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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162화 (162/200)
  • < 이동요새 이노툴 2 >

    안으로 들어온 강하진은 일단 빛부터 뿌렸다.

    속성부여를 통해 아공간에서 꺼낸 검에 빛 속성을 씌우고 그걸 던져 괴물 내부의 벽에 던져 박았다.

    내부는 마치 살아있는 동굴 같았다.

    그것도 아주 거대한 동굴이었다.

    강하진이 던진 검이 벽에 박히면서 강한 빛을 뿌렸다.

    그 빛이 저 멀리서 해일처럼 밀려오는 진흙을 비췄다.

    강하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예상 밖인데?”

    강하진은 서둘러 달렸다. 일단 벽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단검을 여러 개 꺼내서 군데군데 박으면서 그걸 디디고 위로 쭉쭉 올라갔다.

    콰콰콰콰콰콰콰!

    귀를 멀게 할 것 같은 거대한 소리와 함께 진흙의 해일이 등을 스치고 지나갔다.

    강하진은 꿈틀거리는 천장에 붙어 바로 아래를 지나가는 진흙더미를 쳐다봤다.

    그 안에 괴물들이 섞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빨리 끝내야겠는데? 저놈들까지 나가면 일이 복잡해지겠어.”

    [블랙 스켈레톤 나이트]

    [레벨 : 1002]

    [체력 : 5000000, 마력 : 3000000]

    [지휘(P), 위압(P), 검술(P), 방패술(P), 깊은 어둠(A)]

    아까 나간 그놈들의 지휘관이었다.

    수는 몇 되지 않았지만 합류하면 굉장히 골치 아플 것이다.

    일단 지휘가 문제였고, 깊은 어둠은 대규모 버프 스킬이었다.

    블랙 스켈레톤이 500마리 정도 있고, 지금 진흙에 쓸려 나간 스켈레톤 나이트가 수십 마리였다.

    정확한 수를 세지는 못했지만 아마 10마리나 20마리당 하나씩 배치될 모양이었다.

    1000레벨이 넘는 놈이 하나만 끼어도 만만치 않을 판에 수십 마리가 추가되었으니 정말 위험해졌다.

    강하진은 천장에 붙은 채로 단검 두 개를 번갈아 박으며 안으로 쭉쭉 들어갔다.

    지금은 서둘러야 할 때였다.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니 해일처럼 밀려오던 진흙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그리고 조금 더 들어가니 아예 진흙이 보이지 않았다.

    바닥과 천장, 벽이 꿈틀거리며 그곳에 남은 진흙을 모조리 밖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그렇게 진흙이 아예 없는 공간이 서서히 늘어났다.

    참으로 신기한 광경이었지만, 그걸 보고 감탄할 시간은 없었다. 빨리 이 구더기 괴물부터 죽여야 하니까.

    이 괴물의 내부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모를까, 일단 들어왔으니 쉽게 죽일 방법이 있었다.

    마석을 찾으면 된다.

    아마 굉장히 거대한 마석을 품고 있을 것이다. 그 마석이 이 괴물의 심장이나 다름없을 테니, 그걸 제거하면 이 괴물도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강하진은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러면서 감각을 예리하게 가다듬었다.

    마석을 찾으려면 마력이 응집된 곳을 찾으면 된다. 지금 이 안에 흐르는 마력의 중심부에 바로 마석이 있을 것이다.

    강하진은 그렇게 마력의 흐름을 더듬으며 안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다가 문득 밖에 있을 가디언스가 떠올랐다.

    ‘여기 있으면 버프를 못 주는데······ 이거 곤란한데?’

    강하진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도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방법을 하나 찾아낸 강하진은 다시 안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 * *

    가디언스는 그야 말로 악전고투 중이었다.

    강하진이 준 버프는 끝난 지 오래였다. 그래도 한 번이라도 버프를 받았던 효과는 아주 좋았다.

    초반 전투, 버프가 유지되는 동안 블랙 스켈레톤을 100마리 넘게 잡았으니까.

    하지만 버프가 떨어진 순간부터 전투가 어려워졌다.

    그래도 아주 위험하지는 않았다. 전황은 팽팽했고, 이쪽에는 그래도 위험할 때 쓸 수 있는 포션을 잔뜩 보유하고 있었으니까.

