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검사, 마피아 되다-269화 (269/325)

269화. 메시아 (1)

로스차일드 가문.

음모론 하면 프리메이슨과 함께 항상 나타나는 가문이다.

워털루 전쟁 때 나폴레옹이 연합군에 패배했다는 걸 미리 알게 된 로스차일드 가문은 유럽 전역에 나폴레옹이 승리했다고 거짓 정보를 퍼뜨렸다.

그로 인해 모든 주가가 종이쪼가리가 되었고, 로스차일드 가문에서 그 많은 주식을 전부 매입해 유럽 최고의 거부가 되었다는 것이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는 로스차일드 가문이다. 실제로 방송에서도 그것이 사실인 마냥 나가고 있다.

하지만 로스차일드 가문은 그런 적이 없다. 이들은 정보를 조작한 적이 없고, 오히려 금을 잔뜩 사놨다가 워털루 전쟁이 시시하게 끝나는 바람에 폭삭 망할 뻔했다. 그 후에 그들은 영국 국채를 사들여 대박을 터뜨리면서 가까스로 살아났던 것.

그 외에도 이들이 FRB, 그러니까 미국 달러를 생성하는 데에도 개입을 해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달러를 찍어낼 힘이 있다고 해도 솔직히 그게 큰 이득이 되진 않는다. 만약 그게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준다면 내가 진작 거기부터 손을 댔을 것이다.

그러나 로스차일드 가문이 비밀결사라는 오해는 충분히 받을 만하다.

외부와의 교류를 최대한 꺼리고, 가문의 요직을 어떻게 나누는지도 알려져 있지 않다. 철저히 내부적으로만 작위를 나누고 있으며, 각 나라에 퍼져 있는 본사도 가문의 사람들만 맡게 해놨다. 이 때문에 프리메이슨 같은 비밀결사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로스차일드 가문이라면 재산이 한… 1조 달러가 좀 넘던가요?”

“사우디 왕가보다 조금 많은 수준입니다.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1조 5천억 달러입니다.”

거의 2,000조 원에 맞먹는 액수다.

로스차일드 가문이 음모론처럼 세계를 움직이는 흑막은 아니지만, 이들의 재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쪽 가문이 아직도 정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까?”

18세기부터 정계에 간섭하기 시작한 로스차일드 가문은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퍼뜨려 그 유명한 벨푸어 선언을 하도록 영국 정부를 압박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록펠러 가문 등, 여러 재벌들이 등장하면서 차차 쇠퇴의 길을 걸었고, 현재 21세기에서는 이들이 어느 정도 영향력을 보이고 있는지는 나도 자세히 알지 못한다.

“왜 없겠습니까. 이들은 차고 넘치는 돈이 있어요. 정치인 중에 돈 싫어하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하지만 옛날만큼은 아닙니다. 지금은 그냥 로비를 하는 수준이라고 보시면 되겠군요. 그러나 워낙 베일에 싸여 있는 가문이라 정확히 어떤 회사를 운영하고 있고 그 규모가 어떻게 되는지도 파악하기가 꽤 힘듭니다.”

철저히 자신들의 모습을 숨기는 것이 로스차일드 가문의 특징이다.

그렇게 따지면 우리 골든 연합도 다를 건 없지만.

“MI6를 이들이 지원해 주고 있다고 보십니까?”

“예전에 록펠러 가문이 석유 사업으로 한창 뜨고 있을 때, 로스차일드는 그들을 무시했다가 크게 다치고 말았지요. 거기서 교훈을 얻은 게 아닐까요?”

한때 세계 최고의 부를 축적했던 록펠러 가문은 가족들 간의 싸움과 정부의 지속적인 견제로 인해 갈기갈기 찢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전성기 때는 로스차일드 가문을 찍어 내려 버릴 정도로 힘이 왕성했다.

거기서 로스차일드 가문이 교훈을 얻은 것일까?

경쟁자가 생기면 우습게 보지 말고 무조건 견제부터 하라는 교훈.

“로스차일드 가문이 세계 전역에 자리를 잡고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예.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심지어 한국에도 있습니다. 겉으로는 로스차일드 가문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진 않지만, 그 가문에서 운영하는 회사를 각 나라에 퍼뜨린 것이죠.”

로스차일드는 자신들의 정체를 숨기고 각 나라에 씨앗을 퍼뜨리는 자들이다.

