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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152화 (152/200)
  • < 하와이의 거대던전 2 >

    제니퍼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하와이에 나타난 거대 던전을 향해 걸어갔다.

    “잘 빠졌네. 아주 제대로 된 녀석이 나왔어.”

    제니퍼는 던전을 보며 감탄했다.

    사실 균열을 흔들어 던전을 뽑아내긴 했지만, 저렇게 제대로 된 던전이 나올 줄은 몰랐다.

    저건 그저 크기만 한 던전이 아니었다.

    “단단히 벼른 모양이네. 저런 던전을 준비한 걸 보면.”

    제니퍼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던전에 다가갔다.

    던전 주변을 A-마켓의 각성자들이 삼엄하게 지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건 또 뭐야? 흐응. 왜 저놈들을 같이 안 데려가고 주변을 지키게 한 거지?”

    한두 명도 아니고 무려 200명이나 되는 각성자들이 교대로 거대 던전을 지키고 있으니 정말 철통같았다.

    던전 공략을 하는 동안만 지키면 되니 2교대로 각각 100명씩 나눠서 지키는 중이었다.

    지름 100미터의 거대한 구체를 100명이 빙 둘러싸고 지키니 과장 좀 보태서 바늘 하나 들어갈 틈도 없었다.

    6미터마다 한 명씩 서 있는 셈이니 누가 그곳을 지나가든 그들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

    물론 고작 그 정도로 제니퍼를 막을 수는 없었다.

    제니퍼의 몸이 확 흩어졌다. 손톱만 한 크기의 박쥐 수천 마리가 나타나 하늘 높이 날아갔다.

    워낙 작은데다가 날도 어둑어둑해져서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보았더라도 그저 파리 정도로 여겼을 것이다.

    던전의 윗부분으로 이동한 박쥐들이 모여들었다.

    순식간에 뭉쳐 제니퍼로 변했고, 제니퍼는 곧장 던전으로 들어갔다.

    아무리 제니퍼라도 박쥐로 나뉜 상태에서 던전에 들어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해야만 했다.

    던전에 들어간 제니퍼는 주위를 슥 둘러봤다.

    “피 냄새가 아주 끝내주네.”

    코로 스며드는 피 냄새 섞인 마력이 그녀의 몸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이런 던전이라면 체력 소모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리라.

    “하여튼 바깥쪽은 공기가 너무 안 좋아서 힘이 많이 든다니까.”

    제니퍼는 시야에 아무것도 걸려들지 않은 걸 확인하고는 천천히 걸어갔다.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벌써 안 보이네. 너무 서두르는 거 아냐? 위험하게 말이야. 큭큭큭.”

    제니퍼의 웃음소리에는 비웃음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먼저 들어간 각성자들의 흔적을 찾아봤다. 일단 위치부터 파악해 둬야 나중에 수를 쓰기 편해지니까.

    “흔적이 아예 없네. 이거 너무 조심하는 거 아냐? 뭐, 이해가 아예 안 되는 건 아니지만. 패기가 없네, 패기가 없어. 쯧쯧쯧.”

    제니퍼의 어깨에서 작은 박쥐 한 마리가 톡 떨어져 나와 푸드덕거리며 주위를 배회했다.

    “자아, 조심해서 살펴보렴. 다 죽여야 하는지 강하진만 죽일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하니까.”

    박쥐가 위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제니퍼는 박쥐와 시야를 공유하며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 * *

    제니퍼가 던전에 들어온 순간, 강하진과 함께 들어온 각성자들은 여전히 던전 초입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들은 강하진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디펜더스 소속 각성자들은 초조한 표정이었고, 나머지는 강하진을 워낙 믿는지라 담담했다.

    그 중에서도 김지혜와 이지영은 조금도 방심하지 않고 끊임없이 주위를 감시했다.

    그래서 갑자기 나타난 제니퍼를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도 그녀들 중 한 명일 수밖에 없었다.

    “누가 들어왔어요.”

    김지혜의 말에 근처에 있던 각성자들이 귀를 쫑긋 세웠다. 그리고 바로 옆에 있던 황수영이 김지혜가 보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응? 저거 제니퍼 아닌가요?”

    제니퍼를 확인한 사람들이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제니퍼네요? 갑자기 왜 들어온 거지?”

    황수영이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니퍼를 본 디펜더스 중 한 명이 그녀를 부르려고 손을 번쩍 들었다.

    “제니······!”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어느새 다가온 가디언스의 길드원 한 명이 입을 막았기 때문이다.

    왜 그러냐는 시선으로 디펜더스 각성자들이 그를 바라봤다.

    “나중에 우리 마스터가 돌아오실 때까지 기다려 주세요. 아무리 제니퍼라고 해도 마스터의 지시가 없으면 제니퍼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김지혜의 말에 디펜더스 각성자들이 황당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하지만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그저 아무것도 모르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근처를 지나가는 제니퍼를 힐끗힐끗 쳐다보기만 했다.

