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검사, 마피아 되다-230화 (230/325)
  • 230화. 신세계 (1)

    “이영학 전 대마그룹 회장이 오늘 낮 검찰청의 소환에 응하여 출두했습니다. 수천억이 넘는 불법 자금 운용과 유령 회사 운영. 그리고 청부 살인 의혹까지 생겨나면서 앞으로의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검찰청 포토 존에 서서 고개를 숙인 채 플래시 세례를 받고 있는 이영학.

    내게 대항하지만 않았으면 그는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모자란 행동이 이런 결과를 낳게 되었다.

    “한국이란 나라는 처음이군요. 점점 더 발전할 거라는 생각이 드는 곳입니다.”

    다니엘 로페즈는 내가 할 말이 있다며 미국에서 한국으로 넘어왔다.

    그가 이렇게 움직이는 건 처음 있는 일인데, 그만큼 급한 사안으로 보였다. 하지만 지금 행동을 보면 딱히 급해 보이지는 않는다.

    “집무실은 좀 바꿨으면 좋겠군요. 미국에 있는 미스터 김의 집무실은 아주 번쩍이지 않습니까?”

    미국은 솔직히 너무 쓸데없이 크게 만들어놓은 곳이고.

    여기는 그냥 평범하게 만들어져 있다. 딱히 큰 불만은 없다.

    “그냥 이런 게 전 편합니다. 그런데 미스터 로페즈가 한국까지 넘어올 정도라면 사안이 꽤 심각한 겁니까?”

    “음… 심각한 건 아니고……. 슬슬 실행해야 할 단계가 온 것 같아 말씀드리는 겁니다. 제가 신호를 보내면 이틀 안에 300인 회의에 참석하는 VIP들이 한국으로 오게 될 거예요. 그리고 골든 연합에 소속되어 있는 주요 간부들도 말이죠.”

    세계의 부를 관장하고 있는 그 양반들이 전부 한국에 온다고?

    갑자기 왜?

    다니엘 로페즈는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미스터 김. 골든 연합은 세계를 관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연합입니다. 맞습니까?”

    “맞습니다.”

    “그렇다면 그 세계를 관장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입니까?”

    “우리의 입맛에 맞는 지도자를 세우고 나아가 그 밑에 있는 국민들까지 우리가 다스리는 겁니다.”

    “하하. 역시, 그렇군요. 그렇다면 최대한 빨리 그 사람들을 이곳에 불러 모아야겠습니다.”

    뭘 하려는 것일까.

    궁금증이 점점 더 커져만 간다.

    “미스터 로페즈. 이제 말씀해 주십시오. 뭘 하려는 겁니까?”

    “골든 연합이 세계를 관장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를 실행하는 겁니다. 우리 골든 연합은 이미 미국과 아시아를 관장하고 있어요. 하지만 구체적인 체계가 잡혀있지 않죠.”

    “체제 확립을 위해 규칙을 만들고 계급을 만들겠다는 겁니까?”

    “오호, 굉장히 잘 알아들으시는군요. 맞습니다. 새로운 체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계급이 필요한 법이지요. 그 계급에 따라 나눠진 일도 다르고요. 앞으로 우리가 세계를 관장하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골든 연합은 미친 듯이 세를 불려왔다. 그 때문에 제대로 체계와 확립되지 않아 불편함을 겪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타파하기 위해 다니엘 로페즈가 제안을 하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어느 곳이든 체제 확립이 존재해야 하며 그에 따른 계급제도로 지배 구도를 확실하게 만들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혼돈만 있을 뿐이다.

    “앞으로 우리 골든 연합에 들고자 하는 사람은 어느 정도의 재력과 영향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수준에 따라 계급이 정해지는 것이지요. 어떻습니까?”

    “좋은 생각 같군요.”

    “하하. 차라리 이렇게 된 거, 이틀 후에 전부 모였을 때 다 같이 만나는 게 어떻습니까? 그 사람들도 미스터 김의 얼굴을 한번이라도 보고 싶어 하니까요.”

    그 숨겨진 재벌들을 말인가.

    300인 회의에 참석하는 이들 중 절반가량은 세계 대부호 명단에 나오지 않는다.

    그들보다 몇 배나 더 많은 돈을 축적하고 있는 나조차도 세계 대부호 명단에 나오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밝히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많은 재산과는 달리 세금을 내는 것이 없다.

    그들도 똑같다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때 전부 만나보도록 하죠.”

    “파티가 아주 흥이 나겠군요. 제가 잘 준비를 해보겠습니다.”