“위치는 파악해 두셨고요?”

“한국과 미국은 찾아놓았습니다. 일본과 중국에서도 조만간 소식이 있겠지요.”

이들의 위치를 파악해 두는 건 아주 중요하다.

만약 로스차일드 가문이 정말로 MI6를 지원했고, 그들이 그 가문의 힘을 빌려 우리의 프로젝트를 방해한 것이라면 나는 절대 이것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이들의 지부가 어디 있는지 전부 파악해 하나씩 파괴해 버릴 작정이다.

로스차일드 가문이 갖가지 수를 써가며 숨긴다고 해도 그 큰 몸뚱이가 내 눈에 걸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MI6와의 연관점을 최대한 찾아주세요. 그다음에 이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해 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정말 MI6와 연관이 되어 있다는 게 밝혀진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십니까?”

“간단하지 않습니까. 이들의 지부를 하나씩 파괴하고 그 끝에 있는 심장부를 타격할 겁니다. 로스차일드 가문이 재산도 많고 여러 군데 퍼져 있기는 하지만, 골든 연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들에게 돈이 있을지라도 우리에게는 돈으로 줘도 못 산다는 권력이 있으니까요.”

로스차일드 가문과 골든 연합의 차이점은 바로 이것이다.

그들은 권력이 있을지라도 음모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세계를 좌지우지하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 골든 연합은 다르다. 우리는 음모론에서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악질이며, 훨씬 더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핵폭탄을 세계 곳곳에 뿌려 지구를 멸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로스차일드 가문도 억울하긴 할 겁니다.”

“뭐가 말이죠?”

“혹시 요즘 인터넷에서 떠도는 글들을 보셨습니까? 아니지. 요즘 잘 팔리는 책이 뭔지 아십니까?”

다니엘 로페즈가 갑자기 이상한 얘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요즘 인터넷에서 어떤 글이 떠다니는지, 어떤 책이 잘 팔리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바로 세계 정부에 관한 글입니다.”

“세계 정부요? 혹시, 우리가 계획하는…….”

“그거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땐 망상에 빠진 음모론 작가들의 글인 것 같더군요. 실제로 뒷조사를 해보니, 그냥 깡촌에 살고 있는 별 볼 일 없는 놈들이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조금 놀랐다.

골든 연합 멤버 중 누군가가 세계 정부에 대한 정보를 외부에 노출한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얘기를 들어보니 확실히 누군가의 망상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흥미로워서 읽어보았더니, 거기서 그러더군요. 지금 세계는 프리메이슨과 일루미나티, 그리고 로스차일드 가문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다고요. 그뿐입니까? 예수회인가 뭔가 하는 곳이 이들의 최정점에 서 있고 교황도 거기에 지배를 받고 있다는 겁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프리메이슨과 일루미나티가 존재하는 조직이긴 하지만, 이들은 거의 친목회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들은 악마를 숭배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세계 정부라는 음모론은 마음에 들었다.

“프리메이슨인가, 아무튼 어떤 집단을 세운 사람이 열 가지 규율을 주고 죽었다고 합니다. 그중 하나가 세계 인구를 10억까지 줄인다는 것이죠. 그래야 한꺼번에 통제하기가 쉽다고요. 그리고 한 가지 제가 놀랐던 점은 바로 이겁니다. 그 조직들이 세계 정부 수립을 위해 모든 사람의 몸에 칩을 박으려 한다고요.”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요?”

내 의심스러운 목소리에 다니엘 로페즈는 손을 저었다.

“하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베리칩에 관한 건 외부에 새어나가지 않도록 항상 감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쓴 작가를 잡아서 취조를 해보니, 단순히 상상에 불과했더군요. 우리가 베리칩 상용화를 위해 먼저 애완견에게 의무적으로 칩을 박도록 하고 있지 않습니까? 거기서 착안해 추론을 했답니다.”

망상이 심해지면 가끔 올바른 추론을 내기도 하는 법이다.

뭐, 나름 괜찮은 추론이긴 했다만 문제는 그걸 혼자서 삼키지 않고 책으로 내놓았다는 게 문제였다.

“그 작가는 잘 처리했습니까?”

“예,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무튼, 이들이 음모론을 퍼뜨려 주는 덕분에 죄 없는 노인들 친목회와 로스차일드 가문만 욕을 먹고 있다는 거죠.”

