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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153화 (153/200)
  • < 괴물들 1 >

    [피의 거인]

    [레벨 : 1012]

    [체력 : 3000000, 마력 : 500000]

    [고속회복(P), 중압(P), 체술(P), 흡혈(A), 변형(A), 분열(A), 피 안개(A)]

    지금 강하진에게 다가오고 있는 괴물의 정보였다.

    스스로 레벨1000의 벽을 넘은 괴물이었고, 스킬 목록은 간단하지만, 하나하나가 심상치 않았다.

    일단 고속회복은 아무리 타격을 입어도 즉시 회복하는 특성이었다. 그래서 피의 거인을 죽이려면 끊임없이 공격해서 체력을 0으로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

    중압은 주변에 강한 압력을 가하는 스킬이었는데, 저게 패시브라는 점이 무서웠다.

    피의 거인 근처에서는 짓누르는 힘 때문에 제대로 움직이기가 어려웠다.

    흡혈은 피를 빨아들여서 체력을 회복하는 스킬이었고, 변형은 피로 이루어진 몸을 상황에 따라 바꿀 수 있는 스킬이었다.

    싸우다가 갑자기 배에서 칼이 불쑥 튀어나오거나 온몸에서 가시가 튀어나올 수도 있었다.

    분열은 거인의 몸이 나뉘어 작은 몸을 가진 수백 명으로 나뉘는 스킬이었다.

    중요한 건 모든 스킬을 원래 능력 그대로 가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만일 분열을 쓰면, 크기만 작아진 피의 거인 수백 마리를 상대해야 한다.

    피 안개는 자신의 몸을 분사해서 쓰는 탐색 스킬이었다. 광범위하면서 정확한 탐색이 가능한 스킬이었다.

    아무튼 그런 무시무시한 놈이 강하진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영역을 침범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강하진은 이 상황 자체가 의심스러웠다. 조금 전 묘한 위화감을 느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강하진의 엿보기 스킬이 더욱 깊숙한 정보로 파고들었다.

    [서큐버스 퀸과 계약한 상태이다. 그 상태에서 매혹에 당해 5시간 동안 서큐버스 퀸이 입력한 지시에 무조건 따른다.]

    ‘제니퍼였구나.’

    이 하와이 던전에 디펜더스가 쓴 수가 바로 제니퍼인 모양이었다.

    5시간 동안 저 괴물이 따라야 할 지시가 뭔지는 뻔했다. 아마 어딘가에 숨어서 강하진을 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나저나 계약을 했는데 왜 매혹까지 쓴 거지?’

    그 부분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일단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지금은 눈앞에 있는 피의 거인에 집중할 때였으니까.

    ‘은폐를 꿰뚫어본 건가?’

    강하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만일 정말로 그렇다면 제니퍼의 능력을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위에 둬야 할지도 모른다.

    강하진은 피의 거인을 쳐다봤다.

    ‘응?’

    처음에는 피의 거인이 강하진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고 여겼다.

    한데 경로가 좀 달랐다. 강하진에게서 약간 빗겨난 곳으로 가고 있었다.

    강하진은 경로에서 벗어나는 쪽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피의 거인이 이동하는 경로는 달라지지 않았다. 저놈은 강하진에게 오는 게 아니라 다른 곳으로 가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 거지? 설마 입구 쪽?’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었다. 입구 쪽으로 가려면 오히려 지금 강하진이 있는 쪽으로 와야 한다.

    피의 거인이 움직이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이동 중에 갑자기 피를 쫙 뿜어냈다.

    ‘피 안개!’

    저놈이 받은 지시는 강하진을 공격하는 게 아니라 찾는 거였던 모양이다.

    강하진은 그 자리를 벗어났다. 피 안개에 닿기 전에 이 자리를 피하는 게 답이었다.

    피의 거인은 점점 더 빠르게 움직였고, 그러면서 끊임없이 피 안개를 뿜어냈다.

    피를 뿜어낼 때마다 피 안개가 장악한 범위가 엄청나게 확장했다.

    피의 거인을 중심으로 거대한 공간이 피 안개로 꽉 찼다.

    강하진은 일단 그곳을 벗어났다.

    한 가지 확신을 얻었다. 제니퍼에게는 강하진의 [은폐]를 감지할 능력이 없었다.

    만일 그걸 감지했다면 피의 거인이 근처에 강하진을 두고도 피 안개로 탐색을 시도할 리 없으니까.

