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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173화 (173/200)
  • < 다시 일본으로 1 >

    강하진의 원래 계획은 한국에서 처리할 일을 대충 처리한 다음 또 다른 균열이 있는 지역으로 의심되는 곳을 찾아가는 거였다.

    남극에서 힌트는 얻었다.

    그곳에 있는 디펜더스의 각성자들은 정확한 정보는 몰라도 눈치로 짐작하는 사항이 몇 가지 있었다.

    그걸 종합해보면 또 다른 균열은 사하라 사막이나 북극해, 아니면 호주 쪽에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그곳들을 하나씩 찾아다녀볼 계획이었다.

    원래대로라면 그랬다.

    한데 디펜더스 때문에 일본에 관심이 생겼다.

    디펜더스를 이끄는 제이슨과 윌리엄이 미래를 알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략적으로 던전을 이용한 마왕의 침공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아는 것이 분명했다.

    그들의 행보를 보면 앞으로 벌어질 일을 짐작해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 강하진이 중간에 끼어들지 않았다면 세상은 지금과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런 디펜더스이기에 현재 일어나는 거대 던전의 등장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걸 알고 있음이 분명하다.

    실제로 거대 던전을 공략하기는 하지만, 집착하지 않았다.

    조건이 맞지 않으면 과감하게 포기해 버렸다.

    아직 거대 던전이 많지 않았기에 각국 정부에서도 조건을 좀 까다롭게 책정하곤 했다.

    슬슬 양성하던 각성자들이 순조롭게 성장해서 레벨도 높아졌고 실력도 늘었기 때문에 그들로서도 딱히 아쉬울 게 없었다.

    자체적으로 거대 던전을 공략할 각성자를 동원하는 것도 가능해졌으니까.

    물론 다른 던전이 제법 많이 생기고 있기에 전력을 나누는 것이 좀 부담스럽긴 했지만 말이다.

    만일 앞으로 어떤 식으로 일이 흘러갈지 모르고 있다면 그런 조건을 대부분 수용해서 던전을 차지했을 것이다.

    아무래도 거대 던전에서 사냥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

    레벨 올리기도 수월하고, 강력한 괴물을 사냥해서 뛰어난 성질을 가진 사체도 얻을 수 있고, 운이 좋으면 좋은 아이템을 얻을 수도 있다.

    거대 던전에서는 그것들을 얻을 확률이 훨씬 높았다.

    그러니 욕심을 낼만 했다.

    하지만 앞으로 거대 던전이 더 많이 열릴 것이다.

    그때가 되면 굳이 피곤하게 조율하고 밀당을 할 필요도 없었다.

    다들 어떻게든 던전을 처리할 각성자를 유치하고 싶어서 애가 탈 테니까.

    거대 던전이 한두 개 나타난다면 기분 좋게 처리하면 된다. 시간을 좀 끌어도 되고.

    하지만 만일 다섯 개가 동시에 열린다면? 그걸 넘어서 10개 20개가 열린다면?

    나라가 발칵 뒤집힐 것이다.

    거대 던전이 하나라도 터지면 그 피해는 계산이 불가능할 정도로 막심할 테니까.

    그것이 지금 디펜더스나 가디언스가 굳이 애써서 각국 정부에 로비를 펼치지 않는 이유였다.

    그런 상황에 디펜더스는 일본에 집중하고 있었다.

    어찌나 강력하게 로비를 했는지 가디언스가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었다.

    물론 틈이 있다고 해도 그걸 비집고 들어갈 생각도 없었지만.

    아무튼 디펜더스가 굳이 일본에 집착한다면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강하진은 그 부분이 마음에 걸렸다.

    현재 알아본 바에 따르면 디펜더스가 벌이는 대부분의 활동은 윌리엄과 제니퍼가 주도해서 진행하고 있었다.

    스팬서는 한 발 뒤로 물러나서 디펜더스와 연계된 사업 쪽에 집중하고 있었다.

    DM을 이용해 포션 사업을 시작한 것도 그 중 하나였다. 그것 말고도 다양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제이슨과 아쉬는 뭘 하고 있을까?

    그 둘은 일본에 가기로 했다.

    물론 공식적으로 발표한 사항은 아니었다. 명인혁이 어렵게 알아낸 정보였다.

    그 둘이 함께 일본에 간다는 건 일본에 뭔가가 있다는 뜻 아니겠는가.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 좋은 일은 절대 아닐 것이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직접 일본에 가서 확인해 봐야지.

    예전 같으면 일본에 가기 위해 배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비행기가 뜬다.

    가디언스의 거점에는 공항이 있었으니까.

    반면 다른 나라의 거점으로 가려면 배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면 가디언스의 거점으로 가서 육로를 통하거나.

