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서 레벨업-200화 (200/200)
  • < 끝은 새로운 시작 >

    “우와, 이걸 어쩌죠?”

    황수영이 질린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한 번쯤 놀랄 법도 한데, 김지혜는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며 대답했다.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죠. 저놈들과 싸우거나, 아니면 던전으로 다시 들어가거나.”

    던전에서 나온 가디언스를 맞이한 건 어마어마한 수의 괴물들이었다.

    이런 짓을 할 놈들은 아까 던전에서 봤던 그놈들뿐이었다.

    디펜더스가 이 짓을 한 것이다.

    아마 상당히 먼 곳에 있던 괴물들까지 싹 끌고 온 모양이었다.

    게다가 괴물들에게 무슨 짓을 해 놓은 건지, 기존의 다른 괴물들보다 훨씬 난폭하고 강했다.

    어느 정도냐 하면, 벽을 넘지 못한 괴물이 거의 벽을 넘은 괴물에 필적할 정도로 강했다.

    벽을 한 번 넘은 괴물은 두 번 넘은 괴물에 가까웠고.

    그런 괴물이 수두룩했다.

    그러니 아무리 가디언스가 강하다고 해도 이 괴물들을 상대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황수영은 눈을 빛내며 김지혜를 바라봤다.

    “그래서 김지혜 씨는 어쩌고 싶어요?”

    김지혜는 황수영의 눈빛 깊은 곳에서 이글이글 타오르는 투지를 확인했다. 그녀의 입가에 슬그머니 미소가 맺혔다.

    “대답 안 들어도 알겠네요.”

    황수영이 씨익 웃으며 나머지 사람들을 둘러봤다. 다들 김지혜와 똑같은 표정과 눈빛이었다.

    “좋아요. 어디 한 번 죽을 정도로 싸워보죠. 재밌겠네, 레벨도 잔뜩 올릴 수 있을 거 같고.”

    황수영이 손에 든 창을 고쳐 잡고는 그대로 돌진했다.

    그 뒤를 나머지 가디언스들이 따라붙었다.

    이어서 거대한 폭음과 함께 치열한 전투가 시작되었다.

    꽈아아아아앙!

    * * *

    미궁을 한참이나 헤매던 제이슨 일당은 결국 미궁의 중심부에 도착했다.

    이 미궁에 대한 정보는 미리 얻었다.

    마르바스의 하수인 몇 명과 접촉해서 그들이 가진 정보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가진 정보는 100% 정확하지가 않았다.

    각자 다른 정보를 갖고 있어서 그걸 꿰 맞추다보니 오류가 많이 생겼다.

    그래서 좀 헤맬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도착은 했네.”

    “정보랑 달라도 너무 다른 거 아닌가? 솔직히 함정이나 괴물도 하나 발견 못 했잖아.”

    스팬서의 투덜거림에 제이슨이 씨익 웃었다.

    “이제부터 그 부분에 대한 협상을 해야지.”

    “협상?”

    “함정을 꼭 마르바스가 설치할 이유는 없잖아. 그 부분, 우리가 맡아서 공사를 하자고.”

    스팬서가 어이없는 눈으로 제이슨을 바라봤다.

    “그게 가능할 거 같아?”

    “안 될 건 또 뭐야. 마르바스가 조금만 도와준다면 충분히 가능해.”

    스팬서는 입을 다물었다. 솔직히 저들과 달리 자신은 마족이나 마왕을 제대로 만나본 적이 없어서 거기 관련된 얘기만 나오면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말을 돌렸다.

    “그나저나 마르바스인지 뭔지는 왜 안 나와? 여기 있긴 있는 거 맞아?”

    스팬서가 투덜거리며 주위를 둘러봤다.

    하지만 어디에도 마르바스가 있을 만한 공간은 없었다.

    “기다려 봐. 이 미궁 자체가 차원을 뚫기 위한 준비작업 같은 거니까.”

    “아쉬인지 뭔지는 또 왜 안 와? 그놈이 있으면 더 쉽게 뚫는 거 아니었어?”

    제이슨은 대답 대신 쓴웃음을 지었다.

    아쉬가 있었으면 마르바스가 이쪽으로 넘어올 수 있는 통로를 뚫기가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쉬는 컨트롤이 안 된다. 차라리 시간을 좀 들여서 기다리는 편이 나았다.

