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검사, 마피아 되다-143화 (143/325)

143화. 새로운 연합체 (3)

“김태혁! 김태혁!”

“김태혁 챔피언 가자!!”

교포들도 응원을 온 것인지, 꽤나 많은 사람이 태혁이를 응원하고 있었다. 그럴 만도 한 게, 국내에서도 여러 번 태혁이에 대한 뉴스가 나가서 인기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중이었다. 여기서 무사히 미들급 챔피언이 되면 아마 한국에서는 태혁이를 영웅시하며 칭송하게 될 것이다.

“하하. 이렇게 또 뵙는군요.”

다니엘 로페즈는 걸걸한 웃음소리를 내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 특유의 웃음소리 때문에 멀리서도 그가 다가온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미스터 로페즈. 반갑습니다.”

로페즈는 내 손을 맞잡으며 옆에 있는 권윤아에게 시선을 옮겼다.

“어이쿠. 옆에 계신 미인은 누구십니까?”

“아. 이쪽은….”

“안녕하세요. 태산 씨의 부인 되는 사람입니다.”

나는 순간 벙찐 얼굴로 권윤아를 쳐다보았다.

“미스터 김.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결혼을 하셨었나요…?”

“아…. 그, 그게요. 미스터 로페즈.”

“호호. 이 사람이 원래 그런 걸 밖으로 잘 드러내지 않아서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허허. 그렇군요. 좀 이상하긴 했습니다. 미스터 김이 젊으신 대도 워낙 여자를 밝히지 않으시더라고요. 그게 다 이런 아름다운 아내 분이 있으시기 때문이었군요.”

“혹시라도 남편이 한눈이라도 팔면 저한테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물론입니다, 부인!”

아주 죽이 착착 잘 맞는 콤비다.

권윤아는 다니엘 로페즈가 누군지 알고 저렇게 해맑은 표정을 짓는 것일까?

이 사람이 겉보기에는 이래도 무려 골든 마피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지 않은가?

내가 알기로, 이 사람은 현재 골든 마피아의 이인자로서 곧 있으면 일인자가 될 인물이다.

그런 사람과 내가 인연을 맺고 있는 것도 참 신기한 일이긴 한데….

“오랜만에 뵙습니다. 미스터 김.”

문득 로페즈 옆에 있는 사람과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그는 나와 면식이 있는 남자였다.

“응우옌 찌엣이라고 했었죠?”

“하하. 이번에는 이름을 잘 기억해 두시는군요. 맞습니다, 미스터 김.”

내가 처음 아레나를 방문해서 돈을 걸 때, 나와 인연을 맺게 된 응우옌 찌엣이다.

그때는 베팅 금액을 받으러 돌아다니는 말단이었으나, 지금은 정장까지 잘 빼입고 있는 것을 보아 아무래도 출세를 한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아도 응우옌에게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미스터 김이 베팅금을 낼 때마다 응우옌이 접수를 했다면서요? 전 그게 아주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칭찬까지 해 주었죠.”

“영광까지야…. 너무 비행기 태우시는데요?”

“하하. 미라클 보이라는 별명이 아직도 회자가 되는 곳이 바로 이곳 라스베이거스입니다. 지금이라도 카운터에 가 보세요. 분명 미스터 김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음. 생각만 해도 질색할 일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도박왕이라는 호칭을 가지고 칭송을 받을 순 없지 않은가.

“그게 무슨 소리예요? 태산 씨가 그렇게 여기서 유명해요?”

“아니. 그러니까 그건….”

땡-!

“경기를 시작합니다!!”

난감한 상황 속에서 나를 구원해 준 것은 다름 아닌 경기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경기에 집중하는 척을 했다. 다행히 권윤아도 열띤 응원과 함께 링 위에 올라온 두 선수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김태혁의 섬광 같은 라이트! 그의 특기인 플래쉬 라이트가 이번에도 터졌습니다!”

“하지만 로널드 선수도 만만치 않습니다. 마빈 해글러가 은퇴한 이후 2번의 방어전을 치르면서 챔피언 자리를 확고히 한 선수이지 않습니까?”

“예. 김태혁 선수가 대단하긴 하지만, 저 철벽같은 로널드의 가드를 뚫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시끄럽게 떠들고 있던 해설위원들은 마빈 해글러의 뒤를 이어 미들급 챔피언에 오른 로널드의 실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키는 173cm에 불과하지만, 튼튼한 가드를 앞세우고 있다가 찰나의 순간을 노려 날리는 강펀치가 지금의 로널드를 챔피언으로 만들었다.