    강하진은 피 안개의 범위를 벗어난 상태로 계속 피의 거인을 따라다녔다.

    이내 피의 거인이 다른 괴물의 영역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 괴물이 일어나 피의 거인에게 달려들었다.

    난장판이 시작되었다.

    어쩌면 이 난장판이 제니퍼가 그린 그림 중 일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강하진은 괴물들이 있는 곳에서 아주 먼 곳으로 피했다.

    피의 거인은 괴물 하나를 끌어들인 걸로 만족하지 않았다.

    그렇게 어그로를 끌어 달려드는 괴물을 달고 다른 괴물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피 안개의 범위를 넓혔다.

    하도 피를 많이 뿜어서 몸이 이제 보통 사람 정도의 크기로 줄어든 채였다.

    그 와중에도 체력이나 마력은 조금도 변화가 없다는 점이 놀라웠다.

    이제 육안으로 피의 거인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피 안개의 범위가 너무 넓어서 그 안에 들어가지 않고는 피의 거인을 볼 수 없었다.

    피 안개가 시야를 방해하기도 했고.

    아무튼 피의 거인은 그 상태로 던전을 돌아다니면서 모든 괴물을 끌어들였다.

    어찌나 빠르게 돌아다녔는지, 이 거대한 던전을 다 돌아다녔는데도 아직 4시간이 채 지나지 않았다.

    ‘어그로 관리 끝내주네.’

    피의 거인은 피 안개 속에서 어그로 관리까지 했다. 괴물끼리 싸우지 않게 조절하면서 모든 괴물을 끌고 다녔다.

    그렇게 모든 괴물을 끌어들인 후, 피 안개를 또 한 차례 내뿜었다.

    몸이 훨씬 작아졌다. 그리고 피 안개가 훨씬 더 짙어졌다.

    피 안개 속에 있던 피의 거인은 그 순간 존재감이 거의 사라져 버렸다.

    그러자 정말 난리가 났다.

    안개 속에 있던 12마리 괴물이 뒤엉켜 싸우기 시작한 것이다.

    강하진은 그저 괴물이 싸우고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 피 안개에 시야가 철저히 가려져서 상황을 제대로 확인할 수가 없었다.

    답답하긴 했지만, 어쨌든 나쁜 상황은 아니었다. 괴물끼리 싸우고 상잔하면 나중에 사냥하기가 편해질 테니까.

    ‘제니퍼가 무슨 의도로 저런 일을 벌였는지 모른다는 게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 지금은 지켜볼 때였다. 적어도 강하진이 판단하기에는 그랬다.

    강하진은 일단 그곳을 벗어났다.

    동료들에게 돌아가 상황을 알려주고 대책을 마련할 생각이었다.

    ‘겸사겸사 제니퍼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강하진은 빠르게 던전 입구 쪽으로 이동했다.

    * * *

    아쉽게도 제니퍼를 찾지는 못했다.

    강하진은 입구 쪽으로 돌아와서 은폐의 장 안으로 들어갔다.

    은폐의 장 안에 들어가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강하진은 은폐의 장을 만든 장본인이기에 그 구조를 파악해서 들어갈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이 이런 시도를 한다면 아마 엉뚱한 곳으로 나가게 될 것이다.

    본인은 그런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하고 말이다.

    아무리 강하진이 설치했다고 해도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는 내부를 절대 확인할 수 없었다.

    그것이 라파시드의 서가 가진 힘이었다.

    안으로 들어간 강하진은 뭔가 분위기가 묘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왜들 그러고 있습니까?”

    황수영이 콧김을 훅 내뿜으며 강하진 앞에 서서 디펜더스의 각성자들을 손으로 가리켰다.

    “새로 합류한 분들이에요.”

    “합류요? 우린 이미 같이 던전에 들어왔습니다만······.”

    황수영이 고개를 휘휘 저었다.

    “그런 거 말고요. 전투병사 말이에요, 전투병사!”

    강하진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리고 황수영과 디펜더스 각성자들을 번갈아 쳐다봤다.

    “전투병사로 영입했다고요? 저 사람들을?”

    솔직히 좀 당황했다. 저들은 디펜더스였다. 가디언스와는 경쟁자이며, 호의라고는 요만큼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당연히 그런 사람들은 전투병사로 영입할 수 없다.

    심지어 강하진은 던전 브레이커의 각성자들도 전투병사로 영입하는 데 실패하지 않았던가.

