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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검사, 마피아 되다-42화 (42/325)
  • 42화. 원한은 없다. (2)

    생각보다 박세훈의 행동은 빨랐다. 그리고 송진운은 마음이 급하다는 게 느껴졌다.

    “송진운 그놈, 걸려들었다. 날 맞춰서 이재훈 담그겠다고 하더라. 이재훈 모가지가 날아가는 순간, 우리가 움직여야 해. 조금이라도 늦으면 송진운이 눈치채고 빠질지도 몰라.”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단번에 마무리 지어야 하는 일이란 소리다.

    나는 성일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황규혁이 내 어깨를 치며 말했다.

    “걱정되면 나라도 같이 가 줄까?”

    누굴 애로 보나.

    성일환과 황규혁은 아무래도 내가 겁을 먹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이것보다 훨씬 더 악랄한 전투 속에서 굴러다닌 사람한테 쓸데없는 걱정이다.

    “괜찮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조직원이 몇 명 정도 동원되는 겁니까?”

    “끌어모을 수 있는 만큼 끌어모았다. 한 70명 정도? 필요하면 더 모을 거야.”

    아무리 다 무너져가는 조직이라고 해도 대한민국 삼대 조직으로 거리를 군림하던 대룡파다. 어쩌면 70명도 적게 느껴질 수 있는 싸움이라는 것.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원하신다면 제 연합원도….”

    성일환은 손을 저었다.

    “아서라. 걔들 또 모아서 대룡파 접수했다는 소문이 퍼지면 내가 쪽팔려서 얼굴을 못 들고 다녀요.”

    가오가 걸린 일이라는 건가.

    대룡파를 접수하는 일에, 고등학생들이 끼어들었다는 소리가 나오는 건 피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 건 여의도 하나로 충분하다는 소리.

    “알겠습니다. 그럼, 박세훈이 움직이는 날이 언제입니까?”

    “오늘 밤이야. 그 새끼, 아무래도 짭새 새끼들이랑 공사를 치고 있던 거 같아. 그놈들이 완전히 다 터트리기 전에 잡아야지. 그렇지 않아도 그놈이 울진으로 가려고 준비를 했었나 봐.”

    울진으로 간다는 건, 밀항을 준비한다는 것.

    흔히들 착각하는 게 밀항을 하면 다들 목포나 부산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거기서 밀항하는 놈들은 전부 아마추어다.

    경찰들이 바보도 아니고, 가장 배가 많이 들어오는 부산항에서 밀항을 하도록 가만히 놔두겠는가?

    밀항의 중심지는 부산이 아니다. 바로 울진이다.

    고속도로도 뚫려 있지 않고, 교통 시설도 없다. 더욱이 암초가 많아 해군의 감시망도 얇다.

    도망치기에는 딱 좋은 곳이라는 것.

    울진에서 좀 더 가면 간첩들이 그렇게 잘 넘어온다는 강릉이다. 실제로 강릉에 무장공비들이 침투해 우리나라 육군과 전투를 벌이지 않았던가?

    내가 회귀하기 전에도 울진에서 밀항하는 놈들이 워낙 많아, 집중단속을 시작하기도 했다.

    물론, 잡힌 놈들이 별로 없다는 게 문제였지만.

    “오늘 밤이면 꽤 빠르네요.”

    “송진운 그놈이 그만큼 급하다는 소리겠지. 그리고 딱히 그놈에게 남겨진 선택지도 없잖아?”

    저 말이 맞다.

    지금 송진운에게 남은 선택지는 박세훈과 손을 잡고, 이재훈을 치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가 죽게 생겼으니까.

    “잘 준비하고 있어. 시간 되면 바로 갈 거니까.”

    “알겠습니다, 형님.”

    저번에 여의도를 먹었을 때는, 상대한 적의 숫자가 많지 않아서 크게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다른 곳도 아니고, 삼대 조직 중 하나인 대룡파를 무너뜨리러 가는 길이 아니던가?

    송진운이 이끌고 있는 조직원 수가 몇인지는 모르겠지만, 70명 정도는 모을 수 있을 만큼의 세력이 있다고 들었다.

    그 정도의 숫자와, 그것도 거대 조직의 폭력배들과 싸우는 건 참 오랜만인 것 같아 감회가 새로웠다.

    자신이 뒤통수 맞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송진운 그놈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참 궁금했다.

    쓰레기를 털러 가는 길만큼 이렇게 신나는 일이 또 없다.

    * * *

    “전부 하차.”

    “예!”

    막상 전투가 코앞에 다가오니, 성일환의 굳은 인상이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평소에는 마음 좋은 아저씨처럼 허허 웃던 사람이, 지금은 칼만 주면 눈앞에 있는 사람을 전부 죽일 것처럼 살기가 번뜩이고 있었다.

