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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194화 (194/200)

< 마르바스의 미궁 1 >

강하진은 백호를 데리고 미궁 입구로 갔다.

여전히 드락 라이어가 입구에 우뚝 서서 단단히 지키고 있었다.

“백호야, 저기 저놈 보이지? 어때? 이길 수 있을 거 같아?”

강하진의 물음에 백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상대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잘 안 된 것이다.

최근 아쉬의 잔해를 먹으면서 백호도 굉장히 많이 성장했지만, 그래도 드락 라이어 정도는 아직 아니었다.

백호 역시 세 번째 벽을 넘긴 했지만, 아직 레벨이 3천대 초반이었다.

반면 드락 라이어는 3천대 후반이었고.

그 차이는 아주 컸다. 게다가 드락 라이어는 전투기술도 상당히 뛰어날 것이다.

아마 예전에 페이크 던전에서 만났던 카르난 이상일 것이다.

그렇다면 백호가 상대하기에는 아직 무리였다.

“그래도 죽지 않고 도망은 다닐 수 있지?”

그제야 백호가 으르렁거렸다. 그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뿜었다.

“좋아. 그럼 좀 날뛰어 보자. 저놈을 끌어내는 게 목적이야. 일단······ 이 근처에 자리 잡은 괴물들부터 먹어볼까?”

강하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백호가 어딘가로 훌쩍 뛰어갔다.

여기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괴물을 향해 달려간 것이다.

꽈과과과과광!

굉장히 요란한 소리가 사방으로 울렸다. 일부러 소란스럽게 싸우는 것이다.

백호는 강하진이 뭘 원하는지 아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강하진은 모습을 감춘 채 드락 라이어를 살폈다.

그냥 단순한 [은폐]로는 드락 라이어의 눈을 속일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이번엔 라파시드의 서까지 썼다.

라파시드의 서에 있는 은폐의 장과 왜곡의 장은 숙련도가 올라서 다른 것들에 비해 특히 더 효과가 뛰어났다.

강하진은 광범위하게 은폐와 왜곡의 장을 펼쳤다.

시간을 두고 살펴보니 드락 라이어도 이건 발견하지 못한 듯했다.

‘하긴, 거리가 좀 되긴 하니까.’

거리가 미궁 입구에서 아주 멀었다. 그러니 드락 라이어도 지금은 백호 혼자 날뛰고 있는 거라고 여길 것이다.

쿠구구궁!

백호의 요란한 싸움이 산맥을 뒤흔들었다.

강하진은 속으로 백호를 응원했다. 정말 잘하고 있었다.

드락 라이어의 표정이 약간 변했다.

그의 시선이 백호가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리고 못마땅한 눈으로 그곳을 노려봤다.

강하진은 그 모습을 유심히 관찰했다.

백호가 괴물 하나를 잡은 다음, 두 번째 사냥감을 향해 달려갔다.

이번엔 아까보다 훨씬 더 소란스러웠다.

두 번째 사냥감은 두 번의 벽을 넘은 괴물이었는데, 레벨이 2천대 후반이었다.

백호와 레벨 차이가 많이 안 나는 괴물이어서 그런지 반항이 아주 격렬했다.

하지만 벽을 넘은 백호와 그렇지 않은 괴물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었다.

다만, 괴물의 힘이 워낙 강력해서 산맥이 아까보다 훨씬 크게 흔들렸다.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 같았다.

그러다가 일이 터졌다. 산맥의 일부가 무너져 산사태가 난 것이다.

꽈르르르릉!

강하진은 그걸 보고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무너진 토사와 바위가 정확히 미궁 입구로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드락 라이어의 표정에 분노가 일어났다. 그리고 그 분노만큼의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콰아아아아아!

드락 라이어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마력이 쏟아지는 토사물을 가르고 쭉 뻗어나갔다.

콰콰콰콰콰!

토사물이 정확히 미궁의 입구에서 반으로 갈라져 양옆으로 쏟아져서 내려갔다.

산사태가 끝났을 때, 토사물은 전부 산 아래로 내려갔고, 미궁 입구는 처음과 다름없는 상태로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드락 라이어는 온몸에서 분노의 마력을 뿜어내며 산맥 위쪽을 노려봤다.

그곳에는 여전히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백호와 괴물이 보였다.

싸움터 근처가 휑해졌다. 모조리 무너지고 뭉개졌다. 지형이 변할 정도로 격렬한 싸움이었다.

드락 라이어는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백호와 괴물의 역량을 가늠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등에서 무기를 꺼냈다.

거대한 전투도끼였다.

드락 라이어는 생긴 것 답지 않은 은밀한 움직임으로 미궁 입구를 벗어나 백호와 괴물의 싸움터로 향했다.

