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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검사, 마피아 되다-233화 (233/325)

233화. 사사로운 감정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는 데에 의회가 만장일치로 합의를 했습니다. 이로 인해 인도양에 파견을 나가 있던 항공모함 등이 항선을 변경했고, 미 정부는 파키스탄 정부에게 활로를 열지 않으면 석기시대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협박을 해 길을 여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매일같이 앵무새처럼 반복되는 뉴스다.

전쟁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과는 우호적인 관계에 있던 파키스탄까지 미국의 편으로 돌아서면서 아프가니스탄이 궁지에 몰린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지 않은가.

아프가니스탄의 별명은 제국의 무덤이다.

그 당시 세계 최강국이라 불리던 국가들이 여러 번 이 나라를 침범했지만, 모두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패배했다. 그리고 모두 좋지 않은 결과를 내며 비틀거리기를 반복.

그로 인해 사람들은 그것을 아프가니스탄의 저주, 혹은 제국의 무덤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미국이라고 다를까?

미국이야말로 사상 최악의 결과를 내놓고 만다.

하필이면 이라크와의 전쟁이 동시에 터지면서 완전히 기세를 눌러놓았던 아프가니스탄의 알카에다 세력이 다시 힘을 찾아 아랍 지역을 수복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그러나 초반에는 나름 선전을 이어간다.

“미국의 화력이 대단하긴 대단합니다.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고 있던 탈레반 정권 소속 군대가 전부 죽어나가고 있어요.”

2001년 10월 7일 날 시작된 공중폭격으로 탈레반 정권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헐레벌떡 도망만 치는 중이다. 무려 350대가 넘는 폭격기가 투입되었으니 그 광경은 지옥 불을 연상시킬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전쟁은 금방 종료가 될 겁니다. 미 정부에서는 12월 안에 마무리를 지을 거라고 보더군요. 그 후에는 아마 이라크 쪽에 자원을 투입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니엘 로페즈도 미 정부의 말처럼 12월이면 전쟁이 끝날 거라고 예상했다. 물론, 겉으로 보면 전쟁은 12월에 끝나는 게 맞다. 미국의 초강력 화력으로 인해 탈레반 정권은 아예 공중분해가 되어 사라지니까. 하지만 항상 그랬듯, 끝마무리가 문제였다.

이라크와의 전쟁 준비로 인해 분주해진 미국은 탈레반 정권을 몰아낸 자리에 새 정권을 앉혀놓는다. 그리고 이라크를 침공하기 위해 부대를 철수시키는데, 이로 인해 음지에 숨어 있던 오사마 빈 라덴이 탈출하여 다시 한번 조직을 일으켜 버린다.

만약 이라크 파병을 잠시 뒤로 미루고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잔챙이들을 전부 소탕했다면 베트남 전쟁 이후 최악의 패전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았을 터.

이건 결정적으로 미국의 큰 실수였다.

그래서 지금 고민 중이다.

내 손으로 오사마 빈 라덴을 없애 버리고 차라리 새로운 조직을 그곳에 만들어놓는 것이 어떨까 하는.

“법안 처리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그것 때문에 온 겁니다. 예상했던 대로 국민들의 반대가 꽤 심합니다. 결정적으로 종교 인사들이 가장 큰 반대를 하고 있어요.”

이건 예상했던 일이다.

내가 회귀하기 전에 읽었던 책이 하나 떠오른다.

UN 2050 보고서.

거기서 말하기를, 2050년 안에는 사람들이 전부 몸에 칩을 심어 신용카드를 대신해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 인해 종교적인 비판과 반대가 많긴 하겠지만 진보적인 흐름에 어쩔 수 없이 순응할 것이라는 판단도 남겨놓았다.

물론, 나는 2050년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 그리고 저들의 반대를 완전히 묵살시킬 생각이다.

“666이다. 인류의 종말이다. 적그리스도다, 등등. 별 이야기가 다 나오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조지 워커 부시가 프리메이슨의 선구자로 루시퍼의 영혼을 받은 적그리스도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어요.”

또 뻔한 음모론인가.

프리메이슨, 일루미나티, 예수회 등등.

