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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161화 (161/200)
  • < 이동요새 이노툴 1 >

    강하진과 백호가 거대 던전에 들어가자, 김지혜를 선두로 100명의 가디언스 길드원이 그 뒤를 따랐다.

    던전에 들어가자마자 사람들이 느낀 건 황량함이었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는 분명히 위험한 무언가가 존재한다. 그것 역시 던전에 들어오자마자 느낄 수 있었다.

    던전을 가득 채우고 있는 마력이 굉장히 위협적이었으니까.

    “드론부터 날리죠.”

    강하진의 말에 길드원 몇 명이 준비한 드론을 날렸다.

    총 여덟 개의 드론이 여덟 방향으로 날아갔다.

    하늘 높은 곳에서 촬영한 영상이 실시간으로 전달되었다.

    강하진 앞쪽에 입체 화면이 구현되었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곳이네요.”

    강하진은 묘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말 그대로의 의미였다. 아무것도 없었다.

    산도 바위도 물도 없이 황무지만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던전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괴물도 없었다.

    드론이 날아가는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직선으로 날아가던 드론의 궤적이 약간의 곡선을 그리며 움직였다.

    사각이 생기지 않도록 궤적을 계산해서 움직이는 것이다.

    괴물이 이렇게까지 안 보인다는 건 괴물의 수가 적다는 뜻이었다.

    그러니 놓치고 지나가는 부분에 괴물이 웅크리고 있을 수도 있었다.

    “왠지······ 하와이 던전이 떠오르네요.”

    김지혜의 말에 강하진도 동의했다.

    “비슷한 느낌이네요. 어쩌면······ 하와이 때보다 훨씬 위험한 괴물이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던전이 크다는 것은, 안에 내포한 마력도 크다는 뜻이다. 즉, 그 마력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괴물이 존재한다는 얘기였다.

    이 정도 마력이 감당하려면 괴물의 수가 아주 많아야 한다.

    아니면 아주 강력하거나.

    괴물의 수가 많은 쪽이 훨씬 효율적이다. 마력을 낭비 없이 적용하니까.

    강력한 괴물이 존재하려면 흘리는 마력이 너무 많다.

    실제로 던전에 투자한 힘의 절반도 채 뽑아내지 못한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강한 괴물은 강한대로 나름의 가치를 갖는 법이다.

    백호가 그랬던 것처럼.

    사실 하와이 던전도 그 규모를 생각하면 고작 백호 정도의 괴물로 퉁 칠 수는 없었다.

    하와이 던전의 경우는 그 효율이 훨씬 낮았다.

    백호가 포식을 통해 다른 괴물을 잡아먹기까지 했으니까.

    포식은 던전을 통해 괴물을 보내는 것보다 효율이 더 떨어진다.

    “우리가······ 과연 그런 괴물을 이길 수 있을까요?”

    김지혜가 회의적인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당연히 이길 수 있습니다.”

    강하진은 마치 주머니 속의 동전을 꺼내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김지혜가 놀라서 강하진을 바라보자, 강하진이 그녀를 보며 씨익 웃었다.

    그녀는 문득 떠오른 생각을 불쑥 꺼냈다.

    “언제쯤이면 제가 저기 있는 백호를 상대로 이길 수 있을까요?”

    강하진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지금의 백호를 이기려면 한 가지 조건만 만족하면 됩니다.”

    김지혜가 놀란 눈으로 강하진을 바라봤다.

    “레벨이 1000을 넘으면 됩니다. 레벨 1001이 되는 순간, 김지혜 씨는 지금의 백호를 이길 수 있습니다. 다른 분들도 전부 마찬가지고요.”

    “예? 1001이요?”

    김지혜는 물론이고 그 얘기를 들은 다른 길드원들 모두가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 제 레벨은 고작 600도 채 안 되는데요?”

    레벨은 뒤로 갈수록 올리기가 더 어렵다. 그러니 아마 지금까지 걸린 시간보다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많이 올렸군요. 정말 열심히 하셨네요.”

    강하진의 담담한 말에 김지혜는 입을 다물었다.

