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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158화 (158/200)

< 변화 2 >

디펜더스의 주력들은 남극, 그리고 사하라에 있었다.

그들이 그곳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전혀 없었다.

아니, 그들이 그곳에 있다는 걸 아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정보수집에 특별한 재능을 가진 몇몇 사람들이 아니고서는 알아낼 방법이 없을 정도로 모든 움직임이 은밀했다.

사하라 사막의 중심부.

수십 개의 천막이 세워져 있었다.

천막은 하나하나가 엄청나게 거대했다. 그 안쪽은 축구경기라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이렇게 거대한 천막을 세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사막의 모래바람을 완벽하게 막을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기까지 했다.

그 천막 안쪽에는 디펜더스의 각성자들이 모여 있었다.

수백 명의 각성자들이 있었는데, 절반 정도는 천막 가장자리에 마련된 간이침대에 누워 있었다.

한데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 다들 골골대고 있었다.

모든 간이침대 옆에는 수액팩이 달렸는데, 그 안에는 그냥 수액이 들어있는 게 아니라 특수한 포션이 섞인 수액이 들어 있었다.

피로와 컨디션을 올리는 건 물론이고 바닥 난 마력까지 회복시켜주는 수액이었다.

마력을 급격히 채우지 않고 시간을 들여 천천히 채우는 포션이었다.

가성비를 목적으로 만든 포션이었고, 딱 이럴 때 쓰기 좋은 포션이었다.

이곳의 각성자들은 3교대로 마력을 퍼붓는 중이었으니까.

천막의 중앙에는 깊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각성자들이 직접 삽과 능력을 이용해 파낸 구멍이었다.

구멍은 굉장히 깊었는데, 그 구멍 안쪽에 수십 명의 각성자들이 들어가 있었다.

“리타이어! 다음 내려와!”

구덩이에 설치된 수동식 간이 엘리베이터가 움직였다.

거기에 미리 타고 있던 각성자들이 아래로 내려갔고, 다시 엘리베이터가 올라올 때는 지쳐서 주저앉은 각성자들이 타고 있었다.

“더럽게 힘드네. 대체 언제까지 이 짓을 해야 하지?”

각성자 중 하나가 투덜거렸다.

“그러게. 그래도 어쩌겠어. 우리가 희생하지 않으면 지구가 끝장난다는데. 최소한 지구가 쪼개지는 일은 막아야지.”

그들은 그렇게 알고 있었다.

이 구덩이 아래에는 균열이 있었다.

바닥이 쫙 찢어져 있었는데, 찢어진 틈으로 우주가 보였다.

진짜 우주가 아니라 우주처럼 보이는 무언가였다.

그곳에서 굉장히 위험한 느낌이 드는 힘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이곳의 각성자들이 하는 일은 그 균열에 마력을 쏟아 붓는 일이었다.

그냥 마력을 쏟는 게 아니라 특별한 방법을 이용해서 정제한 마력을 넣어야 했다.

마력을 정제하는 과정이 굉장히 힘들었는데, 그래도 이들은 그걸 꾹 참아냈다.

마력을 넣으면 위험한 힘이 흘러나오는 양이 확실히 줄어드는 게 느껴졌으니까.

하지만 마력을 잠시라도 멈추면 폭발적으로 힘이 흘러넘쳤다.

이 균열을 없앨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불가능해 보였다.

이렇게 막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칠 지경이었으니까.

게다가 이런 균열이 여기뿐 아니라 남극에도 있다고 하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우리가 이러고 있는 걸 알기나 할까?”

“언젠간 알게 되겠지.”

그리고 언젠가는 그들이 영웅이라는 걸 다들 알아줄 것이다.

그들은 그걸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자신들이 밀어 넣는 마력이 균열을 흔들어 지구 전체에 던전을 열고 있다는 걸 조금도 의심하지 못했다.

* * *

일본은 버려진 땅이었다.

모든 사람이 죽거나 해외로 도망쳤고, 괴물의 땅이 되어 버렸다.

그 이후로도 계속 방치되었기에 던전이 생겨나고 터지는 일이 반복되었다.

자연스럽게 괴물의 밀도가 높아졌다.

괴물이 많아지다 보니, 그 중에 돌연변이처럼 변이하는 괴물도 생겨났다.

방치하지 않았다면 생겨날 일이 없는 괴물이 나타난 것이다.

돌연변이 괴물은 대부분 크고 강력했다.

또한 그 중에 [포식]을 보유한 놈도 있었다.

[포식]은 괴물에게는 축복과 같은 스킬이었다. 그저 다른 괴물을 잡아먹는 것만으로 강해지고 벽을 넘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일본은 점점 더 위험한 땅으로 변해갔다.