    역시, 깡패는 깡패라는 건가. 그것도 지독하게 싸움판을 뒹굴며 살아온?

    “전면에는 덩치 큰 놈들이 서고, 뒤에는 칼잡이들이 서. 나머지는 파이프 하나씩 들고.”

    “예, 형님!”

    조직원들 배분하는 모습도 자연스럽다. 과연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다.

    성일환은 양복을 벗어 허리춤에 칼 두 자루를 넣었다. 그리고 내게 무언가를 건네며 말했다.

    “혹시 필요할지 모르니 가지고 있을래?”

    칼 한 자루를 쥐여 주나 싶었더니, 다름 아닌 권총.

    그것도 리볼버였다.

    “콜트에서 만든 트루퍼야. 뭔지 아냐?”

    언뜻 들어본 적도 있는 총 이름이다. 일단 콜트사가 총기로 유명하단 건 아니까.

    “이거, 미국에서는 경찰들이 쓰는 건데 꽤 좋아. 경량화도 잘 되어 있고.”

    성일환 취미가 총기 수집이었나.

    그런데 아무리 조직 간의 싸움이라고 해도 총기를 남용하면 안 되지, 이 양반아.

    “필요하면 줄까? 아, 빌려준다는 거야.”

    “괜찮습니다. 그리고 웬만해서는 총은 쓰지 않으시는 게….”

    괜히 잘못 사용했다가 훅 갈 수 있는 걸, 갖고 다니고 싶진 않았다.

    성일환은 내 머리를 가볍게 치며 말했다.

    “내가 그런 것도 모를 줄 알아? 그냥 위협용이지.”

    그렇다면 다행이다.

    어차피 대룡파와 싸울 때, 총 한 번쯤 쏜다고 잘못되진 않겠지만… 사람 일이란 모르는 것이다. 만일 어떤 조직에서 총기를 썼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일이 커진다.

    우리나라만큼 총기에 민감한 나라가 또 없지 않은가?

    더군다나 군부가 나라를 휘어잡고 있는 시기에 총기가 돌아다니는 걸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 총기들로 반군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먼지만 한 가능성도 배제하고 싶을 테니까.

    “가자. 다 죽이고 온다는 생각으로 따라와.”

    “예, 형님!”

    성일환이 앞장을 서자, 조직원들은 큰 목소리로 대답하며 그 뒤를 따랐다.

    양복을 펄럭이며 나아가는 성일환의 뒷모습에 제법 카리스마가 흘렀다. 그 덕분에 뒤를 따르는 조직원들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것처럼 보였다.

    * * *

    이재훈이 나와바리로 삼고 있는 곳은 바로 포항이다.

    총 13년에 걸쳐 83년도에 포항제철이 완공되면서, 포항도 연이은 발전을 이루고 있었다. 발전이 있는 곳에는 항상 쥐새끼들이 들끓는 법.

    여러 조직이 발 빠르게 포항으로 달려가 발을 담갔지만, 포항제철이 들어서기 전부터 이곳에서 세력을 넓히기 시작한 대룡파이지 않은가?

    터줏대감을 함부로 밀어 버리지 못하듯, 다른 조직들도 그러했다.

    대룡파의 시작이 포항인 만큼, 포항에서 구역을 가진 간부들의 힘이 강할 수밖에 없다.

    “저건가?”

    송진운이 성공적으로 이재훈 일당을 소탕하게 되면, 박세훈이 별도로 신호를 준다고 약속했다. 어떤 신호를 보낼까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멀리서 조직원 하나가 횃불을 흔들고 있었다.

    삐삐가 상용화되는 시기지만, 지금은 때가 때인 만큼 저런 횃불이 나을 것이다.

    “어이구. 아주 난장판을 만들었구먼.”

    성일환과 조직원 70명의 등장에 넓은 물류 창고 안을 점거 중이던 송진운의 똘마니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 뭐야?”

    상황을 보니, 이재훈 일당은 전부 제압이 된 것 같았다. 하지만 송진운 측 피해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창고 안에 널브러져 있는 조직원 숫자만 해도 백 명은 족히 넘을 것 같았는데, 저기서 혼자 무릎을 꿇고 있는 사람이 이재훈일 것이다.

    그 앞에 있는 사람들은 아마 전투에서 승리한 송진운과 그 외 간부들일 터.

    “서, 설마….”

    송진운은 우려했던 일이 정말 벌어졌다는 얼굴이었다. 그는 자연스레 고개를 옆으로 돌려 박세훈에게 소리쳤다.

    “이 개 같은 새끼! 네가 속인 거냐!”

    박세훈은 능청스럽게 웃으며 뒤로 슬쩍 빠졌다.

