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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192화 (192/200)

< 초거대 던전 2 >

던전에 들어간 순간, 강하진은 바로 확신했다.

이곳이 마르바스의 던전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눈에 보였으니까.

저 멀리 거대한 산맥이 쫙 펼쳐져 있었다.

회귀 전에 여러 번 본 광경이었지만, 시간이 제법 흘렀다. 그런데도 너무나도 생생하게 기억났다.

자신의 기억 속에 이렇게 명확히 새겨져 있었는지 지금까지는 몰랐었다.

저렇게 우뚝 서 있는 산맥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마르바스의 던전은 보통 던전이 아니었다.

일단 저 산맥까지 가는 길 자체가 어려웠다.

중간에 서식하는 괴물들이 다들 보통이 아니었으니까.

그냥 괴물이 아니라 수백, 혹은 수천 마리가 뭉친 괴물 무리였다.

그 각각의 괴물 무리를 마족이 지휘하고 있었다.

강하진은 회귀 전의 기억이 하나둘 떠올랐다.

그때 마르바스의 던전 안에 있던 마족의 수는 총 아홉이었다.

그 중에서 괴물 무리를 이끌고 있던 마족은 여섯이었다.

그 여섯 괴물 무리를 모두 처리하고 나면 산맥에 도착할 수 있는데, 산맥 앞에 마족 둘이 있었다.

둘 다 엄청나게 강했다.

게다가 서로 상호보완적인 존재였기에 한 마리씩 각각 상대할 때보다 몇 배나 더 강력했다.

그 두 마족을 쓰러뜨리고 산맥으로 들어가니, 산맥에 서식하는 무수한 괴물들과 싸워야 했다.

산맥에 서식하는 괴물들은 하나하나가 무시무시할 정도로 강력했다.

물론 산맥 앞을 막던 마족 정도는 아니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괴물들 전부 벽을 넘은 놈들이 분명했다.

그렇게 산맥을 헤매다보면 산맥 내부에 조성된 미궁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발견할 수 있다.

그 미궁 입구를 마족 하나가 지키고 있는데, 그 마족도 어마어마하게 강했다.

회귀 전에는 그렇게 아홉 마족을 처리할 때까지 무려 세 달의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미궁 안에 들어가서 지도를 작성하는 일에 또 상당한 시간을 들여야 했다.

미궁 안에도 각종 괴물이 서식하고 있었는데, 그나마 산맥에 살던 괴물들보다는 약했다.

그래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였다. 미궁이라는 장소 자체가 인간에게 호의적이지 않았으니까.

미궁 자체가 내부의 괴물에게 약한 버프를 꾸준히 주고 있었다.

또한 흐르는 마력이 너무 난폭해서 그걸 다루기도 쉽지 않았다.

그렇게 갖은 고생을 다한 끝에 마르바스를 만난 것이다.

거기서 뒤통수를 맞고 죽었으니 얼마나 열이 받겠는가.

과거를 차근차근 회상하던 강하진이 심호흡을 했다.

그때의 상황이 하나하나 떠오를 때마다 짜증과 화가 치밀었다.

당시의 감정을 다 죽였다고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하긴, 인간의 감정을 어떻게 마음대로 죽이고 살릴 수 있겠는가.

이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강하진은 문득 자신이 많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회귀 직후에는 누구도 믿지 않겠다고 그렇게 다짐을 했는데, 여기 오기 전에 동료들을 향해 믿는다는 말을 했다.

그냥 한 말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말이었다.

그 순간, 강하진은 정말로 그들을 믿었으니까.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을 믿는다.

회귀 전에 동료라고 믿던 자들과의 생활을 하나하나 떠올려봤다.

생각해보면 그것이 과연 동료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잘못 살았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몰라도 회귀 전의 자신을 떠올려보니, 정말 이상한 놈이었다.

강하진은 그런 생각을 하며 피식 웃고는 던전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일단 이 던전을 혼자서 돌파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전제해야 한다.

과연 마르바스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도 아직 알 수 없고 말이다.

그러니 최대한 조심해야 한다.

강하진은 [은폐]를 써서 모습과 기척을 감추고 조용히 움직였다.

[은폐]를 깨는 괴물들이 수두룩하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안 쓰고 대놓고 다니는 것보다야 나았다.

강하진은 빠르게 던전 내부를 탐색해 나갔다.

* * *

‘많이 달라졌는데?’

아직까지 [은폐]를 꿰뚫는 놈은 없었다.

회귀 전에는 여기 여섯 무리의 괴물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리 돌아봐도 세 무리밖에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각 무리를 통솔하는 마족은 고작 둘뿐이었다.

한 무리는 괴물이 나머지 괴물들을 통제했다. 물론 그 괴물이 용이긴 했지만.

그냥 용도 아니고 어둠의 힘을 풀풀 날리는 암흑용이었다.

