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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151화 (151/200)
  • < 하와이의 거대던전 1 >

    코드를 입력한 강하진은 포션의 레시피를 확인했다.

    일단 아무렇게나 만든 레시피는 절대 아니었다. 이 역시 뛰어난 성능의 포션 레시피인 건 확실했다.

    그게 아니라면 미국이 가디언스에게 사기를 치는 셈인데, 그런 식으로 일처리를 할 리가 없었다.

    아마 이 레시피는 원래 레시피의 다운그레이드 버전일 것이다.

    강하진이 레시피를 미리 보자고 한 이유는 혹시나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인지 확인하고자 함이었다.

    “일단 질병치료 포션은 어쩔 수 없겠군요. 이대로 만들어서 파는 수밖에.”

    강하진 역시 이런 분야에 있어서는 뛰어난 지식의 소유자였다.

    포션 자체를 만들 수는 없어도 그게 관한 핵심 지식은 많이 알고 있었다.

    그래서 혹시나 자신의 지식과 결합해 원래의 레시피를 복원해 낼 수 있을지 확인해본 것이다.

    사실 회귀 후, 제대로 된 포션 레시피를 접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으니까.

    하지만 질병치료 포션에 관한 건 회귀 전에도 별다른 관심이 없었기에 레피시도 굉장히 생소했다.

    이건 강하진이 손 댈 여지가 없었다.

    강하진은 다음으로 상처치료 포션의 레시피를 확인했다. 이제부터가 진짜였다.

    포션은 그저 몇 개의 재료를 섞는다고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제조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어느 하나 간단하지 않았다.

    초기 포션은 던전에서 나오는 마력 기반 재료들을 정제해서 만들었다.

    그러다가 점차 현대 화학의 정수가 스며들어 더욱 뛰어난 성능을 뽑아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핵심은 언제나 마력 기반의 연금술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강하진이 마력 포션 제조의 핵심을 제공해 A-마켓으로부터 로열티를 받아낼 수 있는 것이고 말이다.

    강하진의 머릿속에는 이미 회귀 직전에 출시된 마지막 포션에 대한 지식까지 들어 있었다.

    물론 포션 레시피를 다 알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핵심 지식을 알고 있었다.

    회귀 전의 강하진은 뛰어난 버퍼이자 힐러인 전사이기도 했지만, 언제나 새로운 지식에 목마른 연구자이기도 했다.

    또한 당시 강하진의 위상은 그런 모든 지식에 거의 조건 없이 접근할 수 있게 해주었다.

    물론 아예 공개 자체가 안 된 지식들도 있었지만, 그건 애초에 강하진조차 존재 자체를 모르기 때문에 자료를 요청할 방법도 없었다.

    그나마도 회귀 후, 과거를 회상하는 과정에서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눈치챈 것일 뿐, 어떤 정보나 지식을 제이슨이 감추고 있었는지는 여전히 모르고 있었다.

    아무튼 강하진은 거의 회귀 직전에 새로 개발된 월등한 성능을 가진 포션의 핵심 지식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이번에 원래 미국에서 넘기기로 한 포션이 두 번 발전한 형태의 포션이었다.

    그 정도 지식을 갖고 있으니 이 포션 레시피의 문제를 정확히 짚을 수 있었다.

    역시나 이 포션은 반쪽짜리였다.

    “장난질 좀 친 거 같네요.”

    강하진의 말에 정아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정말인가요? 믿을 수가 없군요. 미국 정부까지 개입된 일인데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했다니······.”

    “충분히 가능한 수준입니다. 성능이 향상된 포션인 건 확실하니까요.”

    “예?”

    정아연은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강하진을 바라봤다.

    “아마 DM은 이보다 업그레이드 된 포션을 보유하고 있을 겁니다.”

    “그럼 더 문제 아닌가요? 더 좋은 포션이 있는데 성능이 떨어지는 포션을 누가 사겠어요?”

    판매는 가능하다. 가격을 후려치면 된다. 하지만 그래서야 들어가는 노력에 비해 얻는 것이 너무 적다.

    “우리도 자체적으로 포션 연구를 시작해야겠습니다.”

    “예? 그러려면 필요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닐 텐데요?”

    대부분의 포션은 제약회사에서 연구한다. 아무래도 그들이 보유한 연구 인프라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분야니까.

    하지만 일단 던전과 관계된 이상, 상황이 꼭 상식적으로만 돌아가는 건 아니었다.

    강하진은 얼마든지 그 상식을 부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아무튼 이 레시피는 당장 쓸 수 없었다.

    판권도 이 상태라면 의미가 없었다. 차라리 이걸 토대로 다음 단계의 포션을 뽑아내는 것이 나았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걸 얻은 게 어디입니까.”

    강하진이 태블릿을 아공간에 챙기며 씨익 웃었다.

    이 레피시 자체는 쓸 수 없겠지만, 레시피 안에는 많은 정보가 들어 있는 법이다.

    그리고 핵심을 제외한 나머지는 강하진이 원래 갖고 있지 않던 정보였다.

    핵심 정보는 애초에 필요 없었고.