어찌나 은밀한지 만일 강하진이 직접 보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면 알아차리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았다.

드락 라이어의 마력과 기척이 싹 사라졌다. 움직일수록 더 은밀해졌다.

강하진은 계약의 끈을 이용해 백호에게 상황을 알려줬다.

조심하라고.

그 정도면 충분했다. 백호는 알아서 살 길을 찾아 도망칠 것이다.

드락 라이어도 멀리까지 백호를 쫓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고. 그는 여길 지켜야 하니까.

강하진은 드락 라이어가 백호에게 절반쯤 갔을 때, [은폐]를 쓰며 미궁 입구로 달려갔다.

드락 라이어와의 거리가 제법 떨어져 있었고, 그의 신경이 온통 백호와 괴물에게 가 있었기 때문에 강하진이 미궁으로 들어가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강하진은 무사히 미궁으로 쑥 들어갔다.

그리고 그 순간 드락 라이어는 백호와 괴물의 싸움터에 도착했다.

그가 먼저 공격한 상대는 백호가 아니라 괴물이었다.

꽈득!

괴물의 목에 드락 라이어의 도끼가 쩍 하고 박혔다.

드락 라이어는 몸부림치는 괴물의 몸속으로 거칠고 날카로우면서도 음험한 마력을 쏟아 넣었다.

괴물이 몸을 부르르 떨면서 털썩 쓰러졌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백호는 그 곳에서 멀찍이 떨어져 버렸다.

드락 라이어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백호를 노려봤다.

솔직히 자신이 괴물을 친 순간 백호가 덤빌 줄 알았다. 그래서 그에 대한 대비도 다 해뒀다.

한데 저렇게 도망칠 줄이야.

“이리 와라. 죽이진 않을 테니까.”

드락 라이어의 말에 백호가 마치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짓고는 휙 돌아서서 쌩하고 가버렸다.

드락 라이어가 포효하며 백호를 쫓아갔다.

어마어마한 속도였다.

하지만 백호도 만만치 않았다. 드락 라이어보다는 못해도 벽을 세 번이나 넘은 괴물이니까.

드락 라이어는 자신과 거의 비슷한 속도로 달아나는 백호를 보며 저놈을 잡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든 순간 마음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냉정을 되찾은 드락 라이어는 다시 미궁 입구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자리에 우뚝 섰다.

그는 끝까지 미궁에 강하진이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 * *

미궁에 들어간 강하진은 좀 당황했다.

사실 회귀 전에 이 미궁은 대부분 탐색을 끝냈다.

그때 가디언스가 쓴 방법은 무수한 드론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날아다니는 드론뿐 아니라, 거미 모양의 드론까지 썼다.

당연히 마력공학의 결과물이었고, 모두 마력으로 통신을 해서 메인 시스템에 이동하는 동안 보는 모든 것을 전송했다.

그렇게 미궁의 지도를 1차적으로 완성하고 그 뒤에 막대한 인력을 동원해 미궁을 차근차근 탐사했다.

미궁의 규모가 굉장했지만, 정복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 지도를 작성하는 데 가장 열심히 한 사람이 바로 강하진이었다.

심지어 강하진은 당시 지도의 20%정로를 외우고 있었다.

중심으로 가는 핵심 통로와 거기 이어진 통로들이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 당시의 기억을 차근차근 더듬어보니, 20%가 아니라 나머지 지도도 전부 떠올랐다.

처음에는 희미했던 기억이 점차 선명해졌다.

하지만 그 기억은 거의 소용이 없었다. 아니, 쓸모가 없었다.

“지형이 달라졌는데? 이럴 수도 있나?”

강하진은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설마 이런 일이 있을 줄은 몰랐다.

이곳은 마르바스의 미궁이 확실했다. 적어도 밖에서 볼 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여겼다.

한데 막상 안에 들어와 보니 그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회귀 전에 경험했던 마르바스의 미궁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일단 통로의 크기부터 달랐다. 그리고 통로의 모양도 달랐다.

여긴 마치 자연동굴에 더 가까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회귀 전에 본 마르바스의 미궁은 그렇지 않았다.

분명히 사람의 손이 닿은 미궁이었다. 통로를 잘 깎아내서 평평하게 만들었다는 걸 보자마자 알 수 있었으니까.

반면 여기에는 천장에 종유석이 달려 있었고, 바닥에는 석순이 자라 있었다.

정말로 자연동굴이었다.

그리고 미궁이라고 하기에는 길도 그렇게까지 복잡하지 않았다.

물론 통로가 여러 개 있는 건 맞지만, 미궁을 경험한 강하진에게 이 정도는 너무나 단순하게 느껴졌다.

