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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160화 (160/200)
  • < 일본진출 2 >

    일본에 나타난 초거대 던전을 정벌하기 위해 결성된 일본 정벌대는 순조롭게 사냥을 이어갔다.

    그들은 일본에 도착한 지 일주일이 지날 때까지 오직 주변 정리에 매진했다.

    일본의 상황이 워낙 심각하기에 섣불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러는 사이 전 세계에서 보낸 지원대가 속속 일본에 도착했다.

    그들은 도착하자마자 깜짝 놀랐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일본은 괴물에 의해 망했기 때문에 멀쩡한 건물이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막상 오면 안 그렇기 때문이다.

    번쩍번쩍한 새 건물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고, 그 뒤로 한창 공사 중인 다른 건물들이 무수히 보이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각성자들이 머무는 막사도 굉장히 잘 조성되어 있었고, 시설도 아주 훌륭했다.

    이 정도면 웬만한 괴물 사냥 지역의 베이스캠프는 상대도 안 될 정도로 뛰어난 베이스캠프였다.

    아니, 그들이 보기에 여긴 베이스캠프라기보다는 도시에 훨씬 더 가까웠다.

    그들이 두 번째로 놀라는 건 도착하자마자 보급되는 장비를 받은 직후였다.

    평소에는 살 엄두도 못 낼 정도로 뛰어난 장비를 쓸 수 있었으니까.

    가디언스의 장비는 명품으로 유명하다. 그런 가디언스의 장비를 보급품으로 받았으니 어떻게 안 놀라겠는가.

    가디언스는 이곳을 제대로 된 도시로 키울 계획이니 뛰어난 장비를 각성자들에게 지급해서 안정적인 사냥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줬다.

    그것이 굉장히 큰 효과를 발휘해서 지금 건설 중인 도시를 중심으로 반경 수십 킬로미터 내에는 거의 괴물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들이 세 번째로 놀라는 건, 사냥을 나가서였다.

    상상 이상으로 사냥이 버거웠다. 괴물이 너무 강력했으니까.

    하지만 장비도 그렇고 함께 사냥하는 가디언스의 길드원들이 워낙 강해서 안전 문제는 별로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사냥에 성공하고 나면 얻을 수 있는 부수입이 워낙 쏠쏠해서 아무리 힘들고 위험해도 사냥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일본의 강력한 괴물들은 큼직한 마석을 품고 있었고, 그런 마석이 꾸준히 신체 곳곳을 자극한 덕분에 사체의 부산물 역시 굉장히 품질이 좋았다.

    그렇게 며칠 사냥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의문을 가지게 된다.

    ‘그럼 던전은 대체 언제 닫는 거지?’

    하지만 그들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던전 토벌대는 이미 그곳을 향해 출발했으니까.

    이들의 역할은 던전 토벌대가 던전으로 가는 길을 정리하고, 나중에 그들이 돌아올 장소를 지키는 일이었다.

    * * *

    “거리가 너무 멀어서 걱정이네.”

    김지혜가 근심어린 표정으로 중얼거리자, 옆에서 나란히 걷던 이지영이 빙긋 웃었다.

    “우리가 지금 누구랑 같이 있는데 그런 걸 걱정해요?”

    “하긴.”

    김지혜가 힐끗 시선을 돌려 좀 떨어진 곳에서 이동 중인 강하진을 바라봤다.

    강하진 앞에는 백호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꼬리를 꼿꼿이 세운 채 걷고 있었는데, 당장에라도 돌진할 것처럼 사나운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볼 때마다 섬뜩하지 않아요?”

    이지영의 물음에 김지혜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고양이보다 못하다는 자괴감은 덤이고.”

    사실 고양이가 아니라는 건 김지혜나 이지영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겉모습이 워낙 귀여운 아기고양이라서 가끔 예전에 백호와 싸우던 일을 잊곤 했다.

    하지만 저 귀여운 아기고양이의 본질은 구름호랑이가 피의 거인을 흡수하면서 탄생한 괴물이었다.

    아무튼 그런 괴물이 같은 편으로 함께하는데 거리가 멀어졌다고 걱정할 일이 어디 있겠는가.

    밤에 자다가도 괴물이 다가오면 눈을 번쩍 뜨고 달려가는데.

    현재 초거대 던전을 닫기 위해 가는 인원은 강하진을 제외하고 총 100명이었다.

    예전 러시아에서 거대 던전을 공략했던 바로 그 사람들이었다.

    거기에 백호가 추가되었다.

    예전 러시아에서의 경험을 떠올리면 고작 이 인원으로 과연 비슷한 수준의 던전을 닫을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때와 좀 다르다.

    다들 훨씬 강해졌다. 또한 전부 전투병사였다.

    거기에 백호까지 있다.

    김지혜는 억지로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된다고 생각해도 될까 말까인데,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있던 가능성도 날아가 버릴 것이다.

    그들은 빠르게 이동했다.

    괴물이 끊임없이 달려들었지만, 백호와 강하진이 있는 가디언스에게는 생채기 하나 낼 수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이동했을까.

    갑자기 온몸이 으슬으슬해졌다.

