십 대의 탱크를 몰고 와 카불을 공격하는 장면들. 거기다가 낙하하는 포탄과 미사일로 인해 평화군 진영이 완전히 불바다로 변해가고 있었다.

    “현재 철저한 언론 통제로 인해 다른 나라들은 이 상황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빠르게 이루어진 급습이라 UN에서도 지금 막 소식을 접했을 겁니다.”

    강철중의 보고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점령은 했습니까?”

    “예, 평화군부터 미군까지. 한 놈도 남김없이 전부 다 처리를 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정부를 수립하기 위해 미리 뽑아놓은 놈들을 얼굴 마담으로 내세웠습니다.”

    “잘하셨네요. 언론통제는 계속 이루어져야 하니, 모든 공항을 폐쇄시키고 카메라 들고 설치는 놈들은 전부 사살하라고 통보해 주세요.”

    “예, 회장님.”

    나는 강철중과의 통화를 끝내고 의자를 돌렸다.

    내 앞에는 미국을 움직이는 주요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보셨다시피 아프가니스탄은 아직도 큰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 나라는 구원하기 힘들어 보이는군요. 그러니까 이 나라를 깨끗하게 포기하고 이라크에 집중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회장님, 미군을 공격한 건 너무 앞서가신 게 아닌가 싶은…….”

    “이 사실을 알면 국민들이 분노할 겁니다.”

    국방부 장관부터 CIA 국장까지 우려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들의 불만은 금방 잠재울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희생입니다. 그리고 이들의 죽음이 결코 일방적인 학살이었다는 게 밝혀지면 매우 곤란하겠죠? 언론을 통제하는 권리를 제가 드렸으니, 알아서 잘 포장해 보세요.”

    이들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싫다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잔당들과 싸우다 장렬히 전사했다는 얘기를 언론에 퍼뜨리면 되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들과 싸운 잔당들은 모두 사살되었다는 뻔한 소식을 들려주면 그들의 부모들은 죽은 자식을 매우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겁니다. 오사마 빈 라덴이 붙잡히진 않았지만, 그가 공습에 의해 사망한 것 같다는 언론에 뿌리세요. 그럼, 억울한 미군의 죽음이 조금은 위로가 되지 않겠습니까?”

    “빈 라덴의 죽음을 조작하라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그가 죽은 것처럼 발표를 하라는 겁니다.”

    “그러다 그가 살아 있다는 게 밝혀지면…….”

    “언론 통제만 잘하면 빈 라덴이 외부로 드러날 일은 없어요. 지금도 철저히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하고 있으니까.”

    이들은 내 손에 빈 라덴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리고 내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모든 테러 조직을 없앨 수 있다는 것도.

    “저는 당신들의 우려가 뭔지 압니다. 제2의 9.11 테러가 일어날까 두려운 거겠죠. 하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나는 이 미국을 사랑합니다. 그래서 통제 불가능해 보이던 테러 조직들을 하나로 뭉쳐놓았습니다. 이 미국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저의 그런 노력을 부디 헛된 것으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말은 좋게 포장을 했지만, 내 의도와 전혀 다르게 흘러간다면 얼마든지 미국도 제2의 9.11 테러를 당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눈치가 빠르다. 또한 이들도 역시 속물 정치인이다.

    “회장님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여러분의 노고에 반드시 보답을 하겠습니다.”

    하나를 받으면 하나를 주는 것이 정치라고 했던가.

    나는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통치라고 본다.

    이들이 내 부당한 명령에 토 달지 않고 따르는 것은 내가 항상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명령대로 시행하지 않을 시에는 그에 따른 대가도 반드시 치른다.

    이들은 이미 마약처럼 내가 내리는 대가에 중독되어 있다.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얘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추후에 다시 말하도록 하죠. 다음 안건은 바로 이겁니다.”

    나는 이들에게 서류를 하나씩 나눠주었다.

    서류를 건네받아 그것을 하나씩 펼쳐보던 이들은 각자 경악 어린 탄성을 내질렀다.

    “회, 회장님. 이건…….”

    “우리가 이제부터 진짜 전쟁을 벌여야 할 상대입니다. 그러니 잘들 보고 외우시는 게 좋겠죠?”

    “미국과 영국의 전쟁이라니! 자칫 잘못하면 유럽과 미국의 전쟁으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그랬다가는 핵전쟁이 난무할 수도 있어요.”

    난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우리 장관님 뭘 모르고 계시네. 서류를 잘 읽어보세요. 영국을 치는 건 우리가 할 일이 아닙니다. 내가 공 들여서 키운 테러 조직들이 해줄 겁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쳐야 하는 건 영국이 아니라 영국 뒤에서 몸통을 숨기고 있는 이놈들이죠.”

    내가 가리키는 손을 따라 모두의 시선이 하나로 모였다. 그곳에는 로스차일드 가문의 문양이 있었다.

    “우리는 이 세상을 다시 한번 테러의 공포에 몰아넣으면 됩니다. 영국을 비롯해 유럽 전역을 말이죠. 그리고 미국은 그에 따라 호응을 해주면 되고요.”

    “그 말씀은…….”

    “로스차일드 가문을 세계의 적으로 만들어 버리는 겁니다. 그럼, 우리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아도 저들이 알아서 로스차일드 가문을 파멸시키지 않을까요?”

    이이제이라고 했던가.

    오랑캐는 오랑캐로 다스린다.

    나도 로스차일드 가문을 오랑캐로 다스릴 작정이다.

    내 모든 죄악을 뒤집어씌워서 말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