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검사, 마피아 되다-198화 (198/325)

198화. 독재자와 독재자 (5)

“견홍이라고 합니다.”

“샤오왕입니다.”

리오차오는 내게 두 명의 위원을 소개시켜 주었다.

그들은 리오차오파의 일원들로, 우리 조직에서 나가는 돈을 받으며 사치를 부리는 놈들이다.

“김태산이라고 합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둘 다 영어가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통역사를 붙이면 기밀 문제가 있어 껄끄러운데, 그걸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얘기는 들었습니다. 경제 조언 명분으로 우리 외교관들과 함께 북한에 넘어가고 싶다고 하셨다고요.”

“예, 맞습니다.”

자신을 샤오왕이라고 소개한 사람이 짙게 침음을 흘렸다.

“음……. 그런데 한국 정부에서는 괜찮다고 하겠죠? 사장님의 영향력은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에서 꼬리를 물게 되면 골치 아파지는 게 아닌지…….”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한국 언론사도 제가 컨트롤하고 있으니까요. 누구도 제가 북한으로 넘어갔다는 소리를 꺼내지 못할 겁니다. 대신, 중국 언론 통제는 필요하겠군요. 가능하시다면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그거야 어렵지 않습니다. 중국은 철저하게 언론과 사회를 통제하고 있으니까요.”

공산주의 나라가 이렇다.

통치자들이 살기 좋은 나라는 공산주의만 한 게 없다.

언론도 통제가 가능하고 인터넷부터 기업들까지 붙잡아놓고 휘두를 수 있다.

만약 대한민국이 민주주의가 아니라 공산주의, 혹은 사회주의였다고 생각해 보라.

얼마나 많은 악당들이 국민 위에서 놀고먹었겠는가.

당장 나도 언론을 통제하며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공산주의였다면 누군가가 더 심한 통치를 이어갔을 것이다.

그건 중국도 만만치 않지만, 대한민국이 그런 꼴이 아니라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더 이상 문제될 게 없군요.”

“표면적으로 보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이렇게 사장님을 찾아뵙게 된 건, 조금 더 구체적인 것을 물어보기 위함입니다.”

“구체적인 것이요?”

“예, 그렇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김태산 사장님께서 북한으로 넘어가시는 걸 굉장히 민감한 문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럴 만도 할 것이다.

그냥 한국인이 북한으로 넘어가는 것도 문제가 될 만한 일인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가 넘어가는 것이니 중국 정부에서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건 리오차오 위원님과 상의를 끝냈다고 생각하는데요?”

리오차오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양해를 구했다.

“사장님, 저도 사장님을 전적으로 지지하긴 하지만, 민감한 문제인 만큼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합니다. 저번에 해주셨던 설명은 저도 위원회에 전달했습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사장님의 위치가 위치인 만큼 위원회에서는 경계하는 눈치를 띨 수밖에 없습니다.”

“리오차오 위원님의 말씀처럼 사장님은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자이시지 않습니까. 거기다가 우리나라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계시고요. 아시아 전역을 통틀어 사장님만큼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즉, 아시아 최고 권력자인 내가 북한으로 넘어가는 게 껄끄럽다는 것이다.

“하하, 저를 너무 띄워주시네요. 제가 그리도 경계할 만한 사람입니까?”

“리오차오 위원님을 반대하는 세력들 중에서는 사장님의 정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몇몇 있습니다. 그들은 사장님께서 북한까지 세력을 뻗치려는 것을 눈치채고 있다는 겁니다.”

“날카롭네요. 골든 연합이 북한에 들어가려 하는 건 맞습니다. 얘기가 잘 통하면 제가 운영 중인 그룹을 그곳에 넣으려는 계획까지 있죠. 그런데 그걸 간파한 분들이 벌써 계시다니. 그분들의 이름이라도 알 수 있겠습니까?”

갑자기 내가 이름을 묻자 샤오왕은 움찔거리며 되물었다.

“갑자기 이름은 왜…….”

“누군지 알아야 대화로 풀든, 제거를 하든 할 거 아닙니까.”