쉽게 말해서 미들급의 타이슨이라는 것.

그로 인해 KO 몰이를 하고 있는 태혁이가 오히려 역으로 로널드의 강타에 쓰러질 수도 있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아! 김태혁 선수가 무자비한 연타로 로널드의 가드를 부수고 있습니다!”

태혁이는 섬광이라 불리는 빠른 라이트로 카운터 공격을 날릴 수 있는 능력은 물론, 아무리 단단한 가드라도 허물 수 있는 완력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야말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능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갑자기 이렇게 말하니 배가 아픈 것 같다.

왜 신은 저런 재능을 나에겐 주지 않고, 태혁에게 전부 몰아주셨단 말인가?

“천하의 로널드가 점점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반격을 해 보지만, 김태혁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합니다!”

“역시, 김태혁입니다. 너무나도 빨라요. 무하마드 알리가 항상 말하지 않았습니까? 나비처럼 날고 벌처럼 쏜다! 그 정석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해설진들도 점점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를 쳤고, 관중들은 그들 나름대로 환호성을 질렀다. 그만큼 아주 재밌는 경기가 이어지는 중이었다.

“아! 위기의 순간에 로널드의 보디블로가 나옵니다”

“로널드의 보디블로는 살인적이라고들 말하죠. 태혁 선수의 몸이 번쩍 들리는 게 보이십니까? 정말 대단한 힘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챔피언은 챔피언이다, 이건가?

로널드는 타이틀을 쉽게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의 완력이 담긴 보디블로가 태혁이의 왼쪽을 적중시켰다.

가드가 되어 있긴 했지만, 몸이 들릴 정도로 굉장한 힘이지 않은가.

팔이 부러진 건 아닌지 걱정될 정도였다.

땡-!

“순식간에 1라운드가 끝이 났습니다. 아레나에 모이신 관중 여러분은 대단한 행운을 만나신 것 같군요. 언제 이런 치열한 경기를 볼 수 있겠습니까?”

미들급 황제라고 불리는 로널드도 인기가 많긴 하지만, 항상 통쾌한 게임만을 추구하는 태혁이의 경기도 꽤 인기를 끌었다. 그로 인해 오늘 이곳 아레나에는 빈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팬들이 원했던 시원한 경기가 바로 저 두 사람을 통해 이뤄지고 있었다.

나는 태혁이가 승리할 것이라고 호언장담을 하긴 했지만, 막상 로널드의 실력을 보니 저 선수도 진짜 만만치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괜히 미들급의 황제가 아니지 않은가.

땡-!

“다시 경기가 시작됩니다!”

“경기가 시작됨과 동시에 로널드 선수가 상대방에게 뛰어갑니다. 굉장히 빠른 돌진력이군요!”

“과연 김태혁 선수는 이 위기를 어떻게 넘길 것인지!”

각오를 단단히 했는지, 로널드는 두 번째 라운드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마자 질풍 같은 돌진력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강력한 연타에 내 심장이 철렁거릴 정도였다.

하지만….

“아-!! 다운!!”

“이럴 수가!! 다운입니다!!”

무려 1분 동안 가드만 세운 채 두들겨 맞던 김태혁. 그러나 링 위에 대자로 뻗어 있는 것은 로널드였다.

설마 저 자식….

“이런. 로널드가 완전히 속았군요.”

다니엘 로페즈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끌끌 혀를 차며 고개를 흔들었다.

로널드가 태혁이를 엄청 몰아붙였을 때만 하더라도 심장이 철렁일 정도로 불안했다. 왜냐하면 태혁이가 펀치에 맞을 때마다 아슬아슬하게 휘청거리며 균형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저 모습을 보라.

방금 전 까지만 하더라도 픽 쓰러질 것처럼 보이던 놈이, 지금은 아주 쌩쌩하다.

관중들도 속이고, 나도 속이고, 마침내 로널드까지 속인 것이다.

로널드는 태혁이가 곧 쓰러질 줄 알고 큰 펀치를 날리려다 섬광 같은 카운터에 맞아 그대로 정신을 잃게 된 것이었다.

“아! 레프리가 카운트를 하지 않습니다! KO! 김태혁의 KO 승리입니다!!”

심판이 손을 교차하며 노 카운트를 외쳤고, 곧 경기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아레나에 울려 퍼졌다.

새로운 WBC 미들급 챔피언의 탄생이었다.

