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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검사, 마피아 되다-259화 (259/325)

259화. 정상 (2)

“다들 바쁜 거 알면서도 이렇게 모이게 한 이유는 아주 중대한 발표를 하기 위함입니다.”

강철중, 김아름, 로이 루스테, 다니엘 로페즈, 라우팽, 그리고 최정식까지.

골든 연합의 핵심이 되고 있는 멤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렇게 쟁쟁한 멤버들이 한곳에 모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을 불러내기 위해 나는 참 많은 생각을 했었다. 과연 이것이 맞는 길인지 스스로 계속 되뇌면서. 그리고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워커, 드디어 마음을 정한 거야?”

로이는 눈빛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슬쩍 끄덕이면서 답했다.

“아마 모두 들어 알고 있겠지만, 모든 연합원들과 그리고 대한민국 정치권 인사들이 제게 대통령 자리를 제안했습니다. 솔직히 대통령이란 자리는 제게 필요 없다는 걸 다들 아실 겁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위해서, 그리고 골든 연합의 위상을 위해서라도 그 자리가 꼭 필요하다는 것 느꼈습니다.”

“미스터 김의 말씀이 맞아요. 그동안은 뒤에서 모든 걸 하셨지만, 이제는 앞으로 나설 때가 되었어요.”

다니엘 로페즈도 같은 의견을 나타내며 연합원 의견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나는 단순히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땅에서만 대통령을 할 생각이 없다.

“그래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과연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는 것이 나에게 어떤 이득이 되는가……. 아시다시피 대한민국 대통령과 모든 정치권은 전부 제 발아래에 있어요. 언제든지 그들을 갈아치울 수 있는 힘이 내게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 자리를 굳이 앉는다?”

“워커, 그거는…….”

“여러분의 의견은 잘 알고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형식상으로라도 그 자리를 내가 갖는 것이 옳으니까요. 하지만 전 그 이상의 것을 보고 있습니다.”

“그 이상의 것?”

모두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 다음 말에 귀를 기울였다.

“세계 정부 수립. 이것이 제가 원하는 그림입니다.”

“세계 정부요?”

“예, 세계 정부. 지금은 UN이라는 이름의 아무런 제재권도 갖지 못한 허울뿐인 연합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것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다면 어떻습니까? 지구상에 있는 모든 국가가 세계 정부의 통치를 받는 겁니다.”

세계 정부 수립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UN이 있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들은 그냥 수박 겉핥기에 불과하다. 이들이 할 수 있는 게 과연 뭐란 말인가?

UN 평화군이 있긴 하지만, 선진국들끼리 싸움에 들어가면 그들은 무용지물이다. 또한 기아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을 구한다고 하지만, 모금에 들어가는 돈에 80% 이상이 엉뚱한 주머니에 들어가 버린다.

비리의 온상이며 온갖 권모술수가 판치고 있는 UN은 이미 그 기관으로서의 명분을 상실했다. 그러나 허울뿐인 UN이 아니라 진짜 UN이 등장한다면?

온 세계를 하나로 통일하고 모든 국경을 철폐함과 동시에 모든 인종과 언어의 장벽, 그리고 정치 체계까지 하나로 모은다면?

인류의 황금기라고 불리던 초기 문명 수메르 시대로 돌아갈 수가 있게 된다. 그럼, 우린 더 이상 떨어지지 않으며 새로운 바벨탑을 건설할 수 있으리라.

그렇지만 이런 이론은 어디까지나 허상에 불과했다.

생각을 해보라.

러시아와 미국이, 서로 다른 정치체제를 갖고 있는 그들이 세계 정부라는 이름 앞에 모이려 하겠는가? 당연히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게는 이들을 하나로 묶어놓을 수 있는 열쇠가 있다.

“베리칩을 성공적으로 상용화시키면 세계 정부 수립은 허황된 꿈이 아니에요. 누가 감히 우리에게 복종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들의 목숨 줄을 우리가 붙잡고 있는데요.”

“세계 정부를 수립한 다음, 새로운 법안을 만들어 체재 통일과 연임제 등을 동원한다면…….”

“맞습니다. 제가 세계 정부의 초대 대통령이 되는 겁니다.”

이제야 이들은 내가 바라보고 있는 그림의 정체를 알아냈다.

나는 대한민국에서만 머물 생각이 없다.