    “이러다가 강하진 그놈이 여기 오기라도 하면 곤란한 거 아냐?”

    스팬서가 투덜거리자, 제이슨과 윌리엄이 동시에 피식 웃었다.

    “오면 오히려 더 좋지.”

    그제야 스팬서가 머쓱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그동안 아쉬의 존재감에 밀려서 그렇지 저 둘도 굉장한 강자였다.

    아마 스팬서와 똑같은 실력의 각성자 열 명이 동시에 덤벼도 절대 이기지 못할 것이다.

    스팬서도 저들의 공동 권속이 된 이후 어마어마하게 강해졌지만, 그래도 마찬가지였다.

    “뭐······ 그런 그러네. 강하진이 여기 나타나면 그냥 죽은 목숨이긴 하지. 그럼 차라리 오는 게 낫겠군.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을 테니까.”

    “나은지는 모르겠고, 훨씬 편해지긴 하겠지.”

    “그래?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다들 깜짝 놀라 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봤다.

    이곳 중심부로 들어올 수 있는 유일한 길목에 강하진이 서 있었다.

    그리고 강하진 뒤에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 한 명이 서 있었다.

    순간적으로 제이슨과 윌리엄의 이성이 살짝 날아가 멍하니 바라봤을 정도였다.

    스팬서는 더 심했다.

    “와우. 저건 또 어디서 나온 미녀야? 저놈은 주변에 여자도 많네. 그건 진짜 부러워. 저 여자는 내가 먼저 찜했다. 이건 절대 양보 못해.”

    제이슨과 윌리엄은 한심한 시선으로 스팬서를 바라봤다.

    “외모만 보지 말고 본질을 봐. 저 여자가 보통 사람으로 보여?”

    스팬서는 그 말을 듣고 가이아를 유심히 살폈다. 하지만 결국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통은 아니지. 저렇게 예쁜 사람은 세상에 없을 테니까. 그런데 그게 뭐? 내가 저런 여자를 가질 자격도 없는 건가?”

    “후우. 맘대로 해라. 멍청한 놈.”

    제이슨은 그렇게 일축해 버렸다. 하지만 스팬서는 그 대답에 희희낙락했다.

    “고마워. 내가 이 은혜 절대 안 잊을게. 이거 정말 기대 되는데?”

    스팬서가 가이아를 음흉한 눈으로 훑었다.

    강하진은 그런 그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갔다.

    화아악!

    어마어마한 존재감이 그들을 덮쳤다.

    세 사람의 표정이 대번에 굳었다. 이건 아쉬 이상이었다.

    아니, 아쉬도 이런 존재감을 내지는 못하리라.

    “너······ 대체 정체가 뭐야?”

    제이슨이 황당한 눈으로 강하진에게 물었다.

    만일 이 존재감만큼의 힘을 강하진이 갖고 있다면 자신들은 절대 강하진을 이기지 못한다.

    윌리엄과 제이슨이 서로 시선을 잠깐 맞췄다.

    그 짧은 순간 작전이 끝난 것이다.

    두 사람은 스팬서를 버리기로 결정했다. 꼬리를 자르듯 스팬서를 넘기고 여기서 도망칠 생각이었다.

    물론 당장은 아니었다. 그 계획을 실행하는 건 저기 있는 강하진이 정말로 저 존재감만큼의 힘을 가졌다는 걸 확인한 다음이었다.

    “여기까지 온 걸 보니 아쉬는 못 만난 모양이네.”

    “아쉬? 아아, 제니퍼를 말하는 건가?”

    강하진의 말에 두 사람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저걸 안다는 건 아쉬를 만났다는 뜻이니까.

    “그래, 제니퍼. 죽었나?”

    강하진이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완벽하게.”

    그야 말로 완벽하게 죽었다. 가루도 남기지 못하고 흩어져 소멸해 버렸으니까.

    그걸 본 제이슨과 윌리엄이 계획을 실행하기로 결심했다.

    강하진은 어느새 이 공간에서 나갈 유일한 출구에서 안쪽으로 제법 들어온 상태였다.

    그 길목을 막고 있는 건 여리여리한 여자 한 명뿐이었다.

