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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검사, 마피아 되다-271화 (271/325)

271화. 영원한 생명 (1)

“우리 미국은 승리했습니다. 앞으로도 그 승리를 이어갈 것입니다.”

미국이 공식적으로 이라크 전쟁 승리를 알렸다.

미군의 빠른 침투력으로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가 함락되었으며, 후세인 정부 군대가 해체 수순을 밟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그저 시작에 불과하다.

지옥 같은 이라크 전쟁이 이제 진짜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 무기를 보여 드리는 건 아마 처음인 것 같군요.”

연구 책임을 맡고 있는 도널드 제이슨 대령은 거대한 연구실 안으로 나를 인도하며 현재 그곳에서 뭘 만들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난 웬만한 고층 건물보다 높아 보이는 로켓같이 생긴 발명품에 짧은 감탄사를 터뜨리며 물었다.

“저게 이름이 뭐라고요?”

“아직 정식적으로 붙여진 이름은 없습니다. 하지만 연구원들 사이에서는 ‘더 원’이라고 불립니다. 아무래도 신의 힘과 맞먹는 것이니, 그렇게 부르는 것 같더군요.”

신의 힘이라.

옳은 말이다.

이 지구의 날씨를 조작하고 여러 자연재해를 조작하는 것이 과연 쉬운 일이겠는가?

“시범 운행은 해보셨습니까?”

“아, 예. 그렇지 않아도 이제 그걸 보여 드리려 했습니다.”

도널드 제이슨 대령은 나를 지휘소 안으로 인도해 그곳에 있는 통계 자료를 보여주었다.

“현재 저희가 목표로 삼고 실험 중인 곳입니다. 결과가 어떤지 한번 보십시오.”

이들이 목표로 세운 지점은 바로 일본이었다. 그리고 더 원을 이용해 아주 미세하게나마 그쪽의 지층을 흔들고 있었다.

“지진파를 보시면 저희가 무기를 가동하고 나서부터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의도한 겁니까?”

“예, 일단은 2~3도가량만 지진이 꾸준히 일어나게 조절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 자료가 많이 부족해서요. 만에 하나라도 여기서 출력을 높여 버리면 일본이 아니라 애꿎은 한국에 대지진이 날 수도 있어요.”

일본을 잡으려다 한국이 무너질 순 없지 않은가. 그만큼 이 무기는 극도의 미세함으로 다스려야 한다.

“완성 기간이 언제입니까? 정확한 날짜를 묻는 게 아닙니다. 대강 얼마 정도로 생각하고 있느냐입니다.”

“대강 말씀드리자면, 5년 정도는 걸릴 겁니다.”

5년이라.

딱 내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시간이다.

“좋습니다. 5년. 기다려 보겠습니다. 그리고 전폭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을 겁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회장님.”

도널드 제이슨 대령은 내가 그 자리까지 올린 사람이다. 그리고 실력도 확실한 인물이니, 5년 안에 어떻게든 완성을 시켜놓을 것이다. 조금 늦어진다고 해도 난 충분히 기다릴 각오가 되어 있다.

더 원이라고 불릴 만큼, 신의 힘에 도전하는 무기가 아니던가?

* * *

“회장님께서 말씀하신 청계천 복원 사업 말입니다. 그쪽 주변 상인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주요 재계 인물들과 정계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 회의였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나는 이들과의 만남을 가지며 여러 내용들을 토론했다. 그중 당연히 화두에 오른 것은 청계천 복원 사업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지금쯤 서울 시장이 되었어야 할 양반이 해야 하는 큰 사업이지만, 내게 반기를 들었다가 감옥에 가는 바람에 청계천 복원 사업은 영영 묻힐 뻔했다. 그러나 내가 다시 이 사업을 꺼내 들면서 간신히 빛을 보게 되었다.

“상인들이 반발하는 게 어디 한두 번 있는 일입니까. 하급 조직들을 움직여 빠르게 처리하세요. 하나씩 찾아가서 응징을 하던가, 아니면 돈으로 매수를 하던가. 처리만 해놓으세요.”

“예, 회장님.”

청계천 사업은 절대 현 서울 시장의 공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이번 사업은 반드시 내 앞길을 밝혀주는 사업이 되어야 한다.