용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다고 알려진 놈이었다.

물론 강하진도 회귀 전에 암흑용과 싸운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 싸웠던 암흑용과 저놈은 명백하게 달랐다.

저 암흑용은 벽을 무려 두 번이나 넘은 놈이었다.

쉽지 않은 상대였지만 회귀 전과 비교하면 명백히 던전의 등급이 떨어졌다.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용보다는 마족이 더 상대하기 까다로웠으니까.

괴물 무리가 많지 않아서 그놈들을 피해 산맥으로 다가가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산맥에 서식하는 괴물들은 그대로였다.

아무래도 저 산맥이 있던 지역을 통째로 도려내서 던전으로 쓰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산맥 입구를 지키던 마족 두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산맥 주변을 기이한 패턴의 마력이 감싸고 있었다.

라파시드의 서가 문득 떠올랐지만 그거랑은 전혀 방식이 달랐다.

산맥 안쪽을 들여다보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았다. 마력 패턴이 시야나 감각을 방해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 패턴을 뚫고 산맥으로 들어가는 건 왠지 꺼림칙했다.

강하진은 일단 산맥 주위를 빙 돌면서 패턴을 파악하고 분석했다.

라파시드의 서보다는 훨씬 단순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분석이 쉬운 건 아니었다.

산맥을 거의 반 바퀴쯤 돈 다음에야 패턴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이건 굉장히 강력한 디버프 효과를 부여하는 마력패턴이었다.

산맥에 들어가는 자들에게 강력한 디버프를 거는데, 이 패턴을 지나가면 패턴이 몸에 덧씌워지는 방식이었다.

그걸 떨쳐내려면 이 패턴을 구성하는 마력의 세 배 정도 강력한 마력을 뿜어내면 되는데, 그게 가능한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일단 강하진은 가능했다. 그리고 가디언스의 핵심인 100인의 길드원들도 어찌어찌 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이하는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물론 그 이하 길드원들을 여기에 데려올 생각은 없었지만 말이다.

강하진은 일단 산맥 안으로 발을 들였다.

강력한 디버프는 채 몸에 달라붙기도 전에 흩어져 버렸다.

강하진은 그냥 단순히 마력을 뿜어내지 않고 패턴이 몸에 붙는 방식을 근원적으로 흔들어서 떨쳐냈다.

이 방식을 익히면 아마 다들 쉽게 디버프를 떨쳐낼 수 있으리라.

‘익히는 건 좀 까다롭겠지만.’

강하진은 일단 산맥 안을 구석구석 살폈다.

마르바스가 과연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지, 아니, 그게 가능한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당장은 조심하기로 했다.

산맥에 서식하는 괴물들은 벽을 넘은 놈들답게 강력하기도 했지만, 감각이 굉장히 예민했다.

가끔 [은폐]를 꿰뚫는 놈들이 있었는데, 강하진은 그런 놈들은 빠르게 정리해 버렸다.

다행스럽게도 산맥의 괴물들이 각각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 채 한 자리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서 다른 괴물이 싸움에 엮이는 일은 거의 없었다.

다만, 이 싸움으로 인해 다른 변수가 생기는 것이 문제였는데, 아직까지는 괜찮아 보였다.

강하진은 회귀 전의 기억을 더듬어 미궁 입구를 찾아갔다.

너무 가까이 가지는 않고 최대한 조심해서 접근했다.

아니나 다를까, 미궁 입구를 지키는 마족이 하나 있었다.

‘그놈이다.’

미궁 입구를 지키는 마족은 회귀 전에도 같은 자리에 있던 바로 그 마족이었다.

저놈은 정말 강력했었다. 지금은 과연 어떨지 모르겠지만.

강하진은 반사적으로 정보를 확인했다.

[드락 라이어]

[레벨 : 3892]

이름과 레벨만 보였다. 더 집중했더니 체력이나 마력, 스킬에 대한 정보는 떠오르지 않고 다른 정보가 떠올랐다.

[마르바스를 지키는 마지막 마족기사. 마르바스를 지킬 때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마지막 마족기사?’

일단 레벨이 어마어마했다. 역시나 세 번째 벽을 넘은 놈이었다.

회귀 전에 저놈에게 왜 그리 고전을 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레벨이었다.

아직 강하진은 세 번째 벽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저 드락 라이어라는 마족을 가만히 지켜보니, 싸우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세 번째 벽을 넘으면 훨씬 쉽게 이길 수도 있겠어.’

일단 벽을 넘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런데도 지금 해볼 만하다고 느끼고 있으니 벽을 넘으면 아마 차이가 확 벌어지리라.

‘그럼 마르바스는 대체 어느 정도라는 거야?’

아마 네 번째 벽도 넘었을지 모른다. 아니, 어쩌면 다섯 번째 벽도 넘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강하진은 아쉬가 어느 정도인지 냉정하게 따져봤다.

