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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189화 (189/200)
  • < 성장의 시간 1 >

    차원괴물 사태가 완벽하게 마무리 되었다.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단연 가디언스였다.

    가디언스는 애초에 차원괴물이 나타나기 전부터 빡세게 준비해서 일이 터짐과 동시에 완벽에 가까운 일처리 능력을 보여주었다.

    가디언스의 힘을 동원해 차원괴물을 막아낸 것은 물론이고, 차원괴물의 약점이나 전투법을 공개해 다른 각성자들이 막아낼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주었다.

    또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도와 피해를 최소로 줄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반면 디펜더스는 이번 사태에서 뚜렷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일이 터진 뒤에도 사태를 지켜보다가 가디언스가 워낙 뛰어난 활약을 하니 부랴부랴 뛰어들었고, 그나마도 가디언스와 공조가 잘 이뤄지지 않아서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물론 그럼에도 디펜더스가 가진 힘이 막강해서 많은 차원괴물을 처리하긴 했지만, 뚜렷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힘은 힘대로 쓰고 얻은 건 없는 허무한 결과였다.

    사실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애초에 디펜더스의 목표는 세상을 절반쯤 무너뜨리는 거였다.

    그러니 차원괴물이 나왔을 때도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다가 나설 계획이었다.

    당황해서 분위기를 살핀 게 아니라 처음부터 계획된 일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초반에 가디언스가 훌륭히 차원괴물을 막아낼 때도 계속 지켜보기만 했다.

    디펜더스 내부에서 우리도 얼른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제이슨을 비롯한 수뇌부는 그 모든 주장과 의견을 묵살해 버렸다.

    하지만 가디언스의 활약이 점점 더 커지면서 그들도 더 이상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되었다.

    이대로라면 가디언스가 모든 차원괴물을 홀로 막아내는 그림이 그려질 게 뻔했으니까.

    게다가 가디언스에서 차원괴물의 약점까지 무차별 살포 중이었으니 여기서 더 기다렸다간 아무것도 못 얻게 된다.

    그래서 뒤늦게 나섰다.

    하지만 늦어도 너무 늦었다.

    이미 디펜더스가 없었어도 가디언스가 차원괴물을 훌륭히 막아낼 수 있었을 거라는 인식이 사람들 뇌리에 콱 박힌 후였으니까.

    이미지가 박살 났지만, 그래도 제이슨은 마지막까지 실망하지 않았다.

    아무리 이미지가 무너졌어도 한 방에 뒤집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니까.

    가디언스의 마스터인 강하진만 아쉬가 처리해 준다면 얼마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이미 이후의 일이 계획되어 있었다.

    강하진이 죽으면 디펜더스를 버리고 가디언스로 갈아탈 것이다.

    그리고 가디언스의 수뇌부를 장악해서 그 모든 걸 꿀꺽 삼켜버릴 계획이었다.

    자신 있었다.

    현재 가디언스는 수뇌부에 모든 힘과 권한이 집중되어 있었다.

    마치 지금의 디펜더스처럼 말이다.

    그러니 수뇌부만 장악하면 된다.

    제이슨은 커다란 화면으로 뉴스를 보고 있었다.

    수십 개의 뉴스 채널을 한 화면에 동시에 띄워놓고 보는 중이었는데, 각각 다른 나라의 주요 뉴스 채널이었다.

    그 모든 뉴스에서 대동소이한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가디언스, 가디언스. 어딜 봐도 다 가디언스뿐이로군.”

    제이슨이 허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옆에 앉은 윌리엄이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그럴 만했으니까.”

    제이슨도 그 말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가디언스는 그럴 만했다.

    설마 차원괴물을 이렇게 완벽하게 막아낼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아마 디펜더스에서 저와 똑같은 작전을 펼쳤다면 못해도 세계의 20%는 날아갔을 것이다.

    아니, 그보다 더 심했을 것이다. 아무리 약점을 알고 있었다고 해도 차원괴물은 그리 쉽게 막아낼 수 있는 놈들이 아니었으니까.

    “아쉬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강하진을 만나긴 한 건가?”

    “만났을 거야.”

    “위성으로 확인 안 돼?”

    제이슨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 일본 쪽은 확인이 안 돼. 거기 요즘 좀 이상해.”

    “차원 구멍 때문인가?”

    “추측하기로는 그런데······ 모르지,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둘이 아쉬의 연락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때, 제이슨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왔다!”

    제이슨이 반색하며 핸드폰을 들었다. 하지만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 아쉬가 아니라 스팬서에게서 온 연락이었다.

