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서 레벨업-187화 (187/200)
  • < 아쉬와의 대결 1 >

    아쉬는 온몸이 그을린 채로 눈을 번득였다.

    더 이상 폭발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방심할 수는 없었다.

    처음 터진 폭탄이 제일 약했다.

    이런 폭탄이 계속 터진다면 아무리 자신이 강해도 버텨내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러니 더 이상 폭탄을 터트리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강하진을 잡으면 해결될 일이었다.

    내심 처음에 너무 방심했다는 자책감이 들었다.

    보자마자 바로 잡았어야 하는데, 자신이 겪은 고통 때문에 공포를 심어주고 싶어서 쓸데없는 말로 너무 시간을 끌었다.

    “옷 다 망가졌네. 쯧.”

    아쉬는 한동안 주위를 둘러보다가 더 이상 폭탄이 터지지 않을 것 같자, 그제야 자신의 상태를 확인했다.

    폭발 때문에 옷이 다 망가졌다. 곳곳이 불에 타서 뻥뻥 뚫렸고, 찢어진 곳도 여러 군데였다.

    피부에도 그을음이 잔뜩 묻어 몰골이 심각했다.

    하지만 아쉬는 그런 것에는 아예 신경도 쓰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건 자신의 몸 상태였다.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무지막지한 폭탄을 견딘 것치고는 괜찮았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강하진 쯤은 열 명이 한꺼번에 덤벼도 이길 수 있을 정도는 됐다.

    문제는 강하진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설마 그 지랄을 하고 도망친 거야? 하, 이거 진짜 어이가 없네.”

    아무리 둘러봐도 강하진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보이지 않는 게 전부가 아니라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내 감각에 안 걸려들 정도면 아예 여길 떠난 건데······.”

    아쉬의 감각은 수 킬로미터 밖에 떨어진 약한 괴물도 잡아낼 수 있을 정도로 날카로웠다.

    한데 그의 감각에 아무것도 안 걸려든다는 건 이미 이 근처에서 떠났다는 뜻이었다.

    “가만, 아무것도 안 걸린다고? 그럴 리가!”

    최소한 괴물들이라도 감각에 잡혀야 한다. 한데 아쉬의 감각 안에는 쥐새끼 한 마리 없었다.

    아쉬는 그제야 기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천천히 한 바퀴 돌면서 주변을 확인했다. 아까와 달라진 게 전혀 없었다.

    그것도 이상한 점이었다.

    그렇게 많은 마력폭탄이 터졌는데, 어떻게 바닥이고 뭐고 다 멀쩡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고 보면 아까 터진 폭탄들도 좀 이상하긴 해.”

    분명히 폭발하는 순간에는 처음 터진 폭탄과 비슷하거나 좀 못한 수준이었다.

    한데 막상 몸에 오는 충격은 두 배 이상이었다.

    “설마 모든 폭발력을 나한테 집중시킨 건가? 그게 말이 되나?”

    말이 안 될 건 없었다. 지금 이 기묘한 공간도 말이 안 되긴 마찬가지니까.

    아쉬는 자신의 감각이 완벽하게 차단되었다는 걸 이내 깨달았다.

    “설마 날 봉인시킨 거야? 여기에?”

    아쉬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흘렸다.

    고작 이런 걸로 자신을 잡아 놓을 수 있을 거라 여겼다면 오산이다.

    그걸 증명하기 위해 아쉬는 마력을 집중했다.

    콰아아아아!

    마력이 회오리치며 주변을 마구 할퀴었다.

    그 막대한 마력이 일제히 아쉬의 가슴으로 모여들었다.

    작은 점에 마력이 응축되었다.

    아쉬는 응축된 마력을 그대로 내질렀다.

    쩌어엉!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아쉬의 앞을 뭉개버리고 지나갔다.

    그리고 그 충격파가 고스란히 아쉬에게 몰려들었다.

    아쉬는 깜짝 놀라 다급히 마력을 끌어올렸다.

    꽈아아아앙!

    마력과 마력이 충돌하며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이번 폭발은 아쉬에게도 제법 충격을 주었다.

    아쉬는 입가에 흐르는 피를 거칠게 닦아내고는 다시 주위를 둘러봤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 * *

    강하진은 자신이 만든 봉인진 바깥에서 아쉬가 있는 쪽을 가만히 쳐다봤다.

    아쉬는 길길이 날뛰다가 이제 조용해졌다.

    아마 충격을 해소하려고 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냥 그렇게 둘 생각은 없었다.

    이 봉인진의 목적은 아쉬를 계속 가둬두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힘을 소모하게 만들고 데미지를 누적시키는 것이다.

    그러려면 저렇게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 계속 날뛰어야지.

    강하진은 봉인진 안으로 한 걸음 들어갔다.

    * * *

    아쉬는 숨을 돌리다가 갑자기 저 멀리 나타난 강하진을 발견하고는 눈을 크게 떴다.

    “너 이 새끼!”

    아쉬가 그대로 강하진을 향해 몸을 날렸다.

    엄청난 속도였다. 아쉬의 분노가 그대로 느껴졌다.

