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검사, 마피아 되다-232화 (232/325)

232화. 신세계 (3)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조사가 면밀하게 이루어지면서 나는 그의 위치까지 정확하게 파악해 놓았다. 거기에 김아름은 한술 더 떠서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조직인 알카에다를 후원하는 유령 스폰서로 위장해 그들의 행동반경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즉, 그들이 뭘 하든 우리 손바닥 안에 있다는 것이다.

“최종 날짜가 나왔습니다. 이미 이번 달 7월에 예행연습을 끝냈고 9월 11일 날 제대로 터뜨릴 예정입니다.”

김아름의 보고에 모두 표정이 썩 좋진 않았다.

역시, 미래는 바뀌지 않는 것인가.

9월 11일.

그날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공격을 받는 날이 될 것이다.

“무대는 다 준비가 되었습니다. 이제 중요한 건 발 빠른 움직임이죠. 일단 정치계 인사들부터 불러 모아 새로운 법안을 내놓는다는 것을 알려줘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위험성이 좀 있지 않을까요? 테러가 일어나기도 전에 우리가 보안법을 새로 내놓았다는 걸 의심할 텐데요?”

“어쩔 수 없죠. 만에 하나 우리 뜻에 의구심을 품는 사람이 있다면 알아서 제거를 하는 수밖에요. 사고사로 위장하든, 자살로 위장하든 말입니다. 우리가 자주 하는 일이 아닙니까?”

이미 여러 번 해온 일이라 그런지 다니엘 로페즈는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

나는 러시아, 중국을 맡고 있는 로이와 강철중에게도 당부를 잊지 않았다.

“이번 테러가 터지면 미국은 크게 분노하며 그 어떤 나라라도 당장 전쟁을 할 수 있는 준비에 들어갈 겁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그에 맞춰 보조를 잘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테러의 공포를 최대한 온 국민들이 느낄 수 있게 언론도 잘 조장해 주시고요.”

“예, 회장님.”

“알겠어, 워커.”

줄곧 담배만 피고 있던 황규혁에게도 부탁을 했다.

“형님께서도 힘을 써주십시오. 베리칩이 상용화가 되면 차례로 전 세계에 퍼져 나갈 겁니다. 그 시작은 미국이 될 것이고 그다음은 멕시코. 그리고 차츰 아시아로 퍼져 나갈 거예요.”

“……그래. 나도 최선을 다해 도와줄게.”

며칠 고민을 하더니 마음을 굳게 먹은 건가.

황규혁이 이번 일을 크게 반대하고 나서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었는데, 잘됐다.

“이번 일만 잘해내면 골든 연합은 더욱 크게 성장할 겁니다. 아무것도 무서워할 필요가 없어질 테고요. 부디 잘들 해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김아름 씨는 이번 테러가 터지고 나면 주가가 폭락하게 될 테니, 그때 주식을 전부 사들이세요.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오르게 되어 있습니다.”

“예, 회장님.”

모든 준비는 끝났다.

무대도 완성이 되었고, 이제 큰 충격이 미국을 강타할 날만 남았다.

이런 만행을 누군가가 알게 되면 미래의 후손들이 나를 향해 손가락질하겠지만, 어차피 세상은 승자의 무대가 아니던가.

내가 승자로 기록된다면 누구도 내게 손가락질하지 못하고 존경심을 품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난 승자가 될 자신이 있었다.

* * *

2001년 9월 11일.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동시다발적으로 항공기를 납치하여 자폭 테러를 일으킨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날.

이로 인해 미국 뉴욕 맨해튼의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 펜타곤이 공격을 받아 큰 타격을 입었다.

나는 항공기들이 연달아 세계무역센터를 강타하는 장면을 뉴스 속보로 지켜보았다.

다시 봐도 참극 그 자체다.

종교가 가져오는 광기가 인간을 저리도 미치게 한다.

나는 악마의 형상을 닮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바라보다 TV를 꺼버렸다.

저 광기를 이용해 스스로의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내 자신에게 역겨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이키기에는 이미 먼 길을 와버렸다.

“사망자 수는 총 2,996명. 부상자는 최소 6,200명으로 파악되었습니다. 그리고…….”