    “좀 추워진 거 같지 않아요?”

    이지영의 물음에 김지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추워.”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가디언스 전원이 추위를 느끼고 있었다.

    강하진이 걸음을 멈췄다.

    “좀 강력한 괴물이 오고 있습니다. 다들 조심하세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들 전투준비를 했다.

    잠시 후, 온몸이 새까만 흑표범 하나가 어슬렁거리며 다가왔다.

    흑표범의 눈이 살기로 번들거렸다.

    그들이 느꼈던 추위는 그 살기에 몸이 반응한 것이었다.

    흑표범이 가까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추위가 심해졌다. 이내 다들 몸을 덜덜 떨었다.

    강하진은 일단 버프부터 돌렸다.

    강력한 버프가 뿌려지자, 다들 확연히 안정되었다.

    더 이상 떠는 사람이 없었다.

    다가오는 흑표범의 정보를 확인했다.

    [검은 포식자]

    [레벨 : 1921]

    [체력 : 7000000, 마력 : 3000000]

    [살기방출(P), 위압(P), 전광석화(P), 고속회복(P), 단거리 순간이동(A), 마비(A), 절단(A), 포식(A)]

    굉장히 높은 레벨에 스킬은 단순했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한 놈이었다. 단거리 순간이동과 마비, 절단을 적절이 쓰면 아마 막아낼 수 있는 존재가 거의 없을 것이다.

    강하진은 긴장하며 말했다.

    “저놈 순간이동 씁니다. 조심하세요.”

    강하진의 말에 다들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그 순간 흑표범이 사라졌다. 순간이동 스킬을 쓴 것이다.

    -크와앙!

    백호가 포효하며 몸을 날렸다.

    꽈과광!

    백호와 흑표범이 엉키며 서로에서 발톱을 마구 그었다.

    흑표범이 순간이동으로 모습을 드러낸 순간 달려들어 그놈이 다른 데에 신경을 쓰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둘이 가까이에서 근접전으로 싸우니 명백히 백호가 밀렸다.

    백호의 몸에 상처가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백호는 혼자가 아니다.

    화아악!

    치료폭탄이 터졌다. 백호의 상처가 순식간에 아물었다.

    아쉽게도 백호에게 버프는 쓸 수 없었다. 괴물이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버프가 먹히지 않았다.

    그래도 치료라도 할 수 있는 게 어디인가.

    강하진은 백호와 흑표범이 싸우는 곳으로 빠르게 돌진했다.

    어느새 가디언스는 전원 뒤로 물러난 상태였다.

    하지만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 만일 흑표범이 순간이동을 통해 그들을 공격하면 막을 자신이 없어서였다.

    지금 흑표범과 백호가 싸우는 모습만 봐도 그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강하진의 검이 정확히 흑표범의 목을 찔렀다.

    그리고 그 순간 흑표범이 사라졌다.

    -크와앙!

    백호가 또 몸을 날렸다.

    흑표범이 이번엔 가디언스 각성자들을 노렸는데, 그들 역시 나름의 방어를 하고 있어서 간신히 막을 수 있었다.

    방어 스킬을 가진 사람들이 모든 마력을 방어에 쏟고 있었다.

    물론 그래도 절반 이상이 다쳤지만.

    화아악!

    치료폭탄이 터졌다. 죽지만 않으면 강하진이 무조건 살릴 테니 다들 가슴이 떨리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무섭지는 않았다.

    반면 강하진의 표정은 한껏 굳은 상태였다.

    이대로라면 언젠가 흑표범에게 당할 수밖에 없다.

    흑표범은 순간이동에 거의 제한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야 말로 사기 스킬이었다.

    이놈을 이기려면 순간이동을 잡아내야 한다. 마력이 아닌 시스템의 힘을 이용하는 스킬이었다.

    마력을 이용하는 스킬이었다면 아마 백호의 감각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강하진도 훨씬 쉽게 파악했을 테고.

    예전이라면 눈 뜨고 그냥 당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강하진은 싸움에서 한 발 떨어졌다. 차라리 길드원을 보호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해 길드원들 사이로 이동했다.

    그리고 백호와 흑표범의 싸움을 지켜봤다.

    그냥 보는 게 아니라 감각을 집중해서 살펴봤다.

    강하진이 노리는 건 딱 하나였다.

    눈에 마력까지 집중해서 살피니 서서히 움직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강하진은 시스템의 힘에 집중하면서도 타이밍을 파악했다.

    ‘지금!’

    정확한 타이밍에 [낙뢰]를 썼다.

    꽈르릉!

    흑표범의 정수리에 정확히 낙뢰가 꽂혔다.

    -크아아앙!

    순간 경직된 흑표범의 몸을 백호가 난자했다.

    콰지지지지직!

    흑표범의 몸에 무수한 상처가 생겨났다.

    물론 [고속회복]에 의해 빠르게 아물었지만, 피해는 분명히 누적되었다.

    또한 승기를 놓쳤기 때문에 백호에게 계속 공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흑표범의 선택은 아주 단순했다. 순간이동을 쓴 것이다.

    이번에는 가디언스가 모인 곳에서 좀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강하진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잡았어!’

