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검사, 마피아 되다-270화 (270/325)
  • 270화. 메시아 (2)

    “현재 리턴 쉐어즈에서 투자 중인 제약 회사 목록입니다.”

    꽤 이름이 쟁쟁한 제약 회사들이 리스트에 올라와 있다.

    “우리가 강제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곳은요?”

    “기관에서 가지고 있는 주식까지 전부 사들인다면 여기 리스트에 있는 회사들을 모두 소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을지는…….”

    당연히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 하지만 단순히 이익 때문이 아니라, 앞으로 이 인류를 위해서라면 충분히 좋은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갑자기 왜 제약 회사를 보고 있는 거야, 워커?”

    김아름이 가져다준 파일을 보고 로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녁 식사에 참석한 사람들도 대부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사스라는 전염병이 돌고 있다는 건 다들 잘 알고 계시죠?”

    “맞아, 그것 때문에 나도 의료 닥터 끼고 다니는 중이야.”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로이. 이럴 때일수록 건강을 조심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전염병이 도는 것은 자연이 우리에게 뭔가를 말하려는 것이 아닐까… 하는.”

    “미스터 김,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나는 이목이 집중된 채로 천천히 말을 이었다.

    “전염병이라는 것은 자연의 채찍이나 다름이 없어요. 지진, 홍수, 화산 등도 그렇지요. 즉, 인간이 유해한 존재이고 자꾸만 자연을 괴롭히기 때문에 발생되는 일이라는 겁니다.”

    “갑자기 무슨 일이야. 우리 워커가 자연 타령을 다 하고.”

    “제 논지는 거기가 아닙니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이 세상에는… 인간이 너무 많다는 생각. 이미 오래전에 그 수용 한계를 넘었다는 생각.”

    내 말에 화기애애하던 분위기가 갑자기 내려앉으려 하고 있었다.

    나는 끊지 않고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이번에 날씨부터 시작해 지진까지 조작할 수 있는 기계를 미 국방부에서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우린 그걸 실험하기 위해 일본을 대상으로 삼았죠. 지금 당장은 아니겠지만, 조만간 그 무기를 실험대에 올려볼 생각입니다.”

    “얘기는 들었어. 그런데 그거 잘못 만지면 전 세계에 지진이 날 수도 있다며?”

    “예, 불의 고리를 잘못 건드리면 그 여파가 굉장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아직 실험 단계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기술력은 이미 오래전부터 갖췄다. 하지만 쓰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도미노처럼 지진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정작 타깃으로 삼은 나라는 크게 피해를 입지 않고 자국에 큰 지진이 일어나 모든 게 망가질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언젠가 반드시 그 무기를 손에 넣을 겁니다. 그러나 오늘 저는 새로운 무기를 얻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스라는 전염병으로 보고 말이죠.”

    “설마, 제약 회사에 관심을 두시는 이유가…….”

    김아름은 내 의도를 눈치챘는지, 살짝 표정이 어두워졌다.

    “맞습니다. 사스와 같은 전염병을 우리가 직접 만들어내는 겁니다.”

    “……!”

    모두 표정이 제각각이었다.

    한쪽은 경악, 한쪽은 호기심.

    “흑사병이 유럽에 돌았을 때, 수백만 명의 사람이 죽었어요. 엄청난 비극이 아닐 수 없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수백만의 사람이 사라진 덕분에 세상은 조금 더 깨끗해졌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50억이 넘는 인구가 득실거리며 세계 전역에 살고 있어요. 그렇다는 건 우리가 50억 개가 넘는 베리칩을 만들고 그걸 통제해야 한다는 건데……. 너무 많지 않습니까?”

    누구도 뭐라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내 계획이 뭔지 대충 눈치챘기 때문이다.

    “누가 그러더군요. 세계 인구가 10억까지 줄여야 통제하기가 편하다고. 전 그 말에 매우 찬성입니다. 굳이 50억 명이 넘는 인구를 계속 끌고 가야 할 이유라도 있습니까? 이 인구를 절반으로, 아니, 더 아래로 낮추는 게 앞으로의 인류를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이 아닐까요?”

    용량이 가득 찬 컴퓨터는 속도가 매우 느려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거기서 발생하는 바이러스로 인해 아예 고장까지 나버린다.

    이럴 때는 포맷을 시킨던가, 아니면 파일양을 줄여서 용량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 바이러스 검사하기도 쉬워지고 느려진 컴퓨터가 빨라지기 시작한다.

    인류도 그와 비슷하지 않은가.

