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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196화 (196/200)
  • < 마르바스의 미궁 3 >

    마르바스의 던전에 들어온 가디언스는 결국 두 번째 마족도 처리했다.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거의 피해 없이 처리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건 암흑용이 이끄는 용종들이었다.

    용종이라는 건 용의 피가 섞인 괴물들인데, 모습부터 능력까지 용과 비슷한 구석이 많았다.

    당연히 굉장히 강력했다.

    강하진도 암흑용 자체는 다른 두 마족에 비해 약하지만, 암흑용이 이끄는 괴물들은 굉장히 강하니 조심하라고 했다.

    그러니 아마 이번에도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다.

    “그나저나 그놈이 차원구멍을 뚫고 있던 건 확실한데, 그게 어디인지 알 수가 없네요.”

    “그런 건 그냥 강하진 씨한테 맡기면 돼요.”

    황수영의 대수롭지 않은 말에 김지혜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 말이 맞다. 지금은 그런 고민을 할 때가 아니라 이 안에 있는 괴물들을 사냥할 때였다.

    김지혜의 시선이 저 멀리 산맥에 닿았다.

    저 산맥 어딘가에 강하진과 백호가 있을 것이다.

    “괜찮을 거예요.”

    김지혜는 황수영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바라봤다.

    “너무 걱정 안 해도 돼요.”

    김지혜가 어색하게 웃었다.

    “너무 티가 많이 났나요?”

    “그냥 얼굴에 대놓고 써 있던데요?”

    황수영이 빙긋 웃고는 말을 이었다.

    “제가 사람 보는 눈이 좀 있는데, 그 사람, 어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다시 살아나올 수 있는 사람이에요. 그러니 걱정을 하려면 그 사람이 아닌, 우리 걱정을 해야 된다니까요?”

    김지혜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런 사람이죠.”

    “자, 그런 의미에서 이제 슬슬 출발해 볼까요?”

    다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런데 이지영이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뭐 해요?”

    황수영이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이지영은 태블릿을 보고 있었다.

    “뭘 그렇게 봐요?”

    “아까 드론 몇 개 날렸거든요.”

    최근 가디언스에서 개발한 신형 드론과 태블릿이었다.

    이번에 영입한 마력 공학자들이 시제품으로 개발한 것들이었는데, 겸사겸사 성능 테스트도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요?”

    황수영이 그렇게 말하며 태블릿 화면을 확인했다.

    “어?”

    태블릿 화면 안에 일단의 무리가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 사람, 제이슨 아닌가요? 어? 제니퍼도 있네?”

    “여기 윌리엄이랑 스팬서도 있어요.”

    “디펜더스가 아주 작정하고 들어온 모양인데요? 던전 공략하려는 거 맞겠죠?”

    “그러길 빌어야죠.”

    그 순간 제이슨이 드론을 쳐다봤다. 그리고 드론이 박살 나면서 화면이 꺼져버렸다.

    “이거······ 왠지 느낌이 안 좋은 건 저뿐인가요?”

    황수영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 * *

    강하진은 일단 미궁을 부숴봤다. 안 될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였다.

    결과는 역시나였다.

    마르바스의 미궁은 차원을 덮어쓰는 방식으로 넘어오는 중이었다.

    그러니 이곳이 아무리 부서져 있어도 그걸 막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곳의 미궁을 부순 것만으로 진행 속도가 느려졌다.

    이 산맥에 조성된 미궁의 구조가 마르바스의 미궁과 비슷한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모양이나 구조가 닮을수록 덮어쓰기가 수월해지는 것이다.

    어쨌든 이 모든 일에는 에너지가 들어간다.

    차원을 덮어쓸 정도로 대단한 일을 벌이려면 근원의 힘이 아니면 불가능할 것이다.

    그것도 아주 막대한 양을 쏟고 있으리라.

    강하진은 진행속도를 확 늦추기 위해 미궁을 전부 부숴버릴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어쩌면 마르바스의 미궁에 들어가야 할지도 모르는데 미궁 자체를 부숴 버리면 미궁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안에 들어가기가 훨씬 어려워질 테니까.

    ‘들어가고 싶긴 한데······.’

    마르바스의 존재를 제대로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가 얼마나 강한지 알고 싶었다.

    회귀 전에 그에게 죽임을 당하긴 했지만 그때의 강하진은 마르바스가 얼마나 강한지 가늠하지 못했다.

    격의 차이가 너무 심했다.

    상대의 힘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뭘 알아야 대책을 세우지 않겠는가.

    아까 저 안에 들어갔을 때, 속이 뒤집히는 듯한 경험을 했다.

