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검사, 마피아 되다-189화 (189/325)

189화. 새로운 황제 (1)

“스미요시 카이와 이나가와 카이가 하나로 뭉칠 수 있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습니다.”

이재욱은 열심히 상황을 설명하며 현재 권력 구도에 대해 알려주었다.

“세 달 전에 스미요시 카이에서 새로운 쿠미쵸가 탄생했는데, 카지마 히라노라는 사람입니다. 아주 저돌적인 사람으로 스미요시 카이의 쿠미쵸를 죽인 다음, 스스로 그 자리에 앉았습니다.”

“스미요시 카이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예, 카지마 히라노가 조직 내에 있는 간부들을 결탁시켜 조직을 장악한 것처럼 보입니다.”

스미요시 카이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니.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근데 내가 왜 그걸 지금에서야 알게 된 거지?”

“그쪽에서 철저하게 정보를 은폐시켜 놓았어요. 거기다가 카지마 히라노는 항상 와타나베와 야마구치 구미 타도를 외치던 급진파라 일부러 그런 것 같습니다.”

카지마 히라노가 새로운 쿠미쵸가 되었다는 소식을 와타나베가 접했다면, 그는 분명 대비책을 마련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와타나베가 방심하도록 정보를 은폐해 버렸다. 이 작은 부분이 승패를 가른 것이다.

“우리 쪽 정보 컨트롤은 확실하겠지?”

“예, 간부가 부회장님 손에 척살당했다는 건 전부 은폐를 시켜놓았습니다. 그리고 대리인을 보내 스미요시 카이의 사람과 만나게 하여 서류까지 넘겼습니다. 내일 그들은 분명히 그 서류대로 움직이게 될 겁니다.”

계획대로 일이 착착 흘러가고 있었다.

이제 남은 건 우리 쪽의 행동이다.

“우리 쪽 사람들 준비는 다 됐나?”

“예, 이미 무기도 다 보급 받았고, 싸울 날만 기다리는 중입니다.”

“오늘은 술이랑 여자는 절대 가까이 하지 말라고 전해. 내일 피 터지게 싸워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부회장님.”

내가 이번에 데려온 히트맨은 내 조직원들이 아니다. 그들은 로이가 선별해서 뽑아준 용병들로 실력이 상당하다고 한다. 거기다가 성격도 잔인하고 거칠어서 일말의 자비심도 없이 적을 쓸어버린다. 지금 나한테 아주 적격인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 * *

저녁 10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가는 시간이지만, 유흥업소가 넘쳐나는 거리에는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넘쳐난다.

술과 여자, 혹은 남자로 하루의 노고를 풀려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오늘은 색욕만이 넘치는 이 거리에 흉흉한 살기가 감돌고 있었다.

나는 저 멀리서부터 다가오고 있는 수십 대의 차량들을 보고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스미요시 카이와 이나가와 카이의 연합과 야마구치 구미와 니치카야 카이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모두 한 번에 들어간다!!”

“들어가서 전부 죽여 버려!!”

차에서 하차하는 조직원들이 각자 날카로운 무기를 들고 야마구치 구미 소유의 빌딩 안으로 우르르 들어가고 있었다.

야마구치 구미가 인수한 저 빌딩은 시부야 쪽에 자리를 잡고 있어 와타나베가 본거지로 활용했다. 그래서 저놈들이 저 빌딩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심장부를 공격해 저곳에 있는 모두를 죽인 다음, 차차 잔존 세력들을 정리하겠다는 의지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저들의 발악은 곧 실망으로 끝나게 될 것이다.

“뭐야?!”

“아무도 없어!!”

우르르 들어갔던 조직원들이 다시 우르르 빠져나오고 있었다.

나는 반대편 건물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며 우왕좌왕하는 저들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이미 저 빌딩은 빈 건물이다. 내가 미리 사람들을 전부 빼놓았다는 것.

쉽게 말해서 저놈들은 허탕을 친 거다. 그리고 왜 그들이 허탕을 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이유가 곧 전해질 것이다.

“서, 서둘러 돌아간다!!”

“안에 있는 놈들 전부 나오라고 해!”

황규혁이 드디어 공격을 시작한 것인가.

빌딩 안을 쥐 잡듯이 뒤지고 있던 놈들이 하나둘 밖으로 빠져나오는 중이었다.

여유롭게 위스키를 마시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나는 손을 까닥여 신호를 내렸다.

와타나베의 복수를 해줄 차례다.

“으아아악-!”

“뭐, 뭐야 네놈들은!”

앞선 건물에 아무것도 없다면 반대편 건물이라도 확인을 했었어야지.