세계를 통치하고자 시작한 일이다. 그렇다면 아주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들이 내가 앞으로 나서길 원했으니, 난 진지하게 나서줄 생각이다. 이미 후회하기에는 늦었다는 것이다.

“어떻습니까, 제 의견이?”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로이가 박수를 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야. 역시, 워커는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아. 내가 딱 원했던 거야. 그래, 워커 같은 사람이 작은 땅에서 머물 수 있겠어? 세계적으로 나가는 게 당연하지.”

“저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긴 하지만, 이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듯합니다. 베리칩의 힘으로 세계 정부를 수립하고 미스터 김을 대통령으로 추대한다! 이거야말로 골든 연합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던 일이 아닙니까?”

골든 연합은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데에서 멈추지 않고 세계를 통치하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다. 그렇기에 세계 연합을 만들고 세계 대통령을 선출하는 일은 골든 연합의 목적과 아주 잘 어울린다.

“만약 세계 정부가 수립되면 체제가 통일되는 겁니까?”

줄곧 입을 다물고 있던 김아름의 질문이었다.

“최대한 체제가 통일되게 해야죠. 세계 대통령의 권한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요. 그에 대한 문제는 각 나라와 대화를 통해 풀어나갈 생각입니다. 만약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여겨지면 그땐 내 방식대로 처리할 생각입니다.”

“회장님의 방식이라는 건…….”

“당근이 먹히지 않으면 채찍이겠지요. 왜 우리가 막대한 자금을 들여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테러 조직들을 키워놓고 있겠습니까?”

“그 말씀은 테러를 일으켜 세계 정부를 따르게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미국, 러시아, 북한, 일본, 중국, 그리고 한국은 세계 정부가 수립되는 즉시 가입을 하게 될 것이다. 그 주변에 있는 약소국들도 알아서 기어 들어오겠지만, 유럽은 그렇지가 않다.

현재 우리의 세력이 가장 미미하게 닿는 곳이 유렵이다.

메데인 카르텔이 유럽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기는 하지만, 마약 판매만 그렇지 정치적으로 개입되어 있는 곳이 거의 없다.

즉, 유럽은 아직 우리에겐 미지의 세계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그 자존심 강하고 콧대 높은 작자들을 컨트롤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철저히 밟아줘야 한다.

처음부터 돈을 싸들고 가서 정권에 개입할 생각은 없다.

미국에서 일어났던 끔찍한 테러를 유럽에서 일으킨다면?

그들 사이에 종교 분열과 인종 분열을 일으켜 서로 싸우게 만든다면?

EU라는 웃기지도 않는 연합으로 똘똘 뭉친 그들이 과연 얼마나 버티게 될까?

“할 수 있는 데까진 해봐야겠죠. 우리도 슬슬 유럽으로 진출할 때가 되지 않았나요? 그리고 그들의 정권을 흔들기 위해서는 국론을 분열시키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 방법으로 테러만 한 게 없죠.”

내 대답에 김아름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마음에 들어 하는 건지, 아니면 들어 하지 않는 건지.

당최 김아름의 속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이제까지 한 번도 내게 안 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녀의 충성심은 의심할 바가 못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강철중 씨.”

“예, 회장님.”

“앞으로 중동 국가에 있는 테러 조직들에게 더욱 신경을 써주도록 하세요. 언제든지 그들이 움직일 수 있게 훈련도 시켜놓고, 그들이 대놓고 유렵에 폭탄을 들고 가도 걸리지 않게 루트도 잘 뚫어주시고요. 지원은 얼마든지 하겠습니다.”

강철중은 눈빛을 반짝였다.

유럽 국가에 총과 폭탄을 들고 가도 들키지 않을 정도의 루트라.

그리고 그것들을 유럽 한복판에서 터뜨린다는 생각에 벌써 신나 죽겠다는 얼굴이었다.

하여튼, 저 양반도 그리 정상은 아니다.

“잘 알겠습니다, 회장님.”

나는 강철중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말을 이었다.

“저는 진지합니다. 이미 대략적인 계획을 짜놓은 상태이고, 세계 정부 수립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전쟁을 불사해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겁니다.”

“미스터 김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나도 워커의 뜻대로 할게.”

다른 사람들도 로이와 같이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의 뜻이, 곧 연합의 뜻이다.

