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서 레벨업-165화 (165/200)
  • < 첫 번째 벽 >

    벽을 넘어선다는 건 굉장한 일이었다.

    사실 강하진은 격의 상승은 경험해 봤다. 그때도 굉장했는데, 벽을 넘어설 때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지금은 마치 새로 태어난 기분이었다.

    기존에 쓰던 몸을 버리고 새 몸으로 갈아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동안 얼마나 능력치를 비효율적으로 쓰고 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사실 강하진은 각종 칭호와 스킬을 비롯해 레벨업 할 때마다 상승하는 능력치가 많았기 때문에 수치로 드러난 능력치는 웬만한 각성자가 1000레벨을 넘어도 절대 이뤄낼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능력치만 중요한 게 아니었어.’

    막상 경험해보니 격이 능력치보다 훨씬 중요했다.

    1000레벨이 될 때까지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능력치에는 한계가 있었다.

    한계를 넘어선 이후의 수치는 효율이 극도로 떨어져서 아무리 모아도 제대로 힘을 내기 어려웠다.

    그래서 지금 강하진은 그냥 격을 넘은 정도로 강해진 게 아니라, 그동안 비효율적으로 쓰이던 능력치를 제대로 쓸 수 있게 되면서 엄청나게 강해졌다.

    강하진의 시선이 옆에 있는 백호에게로 슬쩍 옮겨졌다.

    백호는 2000레벨이 넘어서 두 번째 벽도 넘었다. 거기에 강하진과 함께 계속 사냥을 해서 레벨도 제법 높았다.

    하지만 이제 강하진은 백호와 싸운다면 이길 자신이 있었다.

    고작 벽 하나 넘었을 뿐인데 그랬다.

    아마 여기서 두 번째 벽을 넘는다면 어떻게 될까?

    ‘아직 멀었어.’

    두 번째가 아니라 세 번째 벽도 넘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 다음에 있을지 모를 벽도 넘어야 한다.

    강하진은 고개를 돌려 거점이 있는 쪽을 쳐다봤다.

    이제 슬슬 돌아갈 때가 되었다.

    * * *

    강하진과 가디언스가 레벨업에 집중한 덕분에 일본 거점은 완벽하게 자리를 잡았다.

    일단 레벨이 높고 까다로운 괴물은 강하진과 백호가 모두 잡았다.

    나머지 괴물들은 가디언스가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다.

    가디언스는 김지혜와 이지영이 각각 50명씩 나눠서 이끌고 다니며 일본에 있는 괴물들을 닥치는 대로 사냥했다.

    그리고 강하진은 그들이 다니지 않는 곳을 위주로 돌아다니며 괴물을 싹 청소했다.

    일본이 워낙 넓기에 강하진과 가디언스만으로 모든 괴물을 정리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괴물의 밀도가 처음에 비하면 엄청나게 낮아졌다.

    일본에 가디언스가 마련한 거점은 확장을 반복해서 이제는 상당히 거대한 도시로 성장 중이었다.

    아직도 짓고 있는 건물이 많긴 했지만, 새로운 공법과 재료를 써서 공사 중이었기에 조만간 완공할 예정이었다.

    그 모든 곳이 가디언스의 관할이 되었다.

    윤경민은 가디언스가 일본에 진출하기 전부터 거점을 차지하기 위한 로비를 벌였다.

    그리고 그 결실을 맺었다.

    가디언스가 확보한 거점을 차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거기에는 일본에서 탈출한 신정부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아무리 그들이 일본을 버렸다고 해도 어쨌든 정부였고, 그들과 함께 하는 사람들은 일본 국민이었으니까.

    그들은 자신을 구해준 가디언스의 은혜를 잊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들이 가지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가디언스가 차지하는 게 낫다고 여겼다.

    물론 그로 인해 가디언스의 도움을 받아 구정부가 가진 자산 중 상당부분을 되찾을 수 있었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지만.

    아무튼 가디언스는 일본에 마련한 거점을 중심으로 이후 가디언스가 괴물들에게 되찾은 땅을 합법적으로 차지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

    괴물만 죽였다고 끝이 아니라 완벽한 방어 시스템을 갖춰서 안전을 확보해야 인정된다는 조건이 붙었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가디언스가 워낙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기에 일본 거점은 점점 더 발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날이 갈수록 일본 거점으로 오는 각성자가 늘어났다.

    아무리 주변 청소를 열심히 했고, 강하진과 가디언스의 핵심 길드원들이 일본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괴물을 사냥하고 다녔지만, 그래도 여전히 전 세계 어디보다 괴물이 많은 나라가 바로 일본이었다.

    그런 일본에서 한몫 단단히 잡아 보겠다고 오는 각성자가 많은 건 당연했다.

    최근 세계적으로 던전이 생성되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는 바람에 노는 각성자가 슬슬 늘어나는 추세였다.

