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서 레벨업-172화 (172/200)
  • < 거대 던전의 등장 >

    남극에서의 일을 마무리 한 강하진은 레나트가 전해준 정보에 따라 두 군데의 유적을 더 얻었다.

    아주 가벼운 수준의 유적이었기에 등록했지만 큰 효과를 얻지는 못했다.

    그래도 유적을 등록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졌다.

    왠지 지구의 마력 흐름이 조금씩 안정되는 듯한 기분도 들었고 말이다.

    어딘가에 있을 또 다른 균열의 위치는 알아내지 못했다.

    제이슨은 남극으로 보내는 자들과 다른 곳으로 보내는 자들을 철저히 분리해서 관리했다.

    서로 정보를 주고받지 못하게 접점이 없도록 철저히 관리했다.

    또한 정보를 발설하지 못하게 비밀 유지에 굉장히 많은 신경을 썼다.

    남극에 있는 자들이야 앞으로 그 비밀을 지킬 이유가 없지만, 다른 곳에 있는 자들은 아직 제이슨의 정체를 모르니 철저히 디펜더스의 의도대로 움직일 것이다.

    ‘그리고 찾는다고 해도 그걸 어떻게 할지 아직 모르겠고.’

    남극에는 균열 조절기가 있어서 균열을 축소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곳의 균열은 어떻게 한단 말인가.

    균열 조절기가 하나 더 있으면 그걸 이용할 텐데, 없으니 그저 구멍을 막을 때처럼 힘을 되돌리는 정도가 강하진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래도 레나트에게 남극에서 얻은 유적 정보를 전부 넘기고 비슷한 유적을 찾아달라고 얘기했으니 운이 좋으면 균열 조절기를 또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남극의 균열이 노이스네미드와 연결되어 있으니, 아마 다른 쪽의 균열이 마르바스가 있는 마계와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그쪽이 더 위험하다. 그쪽을 제대로 막아야 마르바스를 막을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강하진은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요즘은 그런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제이슨이 왜 지구로 넘어왔을까?

    그건 자신들의 세상에 뭔가 문제가 생겨서 그런 거 아닐까?

    그게 아니라고 해도 문제다.

    그쪽 세상이 멀쩡한데도 제이슨 정도의 강자가, 그리고 그런 제이슨보다 훨씬 대단한 힘을 가진 아쉬 같은 놈들이 지구로 왔다는 건, 대체 무슨 일일까?

    침공의 첨병으로 왔거나, 아니면 그쪽 세상이 망해서 도망쳐 온 것이 아닐까?

    만일 그렇다면 그쪽 세상의 균열로 인해 던전이 생성되면, 그 무시무시한 괴물들이 넘어올 수도 있지 않겠는가.

    “점점 일이 복잡해지네.”

    강하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중얼거렸다.

    마르바스의 침공도 막아야 하는데, 디펜더스도 견제해야 하고, 또 어디 있을지 모를 균열도 찾아야 한다.

    몸이 몇 개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하진은 한국으로 돌아와 새로운 유적에서 촬영한 사진과 영상, 그리고 몇 개의 유물을 레나트에게 넘겼다.

    레나트는 요즘 새로운 유적을 찾아내는 일에 푹 빠져 있었다.

    자신이 직접 가보지는 못해도 강하진을 통해 간접적으로 유적을 찾아낼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즐거웠다.

    그리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 모든 유적에 한 번씩 방문해 보는 것이 레나트의 새로운 꿈이자 목표였다.

    그러려면 가디언스가 더욱 강해져야 하고, 자신이 더 많은 유적을 찾아내야 한다.

    그래서 매일 자신을 채찍질하며 연구에 매진하고 있었다.

    강하진은 레나트에게 정보를 주면서 10분 정도 인사를 겸한 대화를 나누고 윤경민에게 갔다.

    이제 가디언스는 굳이 강하진이 나서서 뭔가를 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굴러갔다.

    “마스터, 오셨습니까.”

    “얼굴이 많이 좋아졌네요.”

    “스킬이 성장해서 성능이 더 좋아졌습니다.”

    그 말에 강하진이 흠칫 놀랐다.

    “이제 회복에 수면 효과가 추가되었습니다. 8분의 수면으로 8시간 수면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되어서 시간 낭비가 줄어들었습니다.”

    강하진이 빤히 바라보자, 윤경민이 씨익 웃으며 자랑을 이어갔다.

    “함께 일하는 분들께 써먹어 봤는데, 효과만점이었습니다. 마스터도 한 번 써보시겠습니까?”

    “전 됐습니다. 나중에 필요할 때 말씀드리죠.”

    “자, 그럼 본격적으로 보고를 시작하겠습니다.”

    윤경민은 눈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일단 파주 쪽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나머지는 차츰 확장하면서 계속 공사를 진행하면 될 것 같습니다.”