    강하진은 침착하지만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꽈르르릉!

    막대한 전격이 일어나 아쉬를 향해 쏟아졌다.

    아쉬가 강하진을 발견하자마자 검을 휘둘렀는데도 아슬아슬하게 공격 타이밍을 맞췄다.

    아마 조금이라도 머뭇거렸다면 이번 공격은 허공을 갈랐을 것이다.

    꽈아앙!

    거대한 폭발과 함께 강하진이 뒤로 튕겨났다.

    그리고 아쉬도 마찬가지로 튕겨났다.

    아쉬는 그 점을 믿을 수 없었다.

    어떻게 동수를 이룰 수 있단 말인가. 고작 강하진과 말이다.

    “으아아아!”

    아쉬가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강하진이 보이지 않았지만 상관없었다. 이렇게 힘을 발산하다보면 이 봉인이 깨질 테니까.

    고작 이런 봉인이 자신을 가둬놓을 수 있을 리 없었다.

    꽈과과과과광!

    거대한 폭발이 무수히 일어났다.

    그리고 강하진은 봉인진 밖에서 그 광경을 무심한 눈으로 지켜봤다.

    방금 전의 일격은 정말 무시무시했다.

    대부분을 봉인진에 깔린 라파시드의 패턴이 받아서 왜곡하고 반사했지만, 일부는 강하진이 감당해야만 했다.

    한데 그 일부를 감당한 것만으로 내부가 뒤흔들렸다.

    “봉인진이 끝까지 견딜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

    강하진은 미친 듯이 발광하는 아쉬를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 * *

    김지혜의 검이 차원괴물의 콧구멍을 정확히 찔렀다.

    콰아아아!

    강렬한 마력의 소용돌이가 차원괴물 내부를 휘저었다.

    그렇게 마지막 차원괴물이 쓰러졌다.

    “후우우우.”

    김지혜는 검을 넣으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

    주변에 있던 가디언스 길드원들이 기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동안 다들 고생 많았어요. 이제 당분간은 좀 쉴 수 있겠네요.”

    차원괴물과 싸우느라 다들 정말 고생이 많았다.

    잠은 물론이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싸워야 할 때가 많았다.

    그래도 이렇게 차원괴물을 빠르게 잡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보아하니 균열이 많이 흔들린 것 같지는 않았다.

    던전이 나타나는 빈도가 평소와 비슷했다. 물론 차원괴물이 나오기 전보다는 좀 늘었지만, 이 정도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나은 상황이었다.

    차원괴물과 싸워서 좋은 점은 딱 하나뿐이었다.

    레벨이 정말 잘 올랐다.

    차원괴물은 차원을 찢고 나오느라고 막대한 힘을 소모한 상황이었다.

    그러니 실제로 가진 격에 비해 훨씬 약해진 것이다.

    원래라면 사냥이 불가능할 정도로 강한 놈을 무수히 사냥하고 다녔으니 레벨이 안 오르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다만, 다른 전리품을 얻을 수는 없었다.

    차원괴물은 죽으면 분해되어 사라진다. 지구에 남지 않고 차원의 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다.

    당연히 마석도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 얻을 수 있는 거라고는 오직 괴물과 싸웠던 경험과 레벨업뿐이었다.

    차원괴물의 약점이 아주 뚜렷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상대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 약점을 이용하는 것도 실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차원괴물은 바보가 아니었다. 나중에는 전술에 변화를 줘서 자신들의 약점을 최대한 감추기도 했다.

    아무튼 그런 싸움을 이어가다보니 실력과 레벨이 쭉쭉 늘었다.

    차원괴물과 싸우기 위해 전력을 다했던 가디언스는 이번 사태에서 아주 큰 성과를 얻었다.

    전체적인 전력이 급격히 상승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지휘관 자격을 획득한 사람들이 무수히 나왔고, 길드를 더욱 크게 확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다.

    문제는 일본이었다.

    가디언스는 일본을 오직 거점도시에 있는 각성자들에게 맡겨 버렸다.

    차원괴물을 상대하면서 얻을 수 있는 전리품이 없기에 그 부분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충분히 해주기로 약속했다.

    보상 액수가 워낙 막대했기에 다들 눈에 불을 켜고 차원괴물과 싸우기 위해 나섰다.

    김지혜는 딱 거기까지만 하고 일본에서 나왔다.

    100인의 핵심 가디언스 멤버를 모두 데리고서.

    다른 가디언스 길드원들도 대부분 일본에서 나올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면 일본 거점도시의 운영이 위태로워진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인원을 많이 남겨야만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절반 정도는 일본에서 빠져나갔다.

    그러니 지금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지 걱정이 되었다.

    ‘마스터가 일본에 있다고 했으니 큰 걱정은 없겠지만······.’

    하지만 김지혜는 왠지 모를 불안감이 들었다.

    일본에서 나와 차원괴물과 싸우기 시작한 이후로 모든 지휘는 윤경민이 하고 있었고, 연락 역시 윤경민을 통해서 하고 있었다.