    전투가 팽팽하긴 해도 아주 미세하게 가디언스가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느리긴 했지만 블랙 스켈레톤의 수가 꾸준히 하나씩 줄어들었다.

    군진이 가진 힘이었다. 군진은 이쪽의 방어와 공격을 비롯한 여러 가지 지표를 상승시키는 스킬이었다.

    물론 제약도 있지만, 그 제약이 바로 더 전투를 용이하게 만들어주는 효과를 가졌기에 충분히 쓸 만했다.

    그렇게 열심히 블랙 스켈레톤과 싸웠다.

    무려 981레벨이나 되는 괴물이다. 그런 놈들을 죽이니 가디언스의 레벨업에 가속이 붙었다.

    레벨이 계속 올라가니 전투가 아주 조금씩 수월해졌다.

    그러던 와중에 구더기 괴물의 꼬리에서 한 떼의 괴물들이 몰려왔다.

    마찬가지로 블랙 스켈레톤인 것처럼 보였다. 한데 다른 점이 있었다.

    굉장히 컸다.

    블랙 스켈레톤만 해도 3미터에 달하는 크기였는데, 저놈들은 그보다 최소 50센티미터는 더 컸다.

    그리고 들고 있는 검과 방패도 더 크고 뭔가 달랐다.

    문제는 그놈들이 나오자마자 드는 위압감이었다.

    움직임에 순간적으로 문제가 생길 정도로 정신적 압박을 받았다.

    그래도 가디언스는 그걸 이겨냈다. 적의 수가 고작 50 정도 늘어난 셈이었다. 충분히 이겨낼 수 있었다.

    그놈들이 전투에 합류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믿었다.

    한데 막상 그놈들이 끼어드니 예상했던 거랑은 너무나 달랐다.

    지금까지 중구난방으로 움직이고 공격하던 블랙 스켈레톤들 사이에 갑자기 질서가 생긴 것이다.

    전투가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힘들어졌다.

    심지어 새로 나타난 놈들은 훨씬 빠르고 강했다.

    가디언스가 속절없이 밀리기 시작했다.

    다들 당황했지만 그래도 이를 악물고 두려움을 떨쳐냈다.

    어떻게든 싸움을 이어가려고 애쓰고 또 애썼다. 하지만 아무리 애써도 패색은 짙어지기만 했다.

    그렇게 서서히 절망으로 물들어가려는 순간, 적의 뒤를 치는 일단의 무리가 나타났다.

    꽈드드득!

    말 그대로 돌격에 의한 완벽한 기습이었기에 스켈레톤 무리의 후미가 그대로 갈려 나갔다.

    가디언스는 새로 나타난 자들이 동료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들에게서 아주 익숙한 느낌이 들었으니까.

    그들은 전투병사였다.

    강하진이 요새의 병사를 소환한 것이다.

    아직 레벨이 높지 않아서 소환된 병사의 수는 고작 67명에 불과했지만, 그들 역시 상당한 레벨이었고, 군진을 쓸 수 있으며 여러 스킬을 쓸 수 있는 병사들이었다.

    어쨌든 기습을 통해 잠시 우위를 가진 병사들이 스켈레톤 무리를 그대로 돌파해 가디언스에 합류했다.

    김지혜는 이를 악물고 외쳤다.

    “할 수 있다!”

    그것은 스스로에게 거는 세뇌이기도 했다. 강하진이 올 때까지만 버티면 된다.

    그러면 이런 놈들 따위는 단숨에 박살 내버릴 테니까.

    다시 싸움이 이어졌다.

    여전히 힘들었지만, 그래도 아까처럼 절망적이지는 않았다.

    * * *

    강하진은 전투병사를 소환해서 보낸 다음, 계속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 굳이 천장에 매달려서 갈 필요가 없었기에 마석을 찾기 위한 감각을 활짝 열고 빠르게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마력이 짙어졌고, 흐름이 훨씬 명확해졌다.

    길을 제대로 찾은 것이다.

    거대한 동굴이 끝없이 이어졌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조금씩 동굴이 좁아지기 시작했다.

    동굴은 구더기의 소화 기관이었다. 그 안에 진흙이 가득하고 블랙 스켈레톤 같은 괴물이 가득했지만 말이다.

    “확실히 공간왜곡이 걸려서 그런 건지 넓긴 하네.”

    구더기 괴물의 내부는 정말 컸다. 지금까지 이동한 거리를 생각하면 구더기 괴물의 길이를 열 배 이상 상회한다.