    차원이 왜곡되면서 몸에 부담이 온 것이 분명했다.

    강하진은 경계로 가서 손이나 발을 집어넣어 보면서 몸으로 직접 테스트를 해봤다.

    쉽지 않았다. 그저 손가락 하나 들어간 것뿐인데도 몸에 상당한 압박이 왔다.

    아마 그걸 해소하려면 뭔가 특별한 힘이나 자격이 필요할 것 같았다.

    강하진은 잠시 고민하다가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돌아 나가는 길에 넓게 라파시드의 패턴을 펼쳐 진행을 최대한 늦추는 것도 잊지 않았다.

    미궁을 부수는 건 일단 하지 않았다.

    그리고 상황을 보아하니 마르바스가 당장 나타날 일은 없었다.

    저 미궁 자체가 마르바스를 이리로 불러내기 위한 장치였다. 적어도 강하진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그랬다.

    미궁을 보내는 것보다 마르바스가 오는 것이 더 어렵다는 뜻이었다.

    ‘더럽게 강한 모양이네.’

    강하진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미궁을 빠져나갔다.

    마르바스가 못 나온다는 걸 알았으니 미궁을 지키던 마족을 지금 해치워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강하진은 백호에게 의념을 보냈다. 저놈과 정정당당하게 싸울 생각은 없었다.

    백호를 이용해 신경을 분산시킨 다음, 기습을 통해 한 방 먹이고 시작할 것이다.

    잠시 후, 백호가 근처에 나타났다.

    드락 라이어는 백호를 보자마자 그쪽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완벽한 기회를 포착해 단숨에 처단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강하진이 그의 등을 향해 몸을 날렸다.

    꽈과과과과광!

    드락 라이어는 격렬한 통증을 느끼며 앞으로 나동그라졌다. 순간, 이게 무슨 일인가 당황했지만, 일단 온몸으로 마력을 내뿜으며 다음 공격에 대비했다.

    하지만 두 번째 공격을 한 건 강하진이 아니라 백호였다.

    백호가 은밀히 파고들어 드락 라이어의 종아리를 물어뜯었다.

    꽈드득!

    상당한 타격이었다. 살이 뭉텅이로 뜯겨 나갔다.

    드락 라이어는 자신의 살점을 뜯어가 열심히 씹어 삼키는 백호의 모습을 분노 가득한 눈으로 노려봤다.

    방금 백호는 그의 살만 뜯어간 게 아니라 힘까지 한꺼번에 뜯어갔다.

    자신의 살점을 씹어 먹으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것이 보였다.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지만 참았다. 지금은 자신을 기습한 놈의 정체를 파악하는 게 먼저였으니까.

    한데 그럴 시간도 없었다. 백호가 또 달려들었으니까.

    “살점 좀 뜯어먹었다고 날 우습게 본 건가?”

    드락 라이어의 힘은 엄청났다. 백호가 감히 맞서 싸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백호는 정면으로 싸울 생각이 없고, 그저 신경을 계속 분산시키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아슬아슬하게 버틸 수 있었다.

    그리고 적당한 시점에 뒤로 빠질 수도 있었다.

    드락 라이어는 백호가 물러나는데도 굳이 쫓지 않았다. 지금 이 싸움에 전부를 걸어선 안 된다는 걸 알기에 조심했다.

    아까 자신의 뒤를 기습한 놈이 남아 있으니까.

    드락 라이어는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며 말했다.

    “너 얼마 전에 쥐새끼처럼 몸을 숨기고 이 근처를 염탐하던 그놈이지?”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드락 라이어는 속으로 굉장히 당황하는 중이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모습만 안 보이는 게 아니라 기척도 없었다.

    아까 염탐할 때는 분명히 기척을 꿰뚫어볼 수 있었다.

    한데 지금은 그게 되지 않았다.

    그냥 도망갔거나, 아니면 자신이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수준 높은 은신 스킬을 보유하고 있거나 둘 중 하나였다.

    드락 라이어는 분명히 전자일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후자일 가능성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그렇게 한 바퀴를 천천히 돌았다. 그리고 눈이 커다래졌다.

    그 사이에 백호도 사라져 버린 것이다.

    아무 위화감도 느끼지 못한 채로 너무나 자연스럽게 백호가 사라져 버려서 정말 당황스러웠다.

    백호의 기척이 분명히 계속 느껴지고 있다고 여겼으니까.

    한데 지금은 그 기척이 사라졌으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꽝!

    드락 라이어는 격렬한 통증과 함께 또 날아갔다. 그놈이 등을 공격한 것이다.

    그리고 날아가는 와중에 갑자기 무언가가 목을 꽉 물었다. 확인하니 백호였다.

