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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검사, 마피아 되다-161화 (161/325)
  • 161화. 지배자 (2)

    나는 와타나베에게 지원을 받고 나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워낙 조직원 수가 넘쳐나서 그런지 와타나베는 얼마든지 사람을 가져다 쓰라며 인원 지원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야마구치 구미가 한창 흔들릴 때도 무려 6,000명에 달하는 조직원들이 뒤를 받치고 있었다. 지금은 그 숫자가 몇 배로 늘어났으니, 과연 야쿠자의 나라 일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타치 씨.”

    “예, 사장님.”

    “쿠미쵸는 일을 크게 만들지 말라고 했지만, 저는 한번 달리기 시작하면 브레이크가 없습니다. 이점, 잘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점잖게 생긴 이타치는 가벼운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쿠미쵸에게 미리 언질을 받았습니다. 뭘 하시든 지원을 하라는 말씀도 잊지 않으셨고요.”

    와타나베도 내가 설렁설렁 일을 할 리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내가 더 움직이기 수월할 것이다.

    “그런데 이타치 씨와 소스케 씨는 어떤 일을 하십니까? 행정 부분인가요?”

    야마구치 구미는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조직이다. 그들이 거느리고 있는 기업 숫자만 수십 개가 넘으며 각 도시에 퍼져 있는 유흥업소와 소상인까지 합하면 수백 개가 족히 넘는다.

    당연히 이들은 행정적인 부분을 신경 써야 한다. 돈 관리도 하고 인원 관리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이 둘은 행정 쪽인 사람들로 보였다.

    뭔가를 부수거나, 누구를 죽이는 히트맨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닙니다. 저와 소스케는 항상 파트너로 같이 움직이는데, 주로 움직이는 일을 자주 합니다.”

    자신들은 칼과 총을 쓰는 행동 대장이라는 걸 돌려 말한 것이었다.

    음. 역시, 생긴 대로 놀진 않는다는 건가.

    이 둘의 실력이 기대된다.

    “그렇군요. 저는 혹시 잔인한 걸 못 보시나 해서 걱정을 좀 했습니다. 제가 거칠게 하는 부분이 있어서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사장님. 저희가 사장님을 대신해 손에 피를 묻힐 겁니다. 그러라고 쿠미쵸께서 보내신 거니까요.”

    그러니까 고문하는 것도 자신이 있고, 사람 죽이는 것도 자신 있다는 건가?

    점점 기대가 되는 두 사람이다.

    “여깁니다.”

    내가 도착한 곳은 야마구치 구미에서 운영하는 유흥업소였다.

    웃음을 파는 곳이라는 벽보와는 다르게, 실상은 술과 몸을 파는 곳으로 요즘 가장 핫한 곳이라는 이타치가 친절한 설명이 있었다.

    “이곳에 누가 있다고요?”

    “도쿄사의 대표가 있습니다.”

    대표라. 그런데 대표를 조져봤자 반응이 있으려나.

    결국 도쿄사를 조종하는 주주들을 건드려야 하는데.

    “거기다가 도쿄사의 대주주들도 이곳에 계시죠.”

    이 정도면 종합선물세트다.

    대주주에, 대표까지.

    난 힐끗 미소를 지으며 둘을 따라 업소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 들어가자마자 눈살을 찌푸리는 광경이 참 많이도 보였다.

    자기 딸보다 어린 젊은 여성들이 입은 복장에, 뭐가 저리 좋다고 껄껄 웃으며 끼고 있는지.

    나는 최대한 그런 곳에 눈을 돌리지 않고 카페 안 깊숙한 곳에 만들어진 널찍한 룸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여러 명의 남자가 여자들을 끌어안은 채 신나게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쾅-!

    그런 들뜬 분위기를 차갑게 식혀 버린 건 바로 이타치였다.

    그는 도끼로 상을 찍어버린 다음, 깜짝 놀라 딸꾹질까지 해대는 업소 여자들에게 말했다.

    “나가.”

    그 짧은 한마디에 겁에 질려 여자들은 전부 룸 밖으로 나갔다.

    난 밖으로 나가는 여자들과 동공이 흔들리는 저 남자들보다도, 상에 찍혀 있는 도끼에 이목이 끌렸다.

    손도끼도 아니고 정말 나무 한 그루 벨 수 있을 정도의 크기를 자랑하는 도끼였다.

    저걸 도대체 어디에 넣고 온 건가 싶다.

    “사장님. 이 사람들입니다.”

    저들은 아직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는 눈치였다. 난 눈짓을 보내며 이타치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오늘 좀 시끄러워질 거 같은데. 괜찮나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 사람들, 사지가 여기서 다 잘린다고 해도 문제될 건 하나도 없습니다.”