그 와중에 초거대 던전이 일본에 나타난 것이다.

지름이 무려 500미터에 이르는 초거대 던전이 나타나자, 전 세계가 긴장했다.

불과 얼마 전에 러시아에 나타났던 던전이 딱 이러지 않았던가.

당시 러시아의 던전이 터지면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졌다.

상황이 그때와 너무 비슷해서 다들 일본 던전을 닫아야 한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각 나라에 나타난 거대 던전은 각자 알아서 해결하기로 하고, 나머지 여력을 일본에 나타난 초거대 던전에 집중하는 쪽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그 중심에 가디언스가 있었다.

각 나라의 각성자 협회에서 이번 초거대 던전 토벌은 가디언스가 주축이 되어 움직여야 한다고 요청한 것이다.

가디언스는 흔쾌히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번 초거대 던전 정벌에 참여하는 나라의 책임자들이 모여 몇 차례에 걸친 논의를 진행했다.

가디언스에서는 당연히 윤경민이 참여했고.

그 논의는 던전을 닫는 것에 대한 얘기가 아니었다. 던전을 닫은 이후의 일에 대한 것이었다.

사냥을 하면 자연스럽게 전리품이 따라온다.

몇 차례나 이어진 논의의 대부분은 그 전리품의 분배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정벌을 할 때 필요한 물자와 자금의 조달에 관한 논의가 나머지였고.

실질적인 이익에 관한 부분이라 상당히 첨예했지만, 윤경민은 거기에서도 제법 대단한 성과를 얻어냈다.

그저 전리품과 지원금에 대한 얘기만 한 게 아니라, 그걸 미래에 대한 논의까지 이어버렸다.

향후 일본의 괴물을 토벌해서 땅을 되찾았을 경우, 그 소유권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물론 그 부분에 대한 결론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논의는 이제 시작이었다. 일본의 초거대 던전을 토벌하는 동안, 계속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었다.

그 일을 시작한 윤경민의 모습은 너무나도 행복해 보였다.

현재 윤경민이 당장 맡은 일만 해도 장난이 아니었다.

평소에 원래 하던, 길드 관리와 무수한 사업체 관리야 당연했고, 최근 파주에 있는 레이드로스 성 주변을 개발하는 일도 윤경민이 하고 있었다.

거기에 일본 토벌 준비가 더해진 것이다.

그뿐 아니라 현재 세계 각국에 나타난 거대 던전에도 가디언스의 길드원을 파견하기로 했기에 그 준비도 했다.

더해서 던전 브레이커의 운영도 도와주고 있었다.

그것만 해도 장난이 아닌데, 일본을 되찾은 후의 미래에 대한 논의까지 하고 있으니 얼마나 많은 일이 한 사람에게 몰린 거란 말인가.

그런데도 윤경민은 희희낙락이었다.

특히나 일본이라는 거대한 땅 중에서 일부라도 얻을 수 있다면, 나중에 거기서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기에 더더욱 좋아했다.

강하진은 보고서의 마지막 장을 읽은 후, 그것을 책상 위에 내려놨다.

윤경민이 강하진 앞에 앉아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즐거워 보이시네요.”

“그럼요. 요즘 아주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릅니다. 일본을 되찾기만 하면 우리가 최소 10%는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의 10%라면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윤경민의 목표는 고작 그 정도가 아니었다.

“일단 제 목표는 25%입니다. 그 정도는 가져와야 수지타산이 맞죠. 일본 정벌도 우리가 주축이 될 테니까요.”

강하진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는 윤경민을 가만히 쳐다봤다.

윤경민의 눈 밑에 드리운 다크서클이 더 짙어진 듯했다.

“잠을 자긴 하시는 거죠?”

“물론입니다. 아무리 회복 스킬이 있어도 잠은 꼭 자야죠. 하루에 30분 이상 자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습니다.”

강하진은 더 얘기했다간 질릴 것 같아서 얼른 말을 돌렸다.

“일본에는 언제 가면 됩니까?”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윤경민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상체를 앞으로 내밀어 강하진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것 때문인데······ 이번 기회에 일본에 교두보 하나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교두보요?”

“항구 하나를 되찾고, 거기에 제대로 된 전력을 투입해서 관리하는 거죠.”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그러려면 인원과 물자가 엄청나게 필요할 텐데요.”

“일단 교두보 건설은 문제없습니다. 던전 토벌하러 가는 사람들, 한국에 모았다가 데려갈 예정이거든요.”

