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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검사, 마피아 되다-83화 (83/325)
  • 83화. 레이건이 준 대박 (4)

    “이거, 생각 이상으로 엄청난 일을 계획하시는 것처럼 보입니다.”

    연기가 끝난 존 반디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는 넥타이를 풀어헤치며 물컵을 들이켰다.

    “당분간 존이 나설 일은 없을 거예요. 혹시 또 필요하면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하하. 저야 돈만 주신다면 언제나 환영입니다. 그런데… 혹시 이번 일로 제가 입막음을 당한다거나….”

    은근슬쩍 내 눈치를 보던 존이 말했다. 나는 얼른 손사래부터 쳤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저, 그렇게 막 나가는 사람 아닙니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연기를 하는 내내 얼마나 불안하던지….”

    바보가 아닌 이상 올리버와 내가 무슨 대화를 나누는 건지 눈치챘을 것이다. 이란과의 밀거래와 더불어 콘트라 반군을 지원해 주는 극비의 일이지 않은가.

    하지만 이놈은 바보다.

    내가 만약 이놈 입장이었다면, 이란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을 것이다. 그럼, 살 가능성이 조금은 더 올라갈 테니까.

    “일단, 돌아가 계세요. 제가 따로 연락을 드릴 겁니다.”

    나는 약속한 금액이 담긴 봉투를 반디에게 건넸다. 그의 입이 찢어질 것처럼 벌려지며 위장 사무실 밖을 나갔다. 역시, 돈에 정신이 팔리면 이게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을 하지 못한다.

    난 존 반디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잃지 않았던 미소를 싹 지우곤 얼굴을 굳혔다.

    “존 반디에게 붙이라고 했던 사람은 붙였습니까?”

    뒤에 서 있던 강철중이 다가와 대답했다.

    “예, 사장님. 두 명 정도를 붙여 놓은 상태입니다. 일거수일투족을 면밀히 살피라고 했으니, 오늘 존 반디가 화장실을 몇 번이나 갔는지까지 일일이 세고 있을 겁니다.”

    “하하.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그만큼 철저하다는 소리니까 안심은 되네요.”

    “예. 확실하게 일 처리를 하는 곳으로 선별했습니다.”

    강철중은 이쪽 일에 아주 빠삭한 것 같아 참 좋다.

    “그런데… 보통 저 인간이 어디를 다닌답니까?”

    “주로 술집입니다. 얼굴이 꽤 되는 편이다 보니, 항상 여자를 낀 채 밖으로 나온다고 하더군요.”

    역시, 매일 술만 퍼마시고 여자와 부대껴 노는 망나니였다.

    공기가 아까운 놈 하나 죽이는 것쯤이야, 양심의 가책도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았다.

    “일이 잘 풀리면, 저 사람은 사고사로 위장해서 죽여야 합니다. 그런 일을 전문으로 하는 청부업자가 있을까요?”

    내 물음에 강철중은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그런 일이라면 제게 맡겨 주십시오. 대신, 따로 사례비를 좀 주셔야 합니다. 생각보다 돈 들어가는 게 많은 일이라서요.”

    설마, 이 양반 예전에 이런 청부업을 하고 다니던 사람이었나?

    왠지 이런 일이 익숙한 듯 보였다.

    “좋습니다. 강철중 씨가 부르는 만큼 드리죠. 다른 사람보다야 강철중 씨에게 맡기는 게 저는 훨씬 좋죠.”

    “감사합니다, 사장님.”

    알면 알수록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다.

    김아름도 그렇고, 강철중도 그렇고….

    도대체 이 사람들은 무슨 일을 했던 걸까?

    * * *

    “응? 톰 윈스턴 대표는?”

    “대표님은 이미 미국 땅을 떠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권한 대행으로 오게 됐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올리버는 조금 실망한 표정을 지었지만,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받아들였다.

    “어차피 이번 일의 아이디어는 워커 김 실장이 냈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굳이 따로 부를 필요는 없겠지. 그런데 권한은 확실한 거요?”

    어떤 일이라도 내게 결정권이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권한 문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어떤 결정을 해도 회사는 제 뜻을 따를 겁니다.”

    “대단한 자신감이군. 그만큼 인정을 받고 있다는 거겠지?”

    “하하. 말하고 보니 제 잘난 척을 한 거 같네요.”