“사, 사장님. 그렇게 힘으로 해결하실 만한 문제가 아닙니다. 그들 중에는 군부 쪽과도 가까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중국이 무서운 점은 각 구역을 맡고 있는 장군들이 언제든지 군을 움직여 깽판을 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중앙 정부를 직접 공격하려는 미친놈은 없다. 왜냐하면 중앙 정부를 지키고 있는 본군이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외의 것은 정부에서 크게 터치를 하지 않는다.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얼마든지 군을 움직여도 좋다는 게 정부의 방침인 것이다.

그걸 나도 잘 알고 있기에 미리 손을 써놓았다.

“샤오왕 위원님, 제가 설마 그깟 군부가 무서워서 하던 일을 멈출 것 같습니까? 내기라도 한 번 해보실까요. 과연 군부가 누구를 위해 움직일지. 저는 가장 많은 돈을 베팅한 사람을 위해 움직인다는 데에 모든 것을 걸겠습니다.”

내 도전적인 물음에 샤오왕은 입을 다물었다.

세상의 법칙은 의외로 간단하다.

돈 많은 놈이 결국 이기게 되어 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해도 누군가가 개입해 막대한 양의 돈을 쥐여준다고 하면 옆에 있는 사람을 안 찌르고 버틸 수 있겠는가?

열의 아홉은 분명히 돈을 받은 대로 이행할 것이다.

그게 사람의 심리이며 본능적인 욕구이기 때문이다.

“사장님, 일단 진정하시고…….”

“말씀해 보십시오. 이번 일은 저도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누가 반대를 하는지 말씀을 해주신다면 먼저 설득이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게 통하지 않는다면 두 번째 옵션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들은 괜한 걸 건드렸다는 표정으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내가 멍청하게 리오차오만 보고 돈을 걸었겠는가?

이 사람은 나의 첫 번째 옵션일 뿐이다. 만약 내 말에 복종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두 번째 옵션으로 갈아탈 것이다. 그리고 나는 단순하게 리오차오에게만 돈을 걸지 않았다.

라우팽을 이용해 중국에서 핵심이라고 불릴 만한 군부 쪽 사람들에게 갖은 돈을 뿌려 내 편으로 돌려놓았다. 이들이 누구를 위해 움직이겠는가?

마르지 않은 샘을 위해 움직일 것이다.

이들은 대의명분을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 이미 그런 중국은 예전에 사라졌다.

오직 이들은 누가 돈줄을 쥐고 있는지를 파악해 그것을 위해 움직인다.

“끝까지 말씀을 해주시지 않는다면 제가 사람을 뿌려 알아보는 수밖에 없겠군요. 그래도 여러분이 제 아군이라고 믿었는데… 실망입니다.”

나는 할 말을 다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리오차오가 얼른 나를 붙잡았다.

“마, 말씀드리겠습니다.”

난 안색이 하얗게 질린 세 사람을 번갈아 쳐다본 뒤,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밖에 대기하고 있던 강철중을 불러 샤오왕이 불러주는 리스트를 적어놓도록 했다.

“총 열 명입니까?”

“그렇습니다.”

난 강철중에게 한국말로 명령을 내렸다.

“여기 있는 리스트에 있는 사람들. 사고사로 위장해 죽이거나, 혹은 자살로 위장해 죽이세요. 실종을 시키는 것도 괜찮습니다. 아예 흔적도 찾을 수 없게요.”

강철중의 특기라고 할 수 있는 임무였다.

그는 무미건조한 얼굴로 대답했다.

“예, 사장님. 바로 실행하겠습니다.”

강철중이 나가자 세 사람이 동시에 내게 물었다.

“어떤 명명을 내리신 겁니까?”

나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만나서 잘 설득해 보라고 했습니다. 돈을 달라고 하면 얼마든지 주라고 했고요.”

“혹시 무력을 이용해서…….”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다행이군요. 혹시라도 무력을 이용해 일을 벌이신다면 다른 간부들의 반발이 거셀 수도 있어서 걱정하던 차였습니다.”

그걸 내가 모르겠는가? 하지만 그들의 반발을 고려해 나는 나를 보호할 만한 방패를 이미 마련해 두었다. 그들이 어떤 공격을 한다고 해도 무너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일단 그분들을 먼저 설득해야 하니, 다음 주에 다시 만나는 게 어떻습니까? 그때는 확실하게 정할 수 있겠죠?”

