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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검사, 마피아 되다-203화 (203/325)

203화. 비대칭 전력 무기 (3)

“어젯밤 꿈에 돌아가신 제 어머니가 나와서 말씀하시더군요.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기회는 잡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뜬금없는 조상님 타령이다.

그러나 도예코프 베샤스트는 내 제안을 수락했다. 꿈 타령을 하면서 말이다.

“대신,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무리한 부탁이 아니라면 최대한 들어줄 생각이다.

“저 혼자 가는 건 아무래도 무리가 있어요. 알아보니까, 북한 핵 기술이 굉장히 열악하다고 하던데. 제가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조수들이 필요합니다.”

음, 일리가 있는 말이다.

도예코프가 핵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언어가 잘 통하고 기술 지식이 엇비슷한 조수가 필요하다. 그래야 더욱 수월하게 개발을 할 수 있을 터.

괜히 말도 안 통하고 기술 지식도 떨어지는 놈들과 일을 하면 화병 나서 쓰러질 수도 있다. 특히 방사능을 다루는 기술이라, 큰 사고라도 난다면 큰일이 아닌가.

“알겠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드릴까요?”

“러시아로 가야 합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러시아 정부에서 저를 수배하는 중이라 쉽게 넘나들 수가 없어서요. 거기에 제가 키운 놈들이 있는데, 가능하다면 그 애들을 데리고 함께 북한으로 가고 싶군요.”

“미리 연락은 하셨습니까?”

“예, 총 다섯 명으로 모두 오케이 사인을 받았습니다.”

다섯 명이라.

이미 연락까지 했다면 러시아에 가서 데려오기만 하면 된다.

“도예코프 씨는 가지 않아도 괜찮겠습니까?”

“아니요. 그거에 대해서도 말씀을 드리려 했습니다.”

“말씀해 보세요.”

“저도 러시아로 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혼자서는 절대 못 갑니다. 가면 잡힐 게 뻔하니까요. 하지만 미스터 김과 함께 간다면 안전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잠깐, 이거 설마 나랑 같이 러시아로 가자는 건가?

“그 말씀은 저와 함께…….”

“예, 같이 러시아로 가주시겠습니까? 일단 다섯 명이라고 해두었지만, 가능한 많은 기술자들을 데려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기회에 러시아에도 세력을 넓혀 보는 게 어떻습니까?”

뜻밖의 제안이다.

러시아라.

북한도 다녀온 마당에 러시아를 가지 못할 이유는 없다. 나름 궁금한 나라이기도 하고. 하지만 선뜻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될 문제다. 일단, 도예코프의 신변 확보를 확실하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제 쪽 사람들과 상의를 통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예, 하지만 알아두셔야 할 것은, 미스터 김이 가지 않으면 저도 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제 대리인을 보낼 수도 있을 텐데요?”

“대리인이라고 해서 미스터 김을 지키듯이 경호원들이 대리인을 지키려 할까요? 제가 의외로 의심이 많아서 말이죠. 이해해 주십시오. 나라가 멸망하는 것을 두 눈으로 지켜본 터라 신뢰에 대한 것에는 아주 철저합니다.”

일이 조금 복잡해진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거절할 이유도 없지 않은가.

그냥 잠깐 머리를 식히러 조금 추운 곳에 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니, 조금이 아니라 아주 많이 추우려나…….

* * *

“흔쾌히 허락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괜찮습니다. 이 정도는 해드려야죠. 그리고 저와 미스터 베샤스트를 호위할 사람들을 충분히 뽑아놓았습니다.”

아무래도 우리 세력이 제대로 뻗어나가지 못한 곳을 들어가는 거라 나는 강철중을 급히 불렀다. 당연히 그는 내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러시아로 날아가 사전 준비를 끝냈고, 보고가 들어오고 나서야 나와 도예코프는 러시아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고향으로 가는 기분이 어떠십니까?”

“두근거립니다. 하지만 마음 한쪽이 무겁기도 하군요. 결론적으로 저는 조국을 버린 놈이 아닙니까? 그래도 다시 고향으로 갈 생각을 하니 기분이 매우 좋습니다.”

나도 러시아는 처음이라 기대가 되었다.

추운 날씨에 러시아 보드카를 마시면 몸이 뜨듯해진다고 하던데.

너무 늙은이 같은 발상이긴 하지만, 그런 소소한 즐거움도 한번 느껴보고 싶긴 하다.

“그런데 핵 기술자로 저를 선택하신 이유라도 있나요? 저 말고도 다른 기술자들이 많을 텐데요.”