나의 신호에 따라 용병들이 밖으로 튀어나와 차량에서 대기 중이던 조직원들을 무참히 찌르고 있었다. 아직 총은 꺼내지 않았다. 조용히 칼로 해결을 보려는 것인가. 아니면 굳이 총까지 꺼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 것일까?

이들은 빠르게 차량 주변을 지키고 있던 조직원들을 제거한 다음,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다음부터 펼쳐진 광경은 참 볼 만했다.

널찍한 유리창 사이로 움직이는 용병들과 조직원들.

한쪽은 아직 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지 몰라 철수를 하는 중이었고, 다른 한쪽은 아무것도 모른 채 밑으로 내려오는 조직원들의 몸에 칼을 심어주었다. 내가 봐도 구태여 총까지 꺼낼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철저하게 용병들에게 유리한 상황이지 않은가.

스미요시, 이나가와 카이에서 파견한 저 조직원들은 이 빌딩이 텅텅 비어 있다고 생각해 그냥 내려오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갑자기 용병들이 기습을 하니, 아무리 실력이 좋다고 해도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생각보다 빠르게 정리가 될 것 같다.

“부회장님, 일본 경찰청 쪽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신고가 몇 개 들어오긴 했는데, 1시간 30분 후에 출동을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와타나베 때에 이르러 야마구치 구미는 더욱 깊은 정경 유착을 했다. 즉, 일본 정치계에도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고, 공권력에도 개입이 가능할 정도라는 것이다.

와타나베가 그런 쪽 일은 아주 잘해서, 무슨 짓을 벌여도 별 탈 없이 넘어갔다. 그리고 이번에도 똑같다.

이미 경찰은 우리와 한통속이다. 저들은 뜻하지 않게 큰 소득이 생겨 좋을 뿐이고, 우리는 복수를 할 수 있으니 좋을 뿐이다.

서로 윈윈하게 되었으니까.

“1시간 30분이면… 여유롭게 끝낼 수 있겠네.”

위스키 한 잔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시간이다. 나는 잔에 다시 술을 채운 뒤, 건너편 빌딩 안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는 조직원들을 안주 삼아 천천히 잔을 들이켰다.

점점 상대의 피로 얼룩져 가는 빌딩의 모습이 한편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하다.

* * *

정확히 1시간 30분 후에 경찰차 몇 대가 빌딩 앞으로 다가왔다.

나는 미리 사람을 보내 경찰들에게 박스 몇 개를 건넸고, 그들은 안에 내용물을 본 뒤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갔다.

“다 끝난 것 같습니다, 부회장님.”

여기서 봐도 건물 안이 깨끗하게 정리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용병들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우왕좌왕하느라 저들은 전멸을 면치 못했다.

이곳 일은 끝났으니, 나는 밑으로 내려가 차에 올라탔다.

“대충 정리 끝내고 따라오라고 해. 황규혁 형님이 계신 곳으로 가야 하니까.”

“예, 부회장님.”

지금쯤 스미요시 카이의 심장부를 공격하고 있을 황규혁이다. 그쪽도 경찰과 연락이 닿아 어떤 신고가 들어와도 출동을 하고 있지 않은 상태다.

참 썩은 세상이지 않은가.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경찰 쪽에서는 쓰레기들끼리 싸우는 것이니 굳이 신고를 받아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우리 본거지를 치려고 정예 조직원들을 뽑아 보내는 바람에 현재 스미요시 카이는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을 것이다.

그런 곳을 다른 사람도 아니고 황규혁이 공격했으니,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도착했습니다.”

어느덧 스미요시 카이의 심장부가 있는 본거지에 도착하고, 나는 차에서 내렸다.

언제 따라온 것인지, 핏물로 샤워를 한 용병들도 차례로 내렸다.

저들을 데려오려고 많은 돈을 쓰긴 했지만, 실력을 보니 결코 아깝지 않은 값이었다.

“갑시다. 뭐, 이미 다 끝나 있겠지만.”

야마구치 구미가 높은 빌딩이라면, 스미요시 카이는 넓은 궁궐처럼 본거지를 지어놓았다.

입구부터가 널찍한 대문이고, 그 대문을 넘으면 여러 전통 일본식 건축물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그 사이를 쭉 지나가 보면 마침내 스미요시 카이의 수장이 머무는 대저택이 모습을 드러낸다.

나는 온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조직원들과 게이샤들. 그리고 이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죽임을 당한 직원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이곳이야말로 완벽한 학살의 장소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나는 천왕이 살 것만 같은 대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에서부터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것을 보니, 이 안은 바깥보다 훨씬 더 심한 학살이 일어난 것처럼 보였다.