“거기까지. 현재 빈 라덴의 위치는 파악해 두었습니까?”

“예, 회장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김아름을 밖으로 내보냈다. 이제 나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건 이 사람뿐이다.

“이, 이게 도대체 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설마 이번 테러도 당신이 일으킨…….”

“억측은 자제해 주십시오, 대통령님. 제가 그런 미친 테러리스트로 보입니까?”

“하, 하지만!”

“침착하세요. 공격을 받긴 했으나, 이로 인해 미국이 멸망하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대통령님도 미국의 무서움을 전 세계에 보여줄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부시는 멍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하나를 말하면 하나도 알아듣지 못해 답답하기만 하다.

“세계 최강국이 공격을 받았어요. 이걸 가만히 지켜만 볼 순 없지 않습니까? 만약 테러리스트와 공조하는 나라가 있다면 그 어느 곳이든 전쟁이라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십시오. 그럼 여러 강대국들이 알아서 미국에 협조를 할 겁니다. 국민들의 지지율도 당연히 올라가겠죠?”

지지율이라는 말에 부시의 안색이 싹 바뀌었다.

“대선 전부터 잡음이 심하지 않았습니까? 이번 기회에 물타기를 잘만 하신다면 충분히 지지율을 높게 올릴 수 있을 겁니다. 그건 제가 도와드리죠. 어렵지 않게 재선을 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지지율과 재선.

이 두 개에 목숨을 걸고 있는 것이 바로 미국의 대통령이다.

“그리고 이건 무슨 일이 있어도 통과시켜야 하는 법안입니다.”

“이건…….”

“며칠 전에 당 대표를 통해 전달이 되었을 겁니다.”

부시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는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온 국민을 노예화시키는 일이지 않습니까? 이걸 어떤 사람이 받아들인단 말입니까?”

“물론 받아들이지 않겠죠. 하지만 보십시오. 이번 테러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죽었고 안보에 대한 인식이 더욱 커졌습니다. 이미 언론에서도 새로운 안보법이 나와야 한다고 떠들고 있죠. 이게 불안에 떨고 있는 국민을 향한 미 정부의 대답이 될 겁니다.”

안보법과 더불어 의료법을 개정시켜 미국 시민이라면 베리칩을 강제한다는 법안.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이 법안이 통과될 리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지금 미국은 테러라는 큰 충격에 휩싸여 있다. 언제 어디서 폭탄이 또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이들은 함부로 거리를 돌아다닐 수도 없다.

“이 법안이 통과되게 되면 총기 휴대도 전면 금지하게 될 겁니다.”

“초, 총기를? 그건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그 반발이 자연스레 지지율로 영향을 끼칠 텐데!”

역시, 언제나 걱정하고 있는 건 지지율이다.

“지지율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지금의 테러 위협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 따로 장치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총기 규제는 조금 시일이 걸리겠지만, 안보법과 의료법 개정을 통한 베리칩 생체 삽입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과제입니다. 여당과 야당 모두 대통령님의 뜻에 전적으로 따를 겁니다.”

부시는 자기에게 아무런 힘이 없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을 것이다.

내가 분명히 여당과 야당이 전적으로 따른다는 것을 밝히지 않았던가?

그 뜻은 이미 여당과 야당 모두 내 명령에 따르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움직이겠습니다.”

“서둘러 좋은 소식을 들었으면 좋겠군요. 요즘 뉴스에서는 암울한 미국의 미래밖에 말하지 않아서 말이죠.”

“…예.”

나는 힘없이 걸어 나가는 부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내게는 약한 모습을 보이지만, 카메라 앞에 서게 되면 그 누구보다도 무서운 사람으로 돌변하게 될 것이다.

* * *

“우리 미국은 오늘부로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합니다. 만약 테러리스트와 공조를 하거나 혹은 조금이라도 연관이 되어 있는 나라가 있다면 우리는 전면전을 각오해서라도 모든 걸 쏟아부을 겁니다.”

9.11 테러 이후 부시가 전 세계에 송출되도록 성명서를 발표했다.

테러리스트를 돕는 자가 있다면 무조건 죽이고 보겠다는 일방적인 메시지. 이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 등, 각 여러 개의 나라에서도 성명서를 발표하게 되었다.