    일본에서 육로를 통해 거점 간의 이동을 하는 건 정말 미친 짓이었다.

    강하진이나 백호 정도의 강자가 아니라면 말이다.

    제이슨과 아쉬는 분명히 일본을 육로로 이동할 수 있을 정도의 강자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가디언스의 거점으로 올 일은 없을 것이다. 드러나선 안 될 테니까.

    ‘어쩌면 아직도 바다 위일지도 모르지.’

    강하진은 그런 생각을 하며 비행기에서 내렸다.

    어느새 일본에 있는 가디언스의 거점에 마련된 공항에 도착했다.

    * * *

    일본은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이었다.

    거대 던전이 계속 열리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일본에는 처음 거대 던전이 잔뜩 열린 다음에도 지속적으로 하나씩 거대 던전이 열렸다.

    현재 일본에는 거대 던전이 무려 30개나 있었다.

    아마 그것들이 제대로 터지기 시작하면 난리가 날 것이다.

    안 그래도 일반 던전들이 너무 많이 생기고 곳곳에서 터지는 바람에 괴물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그 상황에서 거대 던전까지 터지면 아마 다른 나라의 거점들은 포기하고 일본을 떠야할지도 모른다.

    ‘디펜더스가 로비를 통해 확보한 곳이 영국이랑 스페인이라고 했지?’

    미국 쪽의 거점은 미국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최근 디펜더스가 다시 활동을 시작하면서 미국 쪽 던전들이 대폭 줄어드는 바람에 각성자 수급에 여유가 생겼다.

    그 여유 각성자들을 전부 일본 쪽으로 돌려 버린 것이다.

    일본에 거점을 만든 나라들은 향후 일본이 각성자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땅이 될 거라는 믿음이 있기에 어떻게든 여길 유지하고자 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지원도 대폭 확대했다.

    영국과 스페인 역시 그래야 하는데, 디펜더스가 끼어들면서 거점의 지분을 양보하게 되었다.

    물론 그들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다.

    굳이 여러 나라의 거점을 내버려 둘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들을 직접 공격할 필요도 없다. 그들이 괴물을 막지 못하는 상황만 조성하면 끝난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언제 그런 일이 벌어져도 하나 이상할 게 없었다.

    방법이야 많다.

    괴물을 그쪽으로 몰아도 되고, 괴물이 습격할 때 방어하는 각성자들을 방해해도 된다.

    아무튼 지금 일본은 그런 상황이었다.

    일본은 굉장히 위험한 땅이었지만 모든 지역이 그런 건 아니었다.

    괴물의 밀도가 낮은 지역도 있고, 비교적 안정적인 지역도 있었다.

    하지만 일본에서 가장 안전한 땅을 찾으라고 한다면 단연 가디언스의 거점도시였다.

    가디언스의 거점은 이제 도시가 되었다.

    도시 내에도 던전이 열리곤 하지만,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 가디언스의 거점도시에는 언제나 많은 각성자들이 상주하니까.

    일반 던전의 경우, 보통 생성된 지 3시간이 지나기 전에 닫힌다.

    뉴타입 던전은 몇 시간 더 걸리지만 사람들이 느끼기에는 별로 다를 것도 없었다.

    워낙 빨리 닫히기 때문에 도시 내에서 던전을 보기가 어려웠으니까.

    도시 내부만 안전한 게 아니라, 도시 주변도 크게 위험하지 않았다.

    거점도시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탐색대가 항상 도시 주변을 감시하고 있었다.

    괴물을 발견하면 바로바로 사냥하고, 던전을 발견하면 도시로 연락해 던전을 닫는 각성자 부대를 파견한다.

    그 모든 시스템의 중심에는 100인의 각성자가 있었다.

    가디언스의 핵심 멤버였는데, 전부 1000레벨이 넘는 강자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들은 전부 1000레벨이 넘은 다음에도 일본을 떠나지 않았다.

    다른 곳보다 일본이 레벨업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었다.

    만일 가디언스에 인재가 모자랐다면 어쩔 수 없이 일본을 떠나 세계로 흩어져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가디언스는 인재 수급 문제로 발목이 잡힐 일은 없었다.

    가디언스는 세계적인 길드가 되었기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재능 넘치는 각성자가 줄을 서 있었으니까.

    강하진은 오랜만에 김지혜와 이지영을 비롯한 100인의 길드원을 만났다.

    다들 표정이 밝았다.

    1000레벨의 벽을 넘어서 그런 모양이었다.

    예전에는 이 중에 지휘관의 자격이 없는 사람이 섞여 있었는데, 이젠 전부 지휘관의 자격을 얻었다.

    강하진은 그걸 확인하자마자 바로 지휘관으로 업그레이드 시켜주었다.

