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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154화 (154/200)
  • < 괴물들 2 >

    꽈드득! 꽈드득! 꽈드득!

    구름 호랑이는 괴물 하나를 게걸스럽게 씹어 삼켰다.

    그러면서 스킬 [포식]을 통해 괴물의 힘을 고스란히 흡수했다.

    두웅!

    강렬한 마력의 파동이 주변을 휩쓸고 지나갔다.

    이제 이곳에 남은 괴물은 모두 일곱뿐이었다.

    벌써 다섯 마리의 괴물을 포식했다.

    처음 난전에서 힘을 숨긴 채 두 마리를 연달아 포식한 것이 컸다.

    그 이후 싸움 자체를 자신의 뜻대로 휘두를 수 있었다.

    그렇게 세 마리를 추가로 포식했다.

    잠시 싸움이 멎었다.

    이제 저들도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아직 남은 괴물들 역시 힘을 모아서 구름 호랑이를 상대하겠다는 생각이 확고하지는 않았다.

    구름 호랑이는 그 빈틈을 노릴 작정이었다.

    여기서 한 마리만 더 포식할 수 있다면, 결국 이 싸움의 끝에 혼자 설 수 있으리라 자신했다.

    여기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는 딱 하나, 피의 거인뿐이었다.

    피의 거인은 여전히 피 안개로 변한 채 주변을 감싸고 있을 뿐이었다.

    아마 그놈이 싸움에 끼어들었다면 이렇게 간단히 다섯 마리나 되는 괴물을 포식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 부분만 염두에 두면 된다.

    -크와앙!

    구름 호랑이가 포효와 함께 괴물 한 마리에게 달려들었다.

    -크워엉!

    그 괴물이 거칠게 손을 휘두르고 송곳니를 드러냈지만, 구름 호랑이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다.

    꽈드득!

    구름 호랑이의 입이 거칠게 괴물의 어깨를 뜯어냈다.

    그러자 근처에 있던 다른 괴물들이 구름 호랑이에게 달려들었다.

    -크워어어어!

    구름 호랑이는 사냥한 괴물을 몸으로 감싼 채, 미끄러지듯 그곳을 빠져나왔다.

    딱 한 번 쓸 수 있는 수법이었다. 아마 이후에는 저 괴물들이 이렇게 어이없이 당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성공했다.

    꽈드득! 꽈드득! 꽈드득!

    구름 호랑이가 순식간에 괴물을 포식했다.

    두웅!

    엄청난 마력의 파동이 주변을 휩쓸었다.

    얼마나 대단한지 근처를 꽉 메우고 있던 피 안개가 확 밀려났다.

    구름 호랑이가 오연하게 고개를 들어 남은 괴물들을 슥 둘러봤다.

    괴물 여섯 마리를 포식했다. 이제 남은 괴물들이 힘을 모아도 자신을 이길 수 없다.

    서로 상잔하느라 다들 큰 상처를 입었다. 멀쩡했어도 자신과 박빙일 텐데, 저렇게 다친 상태니 더 말해 무엇하랴.

    변수는 하나 피의 거인뿐이었다.

    그리고 그 변수는 더 이상 변수가 아니게 되었다.

    피 안개가 이리저리 모이더니 길고 튼튼한 줄이 되었다. 줄이 얼기설기 엮이며 거대한 그물이 되었다.

    피의 그물이 남은 다섯 마리 괴물을 덮쳤다. 그 괴물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잡은 것이다.

    -크허헝!

    구름 호랑이가 포효하며 그물에 묶인 괴물들을 향해 다가갔다.

    * * *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강하진의 표정이 한껏 굳었다.

    제니퍼의 노림수를 이제 알 수 있었다.

    구름 호랑이에게 다른 괴물을 전부 먹여서 강력한 괴물 하나를 만들어내려는 것이다.

    만일 저 괴물이 던전을 찢고 밖으로 나간다면 아마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이다.

