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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검사, 마피아 되다-239화 (239/325)

239화. 위대한 대통령

“갑자기 여기까지는 무슨 일이십니까?”

아직 부통령의 죽음을 알지 못하는 부시다. 그는 무언가를 들킬까 두려운 얼굴빛을 하고 있었다. 난 그런 그를 한심하게 바라보며 말문을 열었다.

“대통령님.”

“예, 회장님.”

“예전에 말씀드렸듯이 저는 절 믿는 사람을 절대 배신하지 않습니다. 항상 그들의 믿음만큼 보답해 주지요. 하지만 그것은 배신에 대한 행동에도 적용이 됩니다.”

부시의 표정이 싹 바뀌었다. 하지만 그는 끝끝내 실토를 하지 않았다.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몰라서 묻는 겁니까? 아니면 알고도 모른 척하시는 겁니까?”

“그건…….”

“그냥 보여 드리는 게 났겠군요.”

나는 사진 몇 장을 부시 앞에 던져놓았다. 그리고 내일 자로 만들어진 신문 기사까지.

부시는 슬쩍 내 눈치를 보다 사진과 신문을 번갈아 살펴보았다. 이윽고 그의 얼굴이 경악으로 가득 찼다.

“이, 이건!”

“잘 보이십니까? 당신의 오른팔이라 불리는 부대통령 딕 체니입니다. 머리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총을 맞아 사망했습니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그런데 왜 기사에는 자동차 사고라고…….”

부시의 말에 나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제가 죽였거든요. 그 사람을.”

“뭐라고요?! 어떻게 그런 짓을! 이 사람은 이 나라의 부대통령이오!”

“압니다. 제가 그걸 모르고 죽였겠습니까? 여야 대표와 당신이 거느린 수뇌부들이 보는 앞에서 머리를 쏴 죽였습니다. 그것도 이틀 전에 말이지요.”

이틀 전?

부시는 동공이 지진 난 듯 흔들렸다.

부통령의 사망 소식을 누구도 자신에게 말하지 않았다니.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그렇지 않아도 어제부터 딕 체니가 보이지 않아 사람을 시켜 알아보라고 했었는데, 아직까지 소식이 안 왔던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나?

“이제 무서울 게 없다, 이겁니까?”

부시의 으르렁거림에 나는 헛웃음이 나왔다.

“무서울 게 없어요? 제가요, 아니면 대통령님이요?”

이 싸움은 내가 시작한 것이 아니다.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든 것은 부시이지 않던가.

“저는 대통령님과 적대적인 관계를 맺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하지만 대통령님께서는 아무래도 이 관계의 끝을 원하시는 것 같군요. 아쉽지만 소원대로 해드려야겠습니다. 딕 체니와 그랬던 것처럼 말이지요.”

내 말뜻을 알아들었는지 부시는 화들짝 놀라며 천천히 일어서는 내게 소리쳤다.

“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겨, 경호원! 경호원!!”

부시가 애타게 경호원을 불러보았지만, 누구도 그에게 답을 하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당신의 말을 듣고 여기까지 뛰어올 사람은 없어요.”

나는 딕 체니의 머리통을 날려 버린 권총을 꺼내 부시에게도 겨누었다.

그는 당장에라도 울 것처럼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도망이라도 칠 줄 알았더니, 몸이 굳었는지 꼼짝도 하지 못한다.

“기사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딕 체니는 사고사로 죽었다고 나갈 겁니다. 그리고 언론은 그의 영웅적인 정치 생활과 더불어 이것저것을 덧붙여 주겠지요. 하지만 대통령은 어떻게 위장을 해야 할까… 병사로 위장을 할지 아니면 미국 역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자살했다는 걸로 위장을 할지. 고민이 되는군요. 어떤 게 좋습니까?”

차가운 총구가 이마에 닿으니 그제야 부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사, 살려주십시오! 뭐든지 하겠으니 제발 살려주십시오!”

“살려달라? 부대통령과 CIA를 이용해 감히 내 목숨을 노린 놈을 살려달라고? 내가 당신을 살려서 얻는 게 뭐지? 한번 총구를 들이댄 놈인데 두 번이라고 못 할 거 같나?”

“아닙니다. 저는 아무것도 한 게 없어요. 딕 체니 그놈이 혼자서 벌인 짓이라는 겁니다!”

목숨이 풍전등화에 놓여 있으니 부시는 딕 체니를 모함하며 그가 모든 짓을 꾸몄다고 뒤집어씌웠다. 난 그 말을 듣고 총을 거뒀다.

“참 뻔뻔하네. 딕 체니는 당신을 위해 목숨을 걸었어. 그런데 그 사람의 희생을 이런 식으로 뒤집다니. 대단해. 목숨이 그렇게 귀한가?”

