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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검사, 마피아 되다-213화 (213/325)

213화. 중국 최고의 권력자 (1)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나는 리오차오를 비롯해 그를 지지하는 당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거기에는 라우팽도 함께 자리했다.

“리을설이요?”

“예, 누군지 아십니까?”

“알다마다요. 인민군 원수가 아닙니까? 그런데 그자가 쿠데타라니…….”

“쿠데타라고 보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왕조를 갈아치우자는 게 아니라 스스로의 살길을 열고자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하겠다는 것이죠.”

“그렇긴 하지만 실상을 바라보면 쿠데타가 아닙니까?”

뭐,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쿠데타가 맞다.

좋게 포장하면 혁명이지만, 다른 말로 하면 쿠데타가 아닌가?

왕조를 바꾸자는 게 아니다.

무인 시대가 있었고 그 안에 허수아비 왕이 있었던 것처럼 바꾸겠다는 것이다.

즉, 이들이 원하는 건 허수아비, 얼굴마담이다.

김정은은 계속 북한의 신으로 추앙을 받을 것이며 모든 통제권은 군부에게 돌아갈 터.

어느 쪽으로 가든, 나라꼴이 참 볼만할 거 같다.

“위원장님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이들을 도와야 할까요?”

어느덧 리오차오는 위원에서 위원장으로 승격이 되었다. 이미 리오차오를 중심으로 거대한 세력이 만들어져 최고위원회까지 넘보고 있는 추세다. 아마 1년 안에는 리오차오가 최고위원회까지 장악해 주석 자리도 노리게 될 것이다.

“음… 그렇지 않아도 김정일 정부가 요즘 들어 우리 중국 정부와 합이 맞지 않는 건 맞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북한 군부가 정권을 뒤집어 버리면…….”

“통제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군요.”

“예, 북한의 존재는 중국에게도 아주 중요합니다. 미국은 남한. 중국은 북한. 이렇게 두 나라가 각자의 나라를 맡아 아시아 패권을 유지하고 있지 않습니까? 둘 중 하나의 균형이 깨지게 된다면 그동안 이어온 아시아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전쟁입니까?”

“예, 북한과 남한이 통일 수순을 밟게 되면 미국과 중국이 가만두고 보진 않을 겁니다. 통일을 하겠다는 건 곧 전쟁을 해보자는 것과 같은 이치지요.”

아시아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이 바로 한반도다.

한반도는 폭탄을 안고 있는 곳이나 다름없다. 그것도 인류를 멸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끔찍한 폭탄 말이다.

“남북한이 종전 선언을 할 수 있습니다. 한민족이 아니라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한국과 일본처럼 각자의 나라로 대한다면 활발한 교류가 이뤄질 수 있겠지요. 하지만 남북한이 통일을 선언한다면 그건 세계적으로 위험한 일이 될 겁니다. 이건 꼭 집고 넘어가야겠군요.”

중국과 미국은 남북한의 통일을 절대 원하지 않는다. 어차피 섞일 수 없는 국가 체계다.

둘 중 하나가 강제로 한 체제를 무너뜨리려 한다는 건 전쟁을 하자는 것과 다름없다. 그리고 그건 세계 3차 대전으로 이어져, 아이슈타인 말대로 4차 세계 전쟁에서는 인류가 돌과 막대기로 싸우게 될 것이다.

리오차오도 이번 문제만큼은 강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내 앞에서는 좀처럼 그러지 않는 양반인데, 아무래도 남북한 문제는 자신의 권한을 뛰어넘는 일이다 보니 보이는 반응일 것이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남북한을 통일시키자고 그러는 게 아닙니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만일 그런 뜻이 있으셨다면 제가 아주 곤란했을 겁니다.”

중국, 일본, 러시아, 그리고 미국까지.

우리나라나 북한에게 보이는 모습은 다르지만, 결국 다 한통속이다.

이들은 남북한이 끝까지 긴장 상태를 유지하기 바라며 그곳에서 자신들이 이득을 취하기 원한다. 결국 우리 민족의 등골을 빼먹는 놈들이라는 건 다를 바 없는 사실이라는 것.

그리고 지금 당장 통일을 하는 건 나도 바라지 않는다.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다.

“가능하겠습니까? 중국 쪽에서 승인이 떨어지면 리을설 원수가 차수들을 움직일 겁니다.”

