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검사, 마피아 되다-183화 (183/325)

183화. 작은 선물.

“라우팽 씨, 앞으로 여기 있는 로이와 협력해서 조직을 잘 이끌어주시길 바랍니다.”

“물론입니다. 화자두와 천지회가 사라지고 메데인 카르텔이 상하이를 접수한 이상, 최선을 다해 따를 것입니다.”

라우팽은 철저한 기회주의자다.

자신의 신위에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조직을 갈아탈 수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조직이 안정되어 있고, 세력 또한 넓다면 최선을 다해 따르는 사람이기도 하다.

당분간 로이가 이곳에 남아 중국을 관장하는 동안, 라우팽이 옆에서 그를 도와 메데인 카르텔이 다른 잔존 세력들을 전부 솎아낼 수 있게 도움을 줄 것이다.

물론, 라우팽이 로이를 속여 뒤에서 딴짓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상대는 메데인 카르텔의 수장, 로이 루스테다.

평소에는 덜렁거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항상 주변을 경계하며 굉장히 빠르게 머리를 회전시킬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

라우팽이 혹시라도 로이를 우습게 보고 다른 일을 벌였다가는 눈치 빠른 로이가 어떤 처벌을 내릴지 모른다.

“그런데 벌써 돌아가는 거야? 좀만 있다 가지 그래.”

“생각 이상으로 중국에서 오래 머물렀어요. 그래도 조만간 다시 오긴 할 겁니다. 공안에서 제가 팍팍 밀어주기로 한 사람이 있어서요. 저번에 말씀드렸듯이, 로이도 그 사람과 친하게 지내야 할 겁니다.”

“아, 걱정 마. 어차피 그런 건 다 돈으로 이어지는 사이인데, 많이 퍼 주고 있을게.”

로이도 미국 정치계에 있는 의원들과 협력을 하고 있다.

그들이 전적으로 로이를 따르는 이유는 돈도 돈이지만, 미국 내에서 로이와 다니엘 로페즈의 영향력을 결코 무시할 수가 없어서다. 만일 이들에게 대놓고 반기를 들었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

아니면 사고로 위장되어 제거를 당할 수도 있고, 그와 더불어 가족들까지 남김없이 제거를 하는 통에 정치계 인사들은 그 둘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런데 네가 미는 사람이 정말 중국 공안의 주석이 되려면 꽤 걸리는 거 아니야?”

틀린 말은 아니다.

장쩌민이 2003년까지 해먹으니, 그 전에 방해가 될 만한 놈들을 제거하고 리오차오를 위에 올리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거기다가 중앙 위원회와 중앙 군사 위원회를 장악하려면 이전에 화자두와 관련이 있던 사람들부터 시작해 천천히 그 안으로 잠식해 들어가야 한다.

쉽게 말해서, 돈이 아주 많이 필요하게 될 거라는 것이다.

“우리가 얼마큼 돈을 쓰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겠죠. 그러니까 아낌없이 퍼 주세요. 나중에 고스란히 다 돌려받게 될 겁니다.”

“뭐, 그렇지. 여기서 약만 팔아도 엄청나게 많이 챙길 걸?”

“아, 그래서 말인데. 상하이를 시작으로 우리도 계속해서 세력을 늘려갈 겁니다. 그리고 우리가 한번 점령한 지역에 절대 다른 조직이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놈들이 얼쩡거리는 게 보이면 무조건 쓸어버리세요.”

이러한 방식은 미국과 한국에서도 똑같이 하고 있다.

메데인 카르텔이 점령하고 있는 지역에 다른 조직이 침투하려는 낌새가 보이면 주저 없이 우리는 전부 쓸어버린다. 그래야 다른 조직들이 겁을 먹고 함부로 그 구역에 들어오려 하지 않으니까. 미지근하게 행동했다가는 걷잡을 수 없이 사방에서 압박을 받게 되니, 초반부터 확실하게 행동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강철중 씨.”

“예, 사장님.”

“당분간 중국에 남아서 여기 두 분을 도와드리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사장님.”

강철중까지 중국에 남겨두었으니, 당분간 이곳은 안심이다. 나는 다시 로이에게 시선을 옮겼다.

“로이, 중국 공안 사람들과 가까워진다는 건, 북한에도 입김을 발휘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반드시 이들을 로이의 손아귀 위에서 춤을 추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북한?”