    로페즈는 싱글벙글 웃으며 파티 준비에 벌써부터 들뜬 모습을 보였다.

    300명의 재벌들과 영향력 있는 정치인들이 모이는 자리.

    과연 난 거기서 무엇을 보게 될까?

    * * *

    “안녕하십니까. 김태산이라고 합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받으며 나는 강단 위에 올라섰다.

    오늘 인천공항은 아주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300명이 넘는 VIP들이 전세기를 이끌고 왔을 테니 그것들을 다 처리하느라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을 터.

    “아마 이 나라에 처음 방문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일 거라 생각합니다. 아직 발전 중인 나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조만간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할 만큼 크게 성장하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2002년에는 월드컵이 여기에서 열리는데, 그때 응원차 한 번씩 방문해 주시면 제가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사람들은 가볍게 웃음을 터뜨리며 짧은 박수를 보내주었다.

    인사말은 여기까지.

    이제 이 회의를 모집한 이유를 밝혀야 할 때다.

    “이제 주요 사안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미리 말씀을 드렸듯이, 회의에 참석하시는 여러분 모두 골든 연합에 가입을 하셔야 합니다. 절차는 그리 까다롭지 않습니다. 하지만 재력과 그 영향력에 따라 계급이 나뉜다는 점, 인지하시길 바랍니다.”

    나의의 본격적인 발표가 시작되면서 연회장이 조금 술렁거렸다. 하지만 그에 대해 불만을 표하는 사람은 없었다. 만일 불만을 나타나게 될 경우, 그는 자연스럽게 300인 회의에서 방출되고 만다.

    이곳에는 부시 대통령의 측근도 자리하고 있으며 러시아와 중국, 일본 수상의 측근까지 포함되어 있는 자리다.

    전 세계의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회의라는 것이다.

    “계급제에 관한 건 논란이 많을 거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일을 위해서라도 계급제는 반드시 필요한 것임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300인 회의에 참석할 정도면 낮은 계급을 받진 않을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계급 체계가 나오진 않았지만, 이들이 상위 클래스의 계급을 받게 될 거라는 건 자명한 일. 그 밑으로 들어올 하층민들은 평생 노예처럼 부림을 당하게 될 것이다.

    내가 논란이 생길 만한 계급 체계를 왜 언급했겠는가?

    진심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세계를 지배하는 일을 말이다.

    “골든 연합은 앞으로 온 세계를 관장하며 우리가 원하는 지도자를 뽑고 제도를 만들어 그 나라의 국민들을 다스리게 될 겁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전부 최상위의 엘리트이지 않습니까? 우리가 세계를 다스린다면 분명 역사상 두 번 다시 없을 위대한 신세계를 건국할 수 있을 겁니다.”

    연설을 마무리 지으면서 나는 다시 한번 큰 박수 세례를 받으며 강당 아래로 내려왔다.

    내가 아래로 내려오기 무섭게 사람들이 달려들었다.

    “영광입니다, 회장님. 톰 리틀이라고 합니다.”

    톰 리틀이라면 미국 카지노 시장에서 다니엘 로페즈 다음으로 대부호를 자랑하는 사람이다. 그 옆에는 익숙한 얼굴이 하나 있었다.

    “반갑습니다. 찰스 윈저라고 합니다.”

    또 하나는 영국의 왕세자, 찰스 윈저였다.

    이 사람도 이 회의에 참석하고 있을 줄은 전혀 몰랐다.

    “반갑습니다.”

    나는 여러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이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는 것이다.

    그들도 대충은 알고 있을 게 아닌가.

    자신들이 최하위 계급을 받을 일은 없다는 것을. 오히려 이들은 지배 계급을 받아 수많은 사람들을 다스리게 될 터.

    당연히 이들에게는 달콤한 유혹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미스터 김, 잠시 이쪽으로…….”

    한창 여러 정계와 재계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던 중, 다니엘 로페즈가 조용히 다가와 나를 끌어 당겼다.

    “무슨 일이시죠?”

    “우리는 우리만의 회의가 있지 않습니까? 저 사람들은 알아서 놀고 가라고 놔두십시오.”

    우리만의 회의?

    그게 무엇일까.

    나는 다니엘 로페즈의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연회장과 조금 벗어난 곳에 따로 룸이 마련되어 있었다. 거기에는 반가운 얼굴들이 자리했다.

    “태산아!”

    “어, 형님. 언제 들어오셨어요?”

    “방금 전에 왔다.”

