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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174화 (174/200)

< 다시 일본으로 2 >

강하진은 백호와 따로 움직였다.

김지혜를 비롯한 100인의 가디언스가 거대 던전을 닫으러 가면, 거점도시의 힘에 큰 공백이 생기게 된다.

이미 거점도시를 원격으로 관리하고 있는 윤경민에게 알려서 대비하도록 했지만, 그 커다란 힘의 공백을 메우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강하진은 그걸 조금이나마 메워줄 생각이었다.

일단 거점도시 근처의 괴물을 싹 정리해 버렸다. 그건 백호에게 맡겼다.

백호는 안개를 다룰 수 있는 힘이 있고, 그 안개에 자신의 힘을 투영할 수 있었다.

게다가 벼락의 비를 내릴 수 있는 스킬을 가졌다.

하나같이 다수의 약한 적을 상대로 엄청난 위력을 낼 수 있는 스킬들이었다.

거점도시 근처의 괴물들은 백호에 비하면 굉장히 약한 축이었다.

하지만 도시에 머무는 각성자들이 상대하기에는 충분한 괴물들이었다. 일부는 약간 버거울 정도로 강했고.

꾸준히 사냥을 하면서 마석을 구하고 레벨을 올리기 딱 좋은 괴물들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니 백호가 그 괴물들을 싹 쓸어버리면 당분간 불만이 쏟아질 것이다.

강하진은 그 부분은 윤경민이 적절히 잘 조절해 주리라 믿었다.

어차피 한 달 정도만 기다리면 그 불만이 쏙 들어갈 테니까.

아니, 오히려 그 일을 해준 가디언스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길 것이다.

도시 주변에 툭툭 튀어나온 여러 개의 거대 던전을 보고 있으면 반드시 그럴 것이다.

그때부터는 거대 던전에 들어가서 사냥하면 된다.

도시 주변을 청소한 덕분에 거대 던전에 집중할 수 있으니 오히려 잘되었다고 웃으면서 말이다.

물론 일본 전체의 상황을 안다면 쉽게 웃을 수만은 없겠지만.

어쨌든 백호는 그렇게 거점도시 주변의 괴물을 폭넓게 정리했고, 강하진은 더 먼 곳으로 나가서 몇몇 괴물을 찍어서 처리했다.

자잘한 괴물은 내버려두고 나중에 일이 터졌을 때 문제가 될 만한 괴물만 골라서 잡았다.

레벨이 높은 괴물이거나 특이한 스킬을 가져서 다른 괴물들과 함께할 때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하는 괴물들 말이다.

그렇게 제법 멀리까지 괴물을 정리했다. 총 5일의 시간을 투자해서 말이다.

강하진은 제이슨과 아쉬를 태운 배가 아직도 바다 위에 있다는 걸 확인했고, 그들이 곧 도착할 거라는 소식도 함께 전해 들었을 때, 하던 일을 마무리 했다.

그리고 그제야 백호를 만나 목적지를 향해 이동했다.

강하진의 목적지는 제이슨과 아쉬가 도착할 영국의 거점이었다.

* * *

제이슨은 배에서 내리며 눈살을 찌푸렸다.

“상황이 별로 안 좋군.”

제이슨에 이어 배에서 내린 아쉬가 피식 웃었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당연히 상관이 있지. 여길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데, 이 모양 이 꼴로 내버려 두라고?”

“그거야 자기들이 알아서 할 일이고. 우린 우리가 할 일만 하면 돼. 괴물만 정리하면 안정이야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거 아닌가?”

“그렇긴 하지.”

제이슨은 대충 대답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멀쩡한 건물이 하나도 없었다.

여기 오기 전에 가디언스의 거점도시를 촬영한 영상을 봤다.

그곳은 말 그대로 도시였다.

여기처럼 간이 막사나 컨테이너 박스들로 채워진 공간이 아니었다.

정말 제대로 된 고층건물이 즐비한 곳이었다.

그에 반해 여긴 너무나 허름했다. 그것도 모자라 막사나 컨테이너 박스들도 멀쩡한 게 별로 없었다.

다 어딘가 부서지고 찌그러지고 찢어져서 허름함을 배가시켰다.

두 사람 뒤로 디펜더스의 각성자들이 우르르 내렸다.

제이슨은 총 300명의 각성자를 데리고 왔다.

그들은 향후 이곳과 스페인 거점에 반씩 나눠서 머무를 것이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주변을 정리하고 거점의 안전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당연히 거점을 디펜더스 위주로 움직이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을 테고.

여러 가지 목적을 두고 데려온 각성자들이었다.

그렇기에 고르고 골랐다. 실력은 물론이고 디펜더스에 대한 충성심까지 뛰어난 각성자만 추렸다.

그것만으로는 모자라서 권속도 포함시켰다. 물론 제이슨의 권속은 아니었고 윌리엄과 제니퍼의 권속이었다.