“속전속결을 요하는 작전이겠군요. 그런데 어떤 방식으로 하겠다는 건지 아직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김정일을 몰아내고 김정은을 차기 수령으로 내세우겠답니까?”

“일단은 김정일 체재를 유지할 겁니다. 그러다가 적절한 시기가 되면 김정은으로 뒤바꿔 놓겠다는 것이 리을설 측의 입장입니다.”

“김정은이라… 다른 사람은 후보에 없다는 건가요?”

“이미 후계자로 점지를 받은 사람입니다. 김정남도 있긴 하지만, 후계자 절차를 밟고 있는 김정은이 차라리 낫다는 게 그쪽의 평가입니다.”

리오차오는 손가락으로 상을 두드리며 잠시 생각에 빠져 있었다. 고민하는 척을 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은 속으로 만세를 외치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계속 말썽을 피우는 김정일 정권이다. 그렇다고 이들을 다 죽이자고 군부를 투입했다가는 미군이 그 기회를 노릴 수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던 중국 정부였다. 그런데 리을설이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무엇보다도 확실하게 북한을 컨트롤할 수 있는 방법을 얻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이란 바로 나다.

내가 중국과 북한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해준다면 리오차오도 편하고 리을설도 편할 수밖에 없다. 각자의 의견을 조율해 줄 수 있는 능력이 내게 있지 않던가.

“날짜는 언제입니까?”

“위원장님께서 결정해 주십시오. 북한에 주둔하고 있는 중공군에게 따로 언질을 줄 수 있는 것도 위원장님이시지 않습니까?”

“그럼, 한 달 뒤가 어떨는지요?”

“한 달 뒤요?”

“예, 내부적으로 심사를 거쳐야 하는 중요한 일이지 않습니까.”

한 달 뒤라.

나쁘지 않은 시간이다. 어차피 내가 알기론 그 안에 북한에서 크게 변화가 일어나진 않는다.

아, 장성택이 감금을 당하고 사상 교육이라는 끔찍한 시간을 보내긴 한다. 하지만 리을설이 권력을 잡게 되면 장성택도 알아서 풀려날 것이다.

“좋습니다. 그럼, 리을설에게는 직접 전달해 주실 겁니까?”

“예, 북한에 주둔하고 있는 우리 군대에 연락책들이 있습니다. 리을설에게는 제가 알아서 설명을 하도록 하죠.”

리오차오의 승인이 떨어졌다.

한 달 동안 심사를 하긴 하겠지만, 어차피 리오차오가 승인한다고 하면 최고위원회와 주석도 허락을 하게 될 것이다.

“한 달 뒤가 벌써부터 기대되는군요.”

“예, 그런데 한 가지 해주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한국 정부에서 이 일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미국도 마찬가지고요. 가장 중요한 건 언론 통제입니다.”

그건 당연한 일이다.

미국 쪽은 다니엘 로페즈에게 맡기면 되고 한국 정부는 내가 알아서 해결하면 된다.

언론도 나의 입김에 따라 움직이고 있으니, 허투루 글을 쓰진 않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위원장님.”

“아닙니다. 항상 제가 감사드리죠.”

나는 오랜만에 리오차오와 악수를 나눴다.

그는 어떻게 북한과 김정일을 요리해야 될지 벌써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 듯한 얼굴이었다.

* * *

“북한에서도 골든 연합의 영향력이 강대해지는 것을 보는 날이 얼마 안 남았군요.”

리오차오와의 만남을 가진 뒤, 나는 라우팽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는 어느 때와 다름없이 능글맞으면서 차분한 얼굴과 목소리였다.

“요즘 여긴 어떻습니까?”

“하하, 다 알면서 물으시는 겁니까? 하루도 빠짐없이 보고가 올라간다는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대략적인 부분만 오고 있어요. 저도 몸이 한 개뿐이지라 자세히 살피는 건 어렵습니다.”

라우팽은 고개를 끄덕이며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았다.

“호황입니다. 상하이를 중심으로 정말 무섭게 발전하고 있어요. 특히 카지노 산업이 주를 이루고 있어 연이어 새로운 호텔 건설 기획이 들어오고 있는 중입니다.”

“특별히 문제가 되는 것은 없습니까?”