“왔냐?”

아니나 다를까, 온 바닥이 잔인하게 난도질이 된 시체들로 가득해 있었다.

나는 황규혁이 건네는 인사를 받으며 핏물로 고인 바닥을 지나왔다.

“오랜만에 실력 발휘 좀 하셨나 봅니다.”

“이놈들이 생각보다 끈질기게 버텨서.”

오랜 버릇처럼, 황규혁은 쌍도끼를 옆에 내려다 놓은 채 깊게 담배를 빨고 있었다.

한바탕하고 나서 보이는 그만의 버릇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그런 황규혁보다 무릎을 꿇은 채로 피를 뚝뚝 흘리고 있는 한 남자에게 시선이 쏠렸다.

“이 사람이… 스미요시 카이의 쿠미쵸입니까?”

“아, 지금은 잠깐 정신을 잃었어. 그냥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때리기만 했거든.”

얼굴이 못 알아볼 정도로 망가진 것을 보아, 어지간히 때렸던 모양이다.

“의사소통은 가능하겠죠?”

“모르지. 아까 보니까 강냉이도 다 털린 것 같은데.”

황규혁은 담배를 들고 있는 손으로 슬쩍 옆을 가리켰다.

황규혁이 말한 강냉이들이 진득한 핏물에 섞여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음, 정말 죽은 건 아닐까. 이 정도면 살아 있는 게 이상한 건데.

“그래도 숨은 쉬더라.”

그런 내 눈초리를 읽었는지, 황규혁은 별 도움도 안 되는 말을 던졌다.

나는 조직원 하나에게 손짓해 카지마를 깨우게 했다. 그러자 조직원은 주변에 있는 술 한 병을 가져와 카지마의 머리 위로 부었다.

“어푸-!”

아직 소리 치는 것을 보니, 다행히 의사소통은 될 것 같았다.

“내가 누군지 아나?”

반쯤 정신을 차린 카지마는 두리번거리기만 할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황규혁이 담배를 상대 얼굴에 던져대며 말했다.

“대답을 해. 우리 동생이 묻고 있잖아.”

불이 뜨겁긴 한지, 카지마는 얼굴에 닿은 담뱃불에 몸부림을 치며 대답했다.

“모, 모른다.”

“그럼, 네가 왜 이렇게 됐는지는 알고?”

“그, 그것도 모른다.”

“그렇구나.”

나는 쭈그려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발길질을 날렸다.

카지마는 짧게 신음을 터뜨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아직도 상황 판단이 안 되나 보네. 이럴 때는 주로 존댓말을 쓰지 않나? 다시 일으켜.”

“예!”

조직원들은 내 명령에 따라 쓰러진 카지마를 일으켰다.

“자, 다시 한번 물어볼게. 내가 누군지 아나?”

“…모릅니다.”

“그럼 네가 왜 이런 꼴을 당하고 있는지는?”

“…모릅니다.”

나는 또 한 번 카지마의 얼굴에 발길질을 날렸다.

“아니, 진짜 모르는 거야?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 척을 하는 거야? 네가 왜 이런 꼴을 당하고 있는지 정말 몰라?”

카지마는 다 포기했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놈은 정말 모르는 건가.

“오늘 네가 야마구치 구미를 습격하라고 보낸 조직원들. 방금 내가 다 처리하고 오는 길이야.”

그제야 게슴츠레한 카지마의 눈이 번쩍 떠졌다.

“어… 어떻게…….”

“어떻게? 와타나베를 죽이고 야마구치 구미를 건드린 순간부터 이런 일이 있을 거라는 건 각오했어야지. 야마구치 구미는 단순히 일본 야쿠자 집단이 아니야. 세계를 관장하고 있는 골든 연합의 소속이라고. 그런데 네가 무슨 깡으로 그걸 건드려?”

“서, 설마… 당신!”

카지마도 듣는 귀가 있었던 모양인지 내 정체를 알아보았다.

와타나베를 골든 연합에 끌어들이고, 나아가 그곳을 다스리는 사람이 바로 나라는 것을 말이다.

“너, 잘못 건드렸어. 차라리 쥐 죽은 듯이 살았으면 내가 너를 먼저 건드리는 일은 없었을 거야. 그런데 네가 나를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게 했으니까, 단단히 각오해. 너와 관련된 사람들은 전부 다 내가 없애 버릴 거니까.”

카지마를 이 자리에서 죽일 생각은 없다.

와타나베를 죽이고 야마구치 구미를 건드린 이상, 그는 그 죗값을 치러야 한다. 그리고 그 값은 차라리 죽여 달라고 애원할 정도로 끔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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