    당연히 따로 정보를 찾아보거나 하는 일도 없었다. 윤경민이 주는 정보가 아니면 굳이 정보를 찾느라 시간을 쓰지 않았다.

    차원괴물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함이었다.

    그 덕분에 이렇게 큰 폭으로 성장했으니 후회는 없었다. 조만간 두 번째 벽을 넘을 수 있을 것 같으니 말이다.

    김지혜는 연락 담당 길드원을 바라봤다.

    “다른 지역은 어떻게 됐나요?”

    연락 담당 길드원이 전화를 아공간에 넣으며 밝은 표정과 목소리로 대답했다.

    “전부 끝났답니다. 이제 본부로 복귀하라는 지시입니다.”

    “그래요? 잘됐네요. 그런데 일본 쪽도 끝난 건가요?”

    김지혜의 물음에 길드원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쪽도 끝났습니다. 제일 빠르게 마무리 되었다고 하네요. 마스터가 직접 돌아다니면서 차원괴물을 박살 내고 다니셨던 모양입니다.”

    김지혜의 표정이 밝아졌다. 어쨌든 어려운 일이 잘 마무리 되었으니까.

    한데 그것도 잠시, 그녀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왜 이러지? 계속 불안하네.’

    그녀의 시선이 자신도 모르게 일본이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김지혜는 그렇게 그 자리에 서서 한참 동안이나 그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들 영문을 몰라 그런 그녀를 멍하니 지켜봤다.

    * * *

    차원괴물과의 싸움이 이어지는 동안 강하진의 일과는 굉장히 단조로웠다.

    아공간에 음식과 생필품을 가득 채운 다음, 일본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차원괴물을 사냥했다.

    가디언스의 거점도시와 가까운 곳은 도시의 각성자들이 차원괴물을 처리할 수 있었기에 그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을 중심으로 차근차근 범위를 넓혀가면서 차원괴물을 소탕했다.

    그리고 하루에 네 번 봉인진을 확인했다.

    아쉬를 가둬둔 봉인진은 볼 때마다 위태롭게 흔들렸다.

    강하진은 매번 갖은 방법을 동원해 봉인진을 보강했다.

    처음에는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만일 잘못 건드렸다가 봉인진 자체가 와해되면 수습이 불가능해진다.

    하지만 이대로 방치해도 결국 봉인진이 깨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서 봉인진 보강을 시도했다.

    최대한 안전한 방법을 동원해서 간신히 보강에 성공했는데, 보강 자체가 하루도 지나지 않아 깨져 버렸다.

    그나마 봉인진은 튼튼해서 안전했지만, 그 일로 인해 확신했다. 이대로 두면 봉인진이 깨질 거라고.

    그 뒤로 강하진은 틈 날 때마다 봉인진을 찾아와 깨진 보강을 되살렸다.

    그렇게 이틀 정도 이어지자, 보강 작업의 숙련도가 늘어나면서 라파시드의 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자연스럽게 더 안전하고 확실한 보강이 가능해졌다.

    그 뒤로는 하루에 네 번만 보강하면 봉인진을 유지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러는 와중에도 봉인진 자체에 쌓이는 데미지가 계속 누적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여기서 더 실력이 늘어나고 봉인진을 강화할 수 있다고 해도 결국은 부서질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이후의 일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는가.

    강하진은 봉인진 근처의 괴물들을 싹 정리한 다음, 다시 봉인진으로 가서 확인해봤다.

    꽝! 꽝! 꽝! 꽝!

    지치지도 않는지 봉인진 안쪽에서 끊임없이 굉음이 들려왔다.

    하지만 분명히 많이 지쳤을 것이다. 또한 분명히 피해도 입었을 것이다.

    이 봉인진은 그저 단순히 아쉬의 움직임을 제한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 아니었다.

    내부에는 충분히 아쉬에게 타격을 줄 수 있을 만한 장치가 잔뜩 마련되어 있었다.

    아쉬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그 모든 장치를 지금까지 모조리 피할 수 있을 리 없었다.

    파삭!

    강화가 깨졌다.

    꽝! 꽝! 꽝! 꽝!

    봉인진이 거세게 흔들렸다.

    강하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슬슬 봉인진도 한계에 도달했다.

    ‘과연 내가 아쉬를 이길 수 있을까?’

    강하진은 냉정하게 자신의 상태를 점검했다.

    이번 차원괴물 사태를 겪으면서 레벨을 잔뜩 올렸다.

    그래도 아직 세 번째 벽을 넘지는 못했다.

    일본에는 다른 지역보다 차원괴물이 훨씬 많이 나타났다. 그 차원괴물의 대부분을 강하진이 처리했는데도 아직 세 번째 벽까지 가는 길은 요원하기만 했다.

    ‘정면대결로는 승산이 없어.’

    그러니 저 봉인진이 깨지기 전에 저 안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저곳은 강하진에게 유리한 전장이니까.

    강하진은 봉인진을 강화했다. 이번에는 그동안 했던 강화들보다 훨씬 정교하고 튼튼했다.

    심지어 그 영향력이 봉인진 내부로 침투했다.

    강하진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그리고 봉인진 안쪽으로 성큼 발을 들였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