    올리버는 슬쩍 미소를 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같이 가도록 하지. 밑에 차를 대기시켜 놓았소.”

    어디를 같이 가자는 거지?

    설마 올리버의 윗사람? 그게 아니라면 다른 누군가를 만나는 건가?

    장성일 수도 있고, 아니면 국회 쪽 사람일 수도 있다.

    그건 따라가 보면 알게 되겠지?

    “아, 그전에…. 여권은 갖고 있소? 우리가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해서.”

    “비… 행기요?”

    “그렇소. 우리 목적지가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 곳이거든. 워싱턴 말이오….”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 곳? 그것도 워싱턴이라고?

    그렇다면 설마….

    “우린 워싱턴에 있는 백악관으로 갈 것이오.”

    * * *

    라스베이거스에서 탄 비행기는 워싱턴 국립 공항에 도착했다.

    이곳 로널드 레이건 공항은 1941년에 완공된 곳으로, 훗날 32명의 주지사들이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을 기념하기 위해 이름을 바꾸게 된다.

    콘트라 사건을 일으키고 미국을 마약 천국으로 만든 장본인의 이름을 기념한다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잠시 회상에 잠겨 있을 시간도 없이 급하게 움직여야 했다.

    우리는 공항을 빠져나와 대기하던 밴을 타고 백악관까지 달렸다.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소.”

    내가 겁이라도 먹었다고 생각했는지 올리버는 내 어깨를 두드렸다. 뭐, 딱히 겁을 먹은 건 아니다. 단지 좀 놀랐을 뿐.

    설마하니 내 평생 백악관에 발을 들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1791년에 조지 워싱턴이 백악관 착공 명령을 내리고, 1800년에 완공됐다. 하지만 첫 입주의 영광은 제2대 대통령 존 애덤스가 가져갔다.

    건물이 낙후되어 보수 공사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 존 F. 케네디를 끝으로 백악관은 현재의 모습을 계속 유지하게 된다.

    미국의 대통령이 되는 순간, 임기 동안 살아야 하는 곳.

    링컨을 제외한 역대 대통령들은, 백악관을 고독하고 외로운 집이라고 칭했다. 하지만 고독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백악관 안은 북적북적했다.

    여러 방송국 기자들부터 시작해, 백악관 직원들이 숨 가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올리버가 나를 백악관까지 데려온 이유가 뭘까?

    설마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을 만나게 할 생각은 아닐 터.

    그렇다면 백악관에서 근무 중인 누군가를 만나게 하려는 건가?

    하지만 도대체 누구를?

    “저기… 중령님.”

    “조용히 따라오시오.”

    올리버는 내가 누굴 만나야 하는지 말해 주지도 않고 그냥 길만 인도했다. 그렇게 나는 어느 집무실 앞에 서게 되었다.

    내 예상대로 대통령의 집무실은 아니었다.

    “안으로 들어가시오. 나는 같이 들어가지 않을 것이니.”

    “여긴… 부통령님의 집무실이지 않습니까?”

    바로 부통령의 집무실이었다.

    “맞소. 그분께서, 그쪽을 보고 싶어 하시오.”

    로널들 레이건을 수행하는 부통령이 누구겠는가?

    훗날 미국 41대 대통령이 되는 조지 H.W 부시이자, 제 43대 대통령 조지 워커 부시의 아버지이다.

    난 살짝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안으로 들어가자, 거만한 자세로 앉아있는 사람이 보였다.

    그가 나의 위아래를 훑어보자, 내 소개를 겸하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부통령님. 리턴 컴퍼니의 워커 김 실장이라고 합니다.”

    내가 이 사람과 대면하는 날이 올 줄이야. 오늘 정말 여러 가지로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진다.

    “워커 김? 내 아들이랑 이름이 똑같군. 이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던데…?”

    언론에서는 이것저것 포장해서 아주 겸손하고 온유한 사람처럼 나오지만, 이럴 땐 본모습이 나온다.

    그는 내가 건네는 명함도 받지 않은 채, 눈짓으로 앞에 앉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나는 들고 있던 명함을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올려다 놓았다.

    내가 꼭, 네놈이 내 명함을 갖고 싶어 하게 만들어 주마.