    스팬서는 지금 한국에 가 있었다. 아쉬가 자신의 팔을 복원하기 위해 먹어치운 조원영의 뒤처리를 위해서였다.

    그는 조원영의 사업체를 정리하고, 그걸 디펜더스로 완벽하게 흡수하는 작업 중이었다.

    “왜?”

    제이슨이 살짝 짜증 섞인 말투로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금세 표정이 확 굳어버렸다.

    “뭐?”

    “왜 그래? 무슨 일인데?”

    옆에 있던 윌리엄이 물었다. 그의 표정도 심상치 않았다. 제이슨의 반응만으로도 뭔가 심각한 일이 벌어졌다는 걸 알 수 있었으니까.

    제이슨은 몇 마디를 더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윌리엄을 바라봤다.

    “강하진이······.”

    “강하진? 강하진이 왜? 어떻게 됐는데?”

    “강하진이 한국에 나타났다는데? 아주 멀쩡히?”

    “뭐? 그럼 아쉬는?”

    제이슨이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제부터 알아봐야지.”

    * * *

    강하진은 파주에 있는 가디언스 본부로 향했다.

    일본 거점도시에서는 간단히 하루 정도 쉬면서 몸을 회복시켰고, 곧바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물론 조만간 다시 일본으로 갈 것이다.

    그보다 더 좋은 사냥터를 구할 수는 없을 테니까.

    차원괴물 사태 이후 일본에는 더 많은 괴물과 던전이 나타나고 있었다.

    아마 다른 나라의 거점은 조만간 쉽지 않은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건 가디언스 거점도시 역시 피해갈 수 없다.

    그러니 겸사겸사 일본에서 열심히 사냥을 할 계획이었다.

    백호는 일본에 남아 여전히 사냥 중이었다.

    세 번째 벽이 눈에 보일 정도로 다가와서 더 열심인 모양이었다.

    아무튼 파주에 도착한 강하진은 펼쳐진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지난번에 왔을 때만 해도 사방이 공사판이었는데, 어느새 대부분의 공사가 마무리 되고, 사람들이 잔뜩 모여들었다.

    저 멀리 새하얗고 웅장한 성이 우뚝 서 있고, 성의 양 옆에 높은 빌딩이 하나씩 서 있었다.

    그리고 그곳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건물들이 즐비하게 서 있었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이 정도 규모의 도시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대단하네······.”

    강하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홀린 듯 새하얀 성, 레이드로스 성을 향해 걸어갔다.

    가는 도중에 무수한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도시는 활기차고 깨끗했다. 그리고 사람들의 표정은 밝았다. 그들의 얼굴에는 두려움이나 긴장감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일본에 있는 가디언스 거점도시와는 좀 달랐다.

    그곳 역시 안전하긴 하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다들 약간의 긴장감을 안고 있었다.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곳이었으니까.

    그래도 아직 도시 안에서 사고가 난 적은 한 번도 없기에 언젠가는 그들 역시 이곳에 있는 사람들과 비슷한 표정을 갖게 될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야지.’

    강하진은 그런 생각을 하며 성큼성큼 걸어갔다.

    * * *

    오랜만에 가디언스의 핵심 멤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강하진은 윤경민과 명인혁, 그리고 김지혜와 이지영을 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왠지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들이 전부가 아니었다. 잠시 기다리고 있자, 황수영과 정아연이 들어왔다.

    이제 저 두 사람도 더 이상 외부인이라 할 수 없었다.

    거의 가디언스가 시작할 때부터 함께 하던 사이 아닌가.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강하진의 말에 황수영이 빙긋 웃었다.

    “우리보다는 강하진 씨가 더 고생하신 거 아니에요? 일본을 거의 혼자서 다 처리했다면서요?”

    “혼자 한 거 아닙니다. 일본에도 많은 분들이 도와줬습니다. 백호도 있었고요.”

    “아······ 백호. 백호는 요즘 어떤가요? 여전히 무시무시하면서도 귀여운가요?”

    무서우면서도 귀엽다는 말이 딱 맞는다. 백호를 보고 있으면 정확히 그런 생각이 들었으니까.

    “더 무서워졌습니다.”

    강하진의 말에 황수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녀도 예전에 비하면 상당히 강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백호와 싸우라고 하면, 이길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이제 머지않았다. 황수영은 씨익 웃으며 좌중을 둘러봤다.

    “저도 곧 일본으로 갈 거예요.”

    “예? 정말요?”

    다들 깜짝 놀라 황수영을 바라봤다.

    그러자 황수영이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던전 브레이커는 이제 제가 없어도 충분히 한국 정도는 커버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거든요. 가디언스도 있고.”

    그리고 윤경민도 도와줄 테고 말이다.