    50억이 넘는 인류로 인해 지구의 자원은 점점 고갈될 것이고 분쟁만 더 일어나게 될 터. 결국 누군가가 나서서 청소를 해줘야 한다. 가득 찬 용량을 덜어내는 작업과 비슷하다는 것. 하지만 아직 이들이 그걸 받아들이기에는 무리인가.

    “미스터 김, 방금 그 말씀은… 무려 40억 인구를 말살시키겠다는 겁니까? 그것도 전염병으로?”

    “그 많은 인구를 없앨 수 있을 정도의 전염병이라면 글쎄요. 저희도 위험하지 않을까요? 전염병은 그 하나의 방법이 될 겁니다. 그 외에도 인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많이 있어요. 밥만 축내는 인구를 줄이고 엘리트 집단을 내세워 인류의 번영을 도모한다면… 더 좋지 않을까요?”

    “인류의 번영이 언제 엘리트로부터 시작이 되었나? 다 고만고만한 사람이 우연찮게 발견해서 그렇게 된 거지.”

    “로이의 말도 맞아요. 하지만 통계적으로 볼 때, 엘리트 단계를 밟고 올라온 사람이 결국 더 생산적인 일을 합니다. 그리고 위대한 발명은 항상 엄청난 공부와 노력에 따라온다는 걸 모르십니까?”

    “뭐… 그, 그렇긴 하지. 아무튼, 인구를 10억 명으로 줄이자는 거지?”

    “예, 최대한 가능하다면요. 만약 10억 명으로도 너무 많다고 판단되면 더 줄일 의향이 있습니다.”

    내 말에 다니엘 로페즈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골든 연합 멤버들이 이 이야기를 들으면 어떻게 생각할까요?”

    “아마 미쳤다고 생각하겠죠. 동시에 자신은 삭제되는 40억 인구에 포함되지 않아 감사함을 느낄 거고요. 생각해 보세요. 저는 지금 단순히 학살자가 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10억으로 줄인 인구라면 충분히 하나의 정부로 통합시킬 수가 있어요. 베리칩 통제도 더욱 간단해질 거고요.”

    “하지만 40억이라는 인구를 한꺼번에 말살시키는 건 불가능하지 않겠습니까?”

    “한꺼번에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해 나가자는 것이죠. 전염병, 지진, 전쟁 등등. 여러 가지 방법을 이용해서요.”

    전쟁이라는 말에 또 한 번 큰 반응이 터져 나왔다.

    “워커, 혹시 3차 세계대전이라도 일으키려는 건 아니지? 그렇게 되면 전염병이고 뭐고 핵폭탄 때문에 다 죽을 텐데.”

    “물론, 세계대전을 일으킬 생각은 요만큼도 없어요. 하지만 약소국들이 전쟁으로 망하고 그로 인해 다른 나라로 이주하려는 난민들을 전부 그 자리에서 죽인다면? 그 작업만 반복해도 수천만의 인구를 줄일 수 있어요.”

    그래도 여전히 내 말이 뜬구름처럼 들리는 모양이다.

    4억도 아니고 40억 명을 청소하는 일이지 않은가?

    “어쩌면 이것이 우리에게 큰 기회가 될 겁니다. 전쟁과 자연재해로 자꾸만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면 세상 사람들은 결국 구원자를 원하게 마련이죠. 기독교에서는 그것을 메시아라고 부르고요. 우리가 그들의 메시아가 되는 겁니다. 그들의 구원자 역할을 하는 것이죠.”

    “그 빌미로 세계 정부를 수립하고요?”

    “예, 전쟁과 기근, 수많은 전염병. 그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원하는 건 평화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 평화를 줄 수 있다고 말한다면 다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우리에게 손을 뻗을 겁니다.”

    세계 정부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큰 혼란이 있어야 한다.

    모든 정권이 무너져 무정부 시대가 되고 사람들은 서로를 죽여야만 살 수 있는 세계가 다다라야 세계 정부 수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항상 자유를 찾지만, 인간이라는 동물은 항상 어딘가에 속해 있고 속박이 되어 있어야 안도감을 느낀다. 그것이 바로 자유라는 이름을 표방하는 정부와 국가다.

    민주주의라고 하지만, 완전한 자유라고 부를 순 없다.

    헌법이라는 것을 따라야 하며 암묵적인 룰도 따라야 그 나라에서 사람답게 살 수가 있다. 조금이라도 엇나가면 그땐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되어 감옥에 갇히거나 정신병원에 들어가는 것이다.