    “잘 됐네요. 그럼 언제 그리로 들어갈 수 있습니까?”

    “입주는 지금 당장에라도 가능합니다. 숙소 공사도 끝났으니까요. 다만 성에는 아직 아무도 못 들어가고 있습니다.”

    강하진은 레이드로스 성을 떠올리며 빙긋 웃었다.

    그 성은 강하진의 허락이 없으면 출입이 불가능했다. 강하진은 공사가 끝난 이후, 본격적으로 파주로 길드 본부를 이전할 때 성을 개방할 계획이었다.

    레이드로스 성은 차지한 자리에 비해 내부 공간이 굉장히 넓었다.

    공간이 확장되어 있기에 겉으로 보는 것보다 수십 배나 넓었다.

    그리고 레이드로스 성은 기사와 마법사, 병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함부로 성에 들어가려고 힘을 쓰다간 죽을 수도 있었다.

    “그럼 성을 개방할 테니, 바로 옮기도록 하죠.”

    그 뒤로 앞으로 비게 될 건물의 사용에 대한 것과 파주에 조성된 가디언스 지역의 관리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논의했다.

    사실 논의라고 할 것도 없었다. 윤경민이 다 해놓은 것을 확인하는 정도였다.

    중간 중간, 강하진이 직접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이 섞여 있어서 그것만 결정하면 끝이었다.

    가디언스 본부 이전에 대한 얘기가 끝나자, 윤경민은 심각한 표정으로 디펜더스에 대한 사항을 꺼냈다.

    “디펜더스가 굉장히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아쉬라는 새로운 멤버가 엄청난 활약 중입니다.”

    윤경민은 아쉬의 활약상이 기록된 동영상을 태블릿에 몇 개 띄워서 보여줬다.

    그걸 확인한 강하진의 눈이 번득였다.

    확실히 대단한 실력이었다. 아쉬의 전투 스타일은 화려하고 강력했다. 동영상이 볼거리로 꽉 채워져 있었다.

    ‘이건 본 실력이 아니로군.’

    보여주기 위한 영상이었다. 전투 자체는 진짜지만, 강하진이 보기에 아쉬가 제대로 힘을 쓰면 저렇게 화려하게 움직일 필요도 없었다.

    몇 번 번득이는 것만으로 모든 괴물을 뭉개버릴 수 있을 테니까.

    ‘직접 만나도 정보를 확인할 수 없겠지?’

    제이슨이나 제니퍼와 같은 세상 출신일 테니 당연했다.

    “그래서 상황은 어떻습니까?”

    “그래도 역시 우리 쪽이 우세합니다. 아무리 애써봐야 우리가 기존에 쌓은 이미지를 단숨에 역전하는 건 쉽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조금씩 따라잡히고 있는 건 확실합니다.”

    가디언스도 열심히 활동 중이긴 하지만, 임팩트가 약했다.

    슬슬 제대로 된 임팩트를 한 번 보여줄 때가 되었다.

    그리고 아마 그건 디펜더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들이 가디언스를 넘어서려면 지금처럼 해서는 쉽지 않다.

    강력한 한 방이 필요했다.

    “일단 기존 관계가 좋은 나라 위주로 다수의 길드원을 파견해서 차근차근 영향력을 다지고 있습니다.”

    윤경민은 거기까지 말한 다음 디펜더스의 다음 행보를 예상했다.

    “아마 새로운 포션을 발표할 것 같습니다. 개발은 물론이고 양산 시스템도 확립한 모양입니다.”

    “그게 디펜더스가 첫 번째로 준비한 한 방이로군요.”

    “맞습니다. 우리도 적절히 대응하면 좋겠습니다.”

    윤경민이 괜히 저런 말을 하는 게 아니었다. 이쪽에도 충분히 대응할 패가 있었으니까.

    “우리 쪽 포션 개발 상황은 어떻습니까?”

    강하진의 물음에 윤경민이 씨익 웃었다.

    “1차는 끝났고, 2차와 3차는 진행 중입니다. 그것도 3개월 안에 마무리되리라 예상합니다.”

    “1차가 지금 디펜더스에서 발표하는 거랑 비슷한 수준이죠?”

    “일단은 그렇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우리는 좀 늦추는 게 어떻겠습니까?”

    “늦춘다고요? 그럼 후발주자 이미지가 강해질 텐데요?”

    “새로 개발한 공정을 시험 중입니다. 포션의 효율을 최소 10%이상 올릴 수 있다고 합니다.”

    강하진은 그 말에 깜짝 놀랐다.

    “10%나요?”

    “예. 저도 그 보고를 듣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이번에 새로 영입한 연구원 중 한 명이 낸 아이디어입니다.”

    정아연의 도움을 받아 영입한 다양한 인재들이 슬슬 적재적소에 들어가 활약을 시작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포션뿐 아니라 마력공학 역시 디펜더스에 크게 밀리지 않을 수도 있을 듯했다.