    그리고 부여할 수 있는 최고 수준으로 승진까지 시켜주었다.

    지금도 전 세계에서 전투병사의 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었다.

    “정말 열심히 사냥하신 모양이군요.”

    강하진이 살짝 놀란 눈으로 말했다.

    보자마자 정보부터 확인했는데, 다들 레벨이 엄청나게 올라 있었다.

    그저 1000을 넘은 정도가 아니었다.

    100명 전부가 강하진보다 레벨이 높았다.

    물론 레벨이 높다고 해서 더 강한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대단했다.

    “레벨 올리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요.”

    김지혜는 그렇게 말하고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강하진의 품에 안겨 있는 백호를 바라봤다.

    “아직도 그 고양이는 못 이길 거 같네요.”

    강하진이 빙긋 웃으며 백호를 쓰다듬었다.

    “이 녀석도 열심히 먹고 다녀서요.”

    백호가 두 번째 벽을 넘지 못했다면 김지혜가 충분히 이길 수 있겠지만, 백호는 두 번째 벽을 넘은 것도 모자라 그 뒤로도 레벨을 제법 올렸다.

    그렇다고 해서 김지혜가 백호에게 무조건 질 것 같지도 않았다.

    강하진이 보기에 운만 따라준다면 김지혜가 백호를 이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압도하려면 아직 멀었지만.

    “그래도 이제 얼마 안 남은 것 같아서 기분은 좋네요.”

    김지혜가 기분 좋게 웃었다. 그러자 그녀의 뒤에 있던 나머지 길드원들 역시 비슷한 표정으로 웃었다.

    다들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그나저나 마스터께서도 일본에서 사냥을 하려고 오신 건가요? 요즘 전 세계에 거대 던전이 열려서 시끌시끌한 것 같던데.”

    “다른 나라에 있는 던전은 조율에 시간이 너무 걸려서 많이 포기했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닫은 던전이 제법 되던데요?”

    “그동안 쌓은 이미지와 관계가 있으니까요. 뭐······ 조만간 목에 힘주던 사람들이 허리를 숙이게 될 겁니다.”

    강하진의 말에 김지혜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럼 좀 곤란해지는 거 아닌가요?”

    김지혜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마스터 말씀대로라면 전 세계에 거대 던전이 훨씬 많이 나타나게 된다는 뜻인데······ 그럼 일본은 어떻게 될까요?”

    일본은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불안정하다. 그래서 던전도 많이 열리고 나타난 괴물도 돌연변이가 많다.

    강하진은 걱정 가득한 표정의 김지혜를 향해 씨익 웃어주었다.

    “그래도 자신 있으시죠?”

    김지혜가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그녀는 뒤를 돌아봤다. 그녀와 똑같은 표정을 지은 99명의 길드원이 보였다.

    강하진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쳐다봤다.

    이들이야말로 가디언스의 핵심이었다. 그러니 일본 쪽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것이고.

    “마스터의 예상은 언제쯤인가요?”

    김지혜의 물음에 강하진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글쎄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돌아가는 추세를 봤을 때······.”

    잠시 뜸을 들이던 강하진이 말을 마무리했다.

    “한 달 이내일 겁니다.”

    “한 달······!”

    생각보다 시간이 촉박했다. 김지혜가 생각하기엔 그랬다.

    “그 전에 최대한 거점도시 근처를 정리하고 싶습니다.”

    “정리는 지금도 충분히 하고 있지 않나요?”

    “제가 말씀드리는 건 거대 던전입니다.”

    거점도시 근처에 있던 거대 던전은 전부 닫았다. 하지만 더 멀리에 있는 거대 던전은 여전히 방치 상태였다.

    거대 던전을 닫는 데 걸리는 시간이 상당했기 때문에 거기까지는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이다.

    만일 더 멀리에 있는, 혹시나 터졌을 때 이쪽 도시에 위협이 될지 모를 던전들을 전부 정리하려면 거점도시의 운영이 굉장히 빡빡해질 것이다.

    그 부분 때문에 김지혜가 허락을 구하고 있는 것이다.

    강하진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건 좋은 일이니까.

    “그렇게 하시죠. 최대한 효율적으로 인원을 구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안전입니다. 아시죠?”

    김지혜의 입가에 따스한 미소가 맴돌았다.

    “그럼요.”

    대화가 마무리 되자, 김지혜가 길드원들을 이끌고 그곳을 나섰다.

    얘기가 나온 김에 서둘러 던전으로 가려는 것이다.

    강하진은 그런 김지혜의 뒷모습을 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럼······ 나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도움도 줄 겸 몸이나 좀 풀어야겠군.”

    강하진의 품에 안겨 있던 백호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번쩍 들며 눈을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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