    “어디 한 번 들어보지. 조금이라도 내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상당히 공격적인 사람이다. 실제로 부시는 이런 공격적인 성향 덕분에, 참패당할 뻔한 선거를 뒤집어 역전에 성공한다.

    네거티브 선거전이 왜 승률이 높은지 보여주는 아주 적절한 예시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그걸 가능케 한 사람은 선거 전략가 리 애트워터 이지만….

    “이란에게 무기를 팔아 콘트라 반군을 돕자는 의견은, 밖에 있는 올리버 노스 중령을 통해 들으셨을 겁니다.”

    “그래. 아주 깜찍한 발상이더군. 하지만 너무 위험한 작전이야. 자칫 밖으로 새어나가게 되면 일이 곤란해져.”

    “물론입니다. 기밀 엄수는 당연한 일이죠. 그러나 그게 무섭다고 이 좋은 기회를 날릴 순 없지 않습니까? 이 기회를 잘 이용한다면 레바논에 붙잡혀 있는 인질들을 쉽게 구해낼 수 있을 겁니다.”

    부시는 살짝 입가를 비틀며 말했다.

    “우리 국민들을 납치한 놈들이, 사실은 이란 쪽 지원을 받고 있는 놈들이라는 걸 알고 있군.”

    현재 레바논에서 미국인들을 납치한 건 헤즈볼라라고 불리는 테러리스트다. 아직 대외적으로 알려져 있진 않지만, 이들은 이란에게서 지원을 받고 있다.

    “예. 지금 이란이 저렇게 난동을 부리고 있는 건, 미제 무기를 얻기 위함이지 않습니까? 무기 가동률이 낮아지다 보니, 아무래도 안보에 문제가 생기는 걸 염려하는 겁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여당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이지 않습니까?”

    이 위험천만한 작전을 레이건 대통령이 받아들인 이유는, 레바논에 있는 인질들을 구해 여당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물론, 뒤로 돈을 빼돌려 CIA가 공작을 펼치려던 것도 분명히 있다. 그리고 검은돈을 챙기려는 것도….

    이 기회로 레이건도 뒷돈을 챙겨둔다면 노후가 든든하지 않겠는가?

    “지지율이라….”

    여당의 지지율을 올릴 수 있다면야 부시는 뭐든지 하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차기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여당의 지지율이 절대적이지 않던가?

    부통령은 차기 대통령이 되지 못한다는 징크스를 꼭 깨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레바논에 있는 미국인들을 무사히 구출해 낸다면, 여당 지지율은 당연히 올라가게 될 터. 그리고 이란에게서 받은 돈으로 콘트라 반군을 돕게 된다면, 그들도 그만한 대가를 내놓을 겁니다.”

    “대가?”

    “예. 지금 여러 나라에서 니카라과 공화국에 관심을 두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부시의 눈동자가 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바보가 아닌 이상 내가 뭘 말하고 있는지 알 것이다.

    “마약을… 말하는 건가?”

    “예. 바로 그겁니다. 러시아도 그렇고…. 미 정부도 후진국에 불과한 니카라과에 관심을 두는 이유가, 바로 막대한 양의 코카인 때문이지 않습니까?”

    사람들이 한 가지 모르는 게 있다.

    마약은 어떤 나라에서도 엄히 금하고 있는 유해한 물질이라고.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다르다.

    마약이란 은밀히 자금을 움직여야 할 때 쓸 수 있는 몇 없는 유용한 자원이다.

    일종의 비자금 대용이란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절반이 넘는 마약은, 사실 정부를 통해 뿌려진 것이라고 하면 당신은 믿겠는가?

    그런데 이건 거짓이 아니라 진실이다.

    “지금 제정신인가? 마약이라니! 그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이 양반이 지금 누구 앞에서 순진한 척을 하고 있는가?

    가증스럽기 짝이 없었지만, 나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말이 과했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사실이지 않습니까? 만일 여기서 니카라과를 포기하게 되면, 사회주의 국가들이 그곳에 있는 코카인을 전부 쓸어갈 겁니다. 그 많은 돈을 눈 뜬 채로 빼앗기신다고요?”

    부시는 짧게 입맛을 다셨다.

    이 사람도 결국 정치인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어차피 그놈이 그놈이지 않은가?

    이들은 마약이 가진 가치를 잘 알고 있다.

    “그럼….”