“문제라……. 그건 아마 후진타오 쪽이겠죠. 현재 중국 주석인 장쩌민은 후진타오를 후임으로 두고 있지 않습니까? 리오차오 위원장을 압박하며 후진타오를 주석으로 밀어 계속 권력을 유지하겠다는 의도겠지요.”

원래대로라면 2003년에 장쩌민이 물러나고 후진타오가 차기 주석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장쩌민은 후진타오를 허수아비로 두고 계속 권력을 유지해 나가는데, 리오차오라는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세력이 떠오르면서 그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장쩌민이 우리 골든 연합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겠습니다.”

“예, 그래서 제가 이렇게 경호원들을 많이 동원한 겁니다. 혹시라도 장쩌민이 부회장님께 해코지를 하면 안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랬던 거였나.

그렇지 않아도 예전보다 경호원 수가 과도하게 늘어난 것 같아 이상하게 생각하긴 했었다.

“부회장님께서는 우리 연합에서 없어서는 안 될 분입니다. 만일 부회장님이 어떤 세력에 의해 쓰러지신다면 골든 연합이 어떻게 될지는… 감히 상상할 수가 없군요. 그리고 그 세력과 관련된 국가들이 어마어마한 타격을 받을 건 지당한 일입니다.”

“장쩌민도 그걸 모르진 않을 겁니다.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연합이지 않습니까. 딱 한 곳을 정해서 타격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전 세계를 겨냥해 타격을 해야 하니, 섣불리 우릴 건드리지 못할 겁니다.”

골든 연합의 무서운 점이 바로 이곳에 있다.

우린 하나의 국가가 아니다.

기생충처럼 각 나라에 달라붙어 운영되는 조직이다.

즉, 골든 연합과 전쟁을 하겠다는 건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조직과, 그 조직과 관련되어 있는 정부와 싸우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만약 장쩌민이 날 살해할 경우, 로이부터 시작해 일본의 황규혁, 미국의 다니엘 로페즈가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른다.

최악의 경우에는 로이가 가지고 있는 핵탄두가 베이징 시내 한복판에서 터질 수도 있다.

그만큼 골든 연합은 무시무시할 정도로 성장했으며 이미 하나의 국가가 건드릴 수 없을 정도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그리고 그 꼭대기에는 바로 내가 있다.

“부회장님 말씀대로 장쩌민은 멍청한 사람이 아닙니다. 무식하게 후진타오를 밀고 가다가는 제 목이 날아간다는 건 대충 예상하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나름 잔머리를 쓰는 것이지요.”

“잔머리라고 하면…….”

“장쩌민도 골든 연합 같은 조직을 운영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은밀하게 삼합회를 만들었다고는 하는데, 아무리 몰래 만든다고 해서 우리 눈에 안 걸리는 게 이상한 일이겠지요.”

골든 연합을 모방한 조직을 만든다라. 참 귀여운 발상이다.

이미 전 세계를 독식해 나가고 있는 골든 연합이다. 우릴 앞지를 수 있는 방법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 삼합회, 어떻게 하셨습니까?”

“아직은 가만히 놔두고 지켜만 보고 있습니다. 원하신다면 행동에 들어갈까요?”

내 영향력 밖으로 벗어나 어디 끝까지 발버둥을 쳐보겠다는 건가.

이미 장쩌민은 스스로의 권력을 지킬 무기를 잃어버렸다.

내가 중국 최대의 삼합회를 처치하면서부터 이미 권력 구도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차라리 그때 나를 막았다면 장쩌민은 계속 권력을 유지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돌이키기 어려운 수준까지 와버렸다.

더 이상 장쩌민은 중국 최고의 권력자가 아니다. 그리고 감히 최고의 권력자에게 반항하는 게 무슨 결과를 초래하는지 똑똑히 보여줄 때가 되었다.

“일단 놔두십시오. 그리고 제가 신호를 내리면 한꺼번에 청소하는 겁니다.”

“다른 생각이 있으신가 보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준비를 하도록 하죠.”

“예.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한꺼번에 청소하는 겁니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지금까지는 리오차오의 얼굴만 보고 얘기했는데, 이제 슬슬 그를 만나볼 때가 온 것 같다.

언제까지 서로의 얼굴을 피할 순 없지 않은가.

중국 주석 장쩌민.

중국 최고의 권력자가 과연 누군지 판가름 낼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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