    이제 다음 순간이동 순간이 승부처였다. 타이밍을 정확히 노려야 한다.

    강하진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흑표범과 백호의 싸움을 지켜봤다.

    싸움의 흐름이 다시 흑표범에게로 기울었다.

    하지만 흑표범은 그 상태를 그냥 유지할 생각이 없었다. 조금 전 강하진이 쓴 낙뢰는 흑표범의 경각심을 극도로 예민하게 만들었다.

    강하진 역시 그걸 알기에 슬금슬금 이동했다.

    조만간 쓸 스킬은 근처에 아무도 없는 편이 나았다.

    가디언스가 다칠까봐 이동하는 건데, 흑표범은 그렇게 여기지 않았다.

    자신을 기습하기 위한 기회를 포착하거나 혼란을 주려고 저러는 거라고 여겼다.

    그냥 당할 생각이 없는 흑표범이 또 순간이동을 썼다.

    강하진은 그 순간 아주 정확한 타이밍에 [천참만륙]을 펼쳤고.

    숙련도가 상당히 높아진 천참만륙은 천 번 이상의 검격을 전방에 쏟아냈다.

    [격류]가 발동하면서 강하진의 전방을 말 그대로 휩쓸어 버렸다.

    -크아아아앙!

    흑표범의 고통스러운 포효가 주변을 뒤흔들었다.

    순간이동으로 몸이 나타난 바로 그 순간 천참만륙이 들어오면서 흑표범의 몸을 만신창이로 만들어 버렸다.

    무방비 상태에서 당한 거나 다름없었다.

    거기에 격류로 만들어진 격렬한 마력의 흐름이 흑표범의 스킬 [고속회복]을 순간적으로 방해했다.

    어느새 돌진해온 백호가 흑표범의 목을 꽉 물어뜯었다.

    꽈드득!

    흑표범의 목이 절반이나 뜯겨 나갔다.

    하지만 그걸로도 흑표범은 죽지 않았다.

    이번엔 강하진이 나섰다.

    강하진은 흑표범에게 몸을 날리며 오직 잘라내겠다는 일념 하나로 검을 휘둘렀다.

    서걱!

    흑표범의 목이 깔끔하게 잘렸다.

    강하진은 온몸으로 들어오는 강렬한 마력의 흐름을 만끽하며 가만히 서 있었다.

    망막에 레벨업 메시지가 연달아 떠올랐다.

    그리고 백호가 느긋하게 다가가 흑표범의 몸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강하진은 더 늦기 전에 얼른 흑표범의 마석을 챙겼다.

    다른 건 몰라도 마석까지 백호가 삼키게 둘 수는 없었다.

    그리고 빠르게 흑표범의 몸을 스캔해 쓸 만한 부산물을 챙겼다. 백호가 남김없이 먹어치우기 전에 말이다.

    백호가 아쉬운 눈으로 강하진을 힐끗 바라봤지만, 이내 신경을 끄고 다시 먹는 데 집중했다.

    강하진은 들끓는 마력을 수습하며 가디언스 길드원들을 쳐다봤다.

    다들 너무 놀라 멍한 표정으로 강하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 * *

    흑표범 이후로는 상대하기 까다롭거나 레벨이 높은 괴물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저 적당히 강한 놈들만 나왔다.

    가디언스는 멘탈을 부여잡고 괴물들과 싸웠다.

    그렇게 계속 싸우다보니 레벨이 올랐고, 레벨을 몇 번 올리고 나니 서서히 바닥났던 자존감이 조금씩 차올랐다.

    덕분에 거대 던전에 도착했을 때는 평소의 컨디션을 되찾을 수 있었다.

    가디언스는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 충분히 쉬기로 했다.

    김지혜는 멍하니 던전을 바라봤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합니까?”

    어느새 다가온 강하진이 그녀 옆에 앉으며 물었다.

    김지혜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강하진을 바라봤다. 그러더니 쓴웃음을 지었다.

    “그냥······ 그 괴물처럼 무서운 놈이 나오면 어떻게 싸워야 하나 고민 좀 했어요.”

    “도망가면 됩니다.”

    “예?”

    김지혜가 깜짝 놀라 강하진을 바라봤다.

    “하지만 모든 괴물이 그런 사기 같은 스킬을 쓰는 건 아닙니다. 아마······ 순간이동 스킬만 아니었으면 다들 힘을 모아 분명히 이길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럴까요?”

    “틀림없이.”

    강하진이 어찌나 단호하게 말하는지 김지혜는 왠지 정말로 그럴 것만 같았다.

    “그러니 너무 걱정 안 해도 됩니다. 김지혜 씨는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강하고요.”

    김지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강하진을 바라봤다.

    강하진은 살짝 쑥스러운 표정으로 뺨을 긁적이고는 얼른 일어나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전 잠깐 눈 좀 붙여야겠습니다.”

    김지혜는 빠르게 멀어져가는 강하진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부드럽게 웃었다.

    왠지 마음이 좀 편해졌다.

    김지혜는 다시 던전을 바라봤다.

    아까와는 왠지 느낌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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