    “하하. 눈치채고 있었어? 미안해 송 사장. 근데 나도 먹고살긴 해야지.”

    그것을 신호로 성일환이 손을 가볍게 까닥였다.

    “다 엎어.”

    “예, 형님!”

    간단한 일이다. 수적으로 불리한, 그것도 한 차례 격렬한 전투를 벌여 힘이 빠질 대로 빠진 놈들을 쓸어버리는 일이지 않은가?

    화진파 조직원 70명이 저마다 연장을 들고 달려들자, 창고 안은 금방 아수라장이 되었다.

    사방에서 둔탁한 소리와 비명이 섞여서 들려왔고, 칼에 찔린 조직원은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송진운은 이미 전세를 뒤엎긴 힘들다는 걸 알았는지 서둘러 몸을 피하려고 했다.

    “어딜 가, 이 새끼야!”

    성일환은 처음에는 조직원의 호위를 받으며 천천히 산보라도 하듯 창고 안을 거닐었다. 그러다 송진운이 몸을 뒤로 빼려 하자 무섭게 달음박질을 하기 시작했다. 나도 얼떨결에 그런 성일환의 뒤를 따라 뛰게 되었다.

    이 양반. 너무 흥분하는 거 같은데.

    나이도 사십 먹은 사람이 설쳐대면 어쩌라는 것인가.

    성일환이 다치기라도 하면 안 되니, 내가 이 양반을 지켜야 한다.

    콰직-!

    나잇살을 먹어 저 비대한 몸으로 뛰어다니는 것도 한계라고 생각했다. 거기다가 고급 간부라 몸이 굳었을 텐데….

    방금 보여준 성일환의 움직임은 내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었다.

    번쩍 몸을 허공 위로 날려 그대로 발을 뻗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의 발에 얼굴을 정확하게 가격당한 송진운은 꼴사납게 바닥을 뒹굴었다.

    “형님을 지켜!”

    “뭐해! 다 담가버려!”

    송진운을 지키기 위해 달려드는 대룡파 조직원들. 그런 그들을 막기 위해 뛰어드는 화진파 조직원들.

    뒤엉켜 버린 목소리와 칼자루가 절묘하게 섞여, 붉은 핏물을 사방에 뿌렸다.

    엉겁결에 휘말린 나도 살기 위해 주먹을 휘둘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칼이라도 챙겨 오는 건데. 이러다 조금만 삐끗하면 다굴당하다 죽는 건 한순간이다.

    이런 전쟁터에선 남에게 의지하기보다는 나 스스로 길을 열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으면 목숨이 날아가는 건 금방일 테니까.

    “뒤져, 이 개새끼야!”

    한 놈이 칼을 들고 성일환의 등 뒤로 달려들었다. 성일환은 송진운을 지키고 있던 똘마니들과 싸우느라 후방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는 상태.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을 먼저 움직였다.

    성일환의 등을 찌르기 위해 달려가던 칼잡이는 내 주먹에 턱을 맞고 쓰러졌다.

    여기서 끝이면 다행이려만.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성일환이 흥분해서 송진운이 있는 쪽으로 달려가지만 않았더라면, 간단하게 끝날 전투였다. 그런데 적진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버렸으니, 집중 공격을 당하는 건 당연한 일.

    일을 벌였으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처럼, 개죽음당하지 않으려면 끝까지 싸우는 수밖에.

    “그래. 다 덤벼라. 이 새끼들아.”

    처음에 내게 달려든 조직원 수는 다섯 명. 전부 손에 뭔가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그에 반해 나는 맨주먹으로 싸워야 했다.

    그런데도 무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피가 끓는다고 해야 할까.

    이런 위기 상황 속에서 주춤거리기보다는 흥분감이 몰아치다니….

    역시, 난 싸움꾼 체질이다.

    “이 좀만 한 새끼가!”

    칼끝이 뺨을 스치고, 종이 한 장 차이로 급소를 빗나갔다.

    그 순간을 노려 날린 카운터펀치가 상대방 얼굴에 꽂혔을 땐, 이루 말할 수 없는 쾌감이 내 몸을 감쌌다.

    그렇게 난 쉬지 않고 몸을 움직여 상대의 공격을 피하고 다시 반격을 가했다.

    파이프를 들고 들어오는 녀석에게 가볍게 스탭을 밟아 피해주며, 꽂아 넣는 훅. 그리고 이어지는 라이트!

    칼을 잡고 도우러 온 놈은 라이트를 맞아 비틀거리는 녀석을 밀쳐주며 견제하곤 싸움을 이어나갔다.

    “으으….”

    얼마큼 시간이 흘렀을까.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쉬지 않고 덤벼들던 놈들이 지금은 잠잠했다.