* * *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미스터 김.”

“제 동생이 한 일인데요. 제가 축하받을 일이 아닙니다.”

“하하. 그래도 미스터 김의 지원이 아니었다면 김태혁 선수는 지금의 자리에 올라가지 못했을 겁니다.”

“이런. 너무 겸손하시군요. 이 모든 게 다 미스터 로페즈 덕분이 아닙니까. 태혁이를 적극적으로 밀어주셨으니까요.”

나와 로페즈는 주거니 받거니 하며 서로에게 공을 돌렸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나는 조용히 본론으로 들어갔다.

“사실, 미스터 로페즈와 단둘이 자리를 잡은 건 따로 할 말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대충 눈치는 채고 있었습니다. 그 아름다우신 부인분의 곁을 떠나 저와 이곳까지 오실 때부터 말이죠.”

로페즈는 권윤아가 내 와이프라는 걸 아주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아무렴 어떤가. 어차피 곧 그렇게 될 사이인데.

“실은 이번에 아주 큰 프로젝트를 준비 중입니다.”

로페즈는 흥미가 생겼는지 들고 있던 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어떤 프로젝트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미스터 로페즈.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곧 있으면 골든 마피아의 일인자가 되실 분이니까요.”

내 말에 로페즈는 살짝 미소를 띠며 말했다.

“허허. 아직 결정 난 일이 아닙니다.”

“어차피 당연한 수순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당신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지금의 골든 마피아에 만족하십니까?”

“그게… 무슨 뜻입니까?”

지금의 골든 마피아는 미국에서 꽤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마음대로 미국 정치권을 흔들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많은 돈을 뿌려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맞을 것이다.

“저는 미스터 로페즈의 가능성을 믿습니다. 그리고 당신이라면 충분히 이 골든 마피아를 더 크게 키울 수 있다는 것도요. 하지만 혼자 힘으로는 힘들지 않겠습니까?”

“미스터 김. 알아듣기 쉽게 말씀을 해 주십시오.”

“미스터 로페즈. 저와 손을 잡으시는 게 어떻습니까? 저와 손을 잡게 된다면 미국뿐만이 아니라 가히 전 세계를 주무를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될 겁니다.”

나의 제안에 로페즈는 조금 멍한 얼굴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담배 하나를 다 피울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때 즈음.

무겁게 닫혀 있던 로페즈의 입이 열렸다.

“미스터 김. 저는 당신과 지금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것도요. 그리고 당신이 결코 허튼 말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미스터 로페즈.”

“하지만… 이런 제안은 너무 당황스럽군요. 내가 당신과 손을 잡게 되면 세계를 주무를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요? 어떻게 말입니까? 저는 허상뿐인 이상을 믿지 않아요. 당장 눈앞에 있는 실체를 믿을 뿐이지요.”

로페즈는 뼛속까지 장사꾼이다. 그는 비이상적인 환상을 믿지 않는다.

항상 냉정하게 현실을 보며, 현재 눈에 보이는 실체를 믿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의 기대에 부응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제 손을 잡는 것은 곧 메데인 카르텔의 손을 잡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메데인 카르텔?”

“예. 제가 메데인 카르텔을 실질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믿으시겠습니까?”

이번에도 로페즈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메데인 카르텔의 카포가 바뀌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설마….”

“하하. 제가 카포라는 건 아닙니다. 물론, 카포와 동등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건 보증해 드리죠.”

내 말에 로페즈는 충분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제가 미스터 김과 손을 잡는다는 건 결국 메데인 카르텔과 우호적인 관계가 되는 것이군요.”

“그것뿐이라면 제가 세계를 장악할 수 있는 힘을 감히 입에 담았겠습니까? 단순히 손을 잡는 것이 아닙니다. 이제껏 전례 없는 거대한 연합체를 만들자는 것이지요.”

로페즈는 입까지 쩍 벌리며 경악 어린 탄성을 내질렀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입니까?”

“제가 언제 미스터 로페즈에게 거짓말을 한 적이 있던가요? 전 아주 진지합니다. 그리고 이 연합체는….”

계속해서 수그리는 자세를 보일 순 없다.

한 번쯤은 강한 임팩트를 줘야 상대도 정신을 차릴 것이 아닌가?

“골든 마피아가 협력하지 않는다고 해도 계속 진행될 겁니다. 그리고 언젠가 세계 전역을 아우르는 거대한 조직이 되겠지요. 그때 가서 후회해봤자 이미 늦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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