맞는 말이긴 하다.

도예코프 베샤스트 말고도 핵 기술자들은 생각보다 많다.

그런데 내가 이 사람을 택한 건, 원래 역사대로 흘러가게 놔두기 위해서고 이 사람이 또 핵 기술자들 중에서 천재라고 알려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북한에서 기를 쓰고 이 사람을 데려가 기어코 핵을 만든 것이지 않던가.

“저도 여러 리스트를 만들어놓긴 했습니다. 그중 미스터 베샤스트의 기술이 월등하다는 걸 알게 되었죠. 단순합니다. 미스터 베샤스트의 실력이 뛰어나서 스카우트한 겁니다.”

“그렇습니까? 사실, 저를 스카우트하겠다는 소리를 듣고 의외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메데인 카르텔에서 핵잠수함 3개를 보유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거든요. 그런 사람들이 핵 기술을 왜 필요해할까 하고 의심을 했었죠.”

“그런데 어쨌든 나와 주셨군요.”

“예, 미스터 블랙이 저를 직접 만나러 온다는데 안 갈 수가 없더라고요. 하하하.”

내가 생각하는 것이 이상으로 미스터 블랙이라는 코드 네임이 유명한가 보다.

낯이 뜨거워서 일부러 조사를 해보진 않았지만, 나중에 러시아에서 돌아오면 미스터 블랙의 명성이 어느 정도인지 한번 알아봐야겠다.

“그런데 핵잠수함 3개는 잘못 알려진 사실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다들 그렇게 알고 있던데요. 그럼, 핵잠수함이 하나도 없는 겁니까?”

“아뇨. 하나는 있습니다. 예전에 소련이 붕괴될 때, 메데인 카르텔의 카포였던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슬쩍 가져왔다고 하더군요. 얼마를 준지는 모르겠지만, 그 핵잠수함을 이용해서 마약을 운반하기까지 했습니다. 대단한 놈이죠.”

“하하, 그 대단한 사람을 미스터 김이 깔끔하게 제거하지 않았던가요? 그럼, 미스터 김이 더 대단한 것이군요.”

“얘기가 그렇게 되나요.”

솔직히 지금도 로이가 그 핵잠수함을 어떻게 했는지 알지 못한다. 그리고 관심도 없어서 물어보지도 않았다.

“소형화된 핵무기까지 있다고 하던데. 그것도 거짓이었나요?”

“그건… 저도 자세히 알진 못합니다. 그런 거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어서 물어보질 않았군요.”

“지금 메데인 카르텔을 움직이고 있는 사람을 많이 신뢰하시나 봅니다.”

“예, 허투루 그런 걸 남용할 사람이 아닙니다.”

“다행이군요. 덕분에 제가 죽기 전까지 지구가 핵무기로 멸망하진 않겠습니다.”

도예코프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다음, 우린 깊은 잠에 빠져 비행기가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일어나질 못했다. 아무래도 저 양반과 어제 마신 술이 좀 과했던 모양이다.

“러시아는 365일 추운 나라입니다. 몸을 항상 따뜻하게 유지하셔야 할 겁니다.”

“아, 예. 감사합니다, 미스터 베샤스트.”

총 270개의 공항을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

그중 으뜸은 당연히 수도권에 있는 모스크바 공항이다.

제대로 된 명칭은 모스크바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이다.

언제 들어봐도 참 러시아 이름은 발음하기도 난해하고 너무 길어서 외우기도 힘들다.

나는 입국 수속을 마치고 공항 밖을 나왔다. 도예코프도 위조된 여권으로 무사히 통과했다. 그리고 미리 러시아로 출발했던 강철중이 차량을 대기시킨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사장님. 그리고 미스터 베샤스트.”

나는 주변을 슬쩍 살펴보며 물었다.

“다른 차량들은 보이지 않네요.”

“가는 중간에 합류를 할 겁니다. 한꺼번에 많은 차가 대기하게 되면 괜히 주목을 받을까 봐 주의를 좀 기울였습니다.”

이런 쪽 일처리에는 확실한 사람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에 올랐다.

“별일은 없었죠?”

“예, 사장님.”

“그럼 갑시다. 일단 호텔로 가서 도예코프와 다시 말을 해보도록 하죠. 제가 보내 드린 리스트대로 기술자들의 위치를 파악해 놓으셨나요?”

“예, 확실하게 해놓았고, 그들을 한곳에 모아 넣기 위해 장소를 정해서 그곳으로 수송 중입니다.”