    정말 어마어마한 공간이 안에 들어있는 셈이었다.

    한데 이렇게 큰 공간에 대체 왜 진흙을 그렇게 가득 채워왔을까? 괴물로 꽉 채워도 모자랄 판에.

    ‘아마 진흙을 이용해 시스템을 속인 거겠지? 일종의 편법일 거야.’

    강하진은 그렇게 추측했다. 또한 그 추측은 거의 정답에 가까웠다.

    구더기 괴물의 내부를 채우고 있던 진흙은 그냥 진흙이 아니라 특수한 가공을 통해 만든 진흙이었다.

    시스템이 구더기 괴물 내부를 다른 괴물로 인식하지 않고 진흙무더기로 인식하게 만들기 위한 장치였다.

    강하진은 서둘렀다.

    아무리 전투병사를 보냈어도 위험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상대는 레벨이 1000을 넘어가는 괴물들이었으니까.

    한참을 이동하니 저 멀리 새까만 광택이 흐르는 마석이 허공에 둥둥 떠 있는 광경이 보였다.

    강하진은 그 마석이 있는 위치가 괴물의 중심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게 긴 거리를 이동했는데 이제 고작 절반 들어온 것이다.

    “어마어마하네. 가진 힘을 전부 공간왜곡에 쓴 거 아냐?”

    강하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마석을 향해 다가갔다.

    정작 마석이 보이기 시작하자 서두르지 않았다. 왠지 그냥 마석만 달랑 있을 것 같지 않아서였다.

    구더기 괴물의 핵심이 바로 저 마석일 텐데 그걸 저렇게 방치할 리가 없지 않은가.

    아니나 다를까, 마석을 30미터쯤 앞에 두었을 때, 무언가 위에서 뚝 떨어져 내렸다.

    강하진은 걸음을 멈추고 그것을 확인했다.

    새까만 스켈레톤이었다.

    하지만 밖에 있는 블랙 스켈레톤들과는 좀 달랐다. 일단 키가 2미터도 되지 않았다.

    또한 뼈의 색이 그냥 검지 않고 묘한 광택이 흐르고 있었다. 마치 저 스켈레톤 뒤에 떠 있는 마석처럼.

    강하진은 이 스켈레톤이 저 마석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이놈이 바로 이 구더기 괴물, 이동요새 이노툴 그 자체였다.

    [블랙 스켈레톤 사령관]

    [레벨 : 2391]

    [체력 : 15000000, 마력 : 7000000]

    [동기화(P), 검술(P), 방패술(P), 고속회복(P), 위압(P)]

    가진 스킬은 아주 단순하고, 레벨은 구더기 괴물과 똑같았다.

    저 동기화라는 스킬 때문이었다.

    구더기 괴물과 동기화해서 구더기 괴물의 힘을 끌어 쓸 수 있었다.

    아마 레벨도 원래는 저 레벨이 아닐 것이다. 동기화 때문에 레벨이 저렇게 올라간 것이다.

    즉, 저놈은 블랙 스켈레톤 사령관이기도 하지만 구더기 괴물이기도 한 기괴한 존재였다.

    그리고 저놈을 죽이지 않으면 뒤의 마석은 건드릴 수도 없을 것이다.

    ‘저놈이 마석이랑 연결되어 있는 게 문제네.’

    아마 마석의 힘이 바닥나기 전까지 저놈은 절대 죽지 않을 것이다.

    스킬은 아주 단순했지만, 레벨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인 놈이었다.

    일단 두 번째 벽인 2000레벨을 깬 놈이니까.

    그래도 어쩌겠는가. 죽여야지.

    강하진이 먼저 달려들자, 스켈레톤이 방패를 들며 강하진의 공격을 가볍게 흘려내며 막았다.

    그때 어느새 스켈레톤의 뒤로 돌아간 백호가 그대로 점프하며 덮쳤다.

    캉!

    스켈레톤의 검이 물 흐르듯 움직여 백호를 쳐냈다.

    백호가 순간적으로 발톱을 세웠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분명히 어딘가 잘려나갔을 것이다.

    강하진의 검이 스켈레톤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백호가 스켈레톤의 다리 쪽을 공격했다.

    어설프게 점프 하다간 당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쩡! 쩡! 쩡! 쩡! 쩡!