    그러니 제로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기초공사를 끝낸 상태에서 시작하는 셈이었다.

    아마 정아연이나 DM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새 포션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명인혁이 찾아낸 좋은 인재도 몇 명 있고.’

    그 인재 중에는 포션에 관계된 자들도 있었다. 그들이 주도해서 연구 성과를 낸 건 아니었지만, 그 연구의 보조로 상당히 도움이 되었던 연구자들이었다.

    지금 상황에 아주 딱 맞는 자들 아닌가.

    “아무튼 고생 많으셨습니다.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제 이번 일을 잘 마무리해보죠.”

    강하진이 그렇게 넘어가니 정아연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당장 앞에 닥친 일이 더 급하긴 하죠. 알겠습니다. 잘 해봐요, 우리.”

    정아연의 입가에 다시 미소가 떠올랐다.

    * * *

    가디언스가 하와이에 도착한 지 4일째 되는 날, 결국 예상했던 일이 터졌다.

    거대 던전이 나타난 것이다.

    지름이 100미터쯤 되는 거대 던전이었다.

    강하진은 그걸 보고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거대 던전이 나타났어. 이건······ 분명히 달라진 점이야.’

    회귀 전에는 일어나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

    이건 예전 LA에서 제이슨 일당이 나타날 던전의 위치를 바꾼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그때는 어차피 벌어질 일이 비틀려서 벌어진 거고, 이건 없던 일이 생긴 거였으니까.

    게다가 던전이 풍기는 느낌이 굉장히 이상했다.

    “왜 그러고 계세요? 안 들어가요?”

    던전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 옆으로 다가온 황수영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느낌이 좋지 않아서 생각을 좀 하고 있었습니다.”

    “예? 느낌이 안 좋다고요?”

    황수영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녀는 강하진의 느낌을 굉장히 신봉하는 사람이었다. 그동안 강하진이 보여준 것들이 있으니 당연했다.

    강하진이 감이라면서 벌인 일들이 전부 맞아 떨어졌는데, 어떻게 그걸 무시할 수 있겠는가.

    “뭐가 어떻게 안 좋은데요?”

    강하진이 고개를 저었다.

    “그걸 잘 모르겠군요. 아무튼 느낌이 좋지 않으니 황수영 씨도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황수영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

    강하진은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자, 갑시다.”

    강하진의 말에 가디언스가 먼저 움직였다.

    그러자 던전 브레이커가 그 뒤를 따랐고, 마지막으로 디펜더스가 던전으로 들어갔다.

    강하진은 그 모두가 들어간 걸 확인한 다음 황수영과 나란히 던전에 입장했다.

    그리고 정아연이 데려온 200명의 각성자들이 던전 주변을 철저히 감시하기 시작했다.

    최대한 변수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렇게 하와이 거대 던전 공략이 시작되었다.

    * * *

    던전에 들어온 강하진은 왜 불길한 느낌이 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

    던전에 꽉 찬 마력이 기존의 던전과 많이 달랐다.

    마력 자체가 불길했다.

    이 불길한 마력이 던전 밖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러니 불길한 느낌이 드는 것이고.

    세상이 온통 피 냄새로 가득했다.

    강하진은 이와 비슷한 던전을 경험해 본 적이 있었다.

    물론 이번 생이 아니라, 회귀 전에 말이다.

    ‘시기에 안 맞아.’

    만일 강하진이 생각한 그 던전이라면, 이건 훨씬 뒤에 나와야 할 던전이었다.

    “주변 경계 철저히 하십시오.”

    강하진의 지시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 긴장한 표정으로 주위를 열심히 살폈다.

    아공간에서 드론을 꺼낸 강하진은 일단 그걸 띄웠다.

    마력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장비였기 때문에 약간 위태롭긴 하지만 공중에 붕 떠올랐다.

    강하진은 드론을 조종해 던전 내부를 크게 둘러봤다.

    3차원으로 구현된 화면이 강하진 앞에 나타났다. 그걸 모든 각성자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거대 던전답게 던전 내부의 규모도 거대했다.

    하지만 또 그렇다고 다른 거대 던전에 비하면 그렇게까지 거대한 것도 아니었다.

    평균적인 뉴타입 던전보다는 넓지만, 두 배에서 좀 모자란 정도였다.

    ‘지름 100미터짜리 뉴타입 던전이라면 최소 열 배 이상 거대한 게 보통인데······.’

    아무래도 회귀 전에 겪었던 그 던전이 맞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괴물이 너무 없네요. 큰 놈들이 몇 놈 있긴 한데······.”

    눈에 보이는 큰 괴물들을 세보니, 고작 13마리뿐이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작은 괴물들은 아예 보이지가 않았다.

    “혹시 어딘가에 숨어 있는 거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죠.”

    “화면에 동굴이나 땅에 구멍이 난 곳 없는지, 혹은 이상한 지점이 없는지 잘 봐야겠어요.”

    각성자들은 저마다 의견을 나눴다.

    어쨌든 거대 던전인데 괴물이 고작 이것밖에 없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으니까.

    그게 그들이 가진 상식이었다.