“미스터 김, 잠시 저와 따로 얘기를 나눠도 괜찮겠습니까?”

이렇게 회의가 끝나나 싶었는데, 다니엘 로페즈가 따로 나를 불렀다.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안 되는 이야기인가 싶어 나는 그와 함께 룸에 들어갔다.

“어떤 것 때문에 그러시죠?”

“음, 유럽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혹시 MI6라고 아십니까?”

미국에 CIA가 있다면 영국에는 MI6가 있다.

이들은 영국 첩보 기관으로 CIA처럼 국가의 기밀을 다룬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가 왜…….”

“이틀 전에 CIA 국장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요즘 MI6의 행태가 수상하다고 말이죠.”

우리가 MI6도 신경을 쓰고 있었나?

그들의 행태가 이상하다고 해서 우리에게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텐데?

그런 내 눈빛을 읽었는지 다니엘 로페즈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들이 미스터 블랙이라는 코드 네임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즉, 골든 연합과 미스터 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는 겁니다.”

MI6가 나에 대해 조사를 하는 중이다?

“골든 연합을 제대로 파고들면 미스터 블랙이란 사람이 누군지 금방 알게 될 텐데요?”

언론에 나오지 않았을 뿐이지, 골든 연합은 규모가 워낙 커서 조사를 하면 금방 윤곽이 잡힐 것이다.

“하하, 제가 그렇게 허술하게 해놓았을 것 같습니까? 이리저리 꼬아놔서 아마 그쪽도 핵심을 찾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겁니다.”

하지만 그분 사소한 부분까지 다니엘 로페즈가 신경을 쓰고 있었다.

하긴. CIA를 자기 집 경호원처럼 부리는 양반이니, 골든 연합을 지키기 위해 갖가지 수를 썼을 것이다.

“골든 연합에 가입되어 있는 연합원들 숫자가 상당하지 않습니까? 그들 중 한 명만 족쳐 봐도 우리의 정체를 파악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그렇긴 하겠죠. 하지만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골든 연합의 연합원들은 전부 재벌에 각 정치계 핵심 인원들이에요. 그들이 뭐가 아쉬워서 MI6에 협조를 한단 말입니까? 납치를 해서 고문하면 모를까.”

대통령에 버금가는 경호원들을 데리고 다니는 재벌들을 납치한다?

아무리 MI6라고 해도 그 정도 일을 해내는 건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물론, 그들이 계속 이 일을 파헤친다면 금방 우리의 정체를 알아차릴 겁니다. 하지만 우리도 역으로 이들을 추적할 수 있어요. 이들이 왜 우리를 건드리고 있는지는 알아야 할 거 아닙니까?”

틀린 말은 아니다.

그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왜 우리를 추적하고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

“CIA를 투입합니까?”

“가능하다면 CIA를 비롯해 러시아와 중국에 있는 첩보 기관까지 전부 동원하고 싶습니다. 일본과 한국도 협조를 해주면 고맙겠군요.”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개의 나라가 첩보 기관을 움직여 MI6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면 그쪽도 머리가 꽤 아플 것이다. 그리고 여러 첩보 기관을 통해 MI6의 비리와 영국 정치권 사람들의 아픈 곳을 찾아낸다면 앞으로의 협상에 큰 도움이 될 터.

“그쪽은 제가 알아서 협조를 구하겠습니다. 그런데 괜찮겠습니까? 그쪽이 거칠게 나오면…….”

“하하. MI6가 저보다 더 거칠게 살았겠습니까? 제가 백인 얼굴로 당당하게 할렘가를 평정했던 사람이에요. 그놈들의 위협은 간지럽지도 않습니다.”

자신만만한 다니엘 로페즈의 대답에 나도 마음이 놓였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MI6를 파헤치고 어떻게 하면 그들을 우리의 수족으로 만들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들을 우리의 것으로 만들면 영국 안보가 완전히 뚫리게 되는 것과 다름이 없으니까. 그럼, 앞으로 유럽 진출에 걸림돌이 없을 것이다.

이참에 유럽을 원활하게 진출할 수 있는 구멍을 만들어놓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솔직히 MI6는 의외였지만, 그들이 싸움을 시작하겠다면 피하지 않을 생각이다.

어떤 국가의 위협에도 굴복할 골든 연합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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