“나, 나는 이 나라의 대통령이지 않습니까. 부대통령 죽은 것쯤이야 금방 복구가 되지만 대통령이 죽으면 그 혼란은 어떻게 하시려고요?”

“생각보다 큰 혼란은 없을 거야. 대통령은 언제든지 뽑을 수 있으니까.”

말은 그렇게 했어도 대통령을 죽이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가 않다.

그래서 나도 이렇게 선심 베풀 듯 말하는 것이다.

“나한테 계속 빌어. 내 화가 풀릴 때까지. 그럼, 고민을 해보겠어.”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미국의 대통령이라서 그런가? 고작 그런 걸로 내 화가 풀리겠어?”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부시는 무릎을 꿇고 바닥에 엎드려 내게 머리를 조아렸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그는 눈물까지 보이며 용서를 구했다.

어차피 처음부터 부시의 목숨을 거둘 생각은 없었다.

반푼이 같은 놈이지만, 그래도 명색이 미국의 대통령이지 않은가.

한 나라의 대통령을 갈아치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거기다가 상대가 미국의 대통령이라면 외교적으로도 문제가 많다.

난 그렇게 30분 동안을 부시가 바닥에 머리를 계속해서 박아대며 용서를 구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쯤 하면 정신을 좀 차렸겠지.

“마지막 경고야. 이번에는 내가 넓은 아량을 베풀어 봐주지만, 또 한 번 이런 일이 생긴다면 그땐 너 하나로 끝나지 않아. 그리고 딕 체니처럼 편하게 총알 한 발로 죽이지도 않을 거야. 알겠어?”

“예. 아, 알겠습니다.”

난 내 앞에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부시의 뒤통수를 가볍게 두드렸다.

“쓸데없는 곳에 자존심 내세우지 마. 내 권력과 돈이 아니었으면 네가 그 자리를 앉을 수 있었을 거 같나? 천만에. 내가 널 거기에 앉혔어. 그러니까 입 닥치고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

“예, 물론입니다.”

“그 말, 이번 한 번만 믿어보겠어. 또 이런 일로 네 역겨운 얼굴을 보고 싶지 않군.”

끝까지 나는 부시에게 굴욕감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이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가 유일하게 믿었던 부통령까지 내 손으로 제거를 했으니까. 부시는 그저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행동할 수밖에 없으리라.

* * *

“부대통령 딕 체니가 어제 오후 10시경에 음주 운전을 하던 트럭 기사의 화물차와 부딪혀 사망했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 곳곳에서 딕 체니의 죽음을 슬퍼하는 추모 물결이 이어지는 중입니다.”

부통령 딕 체니의 죽음이 언론을 통해 빠져나갔다.

백악관으로 가던 중 음주 운전을 하던 화물차와 충돌하여 사망했다는 것이 공식적인 발표였다. 이에 따라 부시는 유감을 표함과 동시에 이란과 이라크를 향한 발톱을 보였다.

아프가니스탄의 전투가 어느 정도 막을 내리기 시작하면서 슬슬 이라크에 발을 돌리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미리 언질을 줬듯이, 아프가니스탄에 남아 있는 탈레반 정권의 잔존 세력들을 전부 몰아내지 않는 한 미군이 이라크를 공격할 일은 없을 것이다.

“2002년에도 항상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회장님.”

“감사합니다, 대표님.”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인사를 받게 되었다. 그러나 대부분 내가 정중히 돌려보냈다. 가족끼리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지, 새해부터 복잡하게 여러 사람들의 인사를 받긴 싫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이 급한 진보당 대표와 의원들은 문 밖에서 몇 시간씩 나를 기다려 기어코 내 집무실까지 올라왔다.

이들이 왜 여기까지 왔겠는가?

성일환에게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리라.

나는 진보당을 버리고 보수당을 택했다. 그것은 곧 차기 정권은 보수가 가져간다는 뜻이다.

“회장님, 거두절미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차기 정권을 보수당에게 몰아주겠다는 결정. 거둬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급하긴 많이 급한가 보다.

내가 진보가 아니라 보수를 택했다는 소식이 재계에도 쫙 퍼졌을 터.

그들은 돈주머니를 보수에게 몰아주고 있을 것이다. 당장 먹을 것이 떨어진 진보가 발을 동동 구르는 이유가 있다.

난 피식 웃으며 들고 있던 커피 잔을 내려놓았다.

“저를 끌어내리고 싶어 안달이 나 있던 분들이 아닙니까. 그런데 여기까지 찾아와서 이러시다니… 좀 거북스럽군요.”

이미 한차례 내게 반기를 들었던 놈들이다.