제이슨은 아직도 쓸 만한 권속 적합자를 찾아내지 못했다. 몇 명만 더 찾으면 일이 한결 수월해질 텐데, 생각할수록 한숨만 나왔다.

그래도 아직 둘이나 되는 권속이 남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 두 권속은 그동안 하던 모든 일을 버리고 한국에 들어가 있었다.

그 두 권속의 임무는 한국에 있는 두 길드, 던전 브레이커와 가디언스를 감시하고 약점과 빈틈을 찾는 일에 매진 중이었다.

아직까지는 별다른 성과가 없지만, 참고 기다리다보면 괜찮은 정보를 뽑아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그런 생각을 하며 기지 안으로 들어가니, 패잔병이나 다름없는 몰골의 사람들이 보였다.

각성자와 군인이 섞여 있었는데, 군인이 좀 더 많았다. 하지만 애초에 여기에 온 군인의 수를 생각하면 몇 안 남은 셈이었다.

전부 괴물의 습격 때문에 죽거나 다친 것이다.

제이슨은 자신이 가장 먼저 뭘 해야 할지 파악했다. 일단 바닥을 친 자신감부터 되찾아주는 것이 우선이었다.

저대로는 제이슨과 아쉬가 아무리 주변 괴물을 싹 쓸어버려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뿐이니까.

제이슨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바로 알아차린 아쉬가 고개를 저으며 성큼성큼 걸어갔다.

“애들 관리는 네가 알아서 해. 난 그런 거에 흥미 없으니까.”

제이슨도 굳이 아쉬를 잡지 않았다. 아쉬가 여기 있어봐야 방해만 된다.

멀어져가는 아쉬의 등을 바라보던 제이슨에게 장교 한 명이 다가왔다.

이곳 기지의 책임자였다.

제이슨은 그를 보자마자 인사도 하기 전에 말했다.

“일단 전부 모아주시죠. 사기부터 끌어올려야겠습니다.”

제이슨의 말에 장교가 쓴웃음을 지었다.

“과연 이 상태에서 사기가 올라가겠습니까?”

“올라갑니다.”

제이슨의 자신만만한 말에 장교가 반신반의하면서 병사와 각성자들을 집합시켰다.

느릿느릿 모여드는 사람들을 제이슨이 차가운 눈으로 지켜봤다.

저런 놈들의 자신감을 찾아주는 데에 가장 좋은 건, 압도적인 힘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제이슨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었고.

* * *

제이슨이 영국 기지에서 병사과 각성자들의 자신감을 되찾아주는 사이, 아쉬는 기지를 벗어나 괴물이 득실거리는 일본 안쪽으로 향했다.

중간에 괴물을 다수 만났지만 그 어떤 괴물도 아쉬에게 덤벼들지 않았다.

아쉬는 자신의 존재감을 조금도 감추지 않고 자연스럽게 뿜어냈다.

그 존재감을 이겨낼 수 있는 괴물만 아쉬에게 다가올 수 있다.

수십 킬로미터를 이동하는 동안 그런 괴물은 한 마리도 나타나지 않았다.

아쉬와 제이슨이 굳이 일본까지 온 이유는 마르바스 때문이었다.

더 정확히는 마르바스와 협상을 하기 위해서였다.

두 사람은 이대로라면 아무리 발버둥쳐도 가디언스에 밀려나고 말 거라고 예상했다.

그만큼 가디언스의 힘은 상상 이상이었다.

사실 아쉬는 제이슨 일당이 자신을 깨웠을 때, 내심 비웃었다.

고작 이런 세상 하나 장악하지 못하고 밀려나서 자신을 깨웠다고 말이다.

하지만 막상 상황을 확인하고 나니, 그게 아니라는 걸 바로 깨달았다.

“역시 세상 그냥 망하라는 법은 없는 거지.”

만일 가디언스가 아니었다면 세상이 지금쯤 어떻게 되어 있었을까?

제이슨 일당에게 전 세계의 부와 명예가 집중되었을 것이다.

디펜더스는 차근차근 힘과 영향력, 기술력을 키워 크게 성장했을 테고.

그렇게 세계의 왕이 되기 위한 준비가 차근차근 진행되었으리라.

그리고 마지막에 마르바스와 동맹을 맺고 장기간의 안전을 확보했을 것이다.

지구를 목장처럼 이용하면서.

한데 그 모든 계획을 가디언스라는 길드 하나가 망가뜨렸다.

그래서 계획을 앞당겼다.

마르바스와 동맹부터 맺기로 한 것이다.

이 일을 계획하게 된 이유는 마르바스의 하수인 하나를 찾아냈기 때문이다.

그냥 하수인이 아니라 계약을 통해 마르바스에게 귀속된 인간이었다.

마르바스와 소통은 할 수 없어서 그놈이 가진 정보만 뽑아냈다.

그놈이 할 수 있는 건 미리 입력해 놓은 몇 가지 명령에 따르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효과는 상당했다.