    “그럼 그렇게 하죠. 홍보 쪽은 우리가 더 위에 있으니 오히려 뒤에 발표하는 게 나을 수도 있겠군요.”

    “요즘 던전이 하도 많이 나타나서 각성자들 레벨이 대폭 올라간 상황이라 아마 10%의 효율이라면 대부분 우리 쪽을 선택할 겁니다.”

    윤경민은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는 가격도 더 싸게 내놓을 거니까요.”

    “가격을 더 싸게 할 수 있겠습니까?”

    “새로 개발한 공정이 성공하면 비용도 많이 낮출 수 있습니다. 포션의 효율만 높이는 게 아니라 재료 사용의 효율도 높이는 공정이라서요. 최소 15% 정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거라 예상 중입니다. 대량생산으로 들어가면 추가 절감도 가능하고요.”

    강하진은 놀란 눈으로 윤경민을 쳐다봤다.

    “이번에 한 방 제대로 먹여주죠.”

    윤경민의 악동 같은 미소에 결국 강하진도 피식 웃고 말았다.

    이제 가디언스와 디펜더스는 단순한 경쟁관계가 아니었다.

    가디언스의 핵심 인사들은 하와이 던전에서 제니퍼가 강하진을 죽이려 했던 일을 전부 알고 있었다.

    그들이 디펜더스에게 가지는 적개심은 상상을 초월했다.

    가디언스는 디펜더스와 관계된 일에서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목숨 걸고 임했다.

    그건 윤경민도 마찬가지였다.

    “포션 쪽은 그럼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그리고······ 최근 거대 던전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나왔습니까?”

    “현재 각 나라별로 한두 개씩 나타났다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하나도 안 나온 나라도 있고, 여러 개가 동시에 나타난 나라도 있긴 했지만, 평균적으로는 각각 한두 개였다.

    한국에도 하나가 나타났는데, 그건 던전 브레이커와 가디언스의 합동작전으로 벌써 닫아 버렸다.

    “일본에는 무려 12개의 거대 던전이 나타났습니다.”

    “그래도 거긴 별로 문제없죠?”

    “일단 우리 쪽 거점은 문제가 없습니다. 근처에 두 개의 던전이 나타났는데, 벌써 닫았다고 하니까요. 문제는 다른 나라의 거점들입니다.”

    “왜요? 거기서 또 우리한테 협조 요청을 했습니까?”

    지금 다른 나라의 일본 거점들은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았다.

    유지 자체는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훨씬 많은 지원을 받지 않으면 결국은 무너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아뇨. 디펜더스에 요청했습니다.”

    윤경민의 말에 강하진이 묘한 미소를 지었다.

    “디펜더스에 요청했다고요?”

    “예. 디펜더스가 그 부분에 대해 좀 로비를 강하게 한 모양입니다.”

    “뭐, 알아서 하게 두세요. 우리는 다른 나라에 나타난 거대 던전 쪽에 집중하죠. 길드원들 파견했죠?”

    “각 정부와 협의가 끝난 나라에는 보냈고, 그렇지 않은 나라에는 대기 중입니다.”

    보통 지부를 세운 나라의 경우 가디언스와 관계가 좋아서 별다른 잡음 없이 거대 던전 공략 허가가 떨어졌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역시 디펜더스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허가받는 데에도 시간이 좀 필요했다.

    “너무 로비에 의존하지 말고 협상이 지지부진하면 과감하게 포기하세요.”

    강하진의 말에 윤경민이 눈을 크게 떴다.

    “그래도 됩니까? 그러다가 디펜더스에 확 밀릴 수도 있습니다.”

    “지금이야 거대 던전이 고작 한두 개 나타났지만, 조만간 더 많은 던전이 열릴 겁니다.”

    “정말입니까?”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확실합니다. 아마 디펜더스 쪽에서도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을 겁니다.”

    “확실히······ 평소와는 좀 반응이 다르긴 했습니다. 일본 쪽에 개입하는 걸 제외하면 별다른 로비도 안 하는 것 같았으니까요.”

    “그러니 앞으로의 일에 대비하세요. 어쩌면 지금까지 나타난 것보다 훨씬 큰 던전이 나타날 수도 있으니까요.”

    “예. 알겠습니다.”

    그 뒤로 몇 가지 논의를 한 윤경민은 서둘러 돌아갔다.

    강하진은 혼자 남자, 태블릿을 통해 몇 가지 뉴스와 명인혁이 보낸 보고서를 확인했다.

    별다른 특이 사항은 없었다.

    하지만 강하진은 알 수 있었다. 이제 곧 특별한 사건이 벌어질 거라는 사실을.

    이제 조만간 세 번째 재앙이 찾아올 것이다.

    그 전에 약간의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긴 하지만.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