    그들이 일본으로 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가디언스는 최근 일본 거점에 공항까지 짓고 있었다.

    드디어 항공을 통해 일본에 올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그리고 가디언스의 선례를 따라 일본에 거점을 마련하려고 준비하는 나라도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가디언스는 굳이 그들을 견제하지 않았다. 할 수 있으면 얼마든지 하라는 입장이었다.

    사실 조만간 강하진과 가디언스의 핵심 각성자들이 철수하고 나면 가디언스의 거점 이외의 곳에서는 다시 괴물들이 판을 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여러 군데의 거점을 만들고, 꾸준히 사냥을 하는 편이 안전을 위해서는 훨씬 나았다.

    강하진은 거점으로 돌아오면서 감각에 들어오는 괴물을 전부 사냥했다.

    거의 일본 한가운데를 관통하다시피 하며 이동했기에 사냥한 괴물의 수가 어마어마했다.

    그렇게 했는데도 정작 레벨은 많이 올리지 못했다.

    확실히 레벨이 1000을 넘었느냐 아니냐에 따라 레벨업 속도가 엄청나게 차이 났다.

    강하진은 벽을 넘으면서 백호의 감각을 엿볼 수 있게 되었다.

    벽을 넘으면서 백호와의 연결이 훨씬 단단해진 것이다.

    그래서 백호가 두 번째 벽을 넘었을 때 획득한 스킬, [감지]를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감지]가 정확히 어떤 스킬인지도 알아냈다.

    일단 괴물을 감지할 수 있고, 그 괴물이 어떤 속성을 가졌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벽을 넘은 괴물의 위치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고, 또 시스템의 힘이 응집된 곳이 감지 범위 안에 들어오면 알아낼 수 있었다.

    이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었다.

    시스템의 힘이 응집되었다는 건, 그곳에 과거의 잔재가 있을 확률이 높다는 뜻이었으니까.

    그리고 일본을 관통하다시피 하는 와중에 그런 곳을 한 군데 발견했다.

    벼락의 신전이라는 곳이었는데, 과거의 잔재이긴 하지만 생각보다 대단치는 않았다.

    시스템에 등록한 대가로 전격에 관한 속성력이 10% 늘었고, 전격과 관계된 공격 스킬의 공격력이 소폭 상승했다.

    얻은 건 변변치 않았지만, 강하진은 그걸 시스템에 등록하면서 굉장히 묘한 느낌을 받았다.

    아마 벽을 넘지 않았다면 전혀 못 느꼈을 것이다.

    그건 안정감이었다.

    과거의 잔재를 시스템에 등록한 순간 묘하게 주변이 안정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과거의 잔재를 등록한 다음 거점으로 돌아가는 내내 그 느낌을 곱씹고 또 곱씹었다.

    대체 이 느낌이 뜻하는 것이 뭔지 계속 신경이 쓰였다.

    딱히 정답을 찾지는 못했다. 하지만 안정감이 든다는 건 긍정적인 신호 아니겠는가.

    앞으로도 과거의 잔재를 열심히 찾아 등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거기까지 생각하니 레나트가 떠올랐다.

    그동안 자신이 발견한 모든 자료를 싹 넘겼으니 이제 슬슬 뭐든 결과가 나올 때가 되었다.

    강하진은 그런 생각을 하며 거점으로 들어섰다.

    가디언스의 거점은 철조망으로 빙 둘러싸여 있었다.

    전기가 통하거나 하게 만든 건 아니었지만, 각 기둥에 괴물이 다가오면 알 수 있도록 마력 감지 장치를 달아서 철조망 외부를 계속 감시했다.

    거점을 확장할 때마다 철조망 일부를 제거하고 기둥을 다시 박아야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었다.

    강하진이 다가가자, 철조망 안쪽에 세워진 감시탑 중 한 곳에서 각성자가 훌쩍 뛰어내리더니 다가왔다.

    그는 가디언스 소속 길드원이었다.

    “어? 마스터 아니십니까. 이제 사냥은 다 끝났습니까?”

    강하진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다 끝났습니다. 위험한 놈들은 정리했으니 당분간 가디언스가 어려울 일은 없을 겁니다.”

    길드원이 철조망에 달린 문을 열며 반색했다.

    “역시 대단하시군요.”

    강하진은 안으로 들어가 쫙 펼쳐진 공사의 현장을 슥 둘러봤다.

    공사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건물들이 상당히 많았다. 게다가 다들 굉장히 높은 고층 건물이었다.

    고작 몇 달 만에 이 정도로 대단한 도시를 만들어내다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강하진은 안쪽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완성된 건물의 수가 늘어났다.

    그리고 가장 안쪽, 항구에는 수많은 배가 떠 있었다.