    “크아아아아!”

    드락 라이어가 괴성을 내지르며 온몸으로 힘을 내뿜었다.

    그리고 미친 듯이 사방을 휘저었다.

    백호가 어느새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이미 목의 살점을 한 움큼 뜯어간 뒤였다.

    드락 라이어의 얼굴에 긴장, 당황, 두려움 등이 뒤섞여 떠올랐다.

    그 뒤로도 같은 방식의 공격이 계속 이어졌다.

    드락 라이어의 실력으로 라파시드의 서에 의해 완벽하게 펼쳐진 은신과 왜곡을 꿰뚫어보는 건 불가능했다.

    그렇게 가장 강력한 마족 하나가 또 사라져갔다.

    * * *

    김지혜는 강하진이 산맥으로 떠나기 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혹시라도 변수가 생기면 던전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라고 했다.

    지금이 바로 그 변수가 발생한 상황이었다.

    “어떻게 할 건가요?”

    황수영이 물었다.

    지금 그들은 암흑용이 이끄는 괴물 무리와 가까운 곳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리고 몇 번이나 드론을 보내서 디펜더스의 위치를 파악했는데, 그들은 정확히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마치 가디언스의 위치를 파악하는 방법이라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마스터께서는 변수가 생기면 철수하라고 지시하셨습니다.”

    김지혜의 말에 황수영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그럼 던전에서 나갈 건가요?”

    김지혜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하면 저 디펜더스를 마스터가 전부 감당해야 합니다.”

    그제야 황수영의 표정이 살짝 풀렸다.

    사실 그녀는 김지혜가 철수하겠다고 하면 혼자서라도 남을 생각이었다.

    그녀가 나머지 가디언스를 둘러보니, 다들 이대로 철수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는 듯했다.

    지시만 내리면 당장에라도 디펜더스를 향해 돌진할 기세였다.

    “암흑용 사냥도 계속 미루기만 할 수는 없어요. 그 용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아직 모르니까요.”

    만일 암흑용도 다른 마족들처럼 차원구멍을 뚫고 있다면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일단 위치파악을 한 번 더 해볼까요?”

    아까 가디언스를 향해 똑바로 다가오는 걸 확인한 뒤로, 가디언스는 한 번 더 이동해서 사이에 암흑용과 괴물 무리를 두도록 위치했다.

    똑바로 이쪽으로 다가오면 중간에 괴물 무리와 만날 수밖에 없도록 말이다.

    “이제 드론도 몇 개 안 남았어요.”

    이지영이 그렇게 말하며 드론을 띄웠다.

    잠시 후, 화면에 디펜더스의 모습이 잡혔다. 아주 멀리서 찍고 있었기에 드론이 격추되려면 시간이 약간 있었다.

    그 사이에 디펜더스의 이동방향을 파악해야 한다.

    “괴물 무리를 우회하는 것 같은데요?”

    “제가 보기에도 그러네요.”

    이로써 저들의 목표가 확실해졌다. 저들은 가디언스를 노리고 있다.

    “일단 함정이라도 파고 기다려야 할까요?”

    그들은 아공간에 마력폭탄을 제법 보유하고 있었다. 그걸 이용해 함정을 판다면 나름 괜찮을 것이다.

    그렇게 그들이 작전을 논의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다가와 물었다.

    “무슨 일인데 전투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까?”

    다들 깜짝 놀라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봤다.

    거기에는 강하진이 서서 담담한 표정으로 그녀들이 바닥에 열심히 그려놓은 그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가셨던 일은 잘 끝나신 건가요?”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사람은 김지혜였다.

    “일단 좀 더 알아볼 게 있어서 몇 가지만 정리하고 다시 나왔습니다.”

    “백호는요?”

    “사냥 중입니다. 산맥에 괴물이 워낙 많아서 아마 당분간은 보기 힘들 겁니다.”

    백호는 드락 라이어와 싸운 이후 강함에 대한 열망이 훨씬 커졌다.

    그래서 산맥의 모든 괴물을 자신이 포식하겠다며 날뛰는 중이었다.

    어차피 별다른 위험도 없어 보였기에 강하진은 그냥 그러라고 했다.

    “그래서 무슨 일입니까?”

    “디펜더스가 던전에 들어왔어요.”

    디펜더스라는 말에 강하진이 눈을 빛냈다.

    김지혜는 강하진의 표정을 살피며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차분히 설명했다.

    설명을 모두 들은 강하진은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일단······ 확인이나 해보죠.”

    “확인이요?”

    “지켜보시면 압니다.”

    강하진의 의미심장한 미소에 다들 불안감과 기대감이 뒤섞인 묘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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