    인간은 매번 자유를 찾기 위해 노래를 부르지만, 정작 그들에게 완전한 자유가 주어지면 이들은 단 한시도 견뎌내지 못한다.

    “전염병도 하나의 무기입니다. 다른 사람이 이 위험한 무기를 갖기 전에, 내가 먼저 갖고 싶습니다. 동의하시겠습니까?”

    처음에는 내 의견에 반대를 하던 사람들이 하나둘 마음을 바꾸기 시작했다.

    “40억 명을 말살하는 일이지만, 이 세상도 한 번쯤은 청소가 필요하겠죠. 자연의 순리를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다니엘 로페즈를 시작으로 다른 사람들도 내 의견에 찬동했다.

    “나도 워커의 말이 맞다고 생각해. 솔직히 인구가 너무 많긴 하지. 이렇게 가면 언제 자원이 다 떨어지고 공멸할지도 몰라. 우주로 나가지 않는 이상.”

    자원이 고갈하는 일은 이미 아프리카에서 발생하고 있다.

    당장 마실 물도, 먹을 음식도 없어 죽어가는 사람들이 천지이지 않던가?

    이들이 영원히 고통에 빠져 살아가는 걸 방관하기보다는 차라리 이들을 모두 없애고 그곳에 새로운 뭔가를 시작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럼, 그곳 사람들도 배고픔이라는 고통에 시달리지 않고 편안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을 터.

    “김아름 씨.”

    “예, 회장님.”

    “덩치가 큰 제약 회사들을 전부 매입하세요. 그리고 인원을 꾸려 개발에 들어가는 겁니다. 우리만이 해독제를 만들 수 있는 위험천만한 전염병. 그걸 만들어내야 해요. 가능하겠습니까?”

    “충분한 돈이 뒷받침된다면 못할 것도 없습니다.”

    생각 외로 김아름이 자신감을 드러냈다.

    돈이 없으면 안 되는 게 없는 세상이지 않은가.

    40억 명을 모두 죽이겠다는 이 미친 망상도 막대한 돈이 있으면 더 이상 망상이 아니라 가능한 일이 되어버린다.

    “진행하세요. 돈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예, 회장님.”

    김아름은 짧게 인사를 한 다음, 먼저 밖으로 나가 버렸다.

    할 일이 많이 생겼으니, 지체할 시간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미스터 김.”

    “아, 예.”

    “어제 로스차일드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혹시 미스터 김은 재산이 어느 정도 되십니까?”

    내 돈은 전부 김아름이 관리하고 있다.

    내 명의는 아니지만, 내 소유나 다름없는 회사들과 수많은 달러들.

    이 모든 것들을 합치면 얼마나 되는지 나도 대충은 알고 있다.

    “7조 달러라고 알고 있습니다.”

    다니엘 로페즈와 로이는 동시에 휘파람을 불었다.

    7,000조 원을 상회하는 재산.

    골든 연합이 운영하는 돈까지 합한다면 경 단위로 들어가게 될 터.

    훗날 70조 원의 거부가 되는 페이스북 창립자 주커버그보다 100배가 많은 돈이다. 물론, 이게 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벌어들인 건 아니다. 이중 절반은 세계 마약 시장을 독점하면서 벌어들였고, 나머지는 각 나라의 정권과 유착하여 벌어들인 돈이다.

    “미스터 김에 비하면 로스차일드는 정말 갓난아기 수준이군요.”

    몇백 년을 걸쳐 돈을 쌓아온 자들이지만, 지금 나는 그들을 한참 뛰어넘었다. 그리고 이들이 공들여 쌓아온 탑들과 돈은 곧 나의 차지가 될 것이다. 로스차일드란 이름이 앞으로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된다는 소리다.

    내가 재산을 이 정도로 늘릴 수 있던 비결은 항상 남의 것을 빼앗기 때문이다. 항상 그랬듯, 로스차일드가 가지고 있는 재산도 전부 빼앗아 버릴 것이다.

    “메시아라는 비유가 참 적절합니다. 모든 이들의 위에 서는 사람. 어쩌면 북한에서 김씨 일가를 신격화했던 것처럼, 온 세상 사람들이 미스터 김을 신격화할지도 모르겠군요.”

    그래, 어쩌면 난 인류의 메시아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고로 신은 인간을 구원하기만 하지 않는다. 인류에 심판을 내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40억 명의 인구를 한꺼번에 청소하는 것도 결국 신의 업무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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