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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159화 (159/200)
  • < 일본진출 1 >

    강하진은 길드원들과 함께 일본에 도착했다.

    배를 이용해서 이동했는데, 일단 강하진과 가디언스를 주축으로 하는 각성자 1000명이 먼저 선발대 형식으로 왔다.

    이후 순차적으로 1000명씩 일본에 들어오기로 했다.

    초반에는 대부분이 각성자겠지만, 나중에는 각성자와 일반인을 절반씩 섞어서 보낼 계획이었다.

    일본 정벌의 전초기지를 만들어야 하기에 각종 다양한 자재를 비롯해 기술자도 함께 가기로 한 것이다.

    처음 시작이 중요하니 그건 강하진이 맡았다.

    강하진과 함께 온 가디언스의 인원은 총 500명이었다. 나머지 500명은 한국에서 지원한 각성자들이었다.

    해외에서 지원해 주기로 한 각성자들은 아직 대기 중이거나 바다에서 이동 중이었다.

    그리고 각 나라에서 이제 출발한 각성자들도 상당히 많았다.

    심지어 아직 지원자를 모집 중인 나라도 있었다.

    그들 전부를 기다릴 수는 없기에 적당한 인원이 모이자마자 가디언스부터 일본에 와버린 것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선발대로써는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아직 배를 항구에 대지 못했다. 항구에는 괴물이 득실거렸다. 저 괴물들을 전부 정리하기 전에는 배를 갖다 댈 수 없었다.

    예전 같으면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부터 헤엄을 쳐서 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강하진의 품에 있던 백호가 갑판 위로 폴짝 뛰어내렸다.

    백호의 몸 주위로 강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스킬 [돌풍]이었다.

    그 강력한 바람이 강하진을 허공으로 훅 띄웠다. 그리고 그대로 날려버렸다.

    마치 바람을 이용해 허공으로 냅다 던져버린 것 같은 모습이었다.

    강하진은 하늘을 훌훌 날아 항구에 가볍게 도착했다.

    그리고 그 위로 백호가 뚝 떨어졌다.

    -크워어어어!

    백호가 거칠게 포효하고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괴물을 향해 돌진했다.

    괴물이 주먹을 휘둘렀지만 백호는 발톱을 휘둘러 그것을 뒤로 흘려내고는 목을 물었다.

    꽈득!

    괴물의 목이 단숨에 꺾였다.

    꽈드득! 꽈드득!

    백호가 괴물을 씹어 먹기 시작했다.

    강하진은 그걸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서둘러 움직였다.

    넋 놓고 있다간 사냥감을 백호한테 다 빼앗겨 버릴 것이다.

    강하진도 가장 가까이 있는 괴물에게 달려갔다.

    이곳에 있는 괴물은 대부분 고릴라 비슷하게 생긴 놈들이었다. 다만 주먹이 머리통만 했다.

    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이름도 주먹고릴라였다.

    [강타]와 [괴력]스킬을 가진 놈이었는데, 몸놀림이 재빨라서 사냥하기 만만한 놈은 아니었다.

    레벨도 700대 후반에 형성되어 있었고.

    심지어 이놈들은 무리생활을 하는지 전투도 혼자하지 않고 서로 협동해서 싸웠다.

    하지만 강하진과 백호가 작정하고 나섰는데, 상대가 될 리 없었다.

    이제 강하진을 조금이라도 난처하게 하려면 레벨이 최소 1000을 넘겨야 한다. 벽을 넘지 않은 존재는 아무리 수가 많아도 강하진에게 위협이 될 수 없었다.

    강하진은 주먹을 붕붕 휘두르는 괴물의 공격을 가볍게 피하며 품으로 파고들었다.

    서걱! 서걱! 서걱!

    어느새 빼든 검을 휘둘러 주먹고릴라 한 마리를 썰어버린 다음, 근처에 다가와 협공을 하려던 두 마리 괴물의 목도 날려 버렸다.

    그러는 사이 백호는 두 번째 사냥감을 먹고 있었다.

    [포식]의 숙련도가 많이 늘었는지 이제 사냥감을 먹어치우는 속도가 많이 빨라졌다.

    강하진은 백호가 괴물을 먹는 모습을 힐끗 확인하고는 얼른 다음 사냥감을 노리고 달려갔다.

    그렇게 항구에 있던 주먹고릴라들이 전멸했다.

    * * *

    “백호라고 했나요? 그 괴물 정말 안전한 거 맞죠?”

    김지혜의 물음에 강하진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스템을 통해서 계약을 맺었습니다. 제가 죽지 않는 한, 위험할 일은 없습니다.”