    만일 황수영을 받아들여 지휘관으로 임명하지 않았다면 그들을 전투병사로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한데 무려 디펜더스를 전투병사로 받아들이다니. 대체 그걸 어떻게 해냈단 말인가.

    “그게 가능했습니까?”

    황수영이 씨익 웃었다.

    “되던데요?”

    강하진은 그제야 디펜더스 각성자들의 표정과 눈빛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이 황수영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호의가 가득했다.

    자신이 정찰을 다녀오던 그 짧은 시간 동안 저들을 구워삶은 것이다.

    친화력 하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잘하셨습니다. 정말 대단하시군요.”

    “그렇죠?”

    황수영이 허리에 손을 척 얹고 턱을 살짝 들었다.

    두 사람이 그러고 있을 때, 김지혜가 다가왔다.

    “이 던전에 제니퍼가 들어왔습니다.”

    강하진이 그녀를 쳐다봤다.

    “제니퍼가 들어왔다고요? 그걸 어떻게 알았습니까?”

    그 대답은 앞에 있던 황수영이 대신 했다.

    “이 앞을 지나가더라고요. 그나저나 이거 대체 뭐예요? 무슨 스킬이기에 그 제니퍼가 아무것도 모르고 근처를 그냥 지나간 거죠?”

    “그거 말고 특별한 일은 없었습니까?”

    김지혜가 고개를 저었다.

    “그 자체가 특별한 일이에요. 제니퍼는······ 마스터를 노리고 있어요.”

    “절 노리고 있다고요? 그건 또 어떻게 알았죠?”

    이번에도 황수영이 대답했다. 그녀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어떻게 알긴요. 혼자서 주절주절 말이 많던데요? 다 죽이거나 강하진 씨 한 명만 죽이거나 둘 중 하나라던데요?”

    황수영은 그렇게 말하고는 한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렇게 말하고는 저쪽으로 갔어요. 아, 박쥐도 한 마리 만들어서 날려 보냈어요.”

    강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던전 안의 괴물들이 이상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상 행동이요?”

    “한데 모여서 서로 싸우는 중입니다.”

    황수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좋은 거 아닌가요? 지들끼리 싸우면 피해도 커질 거고, 우린 남는 놈만 상대하면 되는 거잖아요.”

    “그 상황을 아무래도 제니퍼가 만든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좀 불안하네요.”

    강하진이 그 말을 끝내기 무섭게 강렬한 마력의 파동이 주위를 훑고 지나갔다.

    두웅!

    마치 거대한 북을 거인이 힘차게 두드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건 또 뭐죠?”

    황수영의 표정이 확 굳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이것이 괴물이 내뿜은 파동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두웅!

    파동이 또 한 차례 울렸다.

    하지만 그런 대단한 파동이 지나갔는데도 은폐의 장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마치 그 파동이 자신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처럼 고고하게 패턴을 유지했다.

    두웅!

    한 층 더 강렬한 파동이 주위를 휩쓸고 지나갔다.

    강하진은 그제야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차렸다.

    ‘포식!’

    이 파동을 만들어낸 놈은 구름 호랑이가 분명했다. 그놈이 괴물들을 포식하면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더 기다리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다들 놀란 눈으로 강하진을 바라봤다.

    “던전 안에 있던 위험한 괴물이 지금 성장 중입니다. 더 성장하기 전에 가서 쳐야 합니다.”

    아무리 구름 호랑이가 대단하다고 해도 피의 거인 역시 만만치 않다. 그리고 그들보다는 못해도 다른 괴물들 역시 강력했다.

    일대일로 싸우면 구름 호랑이가 모두를 압도하겠지만, 아마 지금쯤 다수의 괴물이 구름 호랑이를 협공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제니퍼가 문제로군.’

    피의 거인을 매혹으로 움직인 것이 제니퍼다. 그러니 그녀가 다른 수작을 또 부릴 수도 있었다.

    그 부분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강하진은 함께 있는 사람들을 천천히 둘러봤다.

    그들은 언제든 싸울 수 있도록 만반의 태세를 갖춘 채, 날카로운 눈빛을 뿌리고 있었다.

    특히 황수영과 김지혜, 이지영이 뿜어내는 존재감은 정말 대단했다.

    저들 셋만 있어도 아까 봤던 괴물들 중 하나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더없이 든든했다.

    강하진은 몸을 휙 돌리며 말했다.

    “자, 갑시다.”

    가디언스와 던전 브레이커, 그리고 디펜더스의 합동 작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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