    더 이상 가면은 쓰지 않겠다는 듯, 부시는 약간 흐트러진 자세로 속내를 드러냈다.

    “그 엄청난 양의 코카인을 다루려면 너무 많은 인력이 투입 돼. 정부에선 갑자기 그 많은 인원을 투입할 수가 없을 거야. 무엇보다 여론의 눈을 무시할 수 없고….”

    말하는 어조를 보니, 이미 부시는 마음을 정한 듯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 그 많은 코카인을 다루냐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외부로 미국의 움직임이 노출될 수도 있지 않은가?

    “그건 우리 회사가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부시는 나를 깔보는 듯한 어투로 말했다.

    “이미 내가 자네 회사에 대해 알아봤어. 페이퍼 컴퍼니더군. 제대로 된 알맹이도 없는 곳이, 그 많은 코카인을 다룰 수 있다?”

    이미 리턴 컴퍼니에 대한 조사를 끝낸 건가. 하지만 조사해 봤자 나오는 건 별로 없을 것이다. 완전히 페이퍼 컴퍼니로 만든 곳이고, 추적한다고 해도 그냥 유령회사일 뿐이니까.

    “저희 회사의 모토가 바로 그겁니다.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다?”

    “예. 세계 곳곳에 자리하고 있지만, 누구도 우리를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 회사가 추구하는 모습이지요.”

    부시는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술잔을 홀짝였다.

    “범죄에 특화된 곳이다, 이거군.”

    “예. 문제가 생겨도 뒤탈이 없게 하는 겁니다.”

    “그렇게 말하니까 더욱 신뢰가 가지 않는군. 난 미국의 부통령이다. 내가 그런 곳을 왜 믿어야 하지?”

    아무래도 리스크가 큰일이다 보니, 부시는 잔뜩 경계를 하는 것만 같았다. 이럴 땐 확실한 뭔가를 보여 주어야 한다.

    “작전이 시작되면, 메데인 카르텔을 움직일 겁니다. 어떻습니까?”

    “메, 메데인?!”

    “예. 그들이라면 그 많은 양의 코카인을 다룰 수 있지 않겠습니까?”

    다른 곳도 아닌, 마약 시장을 통치하고 있는 메데인 카르텔이 움직인다.

    이것보다 확실한 보증이 또 어디 있을까?

    메데인 카르텔이라면 아무런 의심도 받지 않고, 은밀히 미국에 마약을 보낼 수 있다. 그게 항상 그들이 하는 일이니까.

    만일 마약이 유통되는 과정에서 발각된다고 해도, 모든 잘못을 메데인 카르텔에 뒤집어씌워도 된다. 원래 메데인이 항상 하던 짓이니까.

    “메데인 카르텔을 너희가 움직일 수 있다고? 확신한 건가?”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그렇습니다.”

    “믿을 만한 증거라도 있는가?”

    “증거라…. 그거참 난해하군요. 제가 메데인 카르텔의 미국 지부를 까발릴 순 없지 않습니까?”

    아무리 증거를 보여 달라고 해도 그렇지, 메데인 카르텔이 미국 어디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지 발설할 순 없는 노릇이다.

    “뭐…. 그건 또 그렇겠군. 하지만 신뢰를 보장할 만한 뭔가가 없으면 나도 믿기 힘든 건 사실이지.”

    저 말도 맞다.

    부시가 바보도 아니고, 내 말을 곧이 믿을 리 있겠는가?

    정말 그냥 믿었다면 오히려 내가 의심을 해야 할 판이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요?”

    “본거지를 밝히라는 것까진 바라지도 않아. 대신, 합당한 물증을 보여 주긴 해야겠지.”

    합당한 물증이라.

    그렇다는 건 딱 하나밖에 없다.

    난 슬쩍 미소를 지으며 은근한 목소리로 부시에게 물었다.

    “몇 kg를 원하십니까?”

    ‘메데인’하면 마약.

    ‘마약’하면 메데인이지 않은가?

    부시가 원하는 만큼의 마약을, 앞에 가져다 놓으면 된다.

    그것이 곧 물증이 될 것이다.

    그 어떤 것보다 확실한 물증.

    잠시 침묵을 지키고 있던 부시는, 이내 씨익 미소를 보이며 내게 말했다.

    “자네… 아까 나한테 주려 했던 명함 좀 주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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