“청계천 사업이 진행될 때, 언론에서 팡팡 터뜨려 줘야 합니다.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되어야만 제가 대선에 나설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됩니다. 잘 아시겠습니까? 이번 계획은 언론과 합이 잘 맞아야 국민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이 말입니다.”

내 말에 사람들은 다 알아 들은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청계천 사업이 시작되면 언론은 전부 내 얘기만 하게 될 것이며, 완성된 멋있는 청계천 모습에 국민들은 이것을 모두 내 공으로 돌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선 때 내게 유리한 강점이 생기게 될 터. 물론, 지금도 나에 대한 인기는 꽤 크다.

청계천 사업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언론에서 나에 대한 포장을 아주 잘해놓았으니까. 그러나 모든 것은 확실히 해야 한다. 상대가 나를 절대 이길 수 없도록 철저히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카드사는 어떻습니까? 회수율이 높던가요?”

카드사 이야기에 몇몇은 불편한 침음을 흘렸다.

“예, 카드사와 더불어 대부업체들을 늘린 결과, 더 많은 체납자가 나오고 있다는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돈을 갚게 하고 있어 결과적으로는 카드사에 이득입니다.”

여러 가지 방법이라고 하면 절대 정상적인 방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매춘, 장기매매, 노예 계약 등등.

참으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서 어떻게든 돈을 받아내고 있다.

“그것 때문에 국민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하루 속히 법을 개정하여 빚에 허덕이고 있는 사람들을 구해달라는 요청이 많습니다.”

“그냥 무시하면 됩니다. 어차피 그들을 구하겠다고 나서봤자 한쪽에서는 혈세를 낭비한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일 겁니다. 명심하세요. 돈 없고 힘없는 자들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정치계 인물을 지지하고 그들을 실질적으로 돕는 건 돈 있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그들의 목소리만 들으면 됩니다.”

아주 현실적인 나의 대답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다물었다.

돈 없고 힘없는 사람들이 모이면 무섭다는 얘기가 있지만, 그것도 상황 나름이다. 오히려 돈 많고 힘 있는 사람들이 모이면 무서운 정도가 아니다. 나라 전체를 뒤집어놓을 수가 있다.

“나이 제한을 비롯해 연임제에 관한 법안 제출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내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나이 제한을 철폐하고 연임제를 도입해야 한다.

당선만 되면 무한정으로 대통령을 할 수 있는 연임제로.

합법적으로 독재를 해보겠다는 것이다.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나이 제한 철폐에 관한 것과 연임제에 관한 법안을 이미 제출해 놓았습니다. 조만간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킬 겁니다.”

망치 몇 번만 때리면 내가 이 나라를 영원히 독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빠르게 처리하세요. 언론에서도 이 내용을 잘 포장해줘야 합니다. 연임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며, 절대 독재를 위한 발판이 아니라고. 미국처럼 정당한 선거를 통해서만 대통령을 계속해 나갈 수 있다고 말입니다.”

“예, 회장님.”

연임제와 나이 제한 철폐에 관해서는 언론이 오래전부터 밑밥을 깔아왔다. 갑자기 덜컥 연임제를 시행하는 건 아무래도 저항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회의를 마무리시키고 몇몇 기업인들과 함께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그들은 또 무슨 중요한 얘기가 남아 있는지 궁금해하는 얼굴이었다.

“제가 알기로 천성 그룹은 생명공학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투자도 활발하고요.”

뜬금없는 내 물음에 이강찬이 대답했다.

“예, 바이오 회사를 만들어 제약과 생명을 동시에 연구 중입니다.”

말은 저렇게 해도 사실 저 회사는 다른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겉으로는 제약품을 만드는 곳이지만, 실상은 승계 목적을 위해 설립된 곳이라는 것.

지금부터 차근차근 공을 들이면 푼돈에 가까운 세금만 내고 모든 재산을 문제없이 후계에 전달할 수 있게 된다.

“그 외 기업들은 어떻습니까? 천성 그룹과 다름없이 바이오에 투자하고 계신가요?”

천성을 제외하고는 다른 그룹에서 적극적으로 바이오산업에 투자하고 있는 곳은 없다. 나는 이들에게 내가 줄곧 생각하고 있었던 걸 밝혔다.