아마 네 번째 벽은 확실히 넘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섯 번째는 잘 모르겠다.

만일 마르바스가 아쉬보다 더 강하다고 한다면, 다섯 번째 벽까지 넘었다는 가정을 해두는 편이 나았다.

‘이래저래 쉽지 않겠네.’

강하진은 일단 거기까지 살핀 후,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그 순간, 미궁 입구를 지키고 있던 마족, 드락 라이어가 고개를 휙 돌려 강하진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눈이 마주쳤어.’

강하진은 드락 라이어에게 들켰다는 걸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은폐]를 풀고 나서지는 않았다.

드락 라이어도 굳이 여기서 강하진과 싸울 생각은 없는지, 아니면 그냥 모른 척 하려는 건지 다시 시선을 돌려 앞을 바라봤다.

일단 [은폐]가 뚫린 건 확실했다.

하긴, 고작 벽을 하나 넘은 괴물들 중에도 [은폐]를 꿰뚫는 놈들이 있는데, 무려 세 번의 벽을 넘은 놈이 [은폐]에 당할 리 없었다.

그런데도 굳이 강하진을 쫓아오지 않는다.

‘미궁 입구를 지키는 데 집중하겠다는 건가?’

그거 말고는 답을 찾기가 어려웠다.

저 드락 라이어라는 마족이 저러는 이유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지금 미궁에 아무도 못 들어가게 막아야 한다거나.

강하진은 일단 산맥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다른 괴물이나 마족들에게 들키지 않으려 최대한 조심하면서 던전에서 나갔다.

* * *

강하진은 던전에서 나오자마자 백호를 불렀다.

지금 백호는 열심히 아쉬의 잔해를 찾아서 먹는 중이었지만, 강하진은 백호가 거절할 수 없도록 아주 강한 의념을 보냈다.

백호는 강하진의 강한 의념에도 처음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아쉬의 잔해가 주는 유혹이 강하진의 의념보다 강했던 것이다.

하지만 강하진이 계속해서 의념에 집중하자, 결국 강하진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백호는 불만스러운 듯 강하진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그건 나중에 먹어도 되잖아. 어디 가는 것도 아닌데.”

물론 다른 포식 가능한 괴물이 먹을 수도 있지만, 솔직히 이제 남은 양이 얼마 안 되기 때문에 거기에 시간을 들이는 것보다 다른 괴물을 사냥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었다.

“저기 들어갈 거야.”

강하진의 말에 백호가 던전을 바라봤다. 한동안 던전을 바라보던 백호의 눈에서 광채가 쏟아졌다.

이 던전의 가치를 알아본 것이다.

백호는 곧장 던전으로 뛰어 들어갔다.

강하진은 그런 백호의 행동에 한숨을 푹 내쉬고는 다시 던전으로 들어갔다.

* * *

제이슨은 가디언스 쪽으로 모든 관심을 집중했다.

그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살폈다.

현재 가디언스 거점도시에 머무는 각성자 중에는 디펜더스 소속 각성자도 여럿 있었다.

물론 자신들의 정체를 감춘 상태였다.

사실 그들 대부분은 명인혁의 정보망에 걸려들어서 정체가 파악된 지 오래였지만, 제이슨이 거기까지 알 수는 없었다.

일본의 거점도시는 사방이 괴물로 둘러싸인 곳에 위치한 만큼, 아주 작은 허점 하나가 도시를 무너뜨릴 수도 있었다.

명인혁은 그렇게 여겼다.

그래서 일본 거점도시에 대해서는 다른 어느 곳보다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당연히 숨어든 디펜더스의 각성자들도 모두 파악해서 감시를 붙여뒀다.

찾았다고 바로 쳐내면 상대는 더 철저한 준비를 해서 올 테니 적당히 관리하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편이 훨씬 나았다.

그래서 디펜더스 소속 각성자들 역시 특별할 만한 정보를 얻지는 못했다.

그저 대부분 세계 어디에 있건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좀 달랐다.

그들은 그곳에서 가디언스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중계할 수 있었으니까.

제이슨은 수시로 그에 관한 보고를 받아서 확인하고 끊임없이 계획을 수정하고 타이밍을 파악했다.

그러던 제이슨에게 새로운 소식 하나가 들어왔다.

“가디언스가 단체로 사냥에 나선다고?”

제이슨의 중얼거림에 옆에 있던 윌리엄이 얼른 끼어들었다.

“단체 사냥? 원래 그런 게 흔한가?”

“예전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지. 대충 전해준 명단만 봐도 가디언스의 핵심들인데.”

윌리엄의 눈이 번득였다.

“그렇다는 건······!”

제이슨이 씨익 웃었다.

“드디어 시작한 거지.”

두 사람의 의미심장한 미소는 한동안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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