    “워커! 나도 왔어!”

    황규혁, 로이 루스테, 라우팽과 강철중, 그리고 김아름까지.

    다니엘 로페즈와 나를 합치면 총 7명의 인원이 완성되었다.

    “앞으로 중요한 사안이 있으면 최종 결정권은 우리 7명이 갖는 것이 어떻습니까? 저 밖에서 샴페인을 마시고 있는 사람들도 결정권을 쥐긴 하겠지만, 최종 결정은 바로 우리가 내리는 겁니다.”

    다니엘 로페즈의 제안은 썩 나쁘지 않았다.

    중국처럼 위원들이 있고 마지막 최종 결정은 10명의 위원장들이 하는 것처럼, 우리도 그와 같은 방식이다.

    이미 여기서부터 계급이 나뉘는 건가?

    “회포는 이따가 풀도록 하고, 지금은 이거부터 한번 보시겠습니까?”

    다니엘 로페즈가 테이블 위에 작은 무언가를 올려놓았다.

    우리는 그것이 뭔지 몰라 멀뚱멀뚱 쳐다만 보았고, 김아름만 그게 뭔지 눈치챈 것 같았다.

    “소형 마이크로칩?”

    “빙고. 맞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대대적인 투자를 해야 할 미래 기술이죠.”

    “소형 마이크로칩에 투자를 한다고요?”

    어떤 회사를 투자해 돈을 버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

    그런 걸 하지 않아도 내게는 어마어마한 양의 돈이 쌓여 있으니까.

    저런 회사에 투자하는 것보다 마약을 팔아 돈을 버는 게 훨씬 더 이익이다.

    “미스터 김, 신용카드는 하나의 바코드예요. 그 바코드를 인식해서 돈이 빠져나가지요. 당장 한국도 전부 신용카드만 쓰고 있지 않습니까? 미국이야 신용카드보다는 현금을 많이 쓰긴 하지만요.”

    우리나라는 정부에서 적극 지원을 해주는 바람에 신용카드가 대중화되었다. 그에 반해 다른 나라들은 아직 신용카드를 그리 많이 쓰고 있는 추세가 아니다.

    “한국을 보면서 느꼈지요. 사람들이 편리함을 느끼기 시작하면 그게 빚의 고리로 연결되는 것을 망각한 채 카드를 긁는다는 것을요. 그래서 이 소형 마이크로칩이 떠오른 겁니다.”

    “이게 뭔데 그렇습니까?”

    “미스터 김. 이걸 사람의 몸에 주입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팔이나, 이마. 혹은 손가락 등에 말이죠. 신용카드가 없어도 사람들은 이걸로 결제를 하고 생체 인식을 통해 신분을 확인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우리가 감시할 수 있다?”

    “하하. 맞습니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렇게 무서운 생각을 할 수가!

    저 작은 소형 마이크로칩을 사람 몸에 넣어 그것으로 결제를 하게 하고 신분을 확인하게 만든다. 겉보기에는 아주 편리하지만, 그 속을 파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

    저건 사람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다.

    인류 전체를 감시할 수 있는 획기적인 수단이라는 것이다.

    “이걸 개발한 회사는 이미 제가 다 인수를 해놓았습니다. 거기 연구진들인 이걸 베리칩이라고 부르더군요. 원래 이런 소형 칩들은 핸드폰이나 전자기기 등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차근차근 인간에게도 삽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거라고 하더군요.”

    인간의 몸에 칩을 넣는다는 건 굉장히 꺼려지는 일이지만, 부작용을 해결하고 편리성을 강조한다면 누구라도 이것을 삽입해 쓰려 할 것이다. 그리고 300인 회의를 통해 세계 권력을 장악하여 우리가 이에 따른 제도를 만든다면?

    전 세계의 국민들이 이 칩을 몸에 심어놓게 될 것이고 그들은 자연스레 우리의 감시 대상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여론이 문제다.

    여론이 크게 반대를 한다면 사람들이 이 칩을 맞으려 하지 않을 터.

    법으로 강제한다고 해도 부작용이 심할 것이다.

    그렇다면……?

    문득 뇌리에 스치는 한 생각은 실로 악마와도 같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것만 일어난다면, 아니, 그거와 더불어 연쇄적인 무언가를 일으킨다면 사람들은 무서워서라도 이 칩을 맞으려 들지 않을까.

    나는 오늘이 몇 월 며칠인가를 확인해 보았다.

    이제 2달 정도 남았나.

    9월 11일.

    그 날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