“예, 북한이란 나라는 굉장히 폐쇄적인 나라예요.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곳이기도 하죠. 그리고 그 밑으로는 대한민국이 붙어 있습니다. 제가 무슨 일을 하려 할 때, 북한이 끼어들어서 훼방을 놓으면 아주 곤란해져요. 차라리 중국, 북한을 동시에 컨트롤해야 안심이 될 거 같습니다.”

“북한……. 어떻게 보면 중국보다 더 위험한 나라인데.”

“중국을 등에 업고 들어가면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겁니다.”

북한은 처음부터, 그리고 앞으로도 중국의 영향력 아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김일성부터 시작해 김정은까지 이르는 3대 세습에도 중국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위태위태한 줄타기를 이어간다. 물론, 김정은 때에는 중국에게서 벗어나려는 변화가 생기지만 중국이 워낙 북한 쪽에 뿌리를 내린 것이 많아 단번에 잘라내진 못한다.

그러므로 그 나라에 나의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중국에 이어 북한까지? 도대체 넌 어디까지 생각하고 있는 거야.”

어디까지?

당연히 전 세계를 관장할 때까지다.

북한은 그중 일부분에 불과하다.

* * *

“엄마-!”

“아이고, 태혁아!”

중국에서 바로 한국으로 넘어오지 않고, 나는 미국에 들러 태혁이와 함께 귀국을 했다. 오랜만에 아들 얼굴을 볼 생각에 공항까지 달려오신 어머니는 태혁이를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셨다. 하지만 저 둘의 진한 포옹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김태혁 선수!!”

“오랜만에 귀국을 하신 소감이 어떠십니까!”

“한 말씀만 해주세요!”

최대한 은밀함을 유지하며 들어오려 했으나, 언제 또 소문이 퍼진 건지 기자들이 우르르 달려와 태혁이에게 마이크를 들이대며 플래시를 터뜨렸다. 과연 대한민국 최고의 슈퍼스타답다.

IMF 외환 위기로 김일중 대통령은 하루도 빠짐없이 이 나라를 구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그에 따라 국민들도 앞장서서 금 모으기 운동을 하는 등, 나라를 위한 희생을 이어 가는 중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항상 희망과 꿈을 주는 것은 단연 김태혁이 최고일 것이다.

사그라졌던 복싱 열풍을 일으키고, 아시아인 최초로 미들급 이상의 타이틀 세 개를 거머쥐면서 그 위상을 높이지 않았던가.

당연히 자국 내에서의 그 인기는 누구에게도 비할 바가 못 됐다.

“김태혁 선수!”

“사랑해요-!”

SNS가 발달한 시기도 아닌데, 기자들과 함께 팬들도 진을 치고 기다린 모양이다. 그들은 손을 흔들며 태혁이에게 인사를 건넸고, 얼떨떨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태혁이는 쏟아지는 질문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자, 김태혁 선수에게도 스케줄이 있어 오늘은 길게 인터뷰를 할 수 없습니다. 오늘은 이만하기로 하고, 다음에 정식으로 자리를 잡도록 하겠습니다.”

이럴 때를 대비해, 나는 한국에서 태혁이를 보필할 매니지먼트와 경호원들을 고용해 놓았다.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 같다.

“조금만 더 있어 주시면 안 될까요?”

“죄송합니다. 다음에 스케줄을 잡도록 할 테니, 기자 여러분들도 이만 돌아가십시오.”

태혁이를 지켜주기 위해 달려온 매니저는 기자들의 아우성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우리를 차량까지 인도해 주었다. 카메라맨들과 팬들이 우르르 따라 나왔지만, 경호원들 때문에 누구도 우리에게 가까이 접근하지 못했다.

“우리 아들이 정말 인기가 많긴 하나 보네.”

“그 덕분에 엄마 가게도 매일 문전성시라며.”

“인석아, 그건 엄마가 요리를 잘해서 그런 거고.”

“하긴. 그건 그렇지. 아무튼, 얼른 가서 나 밥해줘. 배고파.”

“그려. 어서 가서 우리 아들, 맛있는 밥 한 상 차려줄게.”

어머니는 태혁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며 흐뭇한 미소를 지으셨다.

뭔가 울컥 질투심이 샘솟았지만, 꾹 참았다.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막내아들이 아닌가.

부모가 첫째보다는 막내를 더 귀여워한다는 건 이미 연구 결과에도 나온 이야기다.

그러므로 난 괜찮다…….

정말이다.

우리는 어느덧 가게에 도착했다.

이틀 후면 분당 지역에서 오픈하게 될 새로운 어머니의 가게다.