음모론의 대미를 장식하는 이름들이다. 하지만 내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프리메이슨은 그냥 노인들의 친목 모임에 불과했고 일루미나티나 예수회 같은 경우도 작은 종교 단체일 뿐, 정치적으로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수준의 규모가 아니다.

만일 그들에게 그런 힘이 있었다면 내가 진작 그놈들을 쓸어버렸을 것이다.

하늘 위에 태양은 딱 한 개만 있어야 하니까.

“언론 통제는 잘되고 있겠죠?”

“예, 그런데 인터넷이나 작은 언론사에서 저렇게 떠들고 있으니, 경각심을 갖는 사람들이 좀 있습니다. 그리고 생각이 좀 있다면 이번에 통과되는 법안이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걸 눈치 챘겠지요. 특히 교수들 말입니다.”

배운 사람들일수록 이 법안의 치명적인 단점을 알고 있다는 것인가.

“하버드 대학 교수부터 시작해서 다른 유명한 대학 교수들도 이번 법안은 미쳤다고 평을 내리고 있어요. 그 때문에 학생들도 동요를 하고 있고요.”

일일이 그 교수들을 찾아가 죽일 순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이 법안을 강제로 통과시켜 크게 반발을 일으킬 수도 없지 않은가.

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 중에 미국에서 큰 폭동이 일어나 국론이 분열되는 건 막아야 한다.

그럼,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이것만큼은 쓰지 않으려 했는데, 차라리 이러는 게 빠르고 앞으로의 일을 위해서라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결정했습니다.”

“어떤 걸…….”

“오사마 빈 라덴을 우리 손으로 잡습니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에 새로운 조직을 창설합니다. 골든 연합의 비호를 받는 새로운 조직. 그들이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한 아랍 국가의 지배자가 될 겁니다. 제2의 탈레반이 되는 거죠.”

내 계획을 들은 다니엘 로페즈는 눈을 껌뻑이기만 했고, 로이는 박수를 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야. 그거 좋은데?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서 알카에다를 다 쓸어버리고 우리가 거기를 먹는다?”

“예, CIA와 미 정부의 협력을 빌려 세력을 키워낼 생각입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그들을 이용해 미국 내에서 테러 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들 예정입니다.”

테러라는 말에 이들의 표정이 좋지 않다.

“테러라고 하면…….”

“온 국민이 어쩔 수 없이 수긍하게 만드는 겁니다. 베리칩을 심지 않으면 이 나라가 정말 멸망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집요하게 테러를 일으킬 생각입니다. 얼마만큼의 희생이 날지는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안을 만들어주십시오.”

김아름, 강철중, 로이, 다니엘 로페즈, 그리고 황규혁까지.

이 다섯 명은 잠깐 말없이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왜들 그러시죠?”

“아니……. 너무 좀 악랄한 거 같아서.”

로이의 말을 나는 정면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보다 좋은 계획은 또 없을 겁니다. 생각해 보세요. 알카에다가 무려 미국을 공격하는 바람에 다른 테러 집단들까지 흥분에 차올라 있어요. 이제 그들도 겁 없이 행동에 들어갈 겁니다. 유럽의 각 나라들을 공격하고 또다시 미국을 공격할 수도 있죠. 이제 세계는 테러에 안전한 곳이 하나도 없을 겁니다.”

“그래서 미스터 김이 하시는 말씀은, 돌발적으로 일어나는 테러를 막고 우리 통제하에 일어나도록 하자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최대한 많은 테러 조직을 우리가 흡수시킨 다음, 우리 통제하에 일으키는 겁니다. 국적도 없고 본거지도 제대로 잡혀 있지 않은 테러 조직의 공격. 이것보다 무서운 게 또 있을까요? 방어도 할 수 없고 일방적으로 맞기만 해야 하니까요.”

무국적 테러가 이래서 무섭다.

테러를 당한 국가는 보복을 할 곳이 없어 전전긍긍하기만 하고, 테러를 일으킨 집단은 연쇄적인 테러로 계속해서 자신들의 목표를 성취한다. 이것이 내가 말하는 테러의 공포다.

“잘 생각해 보십시오. 어차피 벌어질 일들이라면 우리가 정점에 서 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이것으로 나는 이들과의 대화를 마쳤다.