    검과 검이 부딪힐 때마다 강렬한 마력의 파동이 주변을 휩쓸었다.

    -크아아앙!

    백호는 사생결단을 내려는 듯 맹렬히 공격했다.

    본능적으로 이 싸움에서 이기면 벽을 넘을 수 있다는 걸 알아차린 듯했다.

    아마 그럴 것이다. 이 구더기 괴물을 포식하면 백호는 분명히 크게 성장해 벽을 넘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거대한 괴물을 다 먹으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스켈레톤의 다리 부분에 백호의 공격이 연이어 작렬하며 계속 피해를 줬다.

    하지만 그건 극히 작은 부분이었다.

    스켈레톤은 마력을 돌려 백호의 공격을 계속 빗겨냈다. 그래서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이대로라면 장기전에 돌입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쪽의 필패였다.

    밖에서 싸우는 블랙 스켈레톤들이 변수로 작용할 테니까.

    시간이 지나면 가디언스가 전멸하고 블랙 스켈레톤들이 돌아올 것이다.

    그들까지 더해지면 절대 이길 수 없다.

    강하진은 이 싸움을 빨리 끝낼 방법을 고민했다.

    사실 답은 처음부터 나와 있었다.

    연결을 끊으면 된다.

    저 블랙 스켈레톤 사령관과 이동요새 이노툴의 마석 사이의 연결을 끊어버리면 끝난다.

    그렇다면 그 연결을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

    강하진이 떠올린 것은 라파시드의 서였다.

    거기에 있는 절단의 장을 이용하면 분명히 끊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패턴을 그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블랙 스켈레톤 사령관과 저 마석을 전부 감쌀 정도로 거대한 패턴을 말이다.

    그것도 이렇게 치열하게 싸우면서.

    원래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강하진은 이미 이보다 더 힘든 일을 해봤다.

    백호를 잡을 함정을 팔 때 말이다.

    무려 열 가지나 되는 라파시드의 서에 있는 모든 패턴을 동시에 그려내지 않았던가.

    물론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그때는 가만히 서서 그렸고, 지금은 움직이면서 그려야 한다.

    그때는 직접 마력을 움직이면서 그렸고, 지금은 상상력과 의념을 통해서 그려야 한다.

    뭐가 더 어려운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강하진은 지금 할 것이 더 쉽다고 여겼다.

    고작 절단의 장 하나만 새기면 되는 일이니까.

    동시에 열 개의 패턴을 새기는 건 그저 패턴을 새기기만 한다고 끝이 아니다. 무수한 변수를 지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때의 경험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아마 그게 아니었다면 지금은 시도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테니까.

    강하진의 몸에서 가느다란 마력의 실이 무수히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쩡! 쩡! 쩡! 쩡! 쩡!

    강하진과 스켈레톤의 검이 수없이 충돌했다. 데미지가 강하진의 몸에 꾸준히 스며들었다.

    하지만 강하진은 걱정하지 않았다. 이쯤이야 치료폭탄 한 방이면 말끔히 사라지니까.

    거대한 패턴이 그려지고 있었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패턴이. 또한 그 패턴은 순차적으로 그려지지 않았다. 거의 동시에 모든 부분이 조립되듯 맞춰졌다.

    강하진은 그 패턴을 그리며 라파시드의 서에 대한 이해가 한 층 더 깊어졌다는 걸 깨달았다.

    그동안 미처 이해하지 못하고 외우기만 했던 부분이 엉킨 실타래 풀리듯 술술 풀려나가며 지금 그리는 패턴에 반영되었다.

    이내 거대한 패턴이 완성되었다.

    강하진은 망설임 없이 블랙 스켈레톤 사령관과 이노툴의 마석 사이에 연결된 끈을 잘랐다.

    이노툴의 검격이 갑자기 흔들렸다. 급격히 낮아진 레벨에 적응하지 못한 결과였다.

    그리고 그 한 번의 빈틈은 처참한 결과를 불러왔다.

    꽈득! 꽈득! 꽈득! 꽈득!

    강하진이 휘두른 네 번의 검격이 블랙 스켈레톤 사령관을 조각냈다.

    그리고 백호가 달려들어 그렇게 쓰러진 잔해를 먹어치웠다.

    “후우.”

    강하진은 숨을 길게 내쉰 다음 허공에 둥둥 뜬 마석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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