세 사람은 동시에 서로를 쳐다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그럼, 그땐 꼭 좋은 소식으로 만나 뵈면 좋겠네요.”

이제 정말 할 말이 모두 끝났다.

나는 이들이 타고 온 차에 돈을 담은 박스를 몇 개씩 채워준 뒤 별장으로 돌아갔다.

다음 주가 되면 저놈들 얼굴이 참 볼 만할 것이다.

* * *

“안색들이 왜 그러십니까?”

다음 주가 되어 난 다시 이 셋을 같은 장소에서 만났다.

내 예상대로 이들은 창백한 얼굴로 나를 맞이했다.

“사장님… 저희가 드렸던 리스트…….”

리오차오가 뭐라고 말을 꺼내기 전에 내가 중간에 잘라 버렸다.

그것도 음산한 목소리로 말이다.

“얘기는 들었습니다. 참 아이러니하지 않습니까? 어떤 분들은 실종이 되고, 또 어떤 분들은 자살을 하시고……. 왜들 그렇게 되셨는지.”

내가 태연하게 말을 하니, 그들은 마른침을 삼키며 눈치껏 내 말을 받았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저희도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각자의 이유가 있겠죠.”

“하하, 샤오왕 위원님은 잘 헤아려 주시고 있네요. 앞으로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정치를 하시면 반드시 승승장구하실 겁니다.”

“…감사합니다.”

항상 그랬듯이 강철중은 탁월한 일처리를 보여주었다.

내가 건네 준 리스트대로 그는 작업에 착수했고, 결과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중국 최고의 삼합회를 손아귀에 넣기 전에는 이런 일이 불가능했겠지만, 지금은 이 중국 거리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 바로 골든 연합이다. 그래서 이런 일도 서슴없이 벌일 수 있게 되었다.

중국 인구가 몇 억이고 그들에게 파는 마약 양만 해도 엄청난 수요를 자랑한다.

그 덕분에 벌어들이는 돈으로 산을 쌓아도 남아돌을 정도이니 사방에 돈을 뿌리는 게 무슨 대수겠는가.

중국이란 나라는 그야말로 돈이면 다 되는 나라라서 그런지 힘이 크면 클수록 누군가를 제거하는 일이 참 쉽다.

언론도 철저한 통제를 받고 있어 외부로 유출될 일도 없고, 국민들은 위원 누가 죽었다고 해도 털끝 하나 신경을 쓰지 않으니 어쩌면 위원들은 사선에 놓여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 공안 주석을 살해하는 일이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그 밑에 있는 놈들을 제거하는 것쯤은 일도 아니다.

“자, 제가 원하는 대답이 나왔습니까?”

위원들도 눈치가 있다면 그 열 명의 사람들이 괜히 그런 봉변을 당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이미 중국 정부의 권력 구도는 점점 리오차오에게 쏠리고 있는 추세다. 그리고 그 리오차오를 뒤에서 지원해 주고 있는 것이 메데인 카르텔이다.

중국 최고의 삼합회들을 하나로 통합시킨 조직이 뒤를 밀고 있으니, 어떤 사람이 그에게 대항할 생각을 할까.

내가 북한으로 넘어가는 일에 반대할 사람은 이제 없다.

“예, 사장님. 만장일치로 사장님을 북한으로 보내는 일을 통과시켰습니다.”

만장일치.

모두가 인정한 것이다.

이미 중국 권력 구도가 완전히 뒤바뀌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건 더 이상 돌이킬 길이 없다는 것도 이들은 알고 있었다.

당분간 위원들은 내가 미는 사람을 지지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보복을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어야 하니까.

물론, 이렇게 해도 내게 반기를 드는 놈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럴 때는 본보기로 확실하게 처단을 하는 게 좋다.

그나저나 북한 한 번 가보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참 이것저것 신경 쓸 일도 많다.

판문점에 그어져 있는 선만 넘으면 바로 북한인데, 그 쉬운 걸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 이루게 되었다.

이 정도의 과정을 거치고 돈을 쓴 만큼, 그만한 성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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