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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검사, 마피아 되다-190화 (190/325)

190화. 새로운 황제 (2)

“카지마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소스케한테 맡겼습니다. 야마구치 구미에서 와타나베의 죽음을 가장 슬퍼하는 건 소스케이지 않습니까? 알아서 잘할 겁니다.”

“카지마 새끼. 차라리 죽여 달라고 애원을 하겠네.”

“그렇겠죠.”

나는 소스케에게 카지마를 넘겨 버렸다. 내가 직접 손을 쓰는 것도 괜찮겠지만,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아 그쪽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그리고 나보다 소스케가 더 지독한 면이 있다.

잠깐 들은 얘기인데, 소스케는 상대의 가족을 전부 끌고 와, 한 명씩 눈앞에서 죽인다고 한다. 아무리 어린 애들이라고 해도 상대를 괴롭게 만들 수 있다면 주저함이 없다고 하는데…….

황규혁도 그걸 알고 있는지 카지마가 안됐다는 말을 할 정도였다.

“다음 지역은 어딘지 아시죠?”

“알지. 승기를 잡았을 때 빠르게 들이치자. 그 새끼들이 허튼 수작을 부리기 전에.”

스미요시 카이를 잡았으니, 다음은 이나가와 카이를 잡아야 한다.

이 새벽에 되도록 모든 전투를 끝낼 생각이다. 그럼, 내일의 태양은 야마구치 구미와 니치카야 카이만을 비추게 될 테니까.

“얼른 차에 탑승해!”

“바로 출발한다!”

수백 명의 조직원들이 각자 정해진 차에 탑승한 다음, 빠르게 출발했다.

이나가와 카이의 본거지를 타격해 완전히 끝장을 내겠다는 기세가 엿보인다.

“근데… 저 건물에 있는 시체들은 어떻게 합니까.”

“야. 야마구치 구미가 얼마나 큰 조직인데, 청소부 하나 없겠냐. 지금 열심히 청소하고 있을 거다.”

“그럼, 야마구치 구미의 빌딩도…….”

“거기도 벌써 청소부들이 가 있지. 너무 걱정하지 마. 이런 쪽에는 아주 철저하니까.”

괜한 걱정이었나.

야마구치 구미의 규모를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스미요시 카이의 쿠미쵸를 잡았고 핵심 간부들도 잡아 죽였으니, 잔당 소탕을 해야겠네요.”

“그렇긴 하지. 일단 그놈들도 심장부가 없어졌다는 걸 알면 두 개로 나뉠 거야.”

“하나는 우리 쪽에 흡수되는 걸 선택하고 다른 한쪽은 독립을 한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맞아. 그렇게 되겠지.”

스미요시 카이의 쿠미쵸까지 잡아 죽이긴 했으나, 그렇다고 스미요시 카이 전체를 무너뜨린 건 아니다. 본거지에 있는 놈들만 죽였을 뿐, 아직 그들의 힘은 남아 있다.

그들을 모두 잡으려고 난리를 치게 되면 오히려 우리 쪽 힘만 손실된다. 차라리 회유 작전을 써서 우리 쪽에 흡수를 시키는 게 적합한 방법이다.

“일단 그 얘기는 다음에 하자. 저 새끼들부터 족쳐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형님.”

어느덧 이나가와 카이의 본거지에 차량이 도착했다. 황규혁은 자리에서 내리며 내게 물었다.

“너도 같이 갈 거냐?”

“가드릴까요?”

“그냥 와서 구경만 해. 오랜만에 형 실력도 좀 보고. 흐흐.”

일이 다 끝나면 그때 올라가려 했는데, 아무래도 황규혁 때문에 같이 가긴 해야 할 것 같다. 나는 그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 뒤로는 수백 명의 조직원들이 함께 따라왔다.

“뭐, 뭐야. 당신들!”

1층 로비에 있던 경비가 우르르 쏟아져 들어오는 조직원들을 보고 깜짝 놀라 소리쳤다. 그리고 그가 비상벨을 누르려 할 때, 황규혁이 들고 있던 손도끼를 냅다 던져 버렸다.

“크악-!”

두 개의 손도끼가 두 명의 이마에 정확하게 꽂혔다.

경비 둘은 허망하게 바닥에 쓰러져 생을 마감했다.

“이 사람들은 민간인 아니에요?”

“알게 뭐야. 깡패 새끼들이 운영하는 빌딩에 있는 것부터 잘못된 거지.”

스미요시 카이의 본거지를 쳤을 때도 그곳에는 게이샤들과 일반 직원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 모두 도륙을 당했다. 즉, 지금 황규혁과 조직원들의 눈에 뵈는 게 없다는 것이다.