    김지혜가 어찌나 무시무시한 눈으로 그들을 보고 있었는지 누구도 일탈을 할 수 없었다.

    그런 그들의 귓가로 제니퍼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피 냄새가 끝내준다거나 바깥쪽은 힘들다거나 하는 말에 다들 입을 다물고 제니퍼를 바라봤다.

    보통 혼잣말은 흥에 겨울 때 나오곤 한다. 아니면 뭔가 부끄러운 감정이 들 때, 그걸 떨쳐내려고 좀 큰 소리로 혼잣말을 하기도 한다.

    감정이 차분하지 않을 때 혼잣말을 하기 쉽다는 뜻이다.

    지금 제니퍼의 상태가 아마 그런 모양이었다. 혼자 던전에 들어와서 그런 건지, 아니면 뭔가를 꾸미고 있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아무튼 저런 대단한 미녀의 혼잣말을 엿들을 수 있다는 사실에 다들 조금 흥분한 상태가 되었다.

    물론 대부분이 디펜더스의 각성자들이었다.

    나머지는 상황이 좀 달랐다. 그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제니퍼가 아무 목적 없이 혼자 몰래 여기 들어왔다고 믿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가디언스와 던전 브레이커 중에는 말이다.

    이어진 제니퍼의 혼잣말 역시 별 내용은 없었지만 음흉한 웃음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그 뒤에 제니퍼의 어깨에서 박쥐 한 마리가 푸프덕 떨어져 나오자 다들 깜짝 놀랐다.

    아무도 제니퍼가 저런 스킬을 쓰는 걸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스킬 자체가 왠지 불길한 느낌을 풍겼다. 박쥐라니.

    물론 가디언스 소속 각성자들은 어느 정도 저 부분에 대해 알고 있었다.

    예전 이원중 앞에 제니퍼가 나타났다가 사라질 때 박쥐로 흩어졌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으니까.

    물론 그 얘기를 들은 사람은 김지혜나 이지영 정도였지만.

    아무튼 박쥐가 나타나고 날아오르는 박쥐를 향해 제니퍼가 한 말에 다들 얼어붙어 버렸다.

    가디언스든 던전 브레이커든 디펜더스든 마찬가지였다.

    강하진만 죽일지 전부 죽일지 확인한다니, 그게 대체 무슨 얘기란 말인가.

    제니퍼가 눈에 보이지 않을 때까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사실 라파시드의 서, 은폐의 장이 워낙 대단해서, 좀 떠들었어도 제니퍼가 이들을 발견할 일은 없었겠지만.

    제니퍼의 모습이 사라지자, 디펜더스 중 한 명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툭 말을 내뱉었다.

    “믿을 수 없어······ 제니퍼가 왜?”

    디펜더스 각성자들의 동요는 상당했다. 반면 가디언스와 던전 브레이커는 별 동요가 없었다.

    어차피 이들은 이번 일에 어떤 음모나 수작이 숨어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걸 이미 인지하고 여기에 온 사람들이었다.

    그 수작이 제니퍼라는 건 몰랐지만, 이제 알았으니 됐다.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요?”

    황수영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디펜더스 각성자들이 굳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우리가 제니퍼를 만나보겠습니다.”

    “만나서요?”

    “만나서 물어보겠습니다. 무슨 일로 왔느냐고.”

    “그럼 뭐라고 할 것 같으세요?”

    대답하지 못했다.

    “정말 우릴 다 죽일 거냐고 물어보실 건 아니죠?”

    “그건······.”

    디펜더스 각성자들이 고개를 푹 떨어뜨렸다.

    그렇게 물어본 순간, 아마 제니퍼가 무슨 수를 써서든 그들을 다 죽여 버릴 것이다.

    “이 중에서 제니퍼가 얼마나 강한지 아시는 분 혹시 있나요?”

    황수영은 이미 전투태세였다.

    디펜더스 각성자들이 그걸 알 리 없었다.

    “어······ 방송 같은데서 보면······.”

    황수영이 피식 웃었다.

    “방송에서 본 게 진짜 실력 같아요? 절대 아닐걸요?”

    황수영은 그것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제니퍼가 싸우는 방송을 그녀도 봤다. 하지만 아무리 여러 번 확인해도 자기 실력을 다 보여주는 걸로는 안 보였다.

    “아무튼 이거 좀 곤란하게 되긴 했네요. 무슨 수작을 부리려고 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전부 죽일지 말지를 고민하는 걸로 봐서 실력이 대단한 건 확실했다.

    다른 건 몰라도 강하진이 가진 버프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알고 있을 테니까.

    그 버프를 받은 100명이 넘는 각성자들을 상대로 압도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 아닌가.

    심지어 그 안에 황수영이나 김지혜, 이지영을 비롯한 가디언스의 최강자들이 다 모였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황수영이 디펜더스 각성자들을 빤히 쳐다봤다.