    “나머지 레벨도 금방 올릴 수 있을 겁니다. 일본에 와서 둘러보셨으니 알겠죠? 여기 얼마나 위험한 괴물들이 많은지.”

    김지혜가 고개를 끄덕이자 강하진이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일단 던전부터 닫고, 당분간 일본에서 레벨업 좀 빡세게 하세요.”

    “그럴게요. 레벨 1001······ 거기에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가요?”

    강하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첫 번째 벽을 넘었다는 뜻입니다.”

    “벽이요?”

    “인간에게 허용된 한계레벨이 1000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예? 레벨에 한계가 있다고요?”

    “네. 보통은 1000레벨을 못 넘을 겁니다.”

    “그럼 우리는······.”

    “전투병사가 되었으니 첫 번째 한계는 비교적 쉽게 넘을 수 있습니다.”

    “아······!”

    나머지 길드원들도 드론이 보내주는 화면을 보면서 귀를 쫑긋 세운 채 두 사람의 대화를 듣다가 하마터면 탄성을 흘릴 뻔했다.

    “그러니 지금은 일단 레벨부터 올리세요.”

    김지혜는 문득 궁금해졌다.

    “백호 레벨이 몇이나 될까요? 계약하셨다고 하니 혹시 아시나요?”

    강하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1912입니다.”

    원래 처음 강하진을 만났을 때 1897이었는데 그 동안 15가 오른 것이다.

    물론 대부분은 얼마 전 사냥해서 포식한 흑표범으로부터 얻은 레벨이었다.

    김지혜가 기겁을 했다.

    “예? 몇이요?”

    “1912요.”

    다들 멍하니 백호와 강하진을 번갈아 바라봤다.

    레벨을 듣고 나니, 자신들이 왜 처음 백호를 만났을 때 그렇게 고전했는지 알 것 같았다.

    “레벨이 그렇게 높은데 고작 1001만 되어도 제가 이길 수 있다고요?”

    김지혜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강하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1912짜리를요?”

    “벽을 넘었으니까요. 레벨보다 그게 더 중요합니다.”

    처음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강하진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 표정은 금세 바뀌었다.

    강하진을 믿지 않으면 대체 누굴 믿는단 말인가.

    “어? 뭔가 있어요!”

    누군가의 외침에 강하진은 반사적으로 바닥에 펼쳐진 입체 영상을 확인했다.

    그곳에는 거대한 구더기 한 마리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다들 반사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구더기에 대한 거부감은 아무래도 본능적인 모양이었다.

    구더기는 앞뒤로 진흙을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었다.

    아니, 진짜 진흙인지 아닌지는 가까이 가서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모른다. 혹시 진흙을 가장한 독일 수도 있으니까.

    강하진이 손짓하자 드론을 조종하던 길드원이 몇 가지 조작을 했다. 그러자 드론이 하강했다.

    구더기의 모습이 더욱 자세히 보였다. 가까이서 보니 더 끔찍했다.

    온몸에 무수한 작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환 공포증이 있는 사람이 봤다면 아마 보자마자 기절했으리라.

    “아우, 징그러워.”

    이지영이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투덜거렸다.

    구더기 괴물은 드론이 아주 가까이 다가왔는데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찌나 큰지 구더기의 몸에 숭숭 뚫린 구멍에 드론이 들어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저 구멍에 가까이 접근해 보세요.”

    강하진의 지시에 길드원이 조심스럽게 드론을 조종했고, 드론이 구멍 가까이 날아갔다.

    구멍 안에서 벼락이 튀어나왔다.

    빠지직!

    드론이 작은 벼락에 맞고는 새까맣게 타 버렸다.

    화면이 흔들리다가 꺼져 버렸다. 드론은 당연히 추락했고.

    나머지 드론들은 다른 지역을 조사 중이었는데, 여전히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래도······ 이 던전 안에 있는 괴물은 저 구더기 한 마리인 모양이군요.”

    강하진의 말에 다들 얼굴이 창백해졌다.

    거대한 구더기와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질린 모양이었다.

    “일단 나머지 드론들은 자동으로 조사하게 두고 우린 이동하죠.”

    구더기 괴물과 싸우기 위해 출발했다.