도예코프한테 미리 연락을 받은 기술진들이라 그런지 순순히 강철중의 말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다.

“출발합시다. 어서 일을 끝내고 러시아 구경 좀 하다가 돌아가야겠네요.”

“편안히 모시겠습니다.”

얼른 일을 끝내고 겨울바람을 맞으며 보드카를 쭉 들이켜 보고 싶다.

* * *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러시아라서 조금 걱정을 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나.

굉장히 좋은 호텔이다.

방도 상당히 넓고 룸서비스도 잘되어 있어 기분이 절로 좋아지는 곳이다. 그리고 출발은 내일이라 오늘 하루는 여기서 푹 쉴 생각이다. 그렇게 테라스로 나가서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보드카 잔을 천천히 기울이고 있을 때쯤.

두두두두-!

갑자기 헬기 여러 대가 호텔 주변으로 다가오더니 라펠을 타고 특공대원들이 줄줄 내려왔다. 그뿐인가? 수십 대의 차량들이 경보음을 내며 달려왔는데 차량에는 큰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FSB.

러시아 정보국이 왜 여기까지…….

설마 도예코프의 신변이 들통이라도 난 건가?

“사장님-!”

강철중이 급하게 안으로 들어와 소리쳤다.

그도 바깥 상황을 보고 내게 달려온 것이었다.

“사장님, 일단 대피하십시오!”

“잠깐, 대피를 하기보다는 일단 모두 대기하라고 하세요. 섣불리 움직여서는 안 된다.”

헬기에 수십 대의 차량이 동원되었다.

지금 피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내가 영화에 등장하는 액션 배우도 아니지 않은가.

영화에서는 저 정도의 추격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피하지만, 지금 이건 영화가 아니다.

실제 상황이다.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호텔 내부에 있는 조직원들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게 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가는 일이 이상하게 꼬일 테니까. 거기다가 단순히 도예코프 한 사람을 잡으려고 저 많은 인력이 동원되었다고는 보기 힘들다.

뭔가 있다.

분명히 뭔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그래서 나는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했다.

“사장님……. 정말 안 가셔도 괜찮겠습니까?”

“괜찮아요. 그리고 이미 늦었습니다. 강철중 씨도 봤잖아요. 저렇게 많은 요원들을 제가 어떻게 피한단 말입니까? 그냥 무슨 일인지 가만히 앉아서 두고 보는 게 좋을 거예요.”

괜한 짓을 했다가 피를 보는 것보다 차라리 어떻게 상황이 흘러가는지 지켜보는 게 좋을 터. 그런데 이것도 역시 괜한 짓이었나.

쨍그랑-!

특수 부대 요원들이 유리창을 깨고 내 방 안으로 들어와 나와 강철중에게 총을 겨누었다.

타깃은 내가 아니라 도예코프인 줄 알았더니, 이놈들이 처음부터 노렸던 건 바로 나였단 말인가.

강철중은 기회를 틈타서 총을 꺼내려 했지만, 내가 눈짓으로 그를 만류했다.

이미 저놈들에게 포위된 이상, 빠져나갈 구멍은 없다.

강철중이 신들린 사격술로 여기 있는 놈들을 전부 죽인다고 해도 바깥에서 대기 중인 놈들까지는 어쩌지 못하니까.

“반항하면 죽이겠다! 하지만 협조를 하면 아무런 위해도 가하지 않을 것이다!”

상대가 영어로 내게 소리쳤다. 나도 영어로 받아쳤다.

“왜 이러시는 겁니까? 저는 그냥 여행을 와서 조용히 휴식을 즐기는 것뿐입니다.”

“그건 내가 알 바 아니다. 아무튼, 조금이라도 반항을 한다면 그 자리에서 죽인다.”

내가 묻는 말에 답을 할 생각이 없다는 건가.

아니면 이놈들은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그냥 온 것일 수도 있다. 단순히 위의 명령만을 따르는 요원들이니까.

나는 이들이 채우는 수갑을 저항하지 않고 받았다. 강철중도 쓴 표정으로 순순히 수갑을 받고 그들에게 끌려 나갔다.

도대체 누굴까.

이런 깜찍한 짓을 하는 놈이.

거기다가 도예코프가 아닌, 나를 노리는 작전이라니.

어쩌면 러시아 정보국으로 도예코프와 몇몇 경호원들이 함께 러시아로 들어왔다는 정보가 들어갔을 수도 있다. 그럼 우리가 도예코프의 부하인 줄 알고 잡았을 수도 있다는 건데.

상황이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완전히 꼬여 버렸다.

이를 어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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