“그 사람들을 이용해서 항구 주변을 청소할 생각이시군요.”

“정답입니다.”

윤경민이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윈윈이지요. 베이스캠프를 만들어야 하니 어차피 할 일 아닙니까. 조금만 더 신경을 써서 정리하면 일본에 있는 동안 편안히 지낼 수 있을 테니 서로 좋은 일입니다.”

강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왕 하는 거, 한 번 잘 해보죠.”

“그래서 말씀 드리는 건데······.”

강하진은 갑자기 윤경민 주위로 사악 퍼지는 불길한 느낌에 흠칫 놀랐다.

“일본에 마스터가 아니면 절대 처리할 수 없는 걸로 보이는 괴물들이 몇 놈 있습니다.”

윤경민은 태블릿을 내밀었다. 거기에는 위성에서 촬영한 영상이 있었다.

거대한 해파리 모양의 괴물이 수십 개의 촉수를 움직여 주변 괴물들을 낚아채는 광경이 펼쳐졌다.

해파리 괴물은 그렇게 낚아 챈 괴물들을 커다란 입에 넣고 우적우적 씹어 먹었다.

그렇게 몇 마리나 먹었을까. 해파리 괴물의 몸이 살짝 커지고 촉수가 몇 가닥 새로 자라났다.

그리고 나머지 촉수들이 더욱 길어졌다.

“이렇게 괴물을 먹으면 점점 더 자라고 강해지는 모양입니다.”

윤경민의 시선이 강하진의 품에 있는 백호에게 살짝 닿았다가 떨어졌다.

“그냥 방치하면 나중에 반드시 문제를 일으킬 놈입니다. 이놈 말고도 몇 놈이 더 있습니다.”

강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처리하죠.”

윤경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전 처리할 일이 몇 가지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아공간은 아직 넉넉하긴 한데, 조만간 작업을 한 번 하셔야합니다. 창고 몇 개 준비해 놓겠습니다.”

윤경민은 그 말을 남기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하나도 아니고 몇 개라고?”

강하진은 그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아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리고 잠시 동안 아공간 제작의 레시피를 공개하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다.

물론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숨이 나왔지만.

* * *

거대 던전이 나타난 나라 중 하나인 스페인.

유럽에 위치한 덕분에 주변 나라들의 지원을 받아 거대 던전을 순조롭게 공략 중이었다.

물론 그 중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가디언스의 지원이었다.

가디언스에서는 스페인에 150명의 길드원을 보내주었는데, 그들의 실력은 유럽 각국에서 보내준 각성자 수백 명을 합한 것보다 뛰어났다.

스페인의 각성자 협회장인 페데리코는 던전 공략 진행 상황을 보고 받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가디언스가 대단하긴 하군. 던전 안에서 드론을 그렇게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다니 말이야.”

“예. 그래서 던전 공략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짐작할 수 있어서 다들 좋아하고 있습니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공략은 정말로 힘들다.

끝을 정확히 알 수 있다면 상황에 따라서 다양한 방식으로 힘을 낼 수 있다.

“이대로 순조롭게 공략이 이어지면 일주일 내에 끝나겠군.”

“예. 빠르면 6일, 아무리 늦어도 8일 안에는 끝날 거라고 예상 중입니다.”

“좋군. 아주 좋아. 다른 나라의 던전도 마찬가지겠지?”

“예. 다른 곳에도 가디언스의 활약이 워낙 대단해서 다들 비슷한 시기에 끝날 것 같습니다.”

페데리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실 이런 건 굉장히 중요한 이벤트인데 왜 디펜더스는 조용한 거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일뿐 아니라 얼마 전부터 활동이 굉장히 뜸해졌습니다.”

“포기한 건가? 가디언스가 워낙 강력해서?”

“그럴 것 같지는 않았는데, 저도 좀 의아합니다.”

페데리코는 왠지 모를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좀 자세히 알아봐. 아무래도······ 예감이 좋지 않아.”

“예. 최대한 조사해 보겠습니다.”

“혼자 하지 말고 다른 협회에 싹 문의해.”

“다른 협회 말입니까? 설마 공문을 돌리라는 뜻이십니까?”

페데리코가 답답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미쳤어? 이걸 공문으로 돌리면 안 되지. 비공식적으로 처리해. 다른 협회의 정보망까지 싹 이용해서라도 찾아보라는 뜻이야.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부하직원이 밖으로 나가자 페데리코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이 자식들이 대체 뭘 하고 있기에 연락도 없는 거지? 투자를 했으면 이익을 배당해 줘야 할 것 아니야.”

세계 곳곳에서 페데리코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디펜더스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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