내가 그런 뒤끝 하나 없겠는가?

대표는 굳은 얼굴로 내게 사정했다.

“그때의 일은 모두 잊어주십시오. 그와 관련된 사람들은 전부 쳐내지 않았습니까?”

“하하, 그렇습니까? 대표님이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킨 채 감히 내 앞에서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는 것을 보면 그런 거 같지도 않은데요?”

김창환 대표는 흠칫 놀라며 얼른 고개부터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그리고 이러시는 거, 많이 부담스럽습니다. 이게 다 이 대한민국을 부강하게 만들기 위한 일인데, 개인의 사리사욕을 챙기기 위해 이렇게 저를 압박하시다니요?”

“회장님, 보수 정당은 이미 예전에 썩었습니다. 그들은 독재 정권을 지지했던 사람들이에요. 어떻게 사람들에게 이 나라를 맡길 수 있단 말입니까?”

“그래서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는 거 아닙니까? 보수와 진보라고 해서 싸우지 말고 서로 화합하자고. 보수 정당이 나라를 독점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표님.”

“회장님, 재고해 주십시오. 보수 정당은 이 나라를 썩게 만들 뿐. 그 이상의…….”

“이봐, 김 대표.”

이놈이 결국 내 성질을 건드리고 말았다.

내 말이 낮아지자 김창환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예, 회장님.”

“지금 나한테 개기는 건가?”

“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아니면 나를 무시하는 건가?”

“절대 아닙니다.”

“그래? 그런데 나는 왜 그렇게 들리는 거 같지? 보수 정당이 이 나라를 썩게 만든다고 했지. 내가 그걸 가만두고 볼 거 같아?”

김창환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난 이 나라를 세계 최강국으로 만든다는 포부를 이미 오래전부터 밝혔다. 그리고 그 일을 이루기 위해 차근차근 계획대로 나가는 중이다. 그 뜻은 누군가가 이 아름다운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려고 한다면 내가 나서서 막을 거라는 뜻이다.

“나대지 말고 내가 던져주는 꿀이나 빨고 살아. 어차피 대통령이 누가 되든 바뀌는 건 없어. 솔직히 말해서 너희들이 여기까지 몰려온 건 용돈 때문이지 않나? 재벌 새끼들이 돈줄 끊을까 봐 무서운 게지.”

“회, 회장님. 그런 게 아니고…….”

“아니긴 뭐가 아니야! 그동안 해먹을 대로 다 해 처먹었으면 입 닫아! 얼마나 더 해먹으려고?”

나는 무겁게 침묵을 지키는 이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미 내 뜻은 정해졌어. 차기 대통령인 예정대로 이창석이 가져간다. 이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새끼가 있다면 그놈 뿌리부터 털어서 영원히 감옥에 처넣을 줄 알아. 명심해.”

“…예. 회장님.”

“그리고 노현우 의원에게는 내가 단단히 일러뒀어. 그 양반은 그냥 그대로 놔둬. 이번 대선 후보에도 나오지 말라고 하고. 그저 그 자리에 앉아서 바른 말만 몇 번씩 하라고 해. 괜히 대선에 나섰다가 피 보지 말고. 알겠어?”

“…….”

“왜 대답이 없지? 알겠냐고!”

“예! 회, 회장님.”

이들을 다그치기만 해서는 안 된다. 적절하게 선물도 던져줘야 불만이 없을 거 아닌가.

정치라는 것이 항상 이렇다.

하나를 받으면 하나를 줘야 한다.

“대신, 이 양반을 올려봐.”

난 서류 하나를 김 대표에게 던져주었다.

“이게 뭡니까?”

“앞으로 너희들이 잘 이끌어야 할 사람이야.”

김창환 대표는 서류를 살펴보더니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예상은 했지만, 이 사람이 역시 회장님께서 점 찍어두신 대통령입니까?”

“그래, 역사상 두 번 다시 없을 위대한 대통령이 될 사람이야. 그러니까 그쪽에서 잘 키워보라고.”

“하하, 호랑이 검사라고 소문이 났던데 제가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능청을 피우긴 하지만, 김창환은 좋아 죽겠다는 얼굴이었다.

내가 준 서류에는 연욱이의 신상이 적혀 있었다.

이들도 예전부터 눈치는 채고 있었을 것이다.

나와 연욱이의 사이를. 그리고 내가 그 녀석을 전적으로 밀고 있다는 것까지도.

즉, 이번 5년은 연욱이를 준비시키는 단계가 될 것이다.

이게 무슨 뜻이겠는가?

잘하면 이제껏 보도 못한 무한의 권력이 진보당에게 내려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도 슬슬 준비를 할 때가 온 것 같다.

이 나라의 위대한 대통령을 만들 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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