    두웅! 두웅! 두웅!

    구름 호랑이가 괴물을 포식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마력이 점점 강력해지고 있었다.

    “이제 어쩌죠?”

    옆에서 황수영이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솔직히 저런 괴물과 싸운다면 이길 자신이 없었다. 여기 있는 모두가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 것이다.

    어쩌면 대부분 죽을지도 모른다.

    “일단······ 시간을 좀 끌어주세요. 할 수 있습니까?”

    강하진의 물음에 황수영이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강하진 씨 특제 버프를 믿어봐야죠.”

    강하진의 버프가 모두에게 공평하게 쏟아졌다.

    “그런데 시간을 얼마나 끌어야 하나요?”

    강하진의 표정이 굳어졌다.

    지금 강하진이 준비하려는 건 라파시드의 서를 이용한 함정이었다.

    열 개의 패턴을 모두 새기려면 각 5분 이상씩 최소 50분이 걸린다.

    하지만 이들이 과연 50분을 버틸 수 있을까?

    절대 불가능하다.

    “10분. 그 안에 어떻게든 해보죠.”

    강하진의 머릿속에서 라파시드의 서에 기록된 패턴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하나씩 새기면 시간이 부족하니 한꺼번에 새길 작정이었다.

    무조건 성공 시켜야 한다. 실패하면 정말 큰일이 벌어질 테니까.

    “자, 시작합시다.”

    “맡겨주세요.”

    황수영이 성큼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전장의 함성]을 내질렀다.

    “흐아아아아압!”

    100명이 넘는 각성자들이 일제히 내뱉은 함성은 던전을 쩌렁쩌렁 울렸다.

    그들은 함성을 내지르며 구름 호랑이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가장 빠르게 달려간 건 황수영이었다.

    그녀는 [괴력]을 써서 근력을 올리고, [일점돌파]를 써서 전투력을 집중한 다음, [일점폭파]를 구름 호랑이의 몸에 꽂아 넣었다.

    꽈아아아앙!

    마력을 잔뜩 머금은 거대한 폭발이 구름 호랑이의 등판에서 일어났다.

    그곳에 무수한 스킬이 쏟아졌다.

    꽈과과과과과광!

    그 틈에 남은 두 마리의 괴물이 피의 그물에서 빠져나왔다.

    괴물들은 본능적으로 구름 호랑이의 목과 앞발을 물어뜯었다.

    꽈드드득!

    구름 호랑이는 의외의 일격에 그 공격들까지 허용하고 말았다.

    -크어어어엉!

    상처에서 새하얀 구름이 뭉클뭉클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 상처는 순식간에 아물어 버렸다.

    황수영은 얼른 뒤로 쭉 물러났다.

    그 뒤로 모두가 힘을 모아 구름 호랑이를 견제하고 공격했다.

    구름 호랑이는 각성자들의 공격을 반쯤 무시하고 남은 두 마리 괴물을 향해 달려들었다.

    각성자들의 공격이 상당히 강력해서 제법 큰 피해를 입었지만, 그보다는 포식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작정하고 움직이는 구름 호랑이의 속도는 어마어마했다.

    꽈드드득!

    구름 호랑이가 괴물 하나를 물어뜯었다.

    꽈드득! 꽈드득!

    포식을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벼락의 비]를 쏟아냈다.

    꽈르르르르르릉!

    각성자들은 난데없는 벼락에 깜짝 놀라 사방으로 흩어져 그걸 피했다.

    당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지만, 구름 호랑이에게 빈틈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꽈드드득!

    구름 호랑이는 남은 한 마리 괴물에게 또 달려들어 그놈까지 물어뜯었다.

    쓰러진 두 마리 괴물이 구름 호랑이 앞에 놓였다.

    구름 호랑이는 그 두 마리 괴물을 포식했다.

    황수영은 지금이 아니면 공격할 틈이 없다고 판단해 서둘러 공격을 지시했다.