    * * *

    [이동요새 이노툴]

    [레벨 : 2391]

    [체력 : 2억, 마력 : 1억]

    [공간왜곡(P), 영역구축(P), 침식(A), 독 안개 생성(A), 속성방출(A), 폭식(A)]

    강하진은 구더기를 보자마자 확인한 정보를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놈이 있어?’

    이 거대한 던전에 이놈 하나 달랑 있으니 당연히 강할 거라고는 예상했다.

    그래서 2000레벨이 넘는 건 이해했다. 그럴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체력이 2억에 마력이 1억인 건 금방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대체 2억이나 되는 체력을 언제 깎는단 말인가.

    보유한 스킬도 심상치 않았다.

    저 침식이라는 건 예전 첫 번째 재앙 때 나타났던 혼돈의 마물이 보유하고 있던 스킬이었다.

    그놈은 마르바스가 있는 마계와 지구 사이에 통로를 뚫으려던 놈이다. 바로 저 침식 스킬을 이용해서 말이다.

    영역구축은 개설한 통로를 안정시키기 위해 가진 스킬이었다.

    ‘그렇다면 공간왜곡은?’

    [공간왜곡]

    [일정 지역의 공간을 왜곡한다. 다양한 방식으로 이용이 가능하며, 한 번 결정된 방식이 계속 유지된다. 지금은 한정된 공간에 많은 물자를 축적하기 위해 사용했다.]

    강하진의 뇌리에 경각심이 솟아났다.

    ‘한정된 공간에 많은 물자를 축적한다고?’

    괴물이 쓸 물자가 어디 있겠는가. 있다면 같은 괴물뿐이다. 게다가 괴물의 이름도 이동요새 이노툴 아닌가.

    생각 이상으로 까다로운 놈을 만났다.

    아마 저 거대한 구더기 뱃속에 다른 괴물들이 함께 따라왔을 것이다.

    “괴물이 몰려올지 모르니까 대비하십시오.”

    강하진의 말에 가디언스가 무기를 쥐며 전투태세를 갖췄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구더기 괴물이 입을 크게 벌렸다.

    콰아아아아!

    막대한 양의 진흙이 쏟아져 나왔다.

    공간왜곡으로 확보한 공간에 진흙만 잔뜩 쌓아놓은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드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진흙 속에서 뭔가가 불쑥불쑥 튀어나왔으니까.

    키가 3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스켈레톤들이었다.

    새까만 뼈로 이루어진 특이한 스켈레톤이었다.

    [블랙 스켈레톤]

    [레벨 : 981]

    [체력 : 6000000, 마력 : 1000000]

    [고속회복(P), 검술(P), 방패술(P), 삼연격(A), 속성부여(A), 돌진(A)]

    “레벨 봐라.”

    아무래도 공간왜곡을 이용해서 저놈들을 품고 왔기 때문에 본래 올 수 있는 괴물의 수보다 더 많이 온 듯했다.

    스켈레톤의 수가 얼핏 보기에도 수백 마리였다.

    그런데도 계속 진흙 속에서 불쑥불쑥 솟아나고 있었다.

    문제는 저게 다가 아니라 구더기 괴물의 꼬리 쪽에서도 똑같이 진흙을 쏟아내고 있다는 점이었다.

    거기에서도 스켈레톤들이 튀어나오는 중이었고.

    “일단 저 스켈레톤들은 여러분이 맡아야 합니다. 할 수 있죠?”

    김지혜가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조건 해내겠습니다.”

    “버프랑 치료 지원은 되도록 하겠지만, 상황에 따라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염두에 두세요.”

    “네. 저희만 믿으세요. 마스터 근처로는 아예 가지도 못하게 꽁꽁 묶어놓겠습니다.”

    김지혜의 대답에 강하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백호를 쳐다봤다.

    백호와 이어진 계약의 끈을 통해 약간의 교감이 이뤄졌다.

    구더기 괴물은 어느새 모든 블랙 스켈레톤을 토한 다음 다시 꿈틀거리고 있었다.

    아마 저것이 침식의 과정이리라.

    철걱. 철걱. 철걱.