    물론 황수영이 이런 결정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던전 브레이커의 부 길드장 덕분이었다.

    조직을 통솔하는 능력이 황수영보다 위였다.

    강하진은 그런 설명을 구구절절 늘어놓는 황수영을 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회귀 전에는 윤경민이 황수영과 함께 했었다.

    한데 이번 생에는 또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물론 윤경민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던전 브레이커에 한정한다면 충분히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가진 사람이었다.

    ‘이런 걸 보면 타고나는 운이라는 게 정말 있긴 있는 모양이야.’

    물론 맹신하는 건 아니다. 만일 정말 그랬다면 황수영은 죽었어야 할 사람이니까.

    “저도 조만간 일본에 갈 건데.”

    갑자기 정아연이 그런 말을 툭 던졌다.

    황수영이 고개를 휙 돌려 정아연을 바라봤다.

    “왜요? 일본보다는 미국 쪽에 있어야 더 도움이 되는 거 아닌가요? 여러모로.”

    “오래 있을 건 아니에요. 슬슬 가디언스도 유통망을 확대할 때가 된 것 같아서요.”

    “A-마켓이 아니라요?”

    “곧 A-마켓에서 나올 거예요.”

    그 말에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아연은 A-마켓에서 상당히 높은 위치에 있었다. 그녀가 거기까지 올라가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지는 굳이 구구절절한 얘기를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한데 그런 곳을 대체 왜 나온단 말인가.

    정아연은 뭐라고 더 말하지 않고 강하진만 빤히 바라봤다.

    그러자 다들 고개를 휙 돌려 강하진을 바라봤다. 둘 사이에 뭔가가 있다는 걸 알아차린 것이다.

    “맞습니다. 제가 부탁을 드렸습니다. 이쪽으로 와 달라고요.”

    정아연이 빙긋 웃으며 부연설명을 했다.

    “최근 A-마켓 쪽으로 디펜더스의 자금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굳이 A-마켓에서 그런 자금을 받을 이유가 있나요? 왜 그런 선택을 했지?”

    “A-마켓의 이사 몇 명이 디펜더스에 붙었어요.”

    정아연의 말에 강하진이 설명을 덧붙였다.

    “제니퍼의 권속들이 작업을 제대로 한 모양입니다. 그 중 하나는 윌리엄의 권속이 되었고요.”

    그제야 다들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그런 상황에서 정아연이 무언가를 해본다는 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일단 시작을 일본에서 하려고요. 왠지······ 거기가 세계의 각축장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요.”

    그건 다들 동의하는 바였다.

    차원괴물을 소탕한 뒤로 차츰차츰 던전 생성 비율이 낮아지고 있었다.

    산업은 던전 위주로 빠르게 개편되고 있는데, 정작 원자재가 줄어드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무궁무진한 원자재가 쌓인 일본을 노리는 시선이 많아지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일본은 만만한 땅이 아니었다.

    그들은 결국 가디언스 거점도시로 올 수밖에 없으리라.

    정아연은 그걸 선점해 미리 유통 시스템을 구축해 놓을 계획이었다.

    “기대되네요. 저도 적극 협조하겠습니다.”

    윤경민이 눈을 번득이며 정아연을 바라봤다. 새로운 일거리가 생겨서 즐거운 모양이었다.

    윤경민은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

    “일단 포션 쪽은 순조롭게 개발이 끝났습니다. 단계적으로 시장에 풀 계획입니다.”

    거기까지는 다들 아는 얘기였다. 진짜는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디펜더스 소속이던 연구원들을 대거 영입했습니다.”

    그 말에 다들 깜짝 놀랐다.

    “그게 가능해요?”

    정아연이 놀란 눈으로 윤경민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건 정말로 놀랄만한 사건이었다.

    “디펜더스가 왠지 예전 같지 않더군요. 뭔가 집중력을 잃은 듯했습니다. 전 기회가 왔기에 그냥 낚아챈 것뿐입니다. 별로 어렵지 않았습니다.”

    “어떤 연구를 하던 사람들입니까?”

    “마력과 공학을 접목하는 연구를 하던 사람들입니다. 자료를 빼내지는 못했지만, 그분들 머릿속에 방대한 자료와 아이디어가 쌓여 있더군요.”

    가디언스도 그 분야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기에 상당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분들의 인맥을 동원해서 더 많은 연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잘 됐네요.”

    “문제는 보안과 안전입니다.”

    확실히 그 부분은 중요했다. 디펜더스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으니까.

    “가장 안전한 곳에 새 연구 단지를 만들도록 하죠.”

    그 말에 모두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딱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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