    다 쓰러뜨린 건 아니다.

    “뭐 하고 있어? 오지 않고.”

    이놈들, 오지 않을 생각인가?

    그렇다면….

    “싸울 생각 없으면 무릎이나 꿇어!”

    이놈들도 수적으로 불리하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이미 정황은 뒤집을 수가 없지 않은가. 그나마 반격의 불씨를 키우던 놈들이 내 손에 박살 났으니, 더는 싸울 의지를 갖고 있지 않을 터.

    까앙-!

    그들은 결국 저마다 손에 들고 있던 연장을 전부 바닥에 던져놓은 뒤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명백한 항복의 표시였다.

    여기서 더 했다가는 죽은 목숨이라는 걸 아는 것이다.

    “후-.”

    난 길게 숨을 내뱉었다.

    끝났다. 격렬했던 전투가.

    그런데 왠지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짜릿함과 밀려오는 이 쾌감은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것이지 않은가.

    주위를 둘러보니, 항복한 대룡파 조직원들이 전부 무릎을 꿇고 있었고 온 바닥이 피로 얼룩져 있었다.

    모든 상황이 정리된 것이었다.

    “괜찮냐?”

    성일환은 몸에 묻은 먼지와 피를 털어내며 내게 다가왔다.

    내 몸보다는 이 양반이 더 걱정이다.

    “예. 형님도 괜찮으세요?”

    “나야 뭐, 네 덕분에 배때기에 구멍 안 나고 좋았지.”

    성일환은 특유의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배를 두드렸다. 그리고 나도 딱히 크게 다친 곳은 없었다. 그냥 주먹이 많이 까진 것 정도?

    “괜찮으십니까, 형님?”

    조직원들도 내게 다가와 다친 곳은 없나 내 몸을 살펴봤다.

    “어. 괜찮아.”

    날 바라보고 있는 조직원들의 눈빛이 참 미묘했다. 선망 어린 눈빛을 보이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운 좋게 출셋길이 핀 기생오라비라 생각했던 터일 텐데, 맨손으로 연장 든 녀석들과 대치하는 것을 보았으니 적잖게 놀랐을 것이다.

    성일환도 그걸 느꼈던 모양이다.

    “흐흐. 이 새끼들 네가 싸우는 거 보고 놀란 것 같더라. 맨손으로 그리 잘 싸우니.”

    “그랬습니까?”

    “그래. 네가 주위에 다가오는 놈들은 다 죽일 것처럼 싸웠잖아. 그게 질렸는지 다른 놈들은 너랑 싸워보기도 전에 연장 버리고 항복한 것 같고.”

    오랜만에 주먹을 좀 썼더니, 사슬 풀린 맹수처럼 날뛰고 말았다.

    그래도 나름 괜찮은 수확이 있었다.

    조직원들도 내 실력을 알아야 더 잘 따르게 될 것이 아닌가?

    어린놈이라고 무시할 수 없는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이곳은 결국 약육강식의 세계니까.

    “박 사장, 고생 많았어.”

    “성 사장이 더 많았지.”

    전투가 끝나자 성일환은 패잔병을 뒤로하고, 박세훈과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그 뒤로 다가오는 사람들은 박세훈과 결탁한 대룡파의 간부들이었다.

    성일환이 앞으로 대룡파를 맡게 되면 저 양반들을 상대해야 한다. 지금은 저렇게 다들 웃고 있지만, 막상 구역 정리가 시작되면 다들 그리 웃고만 있지는 못할 것이다.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먹으려고 하는 게 인간의 습성이지 않은가?

    그렇지 않아도 요즘 피곤하다고 징징대는 성일환인데, 더 피곤한 일만 늘어난 것 같았다.

    저 능구렁이 같은 놈들을 상대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테니까.

    “이분들인가? 이번에 도움을 주신 분들이?”

    “아, 그래. 성 사장은 이 형 씨들 처음 보는 거지? 인사들 해. 여기는 화진파에서 중책을 맡고 있는 성일환 사장이야. 다들 들어는 봤지?”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성 사장님.”

    “하하. 그래요. 덕분에 일이 수월하게 끝났어요.”

    성일환은 대룡파 간부들과 허허거리며 악수를 나누었다. 다들 잘 보여야 하는 상대가 누군지 아는 것이다.

    박세훈은 이 좋은 분위기를 그냥 끝내고 싶지 않은지 손뼉을 쳤다.

    “자자. 얼른 일 끝내고 가서 술이나 한 잔씩 하자고.”

    성일환도 같은 마음으로 대답했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그래, 그럽시다. 얼른 끝냅시다.”

    성일환이 저 웃는 얼굴로 총을 빼 들기 전까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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