    살벌한 이타치의 대답에 저놈들은 술이 다 깼는지 그중 하나가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이게 뭐하는 짓이야! 다, 당신들 내가 누군지 알아?”

    아니, 솔직히 모른다.

    내가 저 중 누가 대표이고 누가 대주주인지 어찌 안단 말인가. 하지만 이타치는 알고 있다.

    “알고 있습니다. 도쿄사의 대주주이시지 않습니까? 성함이 칸다이였죠?”

    “그, 그렇습니다만.”

    칸다이는 이타치의 험악한 눈빛에 뭔가를 느꼈는지 존대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저들이 완전히 꼬리를 내린 것은 아니었다.

    “이보세요. 그걸 알면서도 이런 행패를 부립니까? 나는…….”

    “당신도 누군지 알고 있어요. 도쿄사의 대표, 카구로이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입 닥치세요. 사장님이 말씀하실 시간이니까.”

    이타치는 한순간에 분위기를 휘어잡고 내게 바통을 넘겼다.

    나는 웃으며 도끼가 찍혀 있는 곳을 지나 푹신한 소파에 엉덩이를 밀어 넣었다.

    “이런 데에서 술도 다 마시고. 참 돈이 좋아요? 경제는 완전히 파탄이 났는데 말이죠.”

    내 말에 잔뜩 경계심을 품고 있던 도쿄사 대표, 카구로에게 술잔을 내밀었다.

    그가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하자, 난 짜증을 부렸다.

    “뭐 합니까. 술 안 주고.”

    “아… 예. 뭐, 그…….”

    카구로는 주변 눈치를 보고 있다 이타치의 살기등등한 눈을 마주하고 나서 얼른 내 잔에 술을 채워주었다.

    “크- 술도 비싼 거 시키셨네.”

    내가 뜸을 들이며 술이나 퍼마시고 있자, 답답했는지 칸다이가 입을 열었다.

    “도대체 누구십니까? 왜 갑자기 남의 술자리에 와서 행패를 부리는 겁니까?”

    “하하. 행패요? 솔직히 말해서 행패는 그쪽이 먼저 부렸죠. 그것도 야마구치 구미에게 말입니다.”

    칸다이를 비롯에 술자리에 모여 있는 사람들 모두 입을 떡 벌렸다.

    “야, 야마구치 구미라뇨! 저희들은 결코 그런 적이 없습니다!”

    야마구치 이름이 나오자 아주 거품을 물려고 한다. 어떻게든 엮이고 싶지 않은 조직이니 보이는 반응일 것이다.

    “그러세요? 근데 이상하네. 오늘 기사에는 분명히 야마구치 구미가 운영하고 있는 계열사를 열심히 공격하시던데.”

    “그, 그게 무슨…….”

    “JK 금융이라고. 떠오르는 게 없습니까?”

    그제야 칸다이는 짧게 탄성을 내질렀다. 이윽고 카구로가 목소리를 떨며 물었다.

    “JK 금융이… 야마구치 구미의 소유였다고요? 하지만 그런 정보를 들은 적은…….”

    “예전에 야마구치 구미의 소유였다가 다른 곳으로 넘어갔습니다. 뭐, 그래도 태생은 똑같죠. 야마구치 구미에서 여전히 관리하고 있는 곳이고요. 아니, 연합에서 관리를 한다고 해야 하나요?”

    연합이란 말에 두 사람은 다시 한번 경악 어린 탄성을 질렀다.

    언론사라서 그런지, 말하면 척척 알아듣는다.

    “제가 왜 여기까지 발걸음을 했는지, 이제 아시겠습니까?”

    그제야 모든 상황 파악이 완료된 이들은 얼른 꼬리를 내리고 용서부터 구했다.

    “죄송합니다. 저희는 정말 그런 줄 몰랐습니다.”

    “야마구치 구미와 관련된 회사라는 걸 알았으면 절대 그러지 않았을 겁니다.”

    구구절절 내뱉는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나는 가소롭다는 듯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시치미 떼지 마세요. JK 금융이 야마구치 구미의 소유라는 걸 몰랐다는 게 말이 됩니까?”

    “저, 정말입니다. 저희는 맹세코 몰랐습니다!”

    “이타치.”

    “예, 사장님.”

    “이걸 믿어줘야 하나요?”

    이타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사장님 판단이십니다. 하지만 메이저 언론사에서 그걸 몰랐다는 게 의문이군요. 과연 정말 몰랐을까요?”

    “하하. 역시 그렇죠? 그럼, 본보기를 보여야겠군요.”