눈에 띄면 누구라도 죽인다. 그게 적이든 아니든.

“빨리빨리 움직여, 새끼들아!”

“예!”

황규혁의 호통에 조직원들이 우르르 계단으로 몰려가 위로 올라갔다.

이런 황규혁의 카리스마는 참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예전 영등포 때 생각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뭘 그렇게 보냐?”

“옛날 생각이 좀 나서요.”

“영등포 때?”

“예.”

“흐흐. 그땐 내 인생에서 제일 재밌는 순간이었지.”

화진파의 영등포 구역을 관리했던 황규혁이지 않은가.

그는 문득 권용일이 생각났는지 표정이 우울하게 바뀌었다.

“큰 형님이 아직 정정하셨다면 일본에 한 번 데려와 드리는 건데.”

“…….”

“그래도 저 위에서 잘 살고 계시겠지. 말 안 듣는 새끼는 다 때려잡으시고.”

“분명히 그러실 겁니다.”

권용일이라면 염라대왕의 멱살을 잡았을지도 모른다.

“우리도 올라가자.”

“예, 형님.”

나는 황규혁과 함께 천천히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이미 2층부터는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다 죽어, 이 새끼들아!”

“쿠미쵸의 복수다!”

와타나베가 야마구치 구미에서 떨쳤던 영향력은 대단했다. 그 조직의 쿠미쵸이지 않은가? 거기다가 야마구치 구미를 왕성하게 발전시켰으니, 그를 향한 조직원들의 충성심은 당연히 굳건하다.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많은 조직원들이 눈물을 흘렸을 정도.

지금 이들은 복수심에 사로잡혀 눈앞에 보이는 상대를 가리지 않고 찌르는 중이었다.

“이건 뭐… 우리가 나설 필요도 없는 것 같은…….”

“모조리 없애주마!!”

황규혁은 그새를 못 참고 쌍도끼를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난전에 끼어들었다.

저 양반도 와타나베와 꽤 가깝게 지내긴 했지.

그래도 이제 나이가 있는 사람인데, 저렇게 막 몸을 놀려도 절대 숨을 헐떡이지 않는다.

아직 황규혁의 전성기는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다 엎어버려!”

“예!”

항상 저랬던 사람이다.

어떤 싸움이 벌어져도 항상 선봉에 서서 조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으며 전장을 지휘한다.

아마 전생이라는 게 있다면 황규혁은 종횡무진 하던 무장이 아니었을까.

저들을 보라.

날이 선 칼을 휘두르며 달려오는데도 황규혁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누군가가 그에게 총을 쏴도, 그는 몸을 굴러 피하며 손도끼를 상대에게 던져 버린다.

흡사 액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이상하게 주인공은 총 한 발도 맞지 않는 그 비이상적인 상황이 꼭 황규혁에게만 벌어진다는 것이다.

“저놈도 잡아 죽여라!”

나는 그냥 멀찍이 서서 황규혁이 활약하는 모습을 지켜만 보았다.

아무래도 오늘 싸움은 빨리 끝날 것 같다.

* * *

스미요시 카이보다는 싱겁게 끝났다고 표현해야 하나.

“크아악-!”

황규혁은 제일 꼭대기 층에 있는 사무실 문을 거칠게 열면서 입구를 지키고 있던 조직원 두 명을 내동댕이쳤다. 오늘 이나가와 카이를 습격한 조직원들 중에서 황규혁보다 활약상이 더 많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는 언제 물었는지도 모를 담배에 불을 붙이며 연기를 길게 뿜어냈다.

이미 핏물에 젖은 담배라 연기 색깔도 붉은 색으로 나올 것처럼 보였다.

“네가 여기 대빵이야?”

황규혁은 초연하게 데스크에 앉아 있는 중년의 사내에게 물었다.

누가 봐도 그가 이나가와 카이의 쿠미쵸라는 걸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방금 스미요시 카이가 야마구치 구미와 니치카야 카이 손에 박살이 났다는 얘기를 들었소. 그런데 참 빨리도 오셨군.”

“그렇게 빨리는 아니지. 와타나베가 죽었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달려오려 했으니까.”

“하하, 니치카야 카이의 수장 되시는 분이 그렇게 연민에 휩쓸려서 되겠소? 와타나베처럼 거대 조직을 이끌기에는 좀 부족해 보이시는군.”

이나가와 카이의 쿠미쵸, 이사다 타베.

그는 황규혁의 신경을 계속 건드리고 있었다.