    스켈레톤들이 기묘한 소리를 내며 빠르게 진격했다.

    질서라고는 조금도 없는 돌진이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무서웠다.

    “그럼 부탁하죠.”

    강하진은 그렇게 말하고 백호와 함께 빠져나갔다.

    물론 가기 전에 버프 주는 걸 잊지는 않았다.

    강력한 버프가 가디언스를 휘감았다.

    그리고 가디언스는 즉시 전장의 함성을 내질었다.

    “하아아아압!”

    엄청난 기함과 함께 가디언스가 일제히 돌진했다.

    가디언스는 스켈레톤 무리와 달리 질서정연한 진형을 갖추었다.

    전투병사가 되면서 얻은 [군진]이었다.

    꽈아아아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블랙 스켈레톤 무리와 가디언스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강하진은 그곳에서 벗어나 백호와 함께 구더기 괴물, 이동요새 이노툴을 향해 달려갔다.

    “백호야, 얼른 끝내자.”

    블랙 스켈레톤의 수는 무려 500마리에 달했다.

    레벨이 거의 천에 육박하는 놈들이긴 했지만, 그래도 가디언스를 믿었다.

    평균 레벨이 500대 중반인 데다가 유동훈이 특별 제작한 장비를 갖추고 있었다.

    거기에 강화석을 통해 거의 풀로 강화까지 했고, 강하진의 버프가 깃들었다.

    전투병사가 되면서 얻은 힘도 있고, 전장의 함성까지 더해졌으니 아무리 레벨이 높은 블랙 스켈레톤이라고 해도 충분히 이길 수 있었다.

    다만 수가 너무 많다는 점이 문제였는데, 그것 역시 군진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최대한 빨리 이 구더기를 없애고 전투를 도와주는 편이 나을 것이다.

    “2억이나 되는 체력을 어느 세월에 다 깎지?”

    강하진은 질린 표정으로 일단 낙뢰부터 날렸다.

    꽈르릉! 꽈르릉!

    백호가 강하진이 노린 곳에 정확히 낙뢰를 내렸다.

    거기서 끝내지 않고 [벼락의 비]까지 썼다.

    꽈르르르르르릉!

    구더기 괴물이 워낙 거대했기에 무수한 벼락이 모조리 등판에 꽂혔다.

    “티도 안 나네.”

    체력이 깎이긴 깎였는데, 기본 체력이 워낙 커서 깎인 티가 나지 않았다.

    심지어 체력이 커서 그런지 차오르는 속도도 빨랐다.

    “아무래도 껍질이 두꺼워서 타격이 크지 않은 거 같은데?”

    아무리 체력이 많다고 해도 강하진의 낙뢰는 굉장히 강력하다. 거기에 백호의 낙뢰에 벼락의 비까지 맞았는데도 고작 이 정도라면 방어력이 굉장하다는 뜻이었다.

    강하진은 구더기 괴물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방법이 하나 있긴 한데, 정말 하기 싫었다.

    백호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강하진을 올려다봤다.

    마치 얼른 안 하고 뭐 하냐는 듯한 초롱초롱한 눈빛이었다.

    “알았다, 알았어. 하면 되잖냐.”

    강하진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빠지지지직!

    구더기 괴물의 온몸에 난 구멍에서 강력한 벼락이 튀어나왔다.

    마치 온몸을 벼락으로 휘감은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

    하지만 그 바로 옆을 달리는 강하진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강하진이 가진 스킬 [피뢰침] 때문에 전격 속성에는 거의 면역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렇게 벼락을 맞으며 열심히 달린 강하진은 구더기의 꼬리 부분에 도착했다.

    원래는 입으로 가려다가 그쪽에는 구더기의 눈이 있는 걸 아까 봤기에 뒤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꼬리가 활짝 열려 있었다.

    거기에서는 아직 남은 진흙이 꾸역꾸역 나오고 있었다.

    아마 뱃속에 있는 모든 진흙을 다 쏟아내기 전까지는 저러고 있을 모양이었다.

    “찝찝하지만 할 수 없지.”

    강하진은 꼬리를 통해 구더기 안으로 들어갔다.

    백호가 신 나서 그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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