    “다들 때려!”

    꽈과과과과과광!

    각종 스킬의 향연이 펼쳐졌다.

    구름 호랑이는 적당히 막을 건 막고 피할 건 피하면서도 포식을 이어갔다.

    두웅!

    거대한 마력의 파동이 주위를 휩쓸었다.

    “크윽!”

    각성자들은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어 비틀거렸다. 그 정도로 엄청난 파동이었다.

    두웅!

    두 번째 파동이 펼쳐졌다.

    각성자들은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구름 호랑이가 오연하게 주위를 둘러봤다. 무시무시한 포식자의 눈빛에 각성자들은 오금이 저려왔다.

    그 순간, 구름 호랑이 앞에 거대한 핏덩어리가 생겨났다.

    피의 거인이었다.

    구름 호랑이는 그걸 게걸스럽게 마셔버렸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유혹의 향이 그 안에 스며들어 있었다.

    -크워어어어어엉!

    피의 거인까지 포식해 버린 구름 호랑이가 거칠게 포효했다.

    두웅!

    거대한 파동이 동심원을 그리며 쫙 퍼져 나갔다.

    몇몇 각성자들이 그 파동을 이기지 못해 뒤로 나동그라졌다.

    구름 호랑이가 변이하기 시작했다.

    우드득! 우드드득!

    새하얀 구름으로 이루어진 몸에 검붉은 선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구름 호랑이의 크기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존재감은 오히려 더 커졌다.

    황수영은 그걸 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아무래도 안 될 거 같은데?”

    구름 호랑이는 좀 큰 고양이만 해졌다. 새하얀 털에 검붉은 얼룩이 군데군데 난 고양이였다.

    “우리 시간 얼마나 끌었지?”

    황수영의 물음에 근처에 있던 김지혜가 대답했다.

    “7분이요.”

    “아직도 3분이나 더 끌어야 돼? 가능하겠어?”

    김지혜와 이지영이 손에 든 무기를 꽉 쥐었다.

    “어떻게든 해내야죠.”

    구름 호랑이와의 2차전이 시작되었다.

    * * *

    강하진은 집중해서 패턴을 새기다 말고 거대한 마력 파동을 흘려냈다.

    이건 너무 마력이 강력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패턴이 다 망가질 것 같아서였다.

    패턴을 단단히 고정하고 마력의 파동을 산란시켰다.

    콰아아아!

    그저 산란된 마력의 파편일 뿐인데도 주변의 공기를 일그러뜨릴 정도로 강력했다.

    막길 잘했다. 안 그랬으면 패턴이 다 흐트러졌으리라.

    강하진의 시선이 싸우는 곳에 잠깐 머물렀다.

    ‘어? 저거?’

    저 멀리 얼룩 고양이 한 마리가 보였다. 아주 익숙한 놈이었다.

    회귀 전에 제니퍼가 항상 데리고 다니던 애완 고양이였다.

    말이 고양이지 실제로는 괴물이나 다름없는 강력한 고양이였다.

    당시 가디언스에서는 각성 고양이라고 불렀다.

    실제로 각성한 것처럼 각종 스킬을 쏟아냈으니까.

    강하진은 반사적으로 정보를 확인했다.

    [혈백호]

    [레벨 : 1897]

    [체력 : 5000000, 마력 : 5000000]

    [물리공격 무효화(P), 고속회복(P), 중압(P), 낙뢰(A), 에너지전환(A), 벼락의 비(A), 피 안개(A), 에너지드레인(A), 돌풍(A), 냉각(A), 포식(A), 흡혈(A), 혈뢰(A)]

    마치 구름 호랑이와 피의 거인을 잘 버무려 놓은 듯한 스킬 구성이었다.

    게다가 레벨이 무려 1897이나 된다.

    저걸 막아내는 건 정말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래도 2000을 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두 번째 벽까지 깨뜨렸으면 아마 절대 못 막았을 테니까.