    ‘충분해.’

    두 사람은 스팬서와 눈짓을 나눴다.

    동시에 공격하자는 의미였다.

    세 사람은 미리 약속해둔 타이밍을 쟀다.

    ‘하나, 둘, 셋!’

    셋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하지만 강하진을 공격한 건 스팬서 혼자였다.

    쩌어어엉!

    스팬서의 공격을 강하진이 가볍게 막은 사이 제이슨과 윌리엄이 강하진을 지나쳐 그대로 출구로 달려갔다.

    엄청난 속도였다.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가이아를 향해 공격을 쏟아냈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텅!

    보이지 않는 막에 충돌해 뒤로 나동그라지지 않았다면 말이다.

    두 사람은 반탄력에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면서도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순간적으로 이해하지 못했다.

    “역시나 예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는군요.”

    가이아가 그 아름다운 목소리로 차분히 말했다. 그녀는 경멸어린 시선으로 제이슨과 윌리엄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두 사람은 멍하니 가이아를 올려다봤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스팬서와 강하진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이미 스팬서는 그곳에 없었다.

    그 짧은 순간 완벽하게 소멸해 버린 것이다. 역시 강하진의 존재감은 진짜였다.

    두 사람의 눈에 절망감이 어렸다. 그러면서도 눈앞에 있는 저 아름다운 여인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대체 저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그러는 사이 강하진이 두 사람과 가이아 사이에 섰다.

    “의외로군요.”

    “뭐가요?”

    “저 두 사람이 당신을 모른다는 게.”

    “당연히 모르죠. 저들과 만나는 건 저도 이번이 처음이에요. 뭐······ 예전에는 잠깐씩 지켜봤어요. 힘이 모자라서 꾸준히는 못 봤지만.”

    강하진과 가이아의 대화를 듣고 있던 두 사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설마······ 차원의지?”

    제이슨의 말에 강하진이 가이아를 쳐다봤다.

    “다른 세상에서는 그런 식으로 불리기도 해요.”

    어쨌든 신이랑은 좀 다른 것이 확실했다.

    “어떻게······ 어떻게 차원의지가 남아 있을 수 있지? 차원의지가 저렇게 멀쩡한데 침공이 가능했다고? 고작 마르바스에게?”

    그 말에 가이아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리고 강하진에게 귓속말로 설명했다.

    “제가 너무 약해서 그래요.”

    이해할 만했다. 가이아는 한 번 망했다가 다시 일어났다.

    그때도 굉장히 많은 힘을 썼고, 그 이후로 세상을 다시 일으키느라 또 힘을 썼으니 얼마나 약해졌겠는가.

    가이아가 부드럽게 웃으며 강하진을 바라봤다.

    “이젠 더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으니 다행이에요.”

    강하진은 가이아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제이슨과 윌리엄 앞에 섰다.

    두 사람은 자신의 운명을 직감하고 다급히 외쳤다.

    “우리를 죽여 봐야 얻을 것도 없잖아! 살려주면 마르바스에 대한 정보를 주지! 너도 필요하잖아! 이대로 두면 지구가 버티지 못해!”

    강하진은 담담히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의 주먹에 전격이 일어났다.

    파지지직!

    그냥 전격이 아니라 어마어마한 격을 품은 전격이었다.

    그걸 본 두 사람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필요 없어.”

    꽈르릉!

    한 줄기 벼락과 함께 두 사람이 소멸해 버렸다.

    허공에 흩어지는 잔해 속으로 강하진의 뒷말이 스며들었다.

    “나도 다 알아.”

    * * *

    가이아를 데리고 미궁에서 나오자, 어느새 산맥을 모두 정리한 백호가 다가와 강하진의 다리에 뺨을 비볐다.

    백호는 본능적으로 강하진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알아차렸기에 알아서 애교를 부렸다.

    그런 백호를 가볍게 안아든 강하진이 던전 입구로 향했다.

    던전에서 나가니 여기저기 널브러져 누워 있는 가디언스와 황수영이 보였다.

    강하진을 발견한 사람들이 하나둘 몸을 일으켰다.

    그들의 주변에는 괴물 사체가 가득했다.

    강하진이 슥 훑어보니 다들 엄청난 레벨을 올렸다. 벽을 넘기 직전의 사람들도 몇 보였다.