이제 이들은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아프가니스탄에 새로운 조직을 창설하고 세력을 넓힐지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이다. 나는 그들이 가져오는 결과를 보고 몇 가지만 추가하면 된다.

세계의 권력을 붙잡고 있다가 반항하는 국가가 있다면 테러 조직을 이용해 그곳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쓸 수 있는 최고의 무기가 아니겠는가?

통제에는 언제나 그에 합당한 채찍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완벽한 통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며 반대자들을 모조리 묵살시킬 수 있는 도구가 될 것이다.

* * *

“너무 일찍 가시는 거 아닙니까?”

“아니다. 너무 오랫동안 자리 비우면 안 돼. 이번 9.11 테러 때문에 일본도 난리라고 하더라. 그놈들도 무서운 거지. 자기 나라에서 테러가 일어날까 봐.”

황규혁은 내 어깨를 두드리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저번에 그런 일이 있고 나서부터 조금 거리가 멀어진 기분이다.

“태산아.”

“예, 형님.”

“난 네가 뭘 하든 적극 지지한다고 예전부터 말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지금도 변치 않아. 하지만 요즘 들어 볼 때, 네가 너무 폭주를 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

폭주라.

이미 세상은 미쳐 돌아가고 있다. 오히려 이런 세상에서 폭주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한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너를 끝까지 지지한다. 넌 피를 나눈 동생보다 더 소중한 내 하나뿐인 동생이니까.”

“감사합니다, 형님.”

다행이다. 방금 전의 말로 황규혁은 내 제거 리스트에서 제외되었다.

“그래도 네가 너무 막 나가지 않았으면 해. 항상 주변을 잘 살피고.”

“예, 명심하겠습니다.”

“다음에 일본으로 놀러와. 그때 한잔하자.”

“예, 형님.”

황규혁은 내게 인사를 건넨 다음 옆에 있던 김아름에게도 짧게 말했다.

“아름 씨도 다음에 또 봬요.”

“안녕히 가십시오, 사장님.”

작별 인사를 나눈 다음 황규혁은 출국장으로 들어가 버렸다. 난 그에게 잘 가라며 손을 흔들어준 뒤, 그의 모습이 사라지기 무섭게 목소리를 내려앉혔다.

“김아름 씨.”

“예, 회장님.”

“일본에 연락망이 있죠?”

“예, 있습니다.”

“튼튼합니까?”

주변에 들키지 않는 연락망이냐고 묻는 것이었다.

김아름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리턴 쉐어즈의 힘이 닿지 않는 곳이 어디 있겠는가.

그녀의 대답이라면 확실할 것이다.

“거기 있는 연락책들에게 전하세요. 황규혁 형님의 일거수일투족을 잘 감시하라고요.”

“…예?”

“말 그대로입니다. 황규혁 형님이 뭘 하는지, 아침에 뭘 먹었고 화장실에는 또 언제 갔는지. 그런 세세한 것까지 전부 파악해 놓으라고 말입니다.”

김아름은 조금 놀란 모양인지 선뜻 대답을 하지 않다 뒤늦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리고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면 바로 저한테 보고하도록 하세요. 또한 일본 쪽에 미리 히트맨들을 뿌려놓으시고요.”

“회장님… 외람된 말씀이지만 설마 황규혁 사장을…….”

그녀의 물음에 나는 씨익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제가 설마 형님을 죽이기라도 하겠습니까? 혹시 있을지 모르는 상황을 대비하는 것뿐입니다.”

김아름의 눈을 보니 나를 믿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도 그녀는 항상 그랬듯 내 말이면 무조건 따른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나도 황규혁 형님을 죽일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미 그는 한번 내 뜻에 반기를 들었다. 지금이야 잔물결에 불과하지만, 그 물결이 점점 퍼져 거친 파도로 변해 버릴 조짐이 보인다면 그전에 끊어놓아야 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 아니겠는가.

앞으로 골든 연합을 위해서, 또 앞으로 골든 연합이 지배할 세계를 위해서라도 사사로운 감정은 버리고 오직 대의를 위해서만 움직여야 한다.

그것이 설령 황규혁을 죽이는 일이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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