    난 줄곧 입을 다물고 있던 소스케에게 말했다.

    “소스케 씨. 거기 있는 도끼로 본보기 한번 제대로 보여주시겠습니까?”

    이타치처럼 저놈도 밥값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소스케는 상에 찍혀 있던 도끼를 뽑아 들고 도쿄사 대표 카구로의 팔을 사정없이 내리찍었다.

    “으아악-!!”

    그가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을 쳤지만, 누구 하나 소스케를 만류하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조직원 몇 명이 달려와 카구로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잡았다.

    “천천히 하세요. 너무 금방 끝나면 저쪽도 싱겁게 생각할 거 아닙니까.”

    “예, 사장님.”

    소스케는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다시 한번 카구로의 팔에 도끼를 휘둘렀다. 하지만 아까보다는 힘을 많이 뺀 채였다. 내 말대로 천천히 팔을 뜯어낼 생각인 것이다.

    난 소스케가 일을 끝낼 동안 술로 목을 축였다. 그러면서 간간히 안색이 하얗게 변한 저들에게 건배의 뜻으로 잔을 올렸다.

    아마 저놈들은 미쳐도 단단히 미친놈에게 제대로 걸렸다는 걸 깨달았을 것이다.

    “자, 이제 대화를 할 생각이 좀 드셨습니까?”

    생으로 팔이 잘린 카구로는 그대로 혼절을 했고, 나는 나머지 남은 사람들과 함께 진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가 궁금한 건 하나입니다. 아시다시피 JK 금융은 이번 일에 어떤 비리도 저지르지 않았어요. 순전히 전문가들의 뛰어난 예측으로 풋옵션을 매집한 것이지요. 그런데 도대체 어떤 세력이 우리를 헐뜯고 모함하는 것일까요?”

    내 물음에 서로 눈치만 보다 결국 칸다이가 말문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저희도 사실 강압적인 요구를 받은 거라 거부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하. 천하의 도쿄사를 협박할 수도 있다니. 참 궁금하군요. 그게 누구입니까?”

    칸다이는 우물쭈물 거렸지만, 소스케가 도끼를 다시 들려고 하자 얼른 대답했다.

    “미쓰비시입니다!”

    역시, 그쪽에서 장난질을 한 거였나.

    “또?”

    “예?”

    “미쓰비시 하나일 리 없잖아요.”

    “아… 그 스미토모도…….”

    “미쓰이는요?”

    “거기도 있었습니다.”

    일본 3대 기업 전부 나섰다, 이 말인가?

    하여튼, 더러운 것들. 아니지, 그들 입장에서는 내가 제일 더러워 보일 것이다.

    “그렇군요. 그럼, 내일도 저는 똑같은 기사를 만나 봐야 하는 겁니까?

    나의 물음에 칸다이는 이번에도 뭐라 말을 하지 못했다.

    “이런, 정말 그런가 보군요. 실망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소스케 씨.”

    소스케는 그 말을 신호로 도끼를 들고 험악한 인상을 지었다. 그제야 칸다이가 손사래를 치며 소리쳤다.

    “절대 그럴 일 없습니다! 내일은 분명히 아주 좋은 기사로 나가게 될 겁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제가 특히 극찬을 받는 걸 참 좋아해요. 무리한 부탁인 줄 알지만, 가능하겠죠?”

    “그, 그럼요.”

    이제 내 할 말은 다했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단정하게 한 뒤, 칸다이를 내려다보고 말했다.

    “광고 문제는 염려하지 마세요. 우리 돈 많습니다. 그건 아시죠?”

    그 말에 칸다이는 살짝 얼굴이 풀어졌다.

    “이번 일만 잘되면 아주 지겹도록 광고를 퍼다 드릴 겁니다.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살펴 들어가십시오.”

    나는 예의 바른 칸다이의 인사를 받고 나서 룸 밖을 나왔다. 그러면서 쓰러져 있는 카구로를 가리켰다.

    “저건 빨리 치워야죠. 손님들 보시겠네.”

    “예, 사장님.”

    와타나베가 적어도 죽이진 말라고 했으니, 그 말은 지켰다.

    난 이제 다음 행선지로 갈 준비를 하며 차에 올랐다. 그리고 내 옆에 앉은 이타치에게 물었다.

    “이번에는 어디입니까?”

    “다음 장소도 저희가 운영하는 유흥업소입니다.”

    “거기도 혹시 이런 곳입니까?”

    “아닙니다. 거긴 게이샤들이 있는 곳입니다.”

    역시, 그럴 줄 알았다며 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러다가는 오늘 취향별로 모든 업소들을 돌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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