    김지혜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백호를 힐끗 살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매번 백호를 볼 때마다 같은 대답을 들으면서도 항상 같은 질문을 했다.

    백호에 대한 기억이 얼마나 인상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백호가 이렇게 한 번 활약을 할 때마다 그걸 보는 사람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심각해졌다.

    자신들이 과연 백호와 싸워서 이길 수 있을지 가늠해본 것이다.

    당연히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이 섰으니 표정이 굳었고.

    그래도 백호는 강하진의 애완동물이었다. 그걸 두고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

    사실 안전만 확보된다면 정말 강력한 조력자니까.

    “자, 서두릅시다. 30분 후에 2차 원정팀이 도착한다고 하니 그 전에 주변정리는 끝내는 게 좋겠습니다.”

    강하진의 말에 각성자들이 서둘러 움직였다.

    항구의 상태는 별로 좋지 않았다.

    괴물의 서식지 중 하나가 된 장소였으니 제대로 남아난 건물이 없었다.

    건물 잔해부터 싹 치우고 바닥도 정리를 해야 비로소 베이스캠프를 세울 수 있다.

    다들 고레벨 각성자였기에 보통 사람이 낼 수 없는 중장비 같은 힘을 가졌다.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번쩍 들어 바다에 버리거나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옮겼다.

    부서지다 만 건물은 스킬 몇 방으로 박살을 내서 치워버렸다.

    그런 식으로 부서진 항구도시가 빠르게 정리되었다.

    어느 정도 도시가 정리되어갈 무렵, 갑자기 강하진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다들 전투준비.”

    나직한 목소리였지만 신기하게도 모두 아주 똑똑히 그 소리를 들었다.

    심지어 강하진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던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강하진은 그렇게 말하고는 어딘가로 달려갔다.

    각성자들을 지휘하는 건 김지혜에게 맡겼다. 사실 이제는 슬슬 김지혜가 강하진보다 더 능숙하게 지휘했다.

    그녀는 빠르게 전투태세를 갖췄다. 강하진이 저런 말을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테니까.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도시를 향해 괴물 무리가 마치 해일처럼 밀려왔다.

    전부 주먹고릴라였다.

    주먹고릴라 특유의 동료애가 발휘된 것이다.

    주변에 자리 잡은 모든 주먹고릴라들이 몰려왔다. 그 수가 무려 수천에 달했다.

    하지만 이쪽도 각성자가 천 명이나 있다.

    주먹고릴라가 아무리 상대하기 까다로운 놈이라고 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더구나 이쪽에는 강하진과 백호가 있지 않은가.

    몰려오는 주먹고릴라 무리를 향해 가장 먼저 달려간 것은 당연히 백호였다.

    작은 새끼고양이 한 마리가 거대한 괴물들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은 애처롭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걸 보는 누구도 그걸 애처롭다고 여기지 않았다.

    꽈과과과과과광!

    백호와 주먹고릴라 무리가 충돌하며 거대한 폭음이 울렸다.

    샤아아아아!

    백호를 중심으로 피 안개가 뿜어져 나갔다. 그것은 주먹고릴라들을 크게 감싸 안았다.

    피 안개 속으로 강하진이 쑥 들어갔다.

    강하진은 백호의 계약자이기에 피 안개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그 지독한 안개 속에서도 시야를 명확히 확보할 수 있었다.

    물론 백호처럼 피 안개를 감각기관으로 활용할 수는 없었지만.

    슈각! 슈각! 슈각! 슈가가각!

    강하진이 정신없이 휘두르는 검에 주먹고릴라의 목이 싹둑싹둑 잘렸다.

    처음에는 기세등등하게 해일처럼 밀려오던 주먹고릴라들의 기세가 단숨에 꺾였다.

    그들의 움직임이 살짝 굼떠진 순간, 전투태세를 마친 각성자들이 공격을 시작했다.

    김지혜는 천 명이나 되는 각성자들을 지휘해 주먹고릴라들의 약점을 찔렀다.

    어찌나 지휘가 세밀하고 정교한지 지휘를 당하는 각성자들이 자신이 해낸 일에 흠칫흠칫 놀랄 정도였다.

    각성자들과 김지혜 사이에 신뢰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수천 마리나 되는 주먹고릴라를 전멸시키는 데 들어간 시간은 고작 45분이었다.

    일본 상륙 첫 번째 날, 그렇게 수천 개의 마석과 어마어마한 양의 괴물 부산물을 획득했다.

    * * *

    2차 원정대가 도착한 건 한창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와중이었다.

    그들은 늦었지만 그래도 전투에 합류했다.