    “일은 끝났나요?”

    황수영이 다가와 물었다. 그녀는 강하진 옆에 나란히 선 가이아를 보고는 흠칫 놀라 몸이 확 굳었다.

    “뭐, 뭐예요? 이 여자는?”

    황수영은 가이아라는 존재에 한 번, 그리고 그 미모에 두 번 놀랐다.

    그건 황수영뿐 아니라 이곳에 있는 다른 가디언스 전부 마찬가지였다.

    “앞으로 당분간 함께 할 동료입니다.”

    강하진의 소개에 가이아가 환하게 웃으며 황수영에게 다가갔다.

    “반가워요. 역시 직접 보니까 더 마음에 드네요.”

    가이아의 말에 황수영이 크게 당황했다.

    “저, 저는 마음에 안 들거든요?”

    물론 말만 그렇게 할 뿐, 실제로는 왠지 모를 친근감이 들어서 당황스러웠다.

    가이아는 다 이해한다는 듯 황수영을 가볍게 끌어안았다.

    “뭐, 뭐냐니까요? 이거 놔요! 놓으라니까?”

    물론 황수영은 가이아를 뿌리치거나 밀치지 않았다. 그저 허둥거리기만 했다.

    “역시 내가 선택한 사람다워요.”

    그 말에 황수영이 그대로 굳었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가이아를 멍하니 바라봤다.

    그 묘한 분위기에 강하진이 끼어들었다.

    “자, 이제 돌아갑시다. 당분간 휴식입니다.”

    그 말에 다들 깜짝 놀라 강하진을 바라봤다.

    “이 던전은 안 닫나요?”

    “안 닫습니다. 당분간 통로를 이용 못하게 막아놨습니다.”

    “막았다고요?”

    다들 놀란 눈으로 바라보자, 강하진은 가이아를 힐끗 쳐다봤다.

    마르바스의 미궁에 통로가 나타나지 못하게 한 것은 가이아의 지식과 강하진의 힘이 합해진 결과였다.

    강하진은 술렁이는 좌중을 슥 둘러보고는 말을 이었다.

    “대신······ 우린 준비를 해서 원정을 떠날 겁니다.”

    “원······ 정이요?”

    강하진이 씨익 웃었다.

    “마계 원정입니다. 출발은 한 달 후니, 생각 있으신 분들은 열심히 레벨을 올리시면 됩니다.”

    다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멍하니 강하진을 바라봤다.

    강하진이 더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이번엔 우리가 한 번 쳐들어가 봅시다.”

    * * *

    거대한 구조물 앞에 무수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오늘은 열두 번째 마계 정벌을 떠나는 날이었다.

    마계 정벌을 앞에 둔 가디언스 길드원들은 한창 인터뷰를 진행 중인 가디언스의 마스터, 강하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강하진을 인터뷰하고 있는 리포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강하진을 인터뷰하는 리포터는 압도적인 미모로 어마어마한 인기몰이를 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진짜 정체를 아는 사람은 가디언스 내에서도 몇 없었다.

    그녀는 강하진과 함께 마르바스의 던전에서 나온 가이아였으니까.

    여신 같은 외모를 가진 가이아의 미모는 개인의 취향 따위는 은하계로 날려버릴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이번 마계 정벌대에 어렵게 합류한 황수영은 가이아를 보며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가이아가 이렇게나 잘 적응할 줄은 몰랐다.

    가끔 보면 그녀가 정말로 신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인간적이었다.

    물론 가이아가 그런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대상은 몇 되지 않았다.

    황수영이나 강하진을 비롯해 당시 마르바스의 던전에서 나오자마자 마주친 가디언스 길드원들뿐이었으니까.

    거기에 좀 더한다면 윤경민 정도였다.

    “그나저나 정말······ 세상이 많이 달라졌네요.”

    황수영의 중얼거림에 그녀와 마찬가지로 너무 바빠서 이번에 간신히 합류한 김지혜와 이지영이 슬그머니 다가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첫 번째 원정에서 죽다 살아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열두 번째라니.”

    첫 번째 마계 원정에서 강하진은 마르바스를 소멸시켰다.

    하지만 그걸로 모든 것이 끝나지 않았다.