음모론은 굉장히 위험하다.

왜 여러 종교에 사이비가 생기겠는가?

그 종교마다 내려오는 교리를 이상한 방향으로 해석을 하면서부터 사이비가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막상 들어보면 ‘그럴싸하다’라는 생각이 들어 그 사이비에 빠지게 된다.

음모론도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어떤 일을 이상한 방향으로 해석해 그걸 음모론으로 만드는 것이 망상론자들의 특징이다. 그리고 꽤 그럴싸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곧이곧대로 믿게 된다.

“최대한 우리 연합을 감추기 위해서라도 로스차일드와 프리메이슨 쪽을 몰아붙여야겠군요.”

나는 오히려 이런 현상이 고마울 정도다.

로스차일드와 프리메이슨을 연막으로 써서 더욱더 우리를 대중 속에서 감출 수 있으니까. 그리고 음모론이라는 것은 결국 몇 년 후에 거짓말이었다는 게 전부 밝혀진다. 일반인들에게 밝혀질 정도로 허술한 곳이라면 진작 우리 연합이 세상에 까발려졌을 것이다.

“저도 미스터 김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걸로 좋은 연막을 한번 만들어보도록 하죠.”

“예, MI6 건도 잘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미스터 김. 아! 그리고 오늘 저녁에 모두 모인다고 합니다. 미스터 김이 직접 오셨으니, 주요 멤버들은 한 번씩 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그럼, 저녁 때 뵙도록 하죠.”

나는 로페즈와 인사를 나누고 호텔로 돌아갔다. 그런데 호텔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건 김아름을 비롯한 여러 경호원들이었다.

“갑자기 무슨 일이죠? 연락도 없이.”

“죄송합니다, 회장님. 급한 일이라 연락도 없이 이렇게 달려왔습니다. 오늘부터 회장님의 경호를 두 배로 늘리고자 합니다. 그리고 최대한 외부와의 접촉을 삼가 주십시오.”

김아름의 일방적인 제안에 나는 눈을 껌뻑이며 되물었다.

“뭐 때문에 그러는 겁니까?”

“회장님, 지금 전염병이 돌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요.”

“전염병?”

“예, 사스라는 전염병입니다. 치사율이 무려 15%에 달합니다.”

사스?

나는 무릎을 탁 치며 기억을 떠 올렸다.

사스라면 2003년부터 유행하게 되는 전염병이다.

이로 인해 세계적으로 사망자가 속출하게 되는데, 미국도 전염병 안전지대가 아니다.

왜냐하면 홍콩에 출장을 다녀온 사람들이 병원균을 마구잡이로 옮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출을 삼가라는 겁니까?”

“예, 의료 닥터도 항상 회장님 곁을 따라 다닐 겁니다. 혹시 있을지 모를 사태를 대비해서요.”

사스라.

우리나라는 사스에 딱 3명만 걸리는데, 그마저도 가볍게 완치가 돼서 한국인들이 건강한 이유는 김치 때문이라는 소문이 전 세계 퍼진다. 그로 인해 김치가 불티나게 팔리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발생하는데, 우리나라가 사스에 안전한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나라가 위생적으로 뛰어나기 때문.

김치 때문에 사스가 걸리지 않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사스가 어느 정도 퍼졌습니까?”

“정부의 발표가 늦었습니다. 이미 1주일은 넘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홍콩에서 시작을 했고, 병원균에 감염된 사람들이 세계 곳곳에 퍼지는 바람에 일이 커진 겁니다.”

사스라는 병이 알려지지도 않았고, 증상도 감기와 비슷해 누구도 이것이 큰 전염병이라는 걸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그냥 감기에 걸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전염병이 순식간에 세계 전역으로 퍼지는 것이다. 그것도 치사율 15%에 달하는 전염병이.

하지만 나는 이 병에 걸릴까 두려운 게 아니라 전염병이라는 것에 생각이 꽂혔다.

전염병의 힘.

이것이 가져다주는 파급력.

그리고 그로 인해 생길 희생자들.

“김아름 씨, 혹시 우리가 바이오 주식에도 손을 대고 있습니까?”

“리턴 쉐어즈의 돈이 들어가지 않는 종목은 거의 없습니다.”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 전염병을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어쩌면 그것이 핵폭탄보다 더 큰 무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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