    하지만 강하진은 이럴 수도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이런 상황이 오히려 괴물이 많은 것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거대 던전에 괴물이 적다는 건, 그 괴물들이 무지막지하게 강하다는 뜻이었다.

    한정된 자원을 고작 13마리의 괴물이 나눠서 썼다는 뜻이니, 얼마나 강력한 놈들이겠는가.

    물론 아직은 통로를 뚫는 게 어려운 상황이니 후반기에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보다는 좀 낫겠지만.

    “아무리 봐도 괴물은 저게 전부인 것 같네요.”

    모두의 표정이 밝아졌다. 하지만 여기 들어온 순간부터 강하진을 살펴보고 있던 황수영은 그럴 수가 없었다.

    “왜 그러세요? 뭐가 잘못됐나요?”

    황수영의 물음에 강하진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

    “저 괴물들 우습게 여기면 큰일 납니다.”

    “에이, 누가 괴물을 우습게 여겨요? 다들 잘 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강하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얘기가 아닙니다. 원래 이 정도 규모의 던전이라면 다양한 종류의 괴물이 최소 만 마리 이상 나와야 합니다. 구색을 잘 맞추면 만오천 마리도 가능하죠.”

    강하진은 쥐죽은 듯 조용해진 각성자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저 13마리의 괴물들은 그 만오천 마리의 괴물을 압축시켰다고 보시면 됩니다.”

    황수영이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니까······ 저 괴물 하나가 다른 괴물 천 마리 정도의 힘을 모았다는 거죠?”

    “맞습니다.”

    그제야 다들 심각해졌다.

    자잘한 괴물 천 마리와 그 천 마리의 힘을 모은 한 마리 중에 과연 어떤 놈이 더 상대하기 어려울까?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괴물의 경우는 힘이 응축된 한 마리가 훨씬 상대하기 어렵다.

    힘이 응축되었다는 건, 웬만한 공격력으로는 생채기를 내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한 공격을 명중시키기 어려울 정도로 민첩하며, 그러면서도 강력한 공격력을 가졌다는 뜻이었다.

    아마 저 괴물들이 공격을 하면 스치기만 해도 죽을지 모른다.

    게다가 어떤 스킬을 갖고 있는지 모른다. 아마 굉장히 많은 스킬을 보유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기괴하거나 대처하기 까다로운 스킬을 보유하고 있을 수도 있다.

    아무튼 저 괴물들은 절대 손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다들 멀찍이 떨어져 있다는 점이로군요.”

    황수영의 말에 강하진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니 속단해선 안 됩니다.”

    그 말에 황수영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설마······ 여러 놈이 동시에 달려들 수도 있다는 건가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합니다.”

    강하진의 말에 좌중의 분위기가 굉장히 무거워졌다.

    디펜더스 소속 각성자 한 명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저······.”

    강하진이 그를 쳐다보자, 그가 말을 꺼냈다.

    “그렇게 위험한 던전이라면 차라리 다시 나가서 더 많은 인원을 데리고 들어오는 게 어떻습니까?”

    강하진이 고개를 저었다.

    “저런 강력한 개체를 상대로는 인원이 늘어나봐야 피해만 더 커질 뿐입니다. 차라리 소수정예로 해치우는 편이 낫습니다.”

    디펜더스 각성자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강하진은 그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 철저히 작전을 세워서 싸워야 합니다. 우린 안전하게 저 모든 괴물을 사냥할 겁니다.”

    강하진의 말에 다들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어쨌든 강하진을 보고 있으니 왠지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강하진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각성자들을 슥 둘러봤다.

    ‘변수는······ 디펜더스로군.’

    가디언스와 던전 브레이커는 전원 강하진의 전투병사였다. 그러니 그들을 통제하는 것도 쉬웠다.

    하지만 디펜더스는 다르다.

    아마 예상외의 상황이 벌어지면 저들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일단 여기서 다들 대기하세요. 제가 가서 좀 살펴보고 오겠습니다. 이 자리에서 절대 움직이면 안 됩니다.”

    강하진의 지시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강하진은 일단 그곳을 중심으로 은폐의 장을 펼쳤다.

    마력을 가느다랗게 뽑아 패턴을 만들어냈는데, 그 복잡한 패턴을 완벽하게 그리는 데 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하면 할수록 숙련도가 늘어 점점 속도가 빨라지고 있었다.

    ‘너무 느려.’

    정작 강하진은 그럼에도 이걸 더 빨리 펼칠 방법이 없는지 고민 중이었지만.

    “뭐 하시는 거예요?”

    황수영의 물음에 강하진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이 근처를 은폐하는 스킬을 쓰고 있는 겁니다. 여기서 움직이지만 않으면 아무도 발견하지 못합니다. 사람이든 괴물이든.”

    그 말에 다들 놀란 눈으로 강하진을 바라봤다. 설마 저런 스킬까지 갖고 있을 줄은 몰랐다.

    강하진은 은폐의 장이 완벽하게 작동하는 걸 확인하고는 모두의 경이로운 시선을 받으며 그곳을 떠났다.

    이제 괴물들을 살펴볼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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