“조만간 리턴 쉐어즈에서 대대적으로 제약 회사들을 사들일 겁니다. 그리고 그들이 어떤 개발에 참여하는지 아십니까?”

“음… 불치병?”

“하하. 뭐,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게 제약 회사가 할 일이니까요. 하지만 나는 이들에게 그 이상의 것을 개발하라고 명령할 겁니다. 그건 바로 바이러스입니다.”

약이 아니라 바이러스라는 말에 모두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부터 제가 하는 얘기는 절대 밖으로 유출해서는 안 됩니다. 아시겠습니까?”

“아, 예. 회장님.”

심상찮은 얘기가 시작될 것임을 직감한 회장들의 표정이 사뭇 달라졌다.

“저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을 만들 겁니다. 그리고 그 바이러스를 이용해서 불필요한 인구를 줄이고 선택받은 인류만으로 이 세상을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내 말에 이들의 표정이 제각각이었다.

어떤 이는 잘못 들은 거 같다는 얼굴이었고, 또 어떤 이는 나를 미친 사람처럼 쳐다보았다.

하긴. 정상은 아니지 않은가.

불치병을 치료하기 위한 약 개발이 아니라, 인류를 말살시키기 위한 바이러스를 개발한다니. 내가 들어도 미친 생각이긴 하다. 하지만 미래를 위해서라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50억이 넘는 인구 중, 자원을 낭비하고 생산성 없는 40억 명을 없애 버리고 나머지 10억 명만 지구에 남기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그리고 이 10억 명 중에서 5억 명은 하인처럼 부려 나머지 5억 명을 풍족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노예로 만들 예정입니다.”

인구 10억 명이 다 같이 행복해질 순 없다.

10억 명 중 절반은 나머지 절반을 위해 힘든 노동을 해줘야 한다. 그럼, 그 나머지 5억 명이 풍족하게 살 수 있다.

“회, 회장님. 그 말씀은 무려 40억 명을 죽일 만한 바이러스를 만든다는…….”

“예, 현재로서는 그렇습니다.”

“자칫 잘못하다 전 인류가 모두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 오랫동안 개발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이번 얘기의 핵심은 아직 꺼내지도 않았습니다.”

아직도 꺼낼 말이 남아 있다는 소리에 회장들은 얼굴을 굳혔다. 바이러스 말고 더 충격적인 말이 또 뭐가 남아 있단 말인가.

“만약 우리가 원하는 세상이 오고, 모든 것이 안정되었을 때.”

내가 세계 대통령이 되고 인구가 10억 명으로 줄어들며 세상이 골든 연합의 통치 아래 놓이는 바로 그때를 말하는 것이었다.

“아마 우리는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조금만 더 오래 살고 싶다고.”

“그거야 모두가 원하는 일이지 않습니까?”

“그렇죠. 하지만 그건 힘 있는 사람일 때를 말하는 겁니다. 돈 많고 힘이 있으면 누구든지 무병장수하고 싶을 겁니다. 그건 저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계획한 모든 질서가 잡혔는데, 제가 나이 들어 죽어버리면 아깝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애써 만든 질서가 무너질 수도 있어요.”

내가 죽으면 수십 년을 계획해 쌓아온 탑이 와르르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지금은 진시황제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리고 있습니다. 그 사람도 예측을 했던 것이죠. 자신이 죽으면 중화는 다시 분열될 것임을. 그래서 불로장생의 약을 찾아 헤맸던 겁니다.”

불로장생약이라는 말에 이들은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눈치챈 것 같았다.

“지금 기술력으로 불로장생의 약을 만들 수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시도는 해봐야겠죠. 그리고 인간 복제를 통해 장기들을 이식해서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는 논문들이 있어요. 전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갖은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수명을 연장시킬 겁니다. 가능하다면 영원히 살 수 있도록 말입니다.”

바이러스를 발명해 40억 인구를 쓸어버리겠다는 말보다 회장들은 이쪽에 더 관심을 드러냈다. 만약 이 위대한 발명이 이루어진다면 이들도 나와 같이 영원히 살 수 있을 테니까.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우리 같은 상위권 사람들이 영원히 살 수만 있다면 이 세상은 더욱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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