    강하진은 그 항구를 비롯해 도시 전체가 보일 정도로 높은 건물로 향했다.

    그 건물이 바로 가디언스 일본 지사였다.

    * * *

    가디언스 일본 지사에는 거대한 수련장이 있었다.

    최상층에 만들어진 수련장이었는데, 특수한 물질을 잔뜩 써서 만든 특별한 자재를 이용해 만들었다.

    또한 가디언스에서 영입한 인재들이 머리를 맞대고 연구해서 개발한 공법에 의해 아주 특별한 힘이 깃들어 있었다.

    일단 웬만한 충격은 전부 흡수해서 외부로 방출해 버린다.

    유동훈은 강하진에게 라파시드의 패턴을 전수 받았는데, 당연히 그걸 전부 이해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저 흉내만 간신히 낼 정도였는데, 유동훈은 그것만으로도 눈이 돌아갈 정도로 대단한 성과를 우수수 쏟아냈다.

    이곳 수련장에 적용된 힘이 바로 그것이었다.

    흡수를 이용해 충격을 흡수하고 왜곡과 반사를 이용해 그걸 외부로 방출해 버리는 말도 안 되는 일에 성공한 것이다.

    물론 한계 출력이 있어서 지나칠 정도로 강력한 충격은 전부 흡수할 수 없어서 데미지로 남았지만, 그런 데미지는 다른 방법으로 견뎌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지금 유동훈이 연구하고 있는 건 그렇게 흡수한 충격을 외부로 방출하지 않고 다시 내부로 돌려서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거라고 하니, 나중에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다들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기대 중이었다.

    아무튼 그 수련장을 김지혜와 이지영을 비롯한 가디언스의 핵심 멤버들이 이용하고 있었다.

    100명 전부가 이용하는 건 아니고, 정작 여기 있는 사람들은 12명이 전부였다.

    나머지는 아직도 사냥 중이었다.

    100명의 가디언스는 생각보다 빠르게 레벨을 올렸다.

    그리고 그 중에서 12명이 벽을 넘었다.

    1001레벨에 도달한 것이다.

    벽을 넘은 사람들은 강하진의 조언에 따라 이곳에 와서 힘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곳 일본은 가디언스에게 있어서 정말 대단한 기회의 땅이었다.

    사실 이 정도로 높은 레벨의 각성자가 빠르게 레벨을 올릴 수 있을 만한 곳을 찾는 건 정말 어려웠다.

    하지만 일본에는 레벨이 높은 괴물이 정말 많았다.

    물론 벽을 넘은 괴물들은 강하진과 백호가 싹 잡았지만, 아마 시간이 지나면 다시 나타날 것이다.

    다들 그렇게 믿었다.

    실제로 최근 벽을 넘은 괴물이 하나 나타나기도 했고.

    그 괴물은 벽을 넘은 가디언스가 몰려가서 단숨에 잡아 버렸다.

    어쨌든 그런 상황이니 가디언스의 일본 거점이 얼마나 중요하겠는가.

    100명의 가디언스는 전부 벽을 넘기 전에는 일본을 떠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벽을 넘은 사람들은 이렇게 거점도시에서 힘에 적응하며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했다.

    한바탕 힘을 쏟아낸 김지혜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러자 이지영이 슬그머니 다가가 옆에 앉았다.

    “언니, 소식 들었어요? 영국에서 일본에 진출한대요.”

    “그래? 어디쯤에?”

    “우리랑은 멀리 떨어진 곳이니까 신경은 안 써도 될 거 같아요.”

    “영국 말고는 없고?”

    “미국이랑 독일도 진출한다고 하던데, 아직 진짜 움직인 나라는 영국뿐인가봐요.”

    김지혜가 눈살을 찌푸렸다.

    “영국이면 거기지?”

    이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디펜더스.”

    “이번에 진출하는 사람들이 디펜더스야?”

    “그건 모르겠어요. 그런데······ 아니라는 얘기가 있어요.”

    “디펜더스가 아니라고?”

    “뭐, 협력관계이긴 하겠죠. 어쨌든 영국이잖아요.”

    “디펜더스가 요즘 묘하게 조용한 거 같지 않아?”

    “그런 지 꽤 됐어요.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건지······ 설마 어디서 제대로 사고치고 있는 건 아니겠죠?”

    김지혜가 피식 웃었다.

    “사고를 치면 또 얼마나 치겠어. 괜찮을 거야.”

    물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왠지 불안했다. 이럴 때는 몸을 움직이는 게 최고다.

    “한 판 더 하자. 잡념을 날려야겠어.”

    “잡념 날리는 데 왜 날 이용해요?”

    이지영은 투덜거리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나 대련 준비를 했다.

    김지혜는 그런 이지영을 보며 빙긋 웃었다.

    그리고 이들이 말하던 디펜더스는 지금 사고를 치기 일보직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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