“우리 러시아는 이번 테러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음을 밝힙니다. 또한 테러리스트를 강력하게 규탄하며 미국에 요청을 받아들여 그 어떤 지원이라도 해줄 의향이 있습니다.”

“우리 중국은 이번 9.11 사태와 무관하며 미국을 도와 테러리스트를 뿌리째 뽑을 작정입니다.”

러시아와 중국이 저자세로 나오니 유럽 국가들도 당연히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테러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는 말과 함께 그 어떤 지원이라도 미국에 아끼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모두 짜인 각본대로 착착 움직여 주고 있는 것이다.

“그 미친놈이 가만있지 않고 이번 테러는 전부 자신의 소행이라고 밝혔나 봐. 아무래도 곱게 죽긴 싫은 거 같아.”

로이의 말대로 오사마 빈 라덴은 이번 테러가 전부 자신의 소행임을 밝혔다. 이로써 알카에다라는 이름이 온 세계에 퍼지게 된 것이었다.

“어떻게 할까? 지금이라도 워커가 신호를 내리면 거기 파견되어 있는 용병들이 그놈을 산채로 잡아올 수도 있어.”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일단은 놔두세요.”

“하지만 가만 놔두게 되면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할 수도 있어. 그쪽 정부에서 죽어도 그 미친 테러리스트를 못 내놓겠다고 했다며.”

미국의 분노가 극도에 달하고 있는 와중에도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오사마 빈 라덴을 내놓을 수 없다며 버텼다. 그로 인해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향한 전쟁을 선포했다. 또한 이 사건을 빌미로 이스라엘은 대대적인 팔레스타인 공습을 시작했다.

그 이유로는 팔레스타인에 있는 주민들과 테러 집단 회원들이 9.11 테러 소식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춤을 췄다는 이유에서였다.

한마디로 지금 전 세계가 전쟁 공포에 놓여 있었다.

지금 미국은 단순히 분노를 하는 것이 아니다. 아예 눈에 뵈는 게 없을 정도로 미쳐 있다. 국민들 중에서도 일부러 군에 지원하여 9.11 테러를 복수하겠다는 젊은이들이 넘쳐나고 있으니, 이 분노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 시민들은 전부 전쟁을 외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치권도 여야가 하나 되어 전쟁을 적극 지지하고 있죠.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가 떡하니 빈 라덴을 잡아올 순 없지 않습니까. 차라리 지금의 분노가 전쟁으로 인해 꺼지기를 바랄 뿐이죠.”

“그냥 전쟁이 일어나게 지켜보자는 거야?”

“예. 그 대신, 우리가 취할 이득은 분명히 있어야 합니다. 바로 어제 사담 후세인이 9.11 테러는 신의 응징이라는 성명을 발표했어요. 그로 인해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동시에 공격할 계획을 짜고 있고요. 여기서 우리가 계획만 잘 짜면 아랍 국가에 있는 석유 사업을 강탈할 수도 있습니다.”

“전쟁을 빌미로 다 없애 버린 다음, 거기 위에 우리 건물로 새로 짓자?”

“바로 그겁니다, 로이. 골든 연합이 에너지 산업까지 독차지한다면 꽤 그림이 나오지 않겠어요?”

“흐흐, 항상 느끼는 거지만 역시 넌 제일 사악해.”

사악하다라.

하지만 나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공이 결코 좋은 결과를 내놓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벌집을 잘못 건드린 덕분에 미국은 10년이 넘도록 전쟁을 끝맺지 못한다. 나는 그 혼란 속에서 기회를 잡고자 하는 것이다.

“일단 전쟁 문제는 잠시 뒤로 미루세요. 그건 그때 가서 처리를 하도록 합시다. 법안은 통과되었습니까?”

“조만간 새로운 안보법을 발표할 예정인가 봐. 언론에서도 계속 띄워주고 있으니까 기다려 보자.”

곧 있으면 새로운 안보법이 발표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베리칩 생산에 들어가 구체적인 체계가 수립되게 될 터.

미국 온 국민을 통제하는 광경.

그 진풍경을 곧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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