    그들은 그 시선에 움찔 몸을 움츠렸다. 그리고 슬슬 눈치를 살폈다.

    “당신들은 어떻게 생각해요? 이 상황.”

    “그, 글쎄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저희는 관계없습니다. 정말 모르는 일이니까요. 그러니 의심하지 않으셔도······.”

    황수영이 고개를 저었다.

    “의심하는 게 아니에요. 같이 엮였다면 제니퍼가 당신들까지 다 죽여 버리겠다고 말하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그 말에 디펜더스 각성자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왠지 버림받은 기분이 들었다. 아니, 왠지가 아니라 정말 버림받았다. 자신들은 버림 패였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뽑았단 말인가. 어쩌면 처음부터 이렇게 써먹으려고 자신들을 뽑은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냥 이렇게 당하고 있을 거예요? 바보같이?”

    “그럼······ 그럼 어쩝니까.”

    황수영이 씨익 웃었다.

    “한 방 먹여 줘야지요.”

    “어떻게 말입니까?”

    황수영이 주먹을 내밀었다.

    “내 부하가 돼요.”

    “예?”

    디펜더스 각성자들이 황당한 눈으로 황수영을 바라봤다.

    저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날 믿고 내 병사가 되라고요. 힘을 줄 테니까.”

    디펜더스 각성자들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황수영을 바라봤다.

    황수영은 여전히 주먹을 내민 상태였다.

    각성자 한 명이 자신도 모르게 그 주먹에 자신의 주먹을 툭 갖다 댔다.

    그리고는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자신이 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 후회가 들었다. 온몸이 오그라드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적어도 아까 제니퍼가 있을 때보다는 훨씬 좋아졌다.

    디펜더스 각성자들은 황수영을 보며 생각했다.

    왠지 저런 사람이라면 부하로 들어가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 * *

    강하진이 따로 떨어져 나온 이유는 각 괴물들의 정보를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작전을 세우려면 적에 대해 알아야 한다.

    어떤 괴물은 차라리 혼자 상대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여럿이서 공략을 할지 혼자 공략을 할지, 또 여럿이서 공략한다면 어떤 식으로 싸워야 할지 알아보려고 나왔다.

    강하진에게는 괴물의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까.

    일단 가장 가까이 있는 괴물에게 접근했다.

    괴물의 영역이 피부로 확 와 닿았다. 어디까지 접근할 수 있는지 워낙 느낌이 강렬해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저 괴물들은 평범한 다른 괴물들과 분명히 달랐다.

    [구름 호랑이]

    [레벨 : 1321]

    [체력 : 2000000, 마력 : 2000000]

    [물리공격 무효화(P), 위압(P), 낙뢰(A), 에너지전환(A), 벼락의 비(A), 안개생성(A), 에너지드레인(A), 돌풍(A), 냉각(A), 포식(A), 벼락충 소환(A)]

    [칭호 : 동족을 포식한 자]

    어마어마했다. 일단 레벨이 한계를 돌파했다.

    레벨 1000과 1001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 그 한계를 넘느냐 마느냐에 따라 존재의 격 자체가 달라진다.

    강하진은 그 사실을 저 구름 호랑이를 본 순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건 강하진에게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이기도 했고, 얼마 전에 격이 상승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강하진은 특이하게 붙은 칭호를 확인해봤다.

    [동족을 포식한 자]

    [동족을 포식해서 격이 상승한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레벨 1000의 벽이 사라진다.]

    칭호에 특별한 능력이 붙은 게 아니라 어떻게 벽을 넘었는지에 대한 정보가 붙어 있는 셈이었다.

    저런 놈이 하나도 아니고 열셋이나 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골치가 아파왔다.

    강하진은 조심스럽게 그곳을 벗어났다. 일단 소용없을지도 모르지만 [은폐]를 끝까지 유지했다.

    그 뒤로 강하진은 던전에 흩어져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 나머지 괴물들을 살펴봤다.

    역시 구름 호랑이가 특히 강한 놈이었다.

    나머지는 레벨이 900을 훌쩍 넘고, 레벨에 비해서 아주 강력하긴 했지만 1000을 넘는 놈은 고작 하나 더 있을 뿐이었다.

    그나마도 구름 호랑이에 비하면 약간 손색이 있었고.

    특히나 그놈은 다른 괴물들과 아주 많이 떨어져 있어서 따로 공략하기도 아주 편했다.

    ‘그나저나······ 굉장히 특이한 던전이네.’

    사실 던전을 이렇게 쭉 돌아보기 전까지는 회귀 전에 나타났던 비슷한 던전이라고 여겼다.

    한데 막상 돌아다녀보니 그게 아니었다.

    이 던전은 뭔가 좀 이상했다.

    강하진은 일단 일행이 있는 곳에 돌아가려고 했다.

    한데 그 순간, 멀찍이 떨어져 있던 그 괴물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지?’

    그 순간 강하진은 미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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