    강하진은 좀 더 자세한 정보를 확인해봤다.

    [구름 호랑이가 열두 괴물을 포식하고 그들의 힘을 흡수해서 진화한 존재. 피의 거인이 남긴 힘이 뚜렷하게 남아 그 영향을 많이 받았다. 서큐버스 퀸, 제니퍼에게 속해 있다.]

    강하진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제니퍼에게 속해 있다니, 대체 왜?

    피의 거인에 뭔가 수작을 부린 게 분명한데, 아직 그 부분까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강하진은 굳은 표정으로 라파시드의 패턴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이제 진짜 저 괴물을 막아낼 방법은 이것밖에 안 남았다.

    * * *

    “으아아아아!”

    황수영은 비명에 가까운 기합을 내지르며 모든 마력을 쏟아냈다.

    하지만 혈백호는 그렇게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들어낸 마력의 벽을 날카로운 발톱을 몇 번 휘두르는 것만으로 찢어발겨 버렸다.

    “이런 거랑 어떻게 싸워!”

    이제 거의 한계였다. 더 시간을 끌 방법이 없었다.

    지금은 아직 혈백호가 포식과 진화를 통해 얻은 힘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해서 그나마 버텨냈지만, 이제 그것도 끝났다.

    혈백호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존재감이 뿜어져 나왔다.

    [중압]이 펼쳐지며 각성자들의 무릎이 순간적으로 휘청거렸다.

    혈백호가 핏빛으로 번들거리는 눈동자를 굴려 황수영을 노려봤다.

    그녀가 모두의 핵심이자 중심이라는 걸 아는 것이다.

    아득한 절망감이 찾아왔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의 귓가에 강하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쪽으로 달려요!”

    구원자의 목소리 같았다.

    “앞으로 열심히 믿을게요!”

    되도 않는 말을 던지며 황수영이 냅다 강하진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다른 각성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방으로 흩어지긴 했지만 일단 달려가는 방향에는 강하진이 있었다.

    화악! 화악! 화악!

    치료폭탄이 곳곳에서 터졌다.

    다친 사람이 전부 회복되었다. 가공할 회복력이었다.

    혈백호는 가만히 서서 도망치는 자들을 슥 노려봤다. 입가가 살짝 올라간 것이 분명히 비웃고 있었다.

    바닥을 살짝 박찬 혈백호의 몸이 순식간에 황수영의 뒤에 도착했다.

    마치 레이저라도 쏘는 것처럼 새하얀 빛줄기가 쭉 이어졌다가 혈백호로 모여든 것 같은 광경이었다.

    혈백호의 발톱이 황수영의 등을 노리고 날아갔다.

    쩌어어어엉!

    혈백호가 뒤로 훌쩍 공중제비를 돌며 물러났다.

    그리고 방금 자신의 공격을 막아낸 강하진을 무시무시한 눈으로 노려봤다.

    -크워어어어!

    강하진은 담담하게 치료폭탄으로 자신의 몸을 치료했다. 고작 공격을 한 번 막아낸 것뿐인데 몸 곳곳이 터져서 피를 줄줄 흘리고 있었다.

    화아악!

    새하얀 빛이 강하진의 몸을 휘감았다.

    그리고 그 순간, 혈백호가 강하진에게 달려들었다.

    꽈드득!

    하지만 강하진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애꿎은 바닥만 휘저은 혈백호가 고개를 들어 강하진을 노려봤다.

    강하진은 어느새 훨씬 뒤로 물러난 뒤였다.

    -크워어어어!

    혈백호가 짜증과 분노를 담아 포효했다.

    꽈르릉!

    강하진은 절묘한 타이밍에 뒤로 한 발 물러나 정수리로 떨어진 낙뢰를 피했다.

    강하진이 씨익 웃으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어서 이리로 오라는 듯이.

    혈백호가 혈광을 뿌리며 달려들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강하진을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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