마르바스가 입력한 명령은 지구에서 영향력 있는 인재가 되라는 거였으니까.

만일 다수의 사람이 그런 식으로 영향력 있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면 나중에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아쉬는 새삼 마르바스가 음흉한 마왕이라는 사실을 상기했다.

“하! 던전을 이용해서 하수인 제작 도구를 뿌리다니. 역시 보통 놈이 아니야.”

아무튼 그 마르바스의 하수인에게 얻은 정보가 바로 일본에 대한 거였다.

현재 일본은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였다.

아쉬는 그 이유를 이제 알고 있었다.

마르바스가 일본에 수작을 부려놨기 때문이다.

일본이 이렇게 망가진 이유도 전부 마르바스 때문이었다.

마르바스는 지구와 마계와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구축하고자 했다.

마르바스의 하수인이 품은 명령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었다.

지구와 마계와의 소통 통로를 뚫기 위해 마르바스는 강력한 전력을 보냈다.

그리고 [침식]을 통해 구멍을 뚫었다.

그 구멍 때문에 일본이 이렇게 불안정한 것이었다.

아쉬의 목표가 바로 그 구멍이었다.

이 넓은 일본 땅에서 구멍을 찾는 건 사실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마르바스의 하수인에게 뽑아낸 정보 속에 그 위치까지 나와 있었기에 찾는 데 별 문제는 없었다.

그저 조사만 좀 하면 된다.

그곳은 얼마 전 거대 던전이 나타났던 자리였으니까.

“이쯤인데······.”

아쉬는 서서히 속도를 줄이고 주위를 둘러봤다.

위성 지도를 통해 확인한 위치는 이 근처였다. 여기서부터는 이미 뚫린 구멍에서 흘러나오는 마계의 힘을 통해 알아내야 한다.

한데 아무리 감각을 집중해도 마계의 힘은커녕 변변한 시스템의 힘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뭐지? 정보가 잘못됐나?”

아쉬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만일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여기에 온 거라면, 이건 말 그대로 마르바스에게 농락당한 셈이었다.

아무리 마르바스의 하수인에게 뽑아낸 정보라고 해도 너무 무턱대고 믿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제대로 된 정보를 가진 하수인이 아니라, 더미 정보를 가진 하수인이 공존할 가능성을 간과했다.

“갑자기 짜증이 확 나는데?”

만일 여기서 아무것도 못 찾고 돌아간다면, 그 어설픈 하수인 놈을 절대 곱게 죽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 * *

강하진은 아주 먼 곳에서 아쉬를 살펴보고 있었다. 얼마나 먼 곳이냐 하면, 일본 위에 떠 있는 위성을 통해서 보고 있었다.

실제로 아쉬와 강하진 사이의 거리는 육안으로는 절대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멀었다.

하지만 강하진은 피부가 저릿저릿한 느낌에 크게 긴장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괴물 같은 놈이야.’

방송을 통해 아쉬를 확인했을 때도 보통 강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긴 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한데 이제 어느 정도는 알아냈다.

강하진은 오늘 아쉬의 압도적인 격을 확인했다.

적어도 지금의 강하진이 벽을 최소한 한 번 더 넘어야 좀 더 정확한 역량 차이를 알아낼 수 있을 듯했다.

새삼 레벨업에 대한 욕망이 들끓었다.

저런 괴물 같은 놈을 상대하려면 대체 얼마나 레벨을 더 올려야 할까?

그리고 저 놈보다 강할 것이 분명한 마르바스를 상대하려면 또 얼마나 더 레벨을 올리고 강해져야 할까?

‘그나저나······ 구멍 근처에서 서성이는 게 우연은 아니겠지?’

아쉬는 저기 있는 구멍을 찾고 있는 게 분명했다.

라파시드의 서를 이용해 꽁꽁 숨겨놨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벌써 구멍을 찾아서 저놈이 뭔가 수작을 부렸을 것이다.

‘분명히······ 마르바스가 여기에 통신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했었지?’

저 자리는 예전에 거대 던전이 나타났던 자리다. 아울러 페이크 던전이 있던 자리이기도 했다.

그 페이크 던전은 마르바스가 통신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보낸 던전이었고.

그렇다는 건 아쉬도 그 통신 시스템 때문에 여기 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복종의 팔찌가 갑자기 떠올랐다.

최근 의심스러운 자들을 몇 명 찾아냈고, 그들을 추적해 감시 중이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의심스러운 자를 찾고 있었다.

‘좀 더 신경을 써야겠어.’

강하진은 그런 생각을 하며 아쉬를 계속 관찰했다.

정면에서 싸우면 필패였다. 그러니 힘을 더 키울 때까지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싸워야 한다.

‘그래도······ 다수대 다수로 붙으면 우리가 이길 거야.’

강하진은 그렇게 믿었다. 자신에게는 버프가 있으니까.

과연 라파시드의 서가 만들어낸 은폐와 왜곡을 찾아낼 수 있을까?

강하진은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아쉬를 관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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