    마계는 광활했으며, 단순히 한 차원에 걸쳐 있지도 않았다.

    그 뒤로 다들 죽을 정도로 수련을 해서 꾸준히 마계 원정에 나섰다.

    기존 마르바스의 던전이 있던 곳에는 가디언스 게이트라는 구조물이 설치되었다.

    마계 원정을 가능하게 해줄 차원이동 장치였다.

    물론 그것의 토대가 되는 기술은 가이아에게서 나왔고.

    현재 일본에는 총 세 개의 도시가 있었다.

    하나는 처음 설립된 가디언스 거점도시였고, 두 번째가 바로 이곳 가디언스 게이트가 있는 중심도시였다.

    나머지 하나가 가디언스를 제외한 세계의 나머지 나라들이 힘을 모아 만든 연합도시였다.

    물론 그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발전된 도시는 당연히 중심도시였다.

    이곳은 마계 원정을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뚫린 곳이었으니까.

    일본은 여전히 훌륭한 사냥터였고, 이제 전 세계를 장악한 던전 관련 산업의 원자재를 수급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되었다.

    마르바스의 마계와 뚫린 구멍은 그저 단순히 마계와의 연결 통로가 아니라 차원에 뚫은 구멍이었다.

    당연히 다른 차원에서 호시탐탐 노리는 장소가 되었다.

    그래서 던전과 괴물이 들끓었기에 이곳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사냥터가 되었다.

    가디언스는 기존의 디펜더스를 완벽하게 흡수해서 재탄생시켰다.

    이제 가디언스는 세계의 중심이 되었다.

    그리고 그 가디언스의 마스터인 강하진은 세계의 왕이나 다름없는 존재가 되었고.

    제이슨이 그렇게나 원하던 것을 강하진은 세상을 구하다보니 너무나 자연스럽게 얻었다.

    마침 인터뷰를 끝낸 강하진이 일행을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 강하진 뒤로 가이아가 따라오고 있었다. 그녀는 가이라라는 이름을 굳이 버리지 않았다.

    그래도 아무도 그녀의 정체를 의심하거나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것이 차원의지가 가진 힘이자 존재감이었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합류해 모두와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강하진은 한 발 떨어진 곳에서 그걸 지켜봤다.

    가이아의 힘을 받지 않은 건 정말 잘한 일이었다. 그건 강하진뿐 아니라 가이아도 인정하는 바였다.

    아마 그걸 받았다면 세상이 더욱 불안정해졌을 것이다.

    차원의지가 존재하고 안 하고의 차이는 상당했으니까.

    ‘어쨌든 모든 것이 잘 풀렸어.’

    강하진은 그런 생각을 하며 가디언스 게이트를 쳐다봤다.

    이번 원정은 마계 원정의 분기점이 될 것이다.

    이번에 공략할 상대는 르노크, 제이슨의 차원 노이스네미드를 정복한 마왕이었으니까.

    강하진은 풍운신공에 따라 온몸을 휘도는 강력한 근원의 힘을 느끼며 좌중을 둘러봤다.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걸 느낀 길드원들이 살짝 긴장한 채 강하진을 바라봤다.

    강하진은 신뢰어린 시선으로 모든 길드원들과 한 번씩 눈을 마주쳤다.

    그동안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뜨거운 감정이 울컥 솟아났다.

    강하진은 그 감정을 기분 좋게 받아들였다.

    정말 많은 것이 변했다. 저들도 자신도, 그리고 이곳 지구도.

    강하진 옆에 어느새 가이아가 다가가 귓속말을 했다.

    “잘 다녀와요.”

    그걸 본 황수영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강하진은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며 빙긋 웃었다. 그리고 시선을 돌려 마침 근처에 있는 김지혜와 이지영도 한 번씩 쳐다봤다.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또 달라지지 않았다.

    강하진은 언제까지나 지금과 같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가디언스 게이트로 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열두 번째 마계 원정대가 따라갔다.

    거대한 기세가 들끓었다.

    많은 사람들과 카메라가 그들의 모습을 눈과 렌즈에 담았다. 이 광경을 전 세계가 지켜보는 중이었다.

    강하진은 게이트에 들어가기 직전 그 모든 광경을 찬찬히 둘러봤다.

    그리고 담담히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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