강하진은 일단 안으로 좀 더 들어갔다.

‘다른 점이 또 있네.’

마력이 달랐다.

이 미궁의 마력은 굉장히 안정적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무겁거나 어둡지도 않았다.

회귀 전에 겪은 마르바스의 미궁은 마력이 무겁고 거칠었다. 그러면서도 음험한 구석이 감춰져 있었다.

한 마디로 방심하다간 마력의 흐름에 당할 수도 있는 환경이었다.

한데 여긴 너무나 평화로웠다.

이런 곳에 그 마르바스가 있다는 사실이 잘 믿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원래 마르바스의 미궁에는 각종 괴물이 살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강력한 괴물들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한데 지금은 괴물이 나타날 낌새도 보이지 않았다.

‘함정도 없는 것 같고······.’

원래 있던 것 중에서 남은 게 하나도 없었다. 이걸 과연 마르바스의 미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설마······ 아직 거기까지 못 만든 건 아니겠지?’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그랬다면 다른 방법을 썼겠지.’

강하진은 그래도 방심하지 않고 조심하면서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아무리 방심하지 않는다고 해도 너무 아무 일도 없으니 절로 속도가 붙었다.

강하진은 이동하면서 이어진 통로들도 하나하나 확인해봤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 이 미궁의 지도를 그려봤다.

어느 정도 지도가 그럴듯하게 구성되었을 때, 강하진의 표정이 살짝 묘해졌다.

‘이거······ 좀 비슷한 구석이 있는데?’

사실 보통 사람은 이런 일이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이곳 미궁의 규모는 굉장히 컸다.

그 큰 규모의 미궁을 모조리 외워서 머릿속에 담아두는 것도 대단하지만, 길이 몽땅 달라지다시피 한 새로운 미궁을 돌아다니면서 머릿속으로 지도를 그리고 그걸 원래 지도와 비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냥 미궁도 아니고 3차원으로 이루어진 입체 미궁인데.

하지만 강하진은 그게 가능했다. 이건 정신력이 높아서이기도 하지만, 격이 높아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무튼 그렇게 두 개의 미궁을 비교해보니, 상당한 유사성을 찾을 수 있었다.

많은 부분이 다르긴 하지만, 핵심이 되는 길, 그러니까 회귀 전에 강하진이 외우고 있던 미궁의 20%에 해당하는 길과 이곳의 미궁은 80% 이상이 겹쳤다.

당연히 회귀 전의 미궁이 여기보다 훨씬 규모가 컸다.

‘그러니까······ 여길 깎고 뚫고 해서 미궁을 만든 모양이구나.’

그러니 아직 미궁을 만들기 전이라는 뜻이다.

‘하긴, 너무 빨리 나오긴 했지.’

마르바스의 등장이 회귀 전에 비해서 너무 빨랐다.

그러니 미처 준비를 못했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었다.

강하진은 회귀 전에 겪은 미궁의 지도를 이곳 미궁에 겹쳐서 길을 파악했다.

길이 훨씬 단순해진 만큼 찾아가는 것도 쉬웠다.

애초에 길이 복잡했었어도 헤매는 일 없이 찾아갔겠지만.

그렇게 얼마나 안으로 들어갔을까.

갑자기 미궁의 분위기가 확 바뀌기 시작했다.

울퉁불퉁하고 종유석과 석순이 곳곳에 솟아 있던 길이 사라지고 매끈하게 다듬은 길이 나타났다.

그리고 길이 훨씬 복잡해졌다.

강하진은 드디어 기억 속에 있던 그 미궁에 온 기분이 들었다.

길이 더욱 명확히 떠올랐다.

여기가 바로 그 미궁이었다.

강하진은 미궁이 변하기 시작하는 지점에 서서 주위를 둘러봤다.

미궁은 지금 실시간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새 미궁과 기존 미궁의 경계가 뭉개지면서 새로운 미궁의 범위가 점차 넓어졌다.

그걸 본 강하진의 표정이 굳었다.

강하진은 서둘러 마음을 가라앉히고 집중했다. 온 감각을 마력을 비롯한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집중했다.

그 안에는 근원의 힘도 포함되어 있었다.

“우욱!”

갑자기 속이 뒤집히는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 자신의 몸속에 쇠꼬챙이를 집어넣고 휘젓는 느낌이었다.

강하진은 서둘러 뒤로 물러났다.

변화의 경계를 지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거짓말처럼 증상이 사라졌다.

강하진은 천천히 뒤로 물러나면서 미궁과 미궁의 경계에 감각을 집중했다.

분명히 여기서 뭔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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