    물론 그들이 함께 한 시간은 마지막 5분 정도에 불과했다. 전투 자체가 이미 다 끝나서 도망치는 주먹고릴라들을 잡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강하진은 주먹고릴라가 한 마리도 도망치지 못하도록 모두 추적해 잡으라고 지시했다.

    자신 역시 그러기 위해 열심히 뛰었고, 백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주먹고릴라가 한 마리라도 도망치면 나중에 또 동족들을 어딘가에서 데려올 것이다.

    그때는 이번보다 훨씬 더 많은 수가 몰려올 테고.

    그때 강하진과 백호가 있다면 간단히 막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문제가 커진다.

    이 근처에 있는 주먹고릴라는 다 잡았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여기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주먹고릴라들을 모아올 텐데, 아마 그걸 다 하려면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몇 달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몇 달 후에 강하진이 여기 있을 리 없다.

    ‘뭐······ 그 전에 일본에 있는 위험한 괴물은 정리를 해야겠지만.’

    윤경민의 부탁이니 열심히 들어줘야 한다.

    강하진은 윤경민을 떠올리며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검지로 꾹꾹 눌렀다. 그러면서 주위를 둘러봤다.

    2차 원정대가 싣고 온 자재를 이용해 다들 열심히 막사를 세우는 중이었다.

    자재가 워낙 크고 튼튼하고 잘 만들어져 있어서 조립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물론 각성자들의 힘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긴 했지만.

    아무튼 중장비 없이도 중장비 수백 대를 동원한 것과 다름없는 결과를 뚝딱뚝딱 만들어내니 작업 속도가 정말 어마어마했다.

    강하진은 일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다가 품에 백호를 안고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

    이제 곧 밤이 온다. 그때가 되면 어떤 위험이 닥쳐올지 모르니 미리 주변을 한 번 더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건 자신과 백호 둘이면 충분했다.

    백호는 항구도시를 벗어나자마자 신이 나서 달려갔다. 그리고 눈에 띄는 괴물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었다.

    “저렇게 아무거나 막 먹어도 되나 몰라.”

    물론 괜찮다. 강하진은 수시로 백호의 정보를 확인했다.

    그렇게 많은 괴물을 잡아먹었는데도 레벨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확실히 2000에 가까운 높은 레벨이라 그런지 레벨업 속도가 엄청나게 더뎠다.

    백호에게는 그랬지만, 사실 그게 강하진에게는 도움이 되었다.

    아마 백호와 강하진의 계약은 회귀 전에 제니퍼와 백호가 했던 계약과는 다른 게 분명했다.

    ‘그랬다면 제니퍼가 그때보다 훨씬 강했을 테니까. 아니, 어쩌면 레벨을 속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군.’

    강하진이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백호와의 계약 때문이었다.

    백호와 계약한 이후, 백호와 강하진 사이의 연결을 통해 힘이 들락거리고 있었다.

    정확히는 백호가 사냥해서 괴물을 포식하면, 그로 인해 얻는 힘과 능력 일부가 강하진에게 전달되었다.

    게임에서 소환수와 경험치 일부를 공유하는 것과 비슷했다.

    다만 지금은 강하진이 백호보다 더 이득을 본다는 점이 달랐다.

    강하진이 사냥해서 얻은 힘도 백호에게 가긴 하지만 백호가 주는 것과는 비율이 달랐다.

    백호가 강하진에게 주는 힘의 비율이 훨씬 컸다.

    강하진은 백호와 함께 좀 더 멀리 있는 괴물들을 싹 정리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밤이 왔고 날이 밝았다.

    사냥으로 밤을 샌 것이다.

    베이스캠프로 돌아온 강하진은 감탄했다. 고작 하룻밤 사이에 베이스캠프가 완성되어 있었다.

    조립만 하면 되도록 미리 준비해서 가져온 자재들이 큰 효과를 발휘한 모양이었다.

    간단한 발전 시설과 정수 시설까지 있었기에 수천 명 정도 지내는 데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끝내선 안 된다. 앞으로 도시를 더욱 크게 확장하고 다양한 시설을 완비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하면 일본을 다 먹을 수도 있는 거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현실성이 좀 모자란다고 여겨 피식 웃은 강하진은 잠자리에 들었다.

    다만 30분이라도 눈을 붙여두는 편이 오늘 있을 사냥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했다.

    강하진이 잠에 빠져들자, 강하진의 배 위에 엎드린 백호가 눈을 깜빡이다가 이내 잠들었다.

    한동안 고로롱거리는 백호의 코골이 소리만 막사 안에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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