벌써 이 가게가 35호 체인점이라는 게 믿겨지지가 않는다. 아직 오픈 전이라서 우리 셋밖에 없었다.

“맛있게들 먹어.”

“잘 먹겠습니다!”

태혁이는 줄곧 어머니의 밥이 그립다며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다. 그리고 오늘 그 한을 전부 풀어내기라도 하는 듯, 열심히 숟가락과 젓가락을 움직이며 입에 욱여넣었다. 그에 질세라 나도 오랜만에 먹는 집 밥인지라 열심히 먹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식사가 거의 끝날 때쯤 나는 조용히 말했다.

“어머니, 그리고 태혁아. 내일 같이 갈 곳이 있어.”

“응? 어디를?”

“내일 어머니 생신이잖아. 축하도 드릴 겸, 좋은 곳에 데려다드리려고.”

“어이구, 그러지 않아도 돼. 너희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이 어미는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어머니는 정말로 요즘 행복한 삶을 사시는 것 같다.

큰아들은 언론에서도 외환 위기에 발 벗고 나서는 영웅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는 대기업 총수고, 작은 아들은 아시아인 최초로 3체급을 제패한 세계 챔피언이다. 거기다가 국민들의 영웅이기까지 하며 초, 중, 고등학교를 가리지 않고 모두 제일 존경하는 사람을 뽑으라고 하면 태혁이의 이름이 먼저 나올 정도다.

어찌 기쁘지 않으실까.

어머니는 충분히 이런 행복한 삶을 즐길 자격이 있다. 그래서 나는 그런 어머니에게 아주 작은 선물 하나를 드릴 예정이다.

* * *

“오자고 한 곳이 63빌딩이었어?”

“응, 여기였지. 올라가자.”

어머니와 태혁이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내 뒤를 따라 여의도에 있는 63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그곳에는 화진 그룹 직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오십시오, 부회장님.”

최근에 리모델링을 해서 그런지 저번보다 훨씬 더 번쩍거리는 기분이 든다.

우리는 직원들의 인도에 따라 63빌딩 최고층에 마련되어 있는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오늘은 아무 손님도 받지 말라는 내 명령으로 인해 레스토랑은 오로지 어머니를 위한 곳이 되었다.

“어머니, 이거 좀 보세요.”

화려한 인테리어에 눈을 떼지 못하고 계시던 어머니는 내가 건네는 계약서를 보고 눈을 크게 뜨셨다.

“이, 이게 뭐야? 여기 빌딩에 있는 대부분의 층을 소유한다고?”

“응? 그게 무슨 소리야?”

태혁이도 어머니가 쥐고 있던 계약서를 살펴보다 크게 기함을 터뜨렸다.

“1부터 3층을 제외한 나머지 층들을 전부 엄마가 관리하는 거야?”

“정확히 말하자면 소유를 하시고 세를 내어주시는 거지. 그 계약서에 서명만 하시면 여기 레스토랑도 어머니 소유가 되는 거예요.”

“태, 태산아!”

신동 그룹이 세운 63빌딩. 하지만 외환 위기로 인해 신동 그룹은 해체되고 화진 그룹은 그들을 흡수하면서 63빌딩까지 함께 꿀꺽 삼켜 버렸다. 아주 헐값에 후려쳐서 빌딩을 사들였다는 건 비밀 아닌 비밀인데, 나는 단순히 회사 소유로 남겨두지 않고 어머니의 이름으로 하나씩 돌려놓았다.

예전에 나는 어머니를 위해 한 가지 다짐을 했었다.

나중에 63빌딩에 있는 레스토랑 하나를 어머니께 드리겠다고.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고작 레스토랑 하나로 성이 차시겠는가.

서른다섯 개의 체인점을 운영하고 계시는 분인데.

그래서 이런 서프라이즈를 준비한 것이었다.

“이래도 괜찮은 거니?”

“어차피 이 건물은 정부의 소유도 아니고 화진 그룹의 소유예요. 회사에서 이 건물을 어떻게 쓰든, 누구도 상관하지 못합니다.”

63빌딩 자체를 개인의 소유로 돌리는 건 아무래도 여론의 시선도 있기에 어렵지만, 이렇듯 층별로 소유권을 주는 건 괜찮다. 물론, 문제가 있을 시에는 언론을 알아서 통제하기만 하면 된다.

“우리 큰아들. 정말 고맙다.”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시며 계약서에 사인을 하셨다.

어머니를 위해 준비한 나의 작은 선물이 이렇게 전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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