“부족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지금 나는 너희들만 다 박살 내면 그걸로 장땡이야. 그러니까 발악이라도 해봐, 어디.”

“발악이라. 솔직히 나는 살기 위해 스미요시 카이와 손을 잡은 거였소. 사실, 그냥 이렇게 조직의 균형만 맞추려고 했지. 그런데 스미요시 카이의 쿠미쵸, 카지마가 와타나베를 죽였다는 소식을 듣고 직감했지. 이제 이나가와 카이도 끝장이라고.”

이사다 타베는 스미요시 카이와 손을 잡고 야마구치 구미와의 균형만 유지하려 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카지마는 정말 야마구치 구미를 박살 낼 심산으로 일을 벌였던 것.

“그걸 지금 변명이라고 하는 건가? 그래서, 살려 달라고?”

“그럴 리가. 그래도 이나가와 카이의 쿠미쵸인데, 비루하게 목숨을 구걸하며 살 순 없지. 그리고 그대들에게 붙잡혀 끔찍하게 고문을 당할 생각은 더더욱 없소.”

그는 싱긋 웃으며 서랍에서 권총 하나를 꺼내 우리에게 조준했다.

그러자 뒤에 있던 조직원들도 총을 들어 소리쳤다.

“당장 그 총 내려놔!”

“어서!”

조직원들의 위협에도 이사다 타베는 평온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스미요시 카이, 거기다가 이나가와 카이까지 무너뜨렸으니. 결국 어부지리를 하게 된 것은 니치카야 카이의 쿠미쵸인 당신이 되겠군. 차라리 이렇게 된 거 그대 한 명쯤은 죽여야 속이 풀릴 거 같은데.”

“쏴봐. 내 도끼가 빠른가, 네 총이 빠른가 시험해 보게.”

노골적으로 조준을 하고 있는데도 황규혁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있었다.

이사다 타베는 질렸다는 듯 총을 내려놓고 고개를 흔들었다.

“통토 크시구먼. 뭐 하나 내가 이길 수 있는 게 없네.”

그리고 그는 총구를 관자놀이에 댄 뒤 말했다.

“앞으로 이 일본을 잘 다스려 보시오, 니치카야 쿠미쵸.”

“자, 잠깐!”

타앙-!

그것이 이사다 타베의 마지막 모습이었고, 유언이었다.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지금도 비참하게 고문을 받고 있을 카지마와는 다른 운명을 택했다.

“젠장. 이놈은 살려둬서 써먹으려 했는데.”

“죽일 생각이 아니었습니까?”

“당장 죽일 생각은 없었지. 스미요시 카이랑 이나가와 카이를 수습하는 일에 이놈을 쓰려고 했지. 안정이 되고 나서 제거하려 했는데…….”

황규혁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그래도 그냥 깨끗하게 끝을 내주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릅니다. 괜히 다른 개수작을 부렸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렇긴 하지.”

더 이상 이곳에는 볼일이 없다는 듯, 황규혁은 몸을 돌렸다.

“돌아가자. 여기도 정리가 다 끝난 거 같으니까.”

“예, 형님.”

나는 황규혁과 함께 천천히 계단을 따라 건물 아래로 내려왔다.

층마다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

족히 수백은 되어 보인다.

이게 만일 언론을 타고 나가면 아마 전 세계적으로 난리가 나겠지만, 그럴 일은 없다.

경찰은 이미 우리의 편이고, 정부도 사회의 쓰레기들이 알아서 줄어든다는 차원에서 우릴 건드리지 않는다. 거기다가 언론도 이런 사실을 잘못 말했다가는 예전 언론사 대표들처럼 개죽음을 당할지 모른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이미 정해진 룰에서 벌어진 전쟁이다.

우리는 승리를 했고, 스미요시 카이와 이나가와 카이는 멸망을 당했다.

물론, 그들의 잔존 세력이 일본 곳곳에 남아있긴 하지만 심장부가 사라진 이상 이들이 다시 거대한 조직으로 재기하는 데에는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황규혁이 그걸 가만히 지켜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형님,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일 겁니다. 야마구치 구미를 니치카야 카이에 존속시키고, 스미요시 카이와 이나가와 카이를 흡수하는 일도 여간 쉬운 일이 아닐 거예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내 말이 맞다.

야마구치 구미를 니치카야 카이에 흡수를 시킨 다음, 스미요시 카이와 이나가와 카이를 손아귀에 넣어야 한다. 그 모든 일을 황규혁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문제없다는 듯 말했다.

“괜찮아. 형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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